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 절름발이 대장장이 ***
그 노랫소리는 여자의 음성으로, 나이는 적지 않은 것 같았으나 곡
조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것이었다.
"자, 외할머니께 가자 ! 외할머니는 나를 귀여워하시니, 사탕 하나
과자 하나, 먹고 나면 또 하나 주신다."
노랫소리는 즐거움이 충만해 이막수의 비절한 가락이 즉시 방해를
받았다. 그녀는 노래를 부르며 점차 다가와서 몇 번 도는가 싶더니 이
내 대문으로 들어왔다. 흐트러진 머리에 지저분한 옷을 걸친 중년의
여자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무엇이 좋은지 히히, 바보처럼 웃고 있
는 그녀의 손에는 불쏘시개용 화차(火叉)가 들려 있었다.
이막수는 그녀의 행색을 살피며 속으로 생각했다.
(어찌 이처럼 가볍게 토진을 돌아서 대문으로 들어올 수 있단 말인
가 ? 그녀가 이 세 명과 한패가 아니라면 기문둔갑술에 정통한 사람
이란 말인가 !)
정영은 그녀를 보고 크게 기빠했다.
"사자(師姉), 이 사람이 우리를 해치려고 해요. 빨리 우리를 도와
줘요."
이 여자가 바로 미친 곡(曲)소저였다. 그녀는 사실 정영보다 후배였
으나 나이가 많아서 정영은 그녀를 언니라고 불렀다.
그녀는 박수를 치면서 계속 노래를 불렀다.
때로는 <하늘에는 한 개의 별, 땅에는 고독>, 때로는 <뾰족한 탑이
하늘을 찌른다>...... 한 곡 한 곡씩 부르며, 어떤 때에는 가사도 틀
려서 이것저것이 뒤죽박죽되기도 했다. 이막수는 슬픈 곡으로 그녀를
제압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녀는 곡소저가 워낙 멍청하여 결코 근심이
없고 그녀의 슬픈 곡이 곡소저의 엉망인 곡과 상대하다 보면 오히려
양과의 패거리조차도 제압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매우 화가 났다.
(우선 이 여자부터 처치해야겠군 !)
노랫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막수는 불진을 휘둘렀다.
그때 황약사는 한때의 실수로 제자 곡령풍(曲靈風)의 목숨을 적에게
잃어버리게 되자, 크게 후회해 곡령풍의 딸인 그녀를 데려다가 온 정
성을 다해서 그의 기술울 전수해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아버지
가 죽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아서 머리가 이상해지고 말았다. 황약
사는 그녀를 치료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으나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
는 어쩔 수가 없었다. 황약사의 문무를 어느 정도 배우기는 커녕, 그
녀는 몇 개의 글자, 얼마간의 낮은 공부도 배우기 어려웠다. 그러나
10여 년 간 이 멍청한 여자는 훌륭한 스승 밑에서 지도를 박아 마침내
장법과, 차법(叉法)은 익혀 놨다. 사실 그것들은 겨우 세 동각으로 이
루어져 있었다. 황약사는 그녀가 특별히 기묘한 동작은 결코 기억하지
못할것이라 생각하고 머리를 짜서 세 동작의 장법과 차법을 그녀를 위
해서 새롭게 만들어 냈다. 변화가 없는 이 여섯 동작의 위력은 모두
힘이 있었다. 보통 무예를 연습하면 적게는 수십 동작에서 많게는 천
의 동작까지 이르는 변화가 있는데 이 멍청한 여자는 단지 여섯 동작
만을 연습해, 날로 익숙해져 동작이 비록 적지만 가볍게 볼 수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때 그녀가 초가 앞에 있는 흙더미를 쉽게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오랫동안 도화도에 살아서 정영이 펼쳐 은 것이 모두 도화도
에서 배운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녀는 봐도 보지 못
하여 자연히 아무것도 없으리라 생각하고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다.
그때 이막수가 불진을 휘두르자 그녀는 화차로 이막수의 가슴을 찔
렀다. 이막수는 이 화차가 공기를 가르는 동작이 매우 민첩함을 보고
는 크게 놀랐다.
(이 여자의 무공이 이처럼 깊다니......)
이막수는 급히 왼쪽으로 돌면서 불진을 곡소저의 목 쪽으로 휘돌렀
다. 이 멍청한 여자는 적의 동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채 화차를 계속
찔렀다. 이막수의 불진이 회전하면서 화차의 머리를 휘감았다. 그녀는
그것을 보지 못한 듯 여전히 화차를 앞으로 찔렀다. 이막수는 급히 힘
을 주어 불진을 당겼으나 화차는 꼼짝 하지 않고 순식간에 자기의 가
슴을 찌르려 했다. 비록 이막수의 무공이 높다고 하지만, 이때는 너무
나 다급해서 도전칠성보(倒轉七星步)를 이용해 일단 벽 사이의 뚫어진
고멍으로 몸을 움직여 이 번개 같은 일격을 피했으나, 그녀는 놀라서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었다.
이막수는 정신을 가다듬고 즉시 안으로 뛰어들어 반공 중에서 불진
을 휘두르며 떨어졌다. 멍청한 여자는 수많은 변화에도 전혀 요동하지
않고 여전히 화차를 찔러 댔다. 상대방이 뛰어오르자 이 화차는 적의
아랫배를 겨냥하였다. 이막수는 반격이 매우 맹렬함을 느끼고는 불진
을 휘둘러 화차를 막은 뒤, 이 틈을 이용해 도망쳐서 멍청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방금 공격한 세 동작은, 매 동작이 모두 상당한 변화와 기술
이 있어서 무림의 어느 고수도 감히 우습게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
는 단 한 자루의 화차를 가지고 나의 예순 셋의 변화를 모두 무용지물
로 만둘었다. 아무래도 그녀의 무공은 예측할 수가 없구나. 빨리 달아
나는 게 좋겠다.)
이 멍청한 여자는 세 갈래의 화차와 한 가지 동작의 차법으로 마침
녀 이 무서운 여마두로 하여금 놀라서 도망치게 했으니 도화도주의 진
면목을 충분히 과시해 준 셈이었다.
