<우리 옛글의 놀라움> 출간 소식
조동일 교수의 새 책 출간 소식을 알려 드립니다.
이 책의 내용은 그 동안 본 카페 ‘옛글명문 다시 읽기’ 코너에 일부가 연재되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관심으로 열독해주신 덕분에 좋은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이 기회를 빌려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제목 : <우리 옛글의 놀라움>
출판사 : 지식산업사
출간일 : 2021.3.1.
내용 소개 :
책먼지에 파묻혀 있던 한문학의 진주, 그 찬란함
최치원부터 황현까지 다시 읽고 쓰는 우리 옛글
다채로운 사색의 글밭 속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총체론까지 캐내다
통일신라 때부터 구한말까지 명문장가들 51인의 재치와 깨달음이 담긴 한문학 작품 87편의 의미를 조명한 모음집이 출간된다. 한국 문학사의 체계를 수립한 조동일 교수가 한문으로 된 우리 옛글이 얼마나 영롱한지를 여러 주제와 형식으로 밝힌다. 시조에 이은 교술敎述의 집성은 문학갈래 탐구 과정의 한 매듭이자 새로운 글쓰기 모색의 출발점이 된다.
문득 깨닫는 삶의 이치
한문으로 기록된 옛글(교술)은 편지(증서贈序 포함), 제문祭文, 명銘, 찬贊, 잠箴, 기記, 설說, 문問, 전傳, 서序, 잡저雜著 등 모두 11가지 방법의 글쓰기로 나눌 수 있다. 그 가운데 금석에 새기는 명銘과 경계하는 글인 잠箴 등에는 사물에 빗대어 깨달음과 깊은 성찰을 보여 준다. 이익의 〈세숫대야?槃銘〉, 위백규의 〈수자하水自下〉는 세수를 하면서나 흐르는 물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삶의 깨달음을 단 두세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덕무는 〈쇠공이鐵杵〉에서 이웃 노인이 쇠공이로 쌀을 빻아 가루를 만드는 것을 관찰하면서 느낀 통찰을 담담하게 이끌어 낸다.
어떻게 살 것인가
기물에 빗대어 심중을 표현하는 짧은 글에서 자기 반성과 마음 돌보기, 깊은 성찰이 주로 보인다면, 셋째부터 여섯째에서 주로 등장하는 장문長文인 기와 설에는 화자의 삶이 드러난다. 기記는 주변 경치의 묘사에서 출발하여 생각을 기록한 산문으로 쓰임새가 넓어졌고 설說은 어떤 문제에 대한 소견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규보는 〈집수리理屋說〉에서 집을 고치는 행위를 통해 행실을 바로잡는 것과 국정 혁신으로 사유를 넓혀 나간다. 김낙행은 〈자리 짜기織席說〉에서 노동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으며, 장유는 〈농민과 함께海莊精舍記〉라는 기에서 명리名利를 잊고 바닷가의 농장에서 땀 흘리는 자신의 삶을 예찬한다. 저자는 마치 농부가 된 것처럼 구수한 우리말로 그 감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전통에서 내려오는 철학의 흐름
시가詩歌에 견주어 “높고도 멀리”에만 있었던 문文의 가치를 “가까이” 되살리는 저자의 시도는 마지막 장에서 그 대단원을 장식한다. 〈하나씩〉에서 옛글을 읽고 다시 썼다면 〈모아서〉에서 그것을 심화하며, 〈덧붙이는 논의〉에서 소개한 김황과의 문답은 문問이라는 글쓰기가 오늘날 구현된 듯 흥미롭다. 우선, 미물의 존재 의의를 찾는 이옥과 박지원, 최한기의 글을 들어 동아시아의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이규보-서경덕·장유-최한기로 이어지는 계보를 발굴, 기일원론이 어떻게 생극론으로 발전되어 나갔는가를 명징하게 밝힌다. 특히 최한기의 글(〈물과 내가 서로 본다物我互觀〉)에서 총체(천지)와 개체(만물)를 아우르는 거시적 안목을 포착해 내는 저자의 분석은 과학만능시대의 출구이자 무한한 신사고의 장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글이 곧 삶, 인격이었던 옛사람들, 그 삶과 하나된 글쓰기로 공감·소통하는 문화는 글공동체가 파괴된 오늘날 어쩌면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옛글밭에서 팬데믹 시대의 ‘학문의 길’을 모색하는 저자의 괭이질은 창조적 글쓰기를 고민하는 작가, 대학생, 학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다.
