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밀양, 색계)
영화 ‘밀양(密陽)’은 이창동 감독이 2007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배우 전도연, 송강호가 주연으로 캐스팅 되었으며, 프랑스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으로 선정된 영화이다.
그러나...나는 이런 영화를 보고나서 답답했다.
영화 ‘밀양’은 마치 이해되지 않는 한편의 시를 읽는 것처럼 감독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던 메시지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그 전달되지 않은 메시지는 감독의 몫인가? 읽어내지 못한 나(관객)의 몫인가?
내가 영화를 보면서 그걸 알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보는 것이 바람직한가?
그러나 한 가지는 명확하다. 모든 관객이 나 같지는 않겠지! 누군가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겠지...
영화는 남편을 잃은 모자(母子)가 남편의 고향인 경남 밀양에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피아노 학원을 시작한 신애는 부동산을 통해 토지를 알아보는 둥 돈 많은 행세를 하며 그 동네 정착을 시도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돈을 목적으로 한 범인에 의해 아들이 유괴되어 살해된다. 그 분노는 하늘로 향했으며 신을 원망하고 부정하였으나, 주위의 도움으로 하느님을 믿게 되고 마음의 안정을 찾으며 결국 살해범까지도 용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살해범으로부터 자신도 하느님을 섬기면서 마음이 평온해 졌고, 하느님으로부터 이미 용서를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안정을 찾았던 그녀의 삶은 모든 것이 허사가 되어버린다. 용서의 주체가 자신이 되어야 하는데 신이 이미 용서를 해버렸으므로 그녀로써 할 수 있는 것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신에 대한 배신감에 파괴적인 삶으로 변하기 시작하며 결국, 자해까지 이르게 되는데...
삶에 대한 미련인지, 인간의 바탕에 깔린 생명에 대한 놓을 수 없는 끈이었는지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여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 정신병원의 치료를 받고 퇴원하면서 무엇인가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고자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다듬는데 공교롭게도 아들 살해범의 딸에게 머리가 맡겨졌고, 머리를 자르는 도중에 미용실을 뛰쳐나와 그동안 비워 있었던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이 영화의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에서 그 사람의 성향을 표출해 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밀양 : 은밀한(비밀) 빛.
신애 : 신에 대한 애정과 증오
종찬 : 신애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쫓는 종찬
신애를 통해 ‘인간’이 갖는 한계가 느껴졌다. 아들의 살해범을 용서해 보려하지만 그건 모성애에 대한 기만이다. 인간! 특히나 어머니가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닌 것이다. 퇴원 후 미용실에서 그 딸을 통해 다시 한 번 용서의 마음을 꺼내보지만 그것역시 되지 않는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는데 그렇게 스스로 자기를 어루만지고, 추스르고, 가다듬는 것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거울을 들어주는 종찬을 신애는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종찬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 할 말이 없다. 너무 많은 선을 넘어 이해의 폭을 넘어버렸다. “저럴 수도 있지” 하는 마음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강하지도...약하지도 않을 정도의 신애에 대한 종철의 지순함은 제목 ‘밀양’을 떠올리게 한다.
감상문을 작성 후 답답한 마음으로 ‘밀양’을 검색해 본다.
원작 ‘벌레 이야기’(작가 이청춘)를 찾아보고 나서야 감독의 의도가 다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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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색계’는 인간의 육체적 본능과 정신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왔다.
친일파의 핵심 간부 암살 계획에 여주인공‘치아즈’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일까?
아니다. 그녀의 혁명적 행동은 ‘위민’의 사랑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원래의 암살계획은 홍콩에서 재력가로 위장한 막부인과 남편이 ‘이’를 유인해 내면 위민과 친구들이 암살하는 계획이었는데 워낙 조심성이 강하고, 의심이 많은 ‘이’는 그 계획에 쉽게 말려들지 않는다. 그러나 사실 그들에게 절대적 기회가 찾아 왔었다. 이가 양복을 맞춘 후 막 부인을 집으로 바래 다 주던 때만큼 더 완벽한 상황이 있겠는가? 있을 수 없다.
아직 그들은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준비가 덜 되었던 것이다. 설사 적군이더라도!
갑자기 영화‘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건물 총격전이 벌어졌을 때 총을 쏘지 못했던 유약한 병사가 생각난다. 아군과 적군이 건물 안에서 일대일 육박전을 하고 있는데 아군이 칼에 찔리기 직전 적군을 쏘아 죽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그 신병은 쏘지 못했다... (그로인해 버티다 지친 아군의 심장으로 칼이 서~서~히 밀려들어 오던 그 느낌, 그 분노! 마치 내 심장으로 찔러 들어오는 듯 했다.)
그 완벽한 기회를 놓친 그들은 ‘이’가 막 부인에게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획을 수정한다. “색(色),계(計)” 지금 찾아보니 영화제목 “색,계”가 여자를 이용한 암살 계획인줄 알았는데.....계(戒) 경계할 ‘계’를 써서 ‘색’을 경계하라는 의미였다.
그렇게 수정된 계획으로 부합된 인물이 되기 위해서 막 부인은 ‘섹스’ 유경험자 이어야만 했다. 이를 위해 동료 중 누군가와 관계를 갖어야 하는데...그 상대는 그녀가 사랑했던 ‘위민’이 아니었다. 그 순간 그녀가 감당했어야 할 배신감! 그녀의 전부를 걸어었는데... 하지만 리더였던 위민 역시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본인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이다. 사랑도 관계도 이렇듯 기회를 놓치면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날아가 버린다.
그렇게 몸까지 망치며 준비를 하였는데... ‘이’가 홍콩을 떠난다고 한다. 전화기를 붙들고 어떻게든 임무를 완수하려던 막부인의 마지막 몸부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준비했던 그녀의 울분과 분노였다.
그렇게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그녀도 떠나버린다.
3년 후, 그녀는 다시 막 부인의 역할로 참여 하는데... 독립군에서는 장관이 된 ‘이’를 제거하기 위한 대안은 막 부인 뿐이라는 걸 알고 그녀를 찾아 헤맸던 것이다.
다시 막 부인으로 참여하게 된 ‘치아즈’는 비로써 스스로 독립군이 되어 ‘색(色)’ 작전에 참여하여 ‘이’를 유혹하고, 이 영화의 절대적 중요 ‘씬’인 섹스를 하게 된다.
이때부터 인간의 갈등이 시작된다,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이지만 몸이 마음대로 작동되지는 않는다. 잠재 된 육체적 본능은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면서 남과 여, 두 사람 모두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제목 색(色),계(戒)가 갖고 있는 “경계”의 의미가 비로써 와 닿았다.
색을 펴는 자 와 색을 받는 자, 그 양쪽 모두에게 해당되는 “경계‘의 의미였던 것이다. 감독은 알고 있었다. 육체적 본능의 무서운 힘을!
적(敵)과 적(敵)의 상태에서 생명을 건 극히 위험한 상황에 대한 경계를 함에도 불구
하고, 육체적 본능은 정신적 경계까지 허물어 버린 것이다.
여주인공 치아즈는 결국 양쪽(적과 아군) 모두를 안고 묵묵히 죽음을 선택한다.
그런데...남자는 마지막 순간에 삶을 선택한다.
그 남자의 마음은 아직 모르겠다.
이번 감상문 만큼 기록의 중요성이 크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막막했던 영화의 느낌이 줄거리를 회상하면서 작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 영화의 메시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나만의 생각으로 정리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시 알았다. 이 두 영화가 꽤 괜찮은 영화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