이막수가 몸을 돌려 막 벽 사이로 뚫어진 구멍을 통해서 뛰어나가려
는 순간, 푸른 옷에 장발을 한 사람이 그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
다. 그가 바로 아까 그녀의 수중에서 정영을 구해 낸 도화도주 황약사
였다. 그는 탁자에 기대어 앉아 있었는데 작은 탁자에는 정영이 조름
전까지 연주하던 거문고가 놓여 있었다. 이막수는 싸움을 할 때 눈으
로 육로(六路)를 보며 귀로는 팔방을 들었으나, 황약사가 방으로 들어
와서 거문고를 만지고, 자리에 앉고 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만
약 그가 뒤에서 몰래 공격했다면 그녀의 생명은 어찌 되었겠는가 !
이막수는 멍청한 여자와 싸울 때 양과나 정영 등이 이에 가세할까
봐 두려워서 입으로 슬픈 소리를 계속 중얼거려 그들 세 사람의 정신
이 매우 편안하지 못하게 했었다. 그때 황약사가 조용히 앉아서 거문
고를 타는 것을 보고 크게 놀라서 노래가 잠시 멈춰졌다.
황약사는 거문고를 타면서 큰소리로 노래 불렀다.
"정이란 무엇이길래 생사를 가름하느뇨 ?"
이막수가 부르던 노래와 같은 것이었다. 거문고에는 단지 <우현(羽
弦)>만이 남아 있었으나 그는 이것만으로도 궁상각치우(宮商角緻羽)
등 모든 음률을 낼 수 있었으며, 거문고의 비절한 음률은 이막수의 노
래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 곡은 이막수가 잘 부르는 것으로, 황약사가 곡조를 바꾸자 그녀
는 양과 등에 비하여 열 배 이상이나 감동을 받았다. 황약사는 그녀가
좋지 못한 일을 많이 한 것을 알고는 오늘 이 기회를 이용해 그녀를
제거하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그는 일찌기 옥퉁소로 구양봉의 철쟁(鐵
爭)과 홍칠공의 휘파람소리와 대결하여 우열을 가늠하지 못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미 지나갔고, 힘도 없고 나이가 들면서 쇠약해졌지
만, 내공은 점점 깊어졌으니 감히 이막수가 어찌 당해 낵 수 있겠는가
? 그녀는 잠시만에 감동해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
다.
황약사의 거문고와 노래가 서로 어울리며 돌연 즐거워지고, 돌연 슬
퍼지며, 갑자기 격앙되기도 하고, 낮게 가라앉기도 하는 등 순식간에
여러 번을 변하자 이막수도 이에 따라서 흥분하더니 곡이 끝나자 마침
내 발광했다.
바로 이때 멍청이 여자가 고개를 돌려서 돌연 양과를 쳐다보자 촛불
에 비친 그의 모습이 완전히 그의 아버지인 양강처럼 보였다. 그녀는
귀신을 가장 무서워하였고, 그날 양강이 독에 중독되어 죽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되어 잊지 못하고 있던 터에 양과를 보모는 묵묵
히 앉아 있던 자리를 박차고 갑자기 일어서서는 그를 가리켰다.
"양......, 양형제 나를 해치지 말아요. 나......, 나는 결코 당신
을 해치지 않았어요...... 가서......, 다른 사람을 찾아요."
황약사는 그 멍청이 여자가 옆에서 이처럼 소란피우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때 마지막 거문고 줄이 끊어졌다. 그녀는 스승의 뒤에 숨었
다.
"귀...... 귀......, 할아버지 ! 양형제의 귀신이 나타났어요."
이막수는 이 틈을 이용하여 급히 불진을 휘둘러서 촛불을 끄고 벽
사이의 뚫린 구멍으로 빠져나갔다. 황약사는이막수를 처리하지 못하
고 그녀를 도망치게 했으나, 지금 상황에서는 그녀를 쫓아갈 수도 없
었다. 방안이 어둡자 이 멍청한 여자는 더욱 겁을 먹고 소리쳤다.
"나쁜 귀신이에요. 할아버지 ! 귀신을 혼내 주세요 !"
황약사는 오히려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정영은 다시 촛불을 밝히고
따에 엎드려 사부에게 예를 올렸다. 그리고 일어나서 양과, 육무쌍 두
사람의 내력을 설명했다.
"내 손녀이고 제자인 멍청한 아이가 너를 너의 아버지로 잘못 알았
구나. 너는 과연 너의 아버지와 매우 닮았구나."
황약사의 이 말을 듣고 양과는 침대에서 허리를 구부려 머리를 조아
렸다.
"제가 몸에 상처가 있어서 따에 엎드리지 못함을 용서하십시오."
네가 생명을 돌보지 않고 내 딸과 외손녀를 구해 주었다니 참 고마
운 소년이로구나."
그는 이미 황용을 만나서 모든 이야기를 들었고, 정영이 그를 구하
여 데리고 갔다는 말을 듣고 이 바보 여자와 함께 찾아온 것이었다.
황약사는 상처를 치료하는 영약을 꺼내 양과에게 먹이고, 내공을 이
용하여 그를 이곳저곳 안마해 주었다. 양과는 그의 손이 미치는 곳마
다 불같은 통증을 느끼면서 어느 새 자신도 모르게 몸속에서 항력이
생겨남을 느꼈다. 황약사는 갑자기 그의 근육이 떨리며 이어서 양과의
경맥이 이상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는 손에 더욱 힘을 가해 얼마 동
안 계속 눌렀다. 양과는 사지가 편해옴을 느끼면서 천천히 잠에 빠졌
다.
다음날 아침 양과가 눈을 떴을 때 황약사가 침대 앞에 앉아 있는 것
을 보고 그는 얼른 일어나서 예를 올렸다.
"너는 내가 강호에서 누구라고 불리는지 알고 있느냐 ?"
"도화도주라 하지 않는지요 !"
"그것 말고는 ?"
양과는 <동사(東邪)>라는 말을 내뱉기 매우 곤란하다고 느꼈으나,
생각을 바꾸어 그의 별명에 이미 <사(邪)>자가 있으므로 다른 사람과
다르게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대담하게 외쳤다.
"당신은 동사 !"
황약사는 하하, 크게 웃었다.
"맞다 ! 일찌기 너의 무공이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생각도 대담하
고 너의 행동 또한 괴상하겠구나. 너의 사부를 신부로 삼으려 한다는
데, 그 말이 정말이냐 ?"
"네. 어르신네들이 안 된다고 하지만 죽는 한이 있어도 그녀에게 장
가들겠어요."
황약사는 이 몇 마디의 말 속에 단하한 결심이 있는 것을 알고는 아
무 말 없이 그를 쳐다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서 하늘을 보며 크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에 지붕의 볏짚이 들썩 거렸다.