<목차>
첫말 ● 4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11
높이 12
멀리 14
가까이 16
하나씩 ● 19
● 첫째
李瀷, 〈頮槃銘〉(회반명) 이익, 〈세숫대야〉 21
李德懋, 〈君子有大怒〉(군자유대로) 이덕무, 〈분노〉 22
李齊賢, 〈息影菴硯銘〉(식영암연명) 이제현, 〈벼루〉 24
曺兢燮, 〈硯滴銘〉(연적명) 조긍섭, 〈연적〉 25
李齊賢, 〈猫箴〉(묘잠) 이제현, 〈고양이〉 26
柳希春, 〈讀書銘〉(독서명) 유희춘, 〈독서〉 28
任聖周, 〈杖銘〉(장명) 임성주, 〈지팡이〉 29
金元行, 〈不能容物者〉(불능용물자) 김원행, 〈포용〉 31
安鼎福, 〈足箴〉(족잠) 안정복, 〈발〉 32
權蹕, 〈梳銘〉(소명) 권필, 〈빗〉 34
李奎報, 〈樽銘〉(준명) 이규보, 〈술병〉 35
魏伯珪, 〈水自下〉(수자하) 위백규, 〈물은 스스로 낮아〉 37
李達衷, 〈惕若齋箴〉(척약재잠) 이달충, 〈조심하는 마음〉 38
成俔, 〈屨銘〉(구명) 성현, 〈신발〉 40
丁若鏞, 〈摺疊扇銘〉(접첩선명) 정약용, 〈접부채〉 41
申欽, 〈觀銘〉(관명) 신흠, 〈철인과 아이〉 42
李象靖, 〈心難執持〉(심난집지) 이상정, 〈마음은 잡기 어려워〉 44
李德懋, 〈螗琅〉(당랑) 이덕무, 〈쇠똥구리〉 47
金樂行, 〈自警箴〉(자경잠) 김낙행, 〈경계〉 49
柳成龍, 〈日傘銘〉(일산명) 유성룡, 〈일산〉 50
姜世晃, 〈畵像自讚〉(화상자찬) 강세황, 〈화상을 스스로 기린다〉 52
李瀷, 〈鏡銘〉(경명) 이익, 〈거울〉 53
李瀷, 〈書架銘〉(서가명) 이익, 〈책꽂이〉 55
● 둘째
李奎報, 〈小硯銘〉(소연명) 이규보, 〈작은 벼루〉 58
朴仁範. 〈無㝵智國師影贊〉(무애지국사영찬) 박인범, 〈무애지국사의 모습〉 60
李詹, 〈畵像自贊〉(화상자찬) 이첨, 〈화상을 스스로 기린다〉 62
許穆, 〈百拙藏說〉(백졸장설) 허목, 〈백 가지 졸렬함 간직하고〉 64
李瀷, 〈四友銘〉(사우명) 이익, 〈네 벗〉 66
黃玹, 〈松川硯銘〉(송천연명) 황현, 〈송천 벼루〉 67
張維, 〈小箴〉(소잠) 장유, 〈작은 글〉 69
金富軾, 〈興天寺鍾銘〉(흥천사종명) 김부식, 〈흥천사 종〉 71
許穆, 〈墨梅〉(묵매) 허목, 〈먹으로 그린 매화〉 73
任聖周, 〈與舍弟稺共〉(여사제치공) 임성주, 〈아우에게〉 75
許筠, 〈與西山老師〉(여서산노사) 허균, 〈서산 노스님께〉 77
李象靖, 〈書外別見〉(서외별견) 이상정, 〈책 밖의 식견〉 79
朴趾源, 〈與楚幘〉(여초책) 박지원, 〈가시 망건 쓴 사람에게〉 81
徐敬德, 〈無絃琴銘〉(무현금명) 서경덕, 〈줄 없는 거문고〉 85
安鼎福, 〈破啞器說〉(파아기설) 안정복, 〈벙어리저금통〉 87
李德懋, 〈鐵杵〉(철저) 이덕무, 〈쇠공이〉 89
魏伯珪, 〈冬栢實〉(동백실) 위백규, 〈동백 열매〉 92
申欽, 〈檢身篇〉(검신편) 신흠, 〈허물〉 94
張維, 〈支離子自贊〉(지리자자찬) 장유, 〈지리한 녀석〉 97
金正喜, 〈箴妄〉(잠망) 김정희, 〈망상〉 100
李恒福, 〈恥辱箴〉(치욕잠) 이항복, 〈치욕〉 103
● 셋째
戒膺, 〈食堂銘〉(식당명) 계응, 〈식당에 붙인 글〉 106
成渾, 〈祭友人文〉(제우인문) 성혼, 〈친구 제문〉 109
李穡, 〈答問〉(답문) 이색, 〈물음에 답한다〉 112
洪大容, 〈乾坤一草亭題詠小引〉(건곤일초정제영소인) 홍대용, 〈하늘과 땅 사이의 초가 정자 하나〉 115
