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어(卵生魚)의 번식 전략
Egg Bearers
Text by David Behrens / Photos by Kevin Lee 글 데이비드 베렌스 / 사진 케빈 리 / 번역 편집부
어류와 무척추동물의 모든 종은 산호초란 경쟁이 심한 환 경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번식 전략을 개발했 다. 다양한 종들의 번식 전략은 천차만별이나, 아주 가까 운 종들의 번식 방법은 상당히 비슷하다. 해양생물의 번식 방법을 분류하기란 꽤 복잡할 수 있는 데, 수천 종들 사이에서 관찰되는 미묘한 차이를 모두 식 별하고 종들 간의 진화 관계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글에서는 해양생물의 다양한 번식 방법, 특히 그들이 알을 간수하는 전략을 소개한다. 또한 각각의 번식 방법 의 성공적인 수정 측면과, 궁극적으로는 종의 번식 성공 에 필요한 에너지 측면에서 생태학적으로 던지는 시사점 도 살펴본다
알을 두고 가는 종의 흥미로운 예가 오징어다. 큰 알 다발들이 들 어 있는 알 덩어리를 바닥에 두고 수컷과 암컷은 모두 새끼가 포식에 도 살아남으리란 희망 속에 죽어간다. 알을 혼자 살아가게 내버려두 는 모든 종의 공통적인 특성은 한번에 산란하는 알의 수가 많다는 것 이다. 이 경우에 알 덩어리에는 수천 개는 아니더라도 수백 개의 알이 들어 있다. 보호받지 못한 채 내버려지는 알의 수가 많아야 하는 이 유는 성체 한 쌍당 최소한 새끼 두 마리는 성어로 생존시켜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다.
알을 둥지에 낳고 지키는 종들의 예로는 문어, 쥐노래밋과 어류 (lingcod)와 같은 물고기 등이 있다. 문어에서는 수컷이 정자 덩이 (sperm packet)를 특수한 팔로 암컷으로 넘겨주어 수정이 일어난 후 암컷이 알을 틈, 동굴 또는 기타 자신을 보호할 만한 장소에 낳는다. 암컷은 알이 부화될 때까지 둥지에게 알을 지킨다. 종들에 따라 몇 주 가 걸릴 수도 있는 이 기간 동안 암컷은 전혀 먹지 않고 둥지를 떠나 지 않는다. 알이 부화되면 자신이 할 일은 끝나 암컷은 죽는다. 쥐노래밋과 어류는 둥지 곁에서 크고 무시무시한 턱과 이빨로 둥지를 지킨다. 다만 문어와는 달리 알이 부화된 후에도 살아 다음 해 다시 둥지를 튼다. 물론 자연에서는 우리가 분류하는 좁은 범주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 는 예외와 변이가 늘 있다. 그러나 분류를 하면 유사성 및 관계의 구 조가 형성되어 자연계를 이해하고 연구하기가 보다 수월해진다. 이번 글의 대분류인 난생어(egg-bearer)는 앞에서 소개하였듯이 여러 가 지 번식 방법을 보인다. 그러한 예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태생어는 난생어에서 극단적인 경우인데, 암컷이 체내수정을 거쳐 알에 서 부화한 새끼를 독립생활이 가능할 때까지 뱃속에서 키우기 때문이 다. 이러한 태생어에는 망상어(surfperch), 일부 상어 및 가오리 등이
있다. 이들 종에서 알은 교미를 통해 수정된다. 난생어에서 또 다른 극단적인 경우는 대량 산란(broadcast spawning)이다. 이 경우에 알 과 정자는 아무렇게나(하지만 동시에) 수중으로 방출되는데, 알이 정 자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리란 기대가 깔려 있다. 태생어는 여러 가지 발전된 체내 해부학적 메커니즘을 개발해 어미의 유사 자궁 내에서 새끼의 아가미가 발달할 수 있다. 그래서 어미의 뱃 속에서 나오자마자 새끼는 아가미로 호흡하고 먹이생활을 하는 성어 로 손색이 없다.
어류 가운데 입속에 알을 품는 종은 흥미롭다. 이러한 어 류에는 후악치과 어류(jawfish), 동갈돔과의 카디날피시 (cardinal fish) 등이 있다. 입속은 새끼를 보호하기에 매우 안전한 장소인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성체가 식사할 시간 이 되었을 때 닥치는 어려움을 상상해보라. 새끼를 삼킬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한다.
주머니에 알을 품는 종으로는 해마과(Sygnathidae) 의 해마 및 실고기(pipefish)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체 외에서 알을 품는 종으로 여겨진다. 왜냐하면 대부분 의 경우에 알이 수정된 후 암컷은 수컷에게 알을 넘기 는데, 수컷은 몸에 있는 특수한 주머니 또는 강 속에 서 알을 품기 때문이다.