"무엇이 그리도 우습단 말씀입니까 ? 나는 당신의 별명이 동사라는
것을 알고 있어 보통 사람과 다른 고견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처럼 세
속의 사람과 조금도 틀리지 않을 줄은 몰랐어요."
"좋다. 좋아 !"
<좋다>는 말을 몇 번 하고 황약사는 방을 나갔다. 양과는 화가 나서
거친 동작으로 자리에 앉았다.
(내 말이 그분에게 혹시 실례가 되었나 ? 그렇다면 어째서 화난 기
색이 없었지 ?)
황약사는 일생 동안 천하를 떠돌며 당시 중요시하던 예교세속(禮敎
世俗)에 대해서 항시 증오했으며, 행동이나 말씨는 언제나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은 적이 없어서 <사>자의 별명을 얻게 되었다. 또한 그와
어울리는 사람도 적어 그는 평생 절친한 친구가 없었으며, 비록 딸과
사위가 있었으나 진정으로 그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사위인 곽정은
단정하고 예의가 밝아서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뜻밖에도
말년에 양과를 만난 것이다. 일전 영웅 대연에서 양과의 모든 행동을
이미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알고 있었으며, 황용을 통해서도 이 소년의
사람됨을 들은 서라, 그와 몇 마디 나누지 않았으나 크게 의기가 상통
하는 바가 있었다.
이날 저녁 황약사는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과야 ! 스승을 때리고 전진교를 뛰쳐나온 것은 나쁜 일이었다. 네
가 다시 고묘파를 버리고 나를 사부로 받드는 것만큼이나 그것은 잘못
한 일이다."
"어째서요 ?"
"네가 우선 소용녀를 스승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녀를 신부로 맞이
한다면 이 어찌 바른 행동이겠느냐 ?"
"스승과 제자가 서로 결혼하지 못한다는 규칙은 도대체 누가 정해
놓은 것입니까 ? 그녀는 이미나의 스승이고, 그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그녀를 신부로 삼겠습니다."
황약사는 박수를 치면서 웃었다.
"좋다 ! 너의 그런 생각은 나보다 한 수가 높구나."
그는 손을 뻗어서 양과의 상처를 안마해 주며 한숨을 쉬었다.
"나는 원래 나의 기술을 모두 물려주어 속세의 모든 사람들에게 황
노사(黃老邪) 다음에 다시 양소사(楊小邪)가 있음을 알리려했는데 네
가 내 제자가 되지 않으려 하니 어쩔 수가 없구나."
"반드시 제자가 아니더라도 능히 당신의 사명(邪名)을 세상에 전해
서 떨칠 수 있습니다. 만약 제가 어리고 무예가 일천해 싫으시다면 우
리는 친구로 사귀고, 그렇지 않으면 형제의 결의를 맺는게 어떨지요
?"
"이 어린 놈이 대담하기 짝이 없구나. 나는 주백통(周伯通)이 아닌
데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이냐 ?"
"주백통이 누구인데요 ?"
황약사는 즉시 주백통의 사람됨됨이를 간략하게 이야기해 주고, 어
떻게 해서 그와 곽정이 금란형제의 결의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말
해 주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이야기를 하다가 크게 의기가 투합해졌다.
"지기(知己)를 만나면 천 잔의 술도 너무 적고, 반 마디의 말도 너
무 많은 법 !"
양과는 말 솜씨가 좋고 성질이 황약사와 매우 비슷해서 말이 오고가
는 사이에 그들은 마치 오래 된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 시간 가는 줄
을 몰랐다. 황약사는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마음속으로 이미 나
이를 잊고 양과를 사귀었으며, 마침내 그날 저녁 정영에게 양과의 방
에 침대를 하나 더 놓으라고 한 뒤 두 사람은 침대를 나란히 하여 이
야기를 나누었다.
며칠이 지나자 양과의 상처는 거의 치료되었고 그와 황약사는 마치
물과 고기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되었다. 황약사는 원래 그 멍청이
여자를 데리고 남하하려 했었으나 이제 와서는 남쪽으로 떠나는 일에
대해서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 정영과 육무쌍은 그들 늙은이와
어린 소년이 대낮에 술동이를 놓고 함께 마시며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웅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늙은이는
존경할 만한 이유가 없고 어린 소년은 기탄이 없음을 알았다. 원래 학
문의 수준으로 말하자면 양과는 황약사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였으나
황약사가 뭐라고 말을하면 그는 그의 마음에 맞게 찬성을 하고, 다시
몇 마디 은 점을 말하여 황약사로 하여금 그를 평생 제일의 친구로
생갈하게끔 했다.
근래 들어 양과는 황약사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 이외에 항상 그 멍
청한 여자가 그날 저녁 자기를 잘못 보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당신을 해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을 찾아가요 !"
양과는 그녀가 필시 자기 아버지를 누가 죽였는지 알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숨기며 말하지 않는 진상을 이 멍청한 여자의 입을 통해서
알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양과가 말했다.
"이봐요. 할 말이 좀 있는데......"
그녀는 그의 모습이 양강을 너무도 닮아서 항상 겁을 내어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와 함께 안 놀아."
"나는 변신술을 할 수 있어. 자, 어디 한번 볼래 ?"
"사람을 속이지 마. 난 보지 않을래."
라고 말하며 그녀는 두 눈을 감았다. 양과는 갑자기 물구나무를 서
서 거꾸로 그녀에게 갔다.
"어서 보라니까 !"
그는 구양봉이 전수해 준 무공으로 거꾸로 서서 앞으로 총총 뛰었
다. 그녀는 눈을 뜨고 그 모양을 보고는 기뻐서 박수를 치며 뒤따라갔
다.
양과는 계속 앞으로 가서 수풀이 우거진 곳에 도달했다. 이곳은 초
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었다. 문득 양과는 몸을 똑바로 세우고 말했
다.
"우리 술래잡기 안 할래 ? 그래서 진 사람은 벌을 받기로 하자 !"
그녀는 요 몇 년간 황약사를 따라다니느라, 누구도 그녀에게 함께
놀자고 하지 않았었다. 양과가 이 말을 하자 그녀는 매우 기뻐했다.
그녀는 계속해서 박수를 치며 양과의 마음이 변할까 봐 두려워했다.
"아, 좋아, 좋아 ! 양형제 그 벌이 뭔데 ?"
그녀는 양과의 아버지를 형제라 호칭했으므로, 그에게도 형제라 불
렀다.
양과는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두 눈을 가렸다.