李穡, 〈自儆箴〉(자경잠) 이색, 〈스스로 경계하다〉 119
崔致遠, 〈寒食祭陣亡將士〉(한식제진망장사) 최치원, 〈전몰한 장병들에게〉 122
李穡, 〈觀物齋贊〉(관물재찬) 이색, 〈살펴서 아는 방법〉 125
曺好益, 〈射說〉(사설) 조호익, 〈활쏘기〉 129
金壽恒, 〈殤兒七龍壙誌〉(상아칠룡광지) 김수항, 〈어린 아들을 묻으며〉 132
金時習, 〈環堵銘〉(환도명) 김시습, 〈담을 두르고〉 135
崔漢綺, 〈物我互觀〉(물아호관) 최한기, 〈물과 내가 서로 본다〉 139
黃俊良, 〈鋤銘〉(서명) 황준량, 〈호미〉 143
崔漢綺, 〈禽獸有敎〉(금수유교) 최한기, 〈짐승도 가르침이 있다〉 147
李奎報, 〈理屋說〉(이옥설) 이규보, 〈집수리〉 152
李詹, 〈雙梅堂銘〉(쌍매당명) 이첨, 〈쌍매당〉 155
鄭道傳, 〈竹窓銘〉(죽창명) 정도전, 〈대나무 창〉 160
李奎報, 〈接菓記〉(접과기) 이규보, 〈과일나무 접붙이기〉 165
尹愭, 〈自作誄文〉(자작뇌문) 윤기, 〈자작 추도사〉 171
許筠, 〈睡箴〉(수잠) 허균, 〈잠〉 176
● 넷째
丁若鏞, 〈曺神仙傳〉(조신선전) 정약용, 〈조신선전〉 182
權近, 〈月江記〉(월강기) 권근, 〈달과 강 시비〉 188
許穆, 〈伴鷗亭記 在臨津下〉(반구정기 재임진하) 허목, 〈임진강변 반구정〉 194
尹愭, 〈剛柔說〉(강유설) 윤기,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 198
義天, 〈祭芬皇寺曉聖文〉(제분황사효성문) 의천, 〈분황사 원효성사 제문〉 203
金昌協, 〈雜器銘〉(잡기명) 김창협, 〈이런저런 기물〉 208
金萬重, 〈本地風光〉(본지풍광) 김만중, 〈진실의 모습〉 213
李鈺, 〈蟲之樂〉(충지락) 이옥, 〈작은 벌레의 즐거움〉 220
崔漢綺, 〈除袪不通〉(제거불통) 최한기, 〈불통 제거〉 225
丁若鏞, 〈沙村書室記〉(사촌서실기) 정약용, 〈궁벽한 곳의 서당〉 231
● 다섯째
李建昌, 〈見山堂記〉(견산당기) 이건창, 〈산을 바라보는 집〉 241
權近, 〈舟翁說〉(주옹설) 권근, 〈늙은 사공〉 247
李山海, 〈雲住寺記〉(운주사기) 이산해, 〈운주사〉 254
張維, 〈筆說〉(필설) 장유, 〈붓 이야기〉 261
李奎報, 〈答石問〉(답석문) 이규보, 〈돌에게 대답한다〉 267
金昌協, 〈贈西僧玄素序〉(증서승현소서) 김창협, 〈관서 승려 현소에게〉 274
朴趾源, 〈孔雀舘文稿自序〉(공작관문고자서) 박지원, 〈글쓰기〉 281
成侃, 〈慵夫傳〉(용부전) 성간, 〈게으름뱅이〉 289
● 여섯째
金樂行, 〈織席說〉(직석설) 김낙행, 〈자리 짜기〉 296
李穀, 〈小圃記〉(소포기) 이곡, 〈작은 밭〉 303
李建昌, 〈兪叟墓誌銘〉(유수묘지명) 이건창, 〈신 삼는 늙은이의 죽음〉 311
朴趾源, 〈百尺梧桐閣記〉(백척오동각기) 박지원, 〈백 척 오동 전각〉 318
李奎報, 〈問造物〉(문조물) 이규보, 〈조물주에게 묻는다〉 329
張維, 〈海莊精舍記〉(해장정사기) 장유, 〈농민과 함께〉 337
모아서 ● 349
글은 왜 쓰는가? 351
글을 어떻게 쓸 것인가? 360
마음을 잡아야 하는가? 363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369
무엇을 해야 하는가? 378
사람이라야 훌륭한가? 382
높고 강하면 자랑스러운가? 386
어떻게 탐구해야 하는가? 390
덧붙이는 논의 ● 400
끝말 ● 411
필자 소개 색인 ● 412
저자 약력
