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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맷길 7코스는 총구간 22km로, 금정산성 동문을 기준으로 두 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상현에서 북문을 거쳐 동문까지 13km, 동문에서 남문을 거쳐 만덕고개를 넘어 성지곡까지 9.3km 구간이다. 비 내리고 청명한 날, 여름 금정산 능산길을 걸어 보았다. 애초 거리를 떠나 오르고 내려서는 그 품이 만만치 않아 온천장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절반만 가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걸어보자는 생각에 무작정 걸었다.
막상 걷다 보니 엄두가 나지 않던 마음도 지워지고 시나브로 능선을 오르내리며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무엇보다 주말이 아닌 평일에 혼자 걸었다는 것이 새로운 맛을 느끼게 했다. 주지하다시피 금정산은 주말이면 도심 부산의 산꾼들로 들끓는다. 길이란 길은 시내 번화가보다 더 붐빈다. 그 혼잡과 부산스러움을 말끔히 지운 평일 갈맷길 7코스는 고적하면서도 한가롭다 못해 막판에는 외로운 길이었다.
들머리를 팔송에서 시작한다. 이 길은 범어사 옛길로서 ‘명상과 함께하는 금정산 갈맷길’을 비롯해 ‘부산 사포지향 갈맷길 2백리’ 세 번째 구간이다. 경동아파트 뒤편 성불사 입구에서 금어동천길로 들어선다. 흰빛 수피의 서어나무들이 계명봉 비탈 가득 들어서 있다. 이 코스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해 다룬 적이 있어(2011년 8월호 ‘우중의 금어동천(金魚洞天)은 별천지 같았다’ 참조) 노정만 밝힌다.
길은 범어사 순환도로를 지척에 두고 나란히 범어사로 향한다. 순환도로 가장자리에는 관할 구청이 목재 데크를 깔았다. 열이면 아홉, 한마디씩 한다. 곧 예산낭비라는 지적이다. 어찌보면 지나친 친절일 수도 있고, 도로를 이용해서 범어사로 가는 이들을 위한 배려인지도 모르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글쎄’라며 못마땅해한다.
아무튼 지장암~금어동천~비석골~범어사 입구로 연결되는데 불과 2km 남짓하다. 허나 둘레길의 지위로서는 전국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없다. 범어사 입구에서 어산교를 건너 절집 옆으로 난 길을 비스듬히 오르면 본격적인 산길이 시작되는 휴휴정사 앞이다. 숲의 주인들이 하마 가지를 펼쳐 그늘이 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