"자, 이제 나를 잡아라. 만약 내가 잡히면 네가 무엇을 물어 보든지
조금도 숨기지 않고 모두 대답하는 거다. 그러나 잡지 못하면 내가 너
에게 물어 보고, 너는 대답해야 돼."
"좋아 !"
"나 여기 있어. 빨리 나를 잡아 봐 !"
멍청한 여자는 두 팔을 벌리고 그를 뒤쫓았다. 양과는 고묘파의 경
공을 단련했기 때문에 이때에는 그 경공술이 매우 뛰어나서 설사 그녀
의 눈이 가리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가 결코 그를 잡지 못했을 것
이다. 이리저리 쫓다가 나뭇가지에 부딪쳐 이마에 혹이 생기자 그녀는
통증을 느껴 소리를 질렀다.
양과는 그녀의 흥이 사라질까 두려워서 일부러 걸음을 늦추고 가볍
게 기침을 했다. 그녀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그의 등을 잡았다.
"야아, 잡았다, 잡았어 !"
눈을 가렸던 수건늘 풀며 그녀는 매우 기뻐했다.
"자, 내가 졌다. 무엇이든 물어 봐 !"
이것은 그녀에게 꽤 어려운 문제였다. 그녀는 양과늘 쳐다보며 무엇
을 물어보면 좋을지 몰라서 한참을 망설였다.
"음. 밥은 먹었니 ?"
양과는 그녀가 한참이나 생각하는 것을 보았으나 질문이 이처럼 단
순하자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으나 꾹 참으면서 정직하게 대답했다.
"이미 먹었어."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다.
"너 이제 물어 볼 말이 없니 ?"
"없어. 다시 시작하자."
"자, 이번에는 내가 너를 잡는다."
그녀는 이마의 혹늘 어루만졌다.
"이번에는 네가 나를 잡아."
그녀는 돌연 똑똑하게 말하고는 수건으로 양과의 눈을 가렸다.
그녀가 비록 멍청했으나 경공을 할 수 있었으니 눈을 가린 양과가
어찌 그녀를 잡 수 있겠는가 ! 그는 몇 번을 뛰다가 슬며시 손늘
뻗어 수건의 한 끝을 찢어서 그녀가 오른쪽 나무 뒤에 숨는 것을 보고
는 슬그머니 왼쪽을 더듬었다.
"어디 있니 ? 어디 있어 ?"
갑자기 양과는 몸을 돌려서 그녀의 손목을 잡고 왼손으로 수건을 잡
아 풀어 재빨리 품속에 넣고 그녀가 수건이 찢어진 것을 보지 못하게
했다.
"이번에는 내가 이겼으니 너에게 묻겠다."
"난 밥 먹었어."
"나는 그걸 묻지 않았어. 우리 아버지를 너는 알지 ?"
이렇게 말하는 양과의 얼굴은 이미 굳어졌다.
"네 아버지가 누군데 ? 나는 몰라."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 있잖아 ?"
"아, 양형제 !"
"그 양형제가 죽는 모습을 넌 보았지 ?"
"그래. 한밤중에 그 묘에서 많은 까마귀가 울부짖었지 !"
그녀는 까마귀의 울음소리를 흉내냈다. 숲속은 원래 나뭇가지들이
해를 가려서 음침했는데 그녀가 까마귀 소리를 내자 더욱 음산해졌다.
양과는 몸을 떨었다.
"양형제는 어떻게 죽었는데 ?"
"고모는 날 보고 말해라 하고 양형제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가
고모를 한 번 치고 크게 웃기 시작했어. 하하......, 허허 !"
그녀는 힘을 다해 양강이 죽을 당시의 웃음소리를 흉내내다가 자기
도 모르게 무서워져서 갑자기 얼굴에 놀란 빛이 역력했다. 양과는 그
이름이 애매하여 다시 물었다.
"고모가 누구니 ?"
"고모가 고모지, 누구긴 누구야 ?"
양과는 생부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이제서야 풀린다는 것을 알고는
가슴에 뜨거운 피가 용솟음쳤다. 막 다시 물으려고 하자 갑자기 뒤에
서 말소리가 들렸다.
"너ㅓ희들 여기서 뭘 하는 게냐 ?"
왕약사의 음성이었다.
"여기서 술래잡기를 하고 있어요. 그가 나에게 놀자고 했지 내가 그
랬던 게 아니에요. 나를 욕하지 마세요."
황약사는 가볍게 웃으면서 양과를 바라보고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
었다. 마치 그의 마음을 간파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양과는 가슴이 뛰면서 몇 마디 거짓말을 해 속이려 했으나 갑자기
숲속에서 정영이 육무쌍의 손을 잡고 달려왔다.
"사부님 ! 사부님의 예측이 맞았어요. 그녀가 과연 여기에 있어
요."
라며 정영이 서쪽 산 뒤를 가리켰다.
"누가 ?"
"이막수 !"
양과는 크게 놀라며 그녀가 어떻게 이처럼 대담한지 모른다고 생각
했다. 양과는 황약사를 쳐다보며 그의 분부를 기다렸다. 황약사는 웃
었다.
"우리 어디 한번 가서 볼까."
모두들 그와 함께 가자 아무런 두려움이 없었다.
정영은 양과가 석연해 하지 않는 것을 보고는 낮게 말했다.
"사부께서, 이막수가 그날 저녁 초가에 볼 일이 있어서 왔으나, 실
패하고는 부끄러워 다시 올 것이라 말씀하셨어요."
양과는 사정을 알고는 크게 놀랐다.
"그 때문에 그녀가 겁도 없이 이 부근에서 지키고 있었군. 그러다가
기회를 엿보아서 우리 세 명의 목숨을 빼앗으려 했군요. 만약 황도주
께서 그것을 알지 못했다면 우리는 그녀가 일찌감치 멀리 가버린 것으
로 알고는 방비를 소홀히 하다가 그녀의 독수를 면할 수 없을 뻔했군요."
정영은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원래 총명하다고 자부했지만 황도주와 비교하면 아직 멀었다."
라며 육무쌍이 끼여들었다.
"나는 바보요 멍청이니 이 멍청한 여자와 잘 어울리지 ?"
말을 하면서 다섯 사람은 이미 산을 돌았다. 과연 큰나무 맡에 아주
조그맣고 초라한 초가가 있었는데, 굳게 닫혀 있는 사립문에 한 장의
백지가 붙어 있었다. 그 백지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 있었다.