서울대학교 불문학, 국문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박사.
계명대학교, 영남대학교, 한국학대학원, 서울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2021년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다.
《한국문학통사 제4판 1~6》(2005), 《동아시아문명론》(2010), 《서정시 동서고금 모두 하나 1~6》(2016), 《통일의 시대가 오는가》(2019), 《창조하는 학문의 길》(2019), 《대등한 화합》(2020)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해 오고 있다.
화집으로 《山山水水》(2014), 《老居樹展》(2018)이 있다.
최근작 : <우리 옛글의 놀라움>,<충남문화 찾아가기>,<대등한 화합> … 총 10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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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언론에 소개된 <우리 옛글의 놀라움> 출간 관련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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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신간]
송고시간2021-03-05 10:00
임동근 기자
▲ 우리 옛글의 놀라움 = 조동일 지음.
최치원, 이규보, 이익,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 등 통일신라부터 구한말까지 명문장가 51명의 재치와 깨달음이 담긴 명문 87편을 모았다.
기물(器物)에 빗대 마을을 표현한 짧은 글에서는 자기반성과 성찰, 마음 돌보기 등을 엿볼 수 있고, 장문(長文)에서는 화자의 삶이 드러난다.
책에서 고려 시대 문신 이규보는 집을 고치는 행위를 통해 행실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국정 혁신으로까지 사유를 넓혀가고, 조선 후기 학자 김낙행은 자리를 짜면서 노동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지식산업사. 416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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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5일 학술 새 책
한겨레신문 등록 :2021-03-04 21:05
우리 옛글의 놀라움
원로 국문학자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통일신라 때부터 구한말까지 명문장가 51인의 재치와 깨달음이 담긴 한문학 작품 87편을 우리말로 옮기고 해설을 달았다. 가령 최한기의 글 ‘물과 내가 서로 본다’(物我互觀)에서는 총체(천지)와 개체(만물)를 아우르는 거시적 안목을 포착해, 과학만능시대의 출구를 알려준다.