주머니에 알을 품는 것은 알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여러 가 지 형태를 띨 수 있다. 수컷 바다대벌레(skeleton shrimp, 학명 caprellids)와 모든 암컷 새우는 발달 중인 알을 배에 있는 주머니 에 품는다. 새우의 주머니는 배 밑에서 배다리(pleopod)가 자리하는 부위에 있다. 배다리는 변형된 부속지(appendage)로 유영각(游泳 脚, swimmeret)이라고 하며 헤엄치는 데 쓰인다. 알들은 짧은 강모 (seta, 센털)가 나 있는 배다리에 고정되어 있다. 암컷 바다대벌레는 수정 후 알들을 수컷의 배에 놓는다. 그러면 수컷 은 일시적으로 주머니를 형성하는 물질을 분비하고 이렇게 생성된 주 머니는 부란각(負卵脚, oviger; 알 덩어리를 붙여놓는 다리)이란 짧은 부속지에 의해 배에 고정된다. 새끼는 부화 후 수개월 동안 수컷에게 매달린 채로 생활한다.(이 흥미로운 종에 관해서는 「격월간 스쿠바다 이버」 2013년 5/6월호에 기고한 글을 참조한다.)
새우처럼 암컷 게도 스펀지 같은 큰 수정란 덩어리를 배 덮개와 몸 사 이에 품는다. 알들은 배다리에 부착되어 있어 ‘베리 열매가 줄줄이 달 린’ 모습이다. 알들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암컷 게는 배다리 를 계속해서 놀려 알들 위로 물을 끊임없이 흘려보낸다. 게와 새우의 알이 부화되면 새끼는 해류를 타고 플랑크톤으로 표류 한다. 나는 자신의 외투막 주름(cerata) 사이사이에 알을 품는 나새류의 경 우 어떤 분류 명을 부여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종은 알을 실재로 품 거나 보호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나, 그 행동이 궁금해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은 특수한 번식 방법들의 생태학적 중요성은, 새끼를 보호 할 능력이 높을수록 종의 생존에 필요한 알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종의 보존을 위해 필요한 알의 수를 ‘산란수(fecundity)’라고 한다. 자신의 알과 정자가 서로를 찾아 수정을 이루리란 기대 속에 그것들 을 수중으로 분포시키는 종들은 산란수가 매우 많아 알이 수백만 개, 정자가 수십억 개로 방출된다. 그렇게 방출된 정자와 알이 산호초에 서 더 멀리 표류할수록 수중에서 서로 만날 확률은 점점 줄어든다.
구슬우렁이(moon snail)와 같은 일부 복족류는 난 생어는 아니지만 자신의 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구 조물을 짓는다. 구슬우렁이는 큰 원형 리본 형태로 알들을 낳으면서 알들을 바닥에 있는 모래와 섞는 다. 그렇게 지어진 ‘바위만큼 단단한’ 나선형 구조물 은 침식과 포식을 막는다. 이 나선형 구조물은 너무 강해 모든 알이 부화되어 새끼가 떠난 후에도 온전 한 상태를 유지한다.
앞의 예에서 보았듯 알을 안전하게 보호할 능력이 높을수록 산 란수는 줄어든다. 주머니에 알을 품는 종들의 산란수는 산란기 당 알이 단지 약 100개일 수 있다. 산란수가 가장 적은 종들은 태생어에서 관찰되는데, 예를 들어 상어와 망상어에서는 소수에 불과하고 일부 경우에는 단 2마리의 새끼가 혼자 살아나갈 준비 가 된 채 태어난다. 왜 이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할까? 독자들이 이렇게 묻는다면 좋은 질문이고 그 대답은 바로 ‘에너지’다. 알과 정자를 생성하고 그것 들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엄청나고 각각의 생물 개체에 게 큰 대가를 요한다. 이러한 에너지는 한 종이 자신의 먹이에서 얻어야 하는 에너지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며, 이는 자신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을 위해 필요한 수준 이상이다. 종의 보존을 위해 필요한 알의 수가 적을수록 요구되는 에너지도 적어진다. 이번 글에서 살펴본 번식 방법들은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된 고 등 전략으로, 에너지를 쓸데없이 종의 생존에 사용할 필요성을 피하기 위해 개발됐다. 아마도 우리 인간도 여기서 배울 교훈이 있을 것이다.
출처
http://www.sdm.kr/bbs/board.php?bo_table=magazine_view&page=3&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