<도화도주는 제제가 많아서 다섯으로 적 하나를 상대하니 강호에 웃
음거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
황약사는 웃으면서 땅에서 2개의 조그만 돌을 집어서는 모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퉁기자 2개의 돌은 재빨리 날아가서 10여 보 앞에 있는
창문에 맞아 문이 열렸다. 양과는 도화도에 있을 때 일찌기 곽부로부
터 외할아버지에게 손가락 퉁기는 신통한 기술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
지만 오늘 직접 보니 더욱 훌륭해서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창문이 열리자 손에 불진을 쥔 이막수가 두 눈을 조용히 감고 준엄
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방안에는 그녀 혼자만 있고 홍릉파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양과가 잠시 생각해 보고는 그 이유를 알았다.
(그녀는 황도주를 제자가 많다고 비웃고 있으니 필시 그의 제자인
홍릉파를 멀리 보냈을 것이다. 그녀가 믿는 것은 황도주와 싸우는 것
이 아니고, 그녀가 혼자이므로 황도주가 그의 신분으로 어찌 그녀와
싸우겠는가 하는 것일 게다.)
육무쌍은 부모의 원수인데다가 몇 년간의 고생이 생각나서 순간 칼
을 뽑았다.
"바보, 황도주께서는 가만히 계시고 우리 셋이 그녀를 처치하지요."
멍청한 그 여자는 손을 만지작거렸다.
"나도 있어 ?"
이막수는 눈을 뜨고 다섯 사람의 얼굴을 멸시의 눈으로 쳐다폰뒤,
다시 눈을 감으며 마치 눈앞에 아무도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정영
을 사부를쳐다보며 그의 명령을 기다렸다.
"황노사의 제자가 과연 많구나. 만약 나의 진매곡육(陳梅曲陸) 4대
제자 중 하나만 여기에 있어도 그녀가 이런 소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며 황약사는 손을 한번 휘저었다.
"자, 돌아가자 !"
네 사람은 그의 속뜻을 몰랐다. 초가로 돌아와서 황약사는 우울하여
저녁도 먹지 않고 잠자리에 들었다.
양과는 그의 옆에 누워서 며칠 전 멍청한 여자와의 대화와 이막수의
태도를 생각해 보았다.
(그녀는 우리가 다섯으로 하나를 상대한다고 비웃었다. 이제 내 상
처도 다 치유되어 나 혼자의 힘으로도 그녀를 상대할 수 있으니 살며
서 나가서 그녀와 일전을 치러 우리 아가씨의 치욕을 씻고, 도주께서
한숨을 쉬지 않도륵 해드려야겠다.)
양과는 그렇게 결심을 하고는 즉시 옷을 입었다. 그는 비록 마음대
로 생각해도 행동은 매우 신중했다. 이막수가 강적이라 조금이라도 신
중하지 않으면 그녀의 손에 생명이 없어진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
었다. 그래서 그는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호흡을 조절하며 정신
을 가다듬어 결전을 준비했다.
이윽고 돌연 눈앞이 밝아지는 것 같더니 온몸에 기가 넘쳐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 소리는 마체 큰 연못에서 용이 우는 것 같
기도 하고, 깊은 산 속에서 호랑이가 포효하는 것처럼 멀리멀리 퍼져
갔다. 황약사는 그가 옷을 입자 이미 눈치채고 있었으나 뜻밖에 그의
내공이 이러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알고는 희비가 교차했다.
원래 내공의 단련이 어느 경지에 이르면 종종 자기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지른다. 명나라 때의 대유학자 왕양명(王陽明)이 밤중에 병
영에서 기를 단련하다 돌연 긴 휘파람을 불어 모든 병사가 놀랐다는
역사의 기록이 있다.
이때 양과는 기가 충만해서 억제하지 못하고 몇 리에 걸쳐서 들리도
록 엄청난 소리를 냈다. 정영, 육무쌍은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으며,
산 뒤의 이막수도 이 소리에 놀랐으나 황약사가 기를 배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는 오히려 두려워하지 않았다. 양과는 한옥상의 도움을 받고,
옥녀심경과 구음진경의 비법을 받아서 내력이 이미 상당히 쌓여서 얼
마 전에 황약사가 그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했던 내공과는 매우
달랐다. 이런 심오한 내력이 격동하자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나온 것이었다.
이 소리는 얼마간 계속되다가 점차 조용해졌다.
(나는 뛰어난 무공을 자부했는데도 겨우 서른이 되어서야 이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이 소년은 나보다 10년 이상 빠르다니, 그가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배웠는지 모르겠군 !)
황약사는 양과가 기를 다 토하기를 기다렸다가 물었다.
"이막수의 제일 무서운 무공이 무엇이냐 ?"
양과는 이 말을 듣고 그가 자기의 뜻을 눈치채고 있음을 알았다.
"오독신장과 불진의 동작입니다."
"그렇다. 너의 내공이 이처럼 심오하니 그녀를 이기기는 과히 어렵
지 않을 것이다."
양과는 크게 기뻐하며 저절로 머리를 조아렸다. 그는 원래 오만해
비록 황약사가 선배이고, 무공도 뛰어나다고 인정했지만 결코 그에게
머리를 숙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이막수의 뛰어난 무공을 쉽게 이길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그가 어찌 감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즉시 황약사는 그에게 <탄지신통>을 가르쳐 오독신장을 제압할 수
있게 하고, 다시 <옥소>에서 검법으로 화하여 불진을 격파할 수 있는
무공을 가르쳤다.
양과는 그가 지적하는 비결을 듣고는 어려운 곳을 다시 물어서 잘
기억해 두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무공은 오묘하여 적어도 1년 정도,
완전히 숙달되려면 3년 정도 연습해야 할 것들이었다.
"황도주님, 당장 내가 그녀를 이기기는 힘들겠어요."
"삼년의 세월은 순간에 지나간다. 그때 너는 22세로 이미 이러한 무
공에 숙달되어 있을 텐데 무엇이 걱정이냐 ?"
"나......, 나는......, 내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고......"
황약사는 가볍게 그의어깨를 쳤다.
"너는 3년 후 나를 위해 그녀를 죽여야 돼. 전에 나는 똑똑한 제자
를 잃었었지. 설마 오늘 그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은 아닐런지 모르겠구나."
라고 말하며 황약사는 긴 한숨을 쉬었다.
양과는 꿇어 앉아 여덟 번 절했다.
"사부님 !"
그가 무공을 전해 주어, 자기를 대신해서 이막수가 그때 집 앞에 붙
여 놓은 글을 설욕하라고 하는 것을 알고는, 반드시 사제의 관계가 있
어야만 하겠다고 양과는 느낀 것이다.