지식산업사·2만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85507.html#csidxf4dc4e8e50ab4448bbed8eab65d54f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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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 책
문화일보, 게재 일자 : 2021년 03월 05일(金)
우리 옛글의 놀라움
조동일 지음. 한국 문학사의 체계를 정리한 저자가 책 먼지 속에 파묻혀 있던 한문으로 된 우리 옛글을 재조명했다. 통일신라 시대 최치원부터 구한말 황현에 이르기까지 명문장가 51인의 작품 87편을 살폈다. 지식산업사. 416쪽,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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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다이제스트 (3월 13일자)
서정원 기자
매일경제 입력 : 2021.03.12 17:05:31
◆ 名문장가가 엄선한 영롱한 우리 옛글
우리 옛글의 놀라움 / 조동일 지음 / 2만원
통일신라 때부터 구한말까지 명문장가 51인의 재치와 깨달음이 담긴 한문학 작품 87편의 의미를 조명한 모음집. `한국문학통사`의 저자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문으로 된 우리 옛글이 얼마나 영롱한지를 여러 주제와 형식으로 밝힌다. 지식산업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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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옛 글에 새 길이 있다
박영서 기자 입력: 2021-07-06 19:55
우리 옛글의 놀라움
조동일 지음 / 지식산업사 펴냄
통일신라 때부터 구한말까지 명문장가들의 주옥같은 한문학 작품들을 조명한 책이다. 최치원, 이규보, 이익, 박지원, 이덕무, 정약용, 황현 등 명문장가 51명의 재치와 깨달음이 담긴 명문 87편을 모았다. 한국 문학사의 체계를 수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저자 조동일 교수가 탁월한 감식안으로 뽑은 글들이다. 저자는 짧고 깊은 옛글을 모아 이를 친절하게 해설하면서 한문으로 된 우리 옛글이 얼마나 영롱한지를 보여준다.
한문으로 기록된 옛글은 교술(敎述)이라고 불린다. 교술은 편지, 제문(祭文), 명(銘), 찬(贊), 잠(箴), 기(記), 설(說), 문(問), 전(傳), 서(序), 잡저(雜著) 등 11가지 방법의 글쓰기로 나눌 수 있다. 그 가운데 금석에 새기는 '명'과 경계하는 글인 '잠'은 사물에 빗대어 자신의 심증을 표현하는 짧은 글이다.여기에는 깨달음과 깊은 성찰, 자기 반성이 담겨져 있다. 예를 들어 위백규의 '수자하'(水自下)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느끼는 삶의 깨달음을 단 두세 문장으로 표현한다. 이덕무는 '쇠공이'(鐵杵)에서 이웃 노인이 쇠공이로 쌀을 빻아 가루를 만드는 것을 관찰하면서 느낀 통찰을 담담하게 이끌어 낸다.
비교적 장문(長文)인 '기'와 '설'에는 화자의 삶이 드러난다. '기'는 주변 경치의 묘사에서 출발하여 생각을 기록한 산문이고, '설'은 어떤 문제에 대한 소견을 자유롭게 기술하는 글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규보는 '집수리'(理屋說)에서 집을 고치는 행위를 통해 행실을 바로잡는 것을 국정혁신으로 확대하고 있다. 장유는 '농민과 함께'(海莊精舍記)에서 명리(名利)를 잊고 바닷가 농장에서 땀 흘리는 자신의 삶을 예찬한다. 장유는 마치 자신이 농부가 된 것처럼 그 감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김낙행은 '자리 짜기'(織席說)에서 노동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닫는다.
글이 곧 삶이나 인격이었던 옛사람들은 글쓰기로 공감·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글공동체가 파괴된 오늘날, 이는 더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옛 글밭'에서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학문의 길'을 모색하는 저자는 책먼지에 파묻혀 있던 한문학의 진주를 발굴해 그 찬란함을 보여주었다. 책은 창조적 글쓰기를 고민하는 작가, 대학생, 학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준다.
박영서 논설위원 [디지털타임스]
원문보기 :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1070702102369061001&ref=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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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옛글의 놀라움>으로 강독회를 열어요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1-03-30 00:00:27
백태명의 고전 성독
할머니는 마른 명태 대가리를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어요. 불에 휘휘 거슬러 방망이로 탕탕 두드려 이석(耳石)을 발라내고 가늘게 찢었어요. 식초, 지렁장, 고춧가루, 깨소금으로 설설 버무려내면 새큼하고 불 맛이 살짝 도는 세상에 없는 오묘한 맛을 냈어요. 마른 명태 대가리가 할머니의 손맛으로 되살아나요. 이제 어디에서 이 맛을 보리오.