황약사는 그가 고묘하와 사이가 좋아서 결코 다른 사부를 모시지 않
으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손을 내밀어 그를 일으켰다.
"네가 이막수와 싸울 때 너는 나의 제자이고 나의 친구다. 양형제 !
알겠는가 ?"
"이런 분과 친구가 되다니 정말로 황송한 일입니다."
"너와 내가 만난 것은 삼대의 행복이다."
두 사람은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황약사는 <탄지신통>과 <옥소검법>의 중요 부분을 다시 한 번 자세
히 설명했다. 양과는 그가 이저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듣고는 그가
떠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만난 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 헤어져야 하다니......, 이후 언제쯤
만날 수 있겠습니까 ?"
"서로진심으로 사귀었으니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이다. 만약 누가 너
의 한사를 방해한다면, 만 리 밖에서라도 너를 도우러 달려오마 !"
하고 황약사가 말하자 양과는 웃으면서 말했다.
"혼인할 때 속을 썩힌 사람은 바로 어르신네의 따님이었지요 !"
"하지만 그 애가 제멋대로 곽정을 맞이하긴 했지만 출가종부(出家從
夫), 삼종사덕(三從四德)하고 있으니 그 어찌 훌륭하지 않겠는가 !"
황약사는 크게 웃고는 옷을 털고 문 밖으로 나가서 순식간에 신룡처
럼 사라져 그 종적이 묘연했다.
양과는 잠시 넋을 잃고 있다가 방금 배운공부의 비결을 생각했다.
이윽고 하늘이 밝아 오더니 정영이 문을 밀고 들어와서 손에 들고 있
던 푸른색 장포를 내밀었다.
"자, 한번 입어 봐요. 맞는지 어떤지......"
양과는 매우 감격해서 옷을 받는 두 손이 떨렸다.
그와 정영의 눈이 마주치자 양과는 그녀의 눈에 은은한 정이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침대 옆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옷은 몸에
아주 잘 맞았다.
"매......, 매......, 매우 고맙습니다."
정영은 가볍게 웃다가 돌연 한숨을 쉬었다.
"사부님이 떠나셨는데 언제쯤 다시 만날까요 ?"
하며 자리에 앉아서 계속 말하려고 하는데 돌연 창 밖에서 누런 옷이
번쩍였다. 이때 육무쌍은 밖에 있었다.
(그녀가 걱정이 되는데 내가 여기 앉아 있을 수 없지.)
정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나갔다.
양과는 새옷을 자세히 보자 바느질이 매우 촘촘히 되어 있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뛰었다.
(그녀가 나에게 이처럼 대하고, 육소저도 마찬가지이지만 나의 마음
은 이미 정해졌으니 한눈을 팔아서는 안 된다. 만약 내가 일찍 떠나지
않으면 공연히 두 사람의 마음만 어지럽히게 된다.)
이처럼 반나절을 생각하다 양과는 자기가 가고 난 후 이막수가 돌연
히 기습할까 두려워 그녀가 거처하는 산 뒤의 초가에 혼자 가서 정세
를 살폈다. 그러나 초가가 있던 땅 위에는 잿더미만 남아 있고, 초가
는 이미 불타고 없었다. 이막수는 초가에 불을 지르고 사라진 것이었다.
큰 적이 사라지자 양과는 저녁때 등불 아래에서 편지를 써서 그녀들
과 작별을 하려 했다. 두 소녀의 정이 생각나서 슬픔을 이길 수 없었
으나, 글 솜씨가 없는데다가 졸렬한 글씨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
녀들이 비웃을까 두려워 양과는 한 통의 편지를 반쯤 썼다가 찢어 버
렸다. 이날 저녁은 오래도록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육무쌍이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바보, 바보야. 빨리 나와 봐 !"
매우 다급한 소리여서 양과는 급히 일어나서 옷을 입고 나갔다. 아
직 날이 새지 않았으므로 그는 새벽 바람에 한기를 느꼈다. 육무쌍은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문을 가리켰다. 양과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짝에 4개의 혈수인(血手印)이 찍혀
있었다. 그것은 이막수가 어젯밤 이곳을 다녀가며 사부가 이미 떠난
것을 알고는 그들 네 명을 죽이겠다는 표시였다.
이어서 정영이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언제 보았니 ?"
"해 뜨기 전에 보았어요."
이 말을 하면서 그녀는 얼굴을 붉혔다. 원래 그녀는 양과를 생각해
일찍부터 그의 창 밖을 배회하고 있었다. 정영은 고의로 모르는 체했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이미 태양이 떠올랐으니 오늘은
공격해 오지 않을 거다. 천천히 대책을 마련해도 늦지 않아."
세 사람은 양과의 방으로 들어가 상의했다.
"이막수는 그때 바보 여자의 화차 무공을 맛보았으니 여전히 두려워
할 것이오."
"사자(師姉)의 화차 동작은 몇 개 되지 않아요. 그녀가 돌아가서 자
세히 생각했다면 능히 그것을 격파할 것이에요."
"그러나 이제는 우리 바보가 다 치료되었으니 그들 두 명이 힘을 합
친다면 그 위력이 대단할 텐데......"
"바보와 멍청이가 합쳐서 무슨 위력이 있을까 ? 하하...... !"
양과는 이 말을 하며 웃었다.
세 사람은 얼마 동안 이야기했으나 별로 뾰족한 묘책도 없이 단지
네 명이 힘을 모으면 이기지는 못해도 지킥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둘이 정면에서 그녀를 상대할 것이니, 사촌 자매들은 좌우에
서 협공하시오. 자, 우리 멍청이 소저를 찾아서 우선 연습부터 하기로 해요."
그녀를 불렀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자 향방을 몰라 세 사람은 모두
걱정이 되어 황망히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정영은 얼마를 찾다가 그
녀가 난석 가운데 누워서 힘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랐다.
그녀의 옷을 벗기자 등에 선명한 손자국이 나 있었다. 어느새 이막수
의 오독신장을 맞은 것이었다. 정영은 급히 양, 육 두 사람을 불러서
사문의 묘약인 구화옥로환(九花玉露丸)을 먹였다. 양과는 <오독비전>
에 씌어 있는독장의 치료법에 따라서 내력을 이용해 그의 혈도를 눌렀다.
그녀는 멍청하게 웃었다.
"나쁜 년. 뒤에서 나를 치다니...... 하지만 내가 그녀를 반격했어."
그녀의 반격은 황약사가 전수해 준 세 가지 동작 중의 하나로, 이막
수가 비록 기습을 했지만 팔에 그녀의 반격을 받고 거의 팔뼈가 부러
질 뻔하자 놀라고 아포서 더 이상 공격하지 못해서 그녀는 생명을 건
진 것이었다.
세 사람은 그녀를 구했으나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다쳤으니 내일
의 결전이 여간 걱정되지 않았다. 양과는 정영과 육무쌍을 번갈아 보
면서 반짇고리에서 비단을 꺼낸 뒤 가위를 들고는 한토막 한 토막씩
잘랐다. 멍청한 그녀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돌연 소리를 질렀다.
"잘라 버리자. 그녀의 불진을 !"
(마두의 불진은 부드러운 물건이고, 그녀가 신의 경지에 이르면 아
무리 훌륭한 칼도 그녀를 상대할 수 없으나, 만약 가위를 무기로 삼아
불진을 두 동강 낸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이 없지.)
양과는 이렇게 생각하고 왼손의 비단 조각을 한들어서 마치 불진이
공격해 오는 것처럼 하고 오른손으로 가위를 뻗어서 한 번에 두 동강
을 내기 위해 가위를쥐고 불진을 따라가는 새로운 동작을 만들었다.
정영과 육무쌍은 이것을 보고 무슨 뜻인지 눈치채고는 모두 기뻐했다.
"여기서 북쪽으로 7-8리만 가면 대장간이 있는......"
이때 육무쌍이 끼여들었다.
"좋아. 우리 가서 대장장이에게 빨리 큰 가위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
(잠시만에 이 무기를 잘 이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싸움을 할 때
임기응변하면 쉽게 옥소검법으로 바꿀 수 있으니 한번 해 보는 거다.)
그러나 만약 한 사람이 가서 큰 가위를 만들어 오는 동안에 이막수
가 기습을 하면 매우 위험하니 이때 그들 네 명은 잠시도 떨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정, 육 두 사람은 말등에 이불을 깔고 멍
청한 여자를 옆으로 뉘여서 함께 대장간으로 갔다.
몽고가 금을 멸한 이후 철기(鐵騎)가 송의 국경에까지 이르렀다. 이
일대는 대송의 북쪽 변방으로 대부분의 마을이 몽고에 점령당하여 곳
곳이 파괴되었다.
대장간은 매우 쓸쓸했다. 문을 들어서자 큰 다듬이돌이 놓여 있고
곳곳에 석탄 부스러기와 쇠조각이 널려 있고, 벽에는 몇 개의 쟁기와
낫이 걸려 있어 매우 한산했다.
양과는 이러한 모양을 보 그의나이가 많음을
보고 불쌍해서 10냥의 은을 탁자에 내놓았다.
"풍선생, 이처럼 나이도 많으시고 걸음도 불편하신데 몽고군에 나가
면 어찌 생명을 보존하겠소 ? 이 은을 갖고 도망치시오."
"아가씨의 호의는 고맙습니다만 저는 이미 늙어서 죽어도 아무 여한
이 없습니다. 다만 강남의 천만 동포가 위험에 빠질 것을 생각하면 한
숨만 나올 따름입니다."
세 사람은 모두 놀라서 일제히 물었다.
"왜요 ?"
"몽고의 원수가 대장장이를 징집해서 무기를 만들고 있어요. 이마
몽고문의 무기가 갖추어지면 남송의 강산을 침략할모양입니다."
세 사람은 이 말이 예사롭지 않음을 알고는 다시 물으려 했으나 풍
대장장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세 분께 무엇을 만들어 드릴까요 ?"
"풍선생이 불편하시므로 폐를 끼치면 안 되겠지만, 너무 급해서 이
렇게 왔으니 신경을 좀 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리고는 큰 가위의 모양과 길이를 말했다. 그 가위는 매우 괴상했
으나 대장장이는 다 듣고 난 후 조금도 이상해 하는 기색이 없이 고개
를 끄덕이며 풀무를 잡아당겨 화로에 불을 피웠다. 그리고 쇠조각 2개
를 화로에 넣어 달구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까지 만들 수 있을까요 ?"
"소인은 매우 빨리 만듭니다."
풍노인이 힘껏 풀무질을 하자 화로의 석탄이 더욱 붉어졌다.
멍청한 여자는 탁자에 반은 눕고, 반은 앉아 있었다. 양과 등 세 명
은 고향이 모두 강남으로 비록 어린 시절에 집을 나왔지만 고향이 장
차 어려움을 당한다는 말을 듣고 근심에 잠겼다. 세 사람은 물끄러미
화로의 불을 쳐다보며 이 같은 난세를 만나서 사람의 목숨이 파리목숨
이며, 도처에 참담한 일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내일의 근심은 오히려
엷어졌다.
이극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쇠가 다달구어져 대장장이는 왼손으
로 쇠집게를 이용해 붉게 달아오른 쇠막대기를 다듬이돌에 놓고는 오
른손으로 큰 쇠망치를 들어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의 나이는 많았지만
팔 힘은 매우 강하여 망치가 춤을 추어도 거의 힘이 드는 것 같지 않
았다. 얼마 동안 계속 치자 2개의 쇠막대기는 점차 큰 가위의 모습으
로 변해 갔다.
"바보야. 오늘 안에 만들 수 있겠는데."
그때 갑자기 등뒤에서 비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처럼 큰 가위를 만들어 내 불진을 자르려고 ?"
세 사람은 크게 놀라서 뒤를 돌아보자 이막수가 문 앞에 불진을 가
볍게 휘두르며 서 있는 게 아닌가 !
무기가 만딴각을 했느냐 ? 여기에 앉아서 가위가 만들어지기를 기다렸
다가 손을 써도 늦지 않겠구나."
라고 말하며 이막수는 판자를 끌어당겨 앉더니 세 사람을 아무렇지
도 않은 듯 쳐다보았다.
"좋다. 너의 불진을 반드시 큰 가위로 잘라 낼 것이다."
이막수는 탁자에 멍청한 여자가 등이 솟아오른 채 누워 있는 것을 보았다.
(나에게 일장을 맞고도 아직 살아 있으니 재수가 좋긴 좋구나.)
"황약사는 어디에 있느냐 ?"
풍대장장이는 <황약사>란 말을 듣고 몸을 떨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서 계속 일을 했다.
정영이 대답했다.