선조들이 남긴 명문장이 아련한 입맛을 일깨워요. 조동일의 탁월한 감식안으로 뽑은 길고 짧은 글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 펄떡펄떡 심장이 뛰어요. 먹어본 음식을 다시 먹으며 할머니의 지혜를 그리듯, 선조들이 남긴 글을 새로 읽으며 겨레의 신명과 창조 향기에 흠뻑 취해요.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나요.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기운이 올라요. 머리맡에 두고 두고두고 소리 내어 읽는 책이 되었어요.
혼자 읽기보다 같이 강독회를 열어요. 문학으로 철학하는 조동일은 ‘원문’, ‘읽기’, ‘풀이’, ‘번역’, ‘논의’를 차례로 하며 한문 공부의 새길을 환하게 열어주었어요. 초심자라도 누구나 스스로 한학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강의했어요. 함께 읽으며 조동일이 미처 못 본 것을 우리가 찾아내요. 한문 문장은 열린 글이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큰 소리로 성독(聲讀)하는 맛은 덤으로 누려요. 우선 짧은 글 한 편을 맛봅시다.
魏伯珪, ‘水自下’(수자하), <存齋集(존재집)> 권12 ‘格物說’(격물설)
위백규, ‘물은 스스로 낮아’
<원문>
水自下故漸大 山自高故漸削 是以 謙德卑而不可越 亢者亡
<읽기>
水自下故漸大(수자하고점대)하고, 山自高故漸削(산자고고점삭)하니라. 是以(시이)로 謙德卑而不可越(겸덕비이불가월)하고, 亢者亡(항자망)이니라.
<풀이>
“水自下故漸大”(수자하고점대)는 “물은 스스로 낮아 점점 커지다”이다. “山自高故漸削”(산자고고점삭)은 “산은 스스로 높아 점점 깎이다”이다. “是以”(시이)는 “그러므로”이다. “謙德卑而不可越”(겸덕비이불가월)은 “겸양하는 덕은 낮지만 넘어설 수 없다”이다. “亢者亡”(항자망)은 “높다는 자는 망하다”이다. (亢오를항,목항,
<번역>
물은 스스로 낮아 점점 커진다. 산은 스스로 높아 점점 깎인다. 그러므로 겸양하는 덕은 낮지만 넘어설 수 없으며, 높다는 자는 망한다.
<논의>
앞에서는 물과 산의 관계를 설명하고, 뒤에서는 사람의 처신을 말했다. 물은 못난 사람이고, 산은 잘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를 낮추고 아래에서 살아가는 못난 사람은 겸양하는 덕이 있어 넘어설 수 없고, 높은 위치에 올라 잘났다는 사람은 자만 때문에 망한다고 했다.
물과 산, 사람뿐만 아니라, 존재하고 생멸하는 모든 것은 무엇이든지 낮은 것은 높고, 높은 것은 낮다. 극도에 이른 것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반대의 것으로 교체되는 원리를 일제히 보여주고 있다. 그 원리가 다른 무엇이 아닌 생극론(生克論)이다. (<우리 옛글의 놀라움>, 지식산업사, 38쪽 간추림)
<우리 옛글의 놀라움> 강독회
● 때: 화, 목 오전 10~12시
● 곳: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실(울산 중구 문화의거리 24, 3층)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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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58791097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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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연구자·화가·여행작가… ’80대 청춘' 조동일
국문학계 대표 원로의 ‘1인 4역’
유석재 기자
입력 2021.03.16 03:00 | 수정 2021.03.16 03:00
3년 전 경기 군포 조동일(82) 서울대 명예교수의 집을 찾았을 때, 그는 고교 시절 중단했다가 고희 무렵부터 다시 시작한 회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안 분위기는 어딘가 우울했다. 상처(喪妻)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혼자 살던 때였다.
최근 방문한 그의 집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인테리어가 싹 바뀌었을 뿐 아니라 집주인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신간 ‘우리 옛글의 놀라움’(지식산업사)에 대해 물어보자 목소리가 더 밝아졌다. “요즘 책을 너무 많이 내는 것 같아 속도 조절을 하기로 했습니다. 1년에 한 권씩만 아흔 살 때까지 쓰려고요. 이미 내년에 출간할 ‘국문학의 자각 확대’ 원고는 출판사에 보내 놨죠, 하하.”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가 경기 군포 자택 거실에서 유튜브 채널‘조동일 문화대학’에 올릴 동영상 강의를 촬영하고 있다. 그는“학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려고 유튜브에 직접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국문학계의 대표적 원로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인 그는 “내 창조력은 일생 동안 지금이 가장 왕성한 시기”라고 했다. 유튜버로 변신해 ‘조동일 문화대학’ 채널에서 2~3일에 한 번씩 강의 동영상을 올리고, 노거수(老巨樹) 개인전과 초대전까지 열었던 구아슈(불투명 수채 물감) 그림 작업도 계속하고 있다. 남프랑스 기행을 유튜브에 올리고 ‘충남 문화 찾아가기’ 책을 내는 등 여행작가로도 활동한다. 그러면서 본업인 국문학 연구의 길 역시 꾸준히 걷고 있다. “현직 교수로 있을 때는 이럴 틈이 없었는데…. 정년이 되니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주어지더라고요.”
새 저서 ‘우리 옛글의 놀라움’은 한문 공부에 도움이 될 짧고 깊은 옛글을 모아 친절하게 해설한 책이다. “한문을 사서삼경부터 시작하는 건 등산 초보자가 에베레스트에 올라가는 거나 마찬가지죠. 여기 이덕무가 쓴 글을 좀 보세요.” ‘쇠똥구리는 쇠똥 뭉치를 자기 나름대로 사랑하고, 검은 용의 여의주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문장에서 조 교수는 ‘어떤 고난이든 묵묵히 견디면서 끈덕지게 살아가는 인생’이란 의미를 적극적으로 읽어낸다.
‘80대 청춘’의 원천은 2년 전의 재혼이었다. 평소 가까이서 조 교수가 오랜 병간호로 심신이 지쳐 있는 걸 봐 왔던 18세 연하의 제자 이은숙씨였다. ‘누가 먼저 프러포즈를 했느냐’는 질문에 조 교수의 얼굴이 돌연 10대 소년처럼 붉어졌다. “인생을 한번 새로 시작해보자는 결심 끝에 청혼했더니 아내가 선뜻 응낙했어요.”
유튜브를 해 보라고 권유하고 동영상 제작을 도와준 사람도 아내였다. “많은 사람들이 책은 읽지도 않으면서 유튜브는 보더라고요. 하지만 그 수준을 보니 무식의 하향 평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았죠. 학문을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하려고 직접 뛰어들었습니다.” ‘모든 사람은 창조 주체로서의 권리가 있다’는 ‘창조주권론’과 문학사, 이슬람 문명 강의 등 지금까지 200건 가까이 동영상을 올렸다. “댓글 반응이 정말 즉각적이어서 놀랐습니다. 10분 이내 짧은 호흡에 밀도 있게 말을 해야겠다는 노하우도 생겼죠.”
조 교수는 요즘 아침 6시에 일어나자마자 아령체조를 하고, 연구·집필과 유튜브 녹화 등 ‘업무’에 몰두한다. 오후엔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한 뒤 다시 업무에 집중한다. 시간이 나는 대로 캔버스 앞에서 그림 작업도 한다. TV는 9시 뉴스 앞부분 10분만 시청한 뒤 10시에 잠드는 규칙적인 생활이다. 종종 부지런히 전국 구석구석 여행도 다닌다. 그는 “도로 젊어져 다시 한번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며 “활력이 남아있는 한 나는 여전히 청춘”이라고 말했다.
유석재 기자
문화부에서 학술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유석재 기자의 돌발史전'과 '뉴스 속의 한국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메일은 karma@chosun.com 입니다. 언제든지 제보 바랍니다.
원문 :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1/03/16/KM57O2AJ6RC7XILXOQ4MPRILTQ/?utm_source=daum&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daum-news
*서울대 총동창신문 2021.4.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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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옛 글에 새 길이 있다
첫댓글 유석재기자 화이팅!
안녕하세요 책 출간 소식알고 바로 구매 하였습니다. 좋은 글 강의 항상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