"우리 사부님이 이곳에 계시지 않음을 잘 알고 있는 네가 어찌 다시
묻느냐 ? 만약 우리 사부님이 가시지 않았다면 네가 어찌 이렇게 대
담하게 올 수가 있었겠느냐 ?"
이막수는 이 말을 듣고 품속에서 백지 한 장을 꺼냈다.
"황약사는 세상을 속이고 명예를 훔쳐서 많은 제자를 거느리고 군림
하였다. 흥 ! 그러나 그의 제자 중에 어디 진정으로 쓸 만한 사람이
있더냐 ?"
하며 왼손을 휘저어 백지를 공중에 띄우고 은침을 날려서 백지를 기둥
에 박았다.
"이것을 증거로 남겨서 후일 황노사가 돌아오면 이 두 명의 귀여운
제자가 누구에게 죽임을 당했는지 알게 해야겠다."
이막수는 돌연 고개를 돌려 대장장이를 향해 외쳤다.
"빨리 해라. 나는 오래 참지 못해 !"
풍대장장이는 눈을 가늘게 뜨고 백지에 <도화도주는 제자가 많아서
넷으로 적 하나를 상대하니 강호에 웃음거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라
고 씌어진 글을 보고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며 멍청히 무엇인가를 골똘
히 생각했다.
"빨리 하지 않고 뭘 하는 거냐 ?"
그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이예 ! 빨리, 빨리 하지요."
하며 왼손으로 철집게를 뻗어서 은침과 종이를 함께 뽑아서는 화로
속에 집어넣자 백지는 순식간에 재로 변했다.
사람들은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막수는 크게 화가 나서 불진을
들고 그의 머리를 공격하려 했다.
(이러한 조그만 동네에 있는 늙은이가 이처럼 대담하니 보통인물이
아니겠구나 !)
그녀는 그 앞에 섰다가 천천히 앉았다.
"너는 누구냐 ?"
"보면 모르겠소 ? 나는 다만 늙은 대장장이요."
"그런데 왜 종이를 태웠지 ?"
"틀린 말이 씌어 있어서 여기에 붙이면 안 되기 때문이오."
"무엇이 틀린 말이란 게냐 ?"
"도화도주는 무공이 매우 뛰어나 그의 제자는 단지 그의 한가지 무
공만 배워도 천하를 주름잡을 수 있습니다. 그의 대제자 진현풍(陳玄
風)은 온몸이 철같이 튼튼해서 칼이나 징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
말을 혹시 들어 본 적이 있으신지요 ?"
그는 말을 하면서도 망치질을 계속해 큰 망치 소리는 말소리를 압도했다.
그가 진현풍을 언급하자 이막수는 놀랐으며, 양과 등도 이 외진 시
골의 늙은 대장장이가 강호의 인물을 언급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해서 저으기 놀랐다.
"흥 ! 철 같은 진현풍 ? 조그만 아이한테 한칼에 찔려 죽었다는데
무엇이 대단한가 ? 칼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그런 허튼 소리는 하지도 마라 !"
"으음...... 도화도주의 두번째 제자인 매초풍(梅超風)은 바람과 같
이 움직여 비할 데 없이 민첩한데......"
"그렇지. 그 여자는 매우 빠른데도 강남칠괴에게 장님이 되고 서독
구양봉에게 크게 당했지."
대장장이는 잠시 아무 말이 없다가 처량하게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나 ? 나는 몰랐는데...... 도화도주의 세째 제자인
곡령풍은 경공이 신묘하고 벽공장(劈空掌)도 매서운데......"
"강호에 이런 말이 떠돌았지. 누군가 황궁에 침입해 보물을 훔치려
하다가 어전의 시위에게 맞아 죽었는데ㅔ 그가 바로 벽공장이 매서운
곡령풍이라고."
퐁대장장이가 고개를 숙이자 칙칙, 하는 소리에 2개의 땀방울이 달
아오른 쇠에 떨어져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육무쌍은
그의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
지는 것을 분명히 보고는 매우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는 쇠망치를 점
점 높이 들어 내리치는 소리도 점차 커졌다.
얼마 후 대장장이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도화도 문하에는 진매곡육의 4대 제자가 있었지요. 네번째 제자인
육승풍(陸乘風)은 무술에 정통할 뿐 아니라 마음대로 기문둔갑을 부려
서 만약 당신이 그를 만나면 감히 비웃지를 곳할 것이오."
"기문둔갑이 무슨 소용이냐 ? 그는 태호(太湖)변에 귀운장(歸雲莊)
을 만들어 강호에 많은 호한들이 오묘하다 말했으나 누군가 불을 질러
서 태워 버렸지. 그리고는 그의 종적이 모호한데 아마도 거기에서 죽
었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요 ? 도화도주의제자
는 모두 무예에 능통한데 어찌하여 모두 해를 입었단 말이오 ? 시골
사람이 세상을 모른다고 그렇게 마구 속이려 들면 못써요 !"
"이 세 명의 애들에게 내 말이 맞는지 틀리는지 한번 물어 보아라."
풍대장장이는 고개를 돌려 정영을 쳐다보며 구언가 물어 보려는 눈치였다.
정영이 일어서며 처량하게 말했다.
"우리 사부님은 불행하셔서 인재를 모두 잃으셨어요. 후배들이 입문
한 지 얼마 안 되고 공부도 미미하여 사부님을 위해서 말다툼도 하지
못하니 참으로 부끄럽군요. 노인장께서는 우리 사부님과 아시는 사이
인지요 ?"
대장장이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녀를 아래위로 살피고는 의심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도화도주가 만년에 제자를 다시 받으셨나 ?"
정영은 대장장이가 왼발을 저는 것을 보고는 무엇인가 떠오르는 게 있었다.
"사부님께선 노년에 적막하셔서 우리들을 데리고 다니셨지요. 우리
들은 이렇게 어리고 배운 것이 없어 감히 도화도주의 제자라 할 수도
없고, 더우기 오늘까지 도화도를 한 발자국도 밟아 보지 못했답니다."
그녀의 이 말은 그들이 도화도주의 제자라는 것을 인정하는 말이었다.
대장장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매우 온화하고 다정한 눈빛을 띠더니
다시 고개를 숙여 쇠를 치면서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영은 그의 쇠망치가 공중에서 반원을 그리며 다듬이돌에 떨어지는
한 동작 한 동작이 본문의 낙영신검(落英神劍)의 장법과 매우 비스
한 것을 보고는 무언가 어렴풋이 알아챘다.
"사부님은 한가할 때 우리들과 말씀을 나누었는데, 그때 섬에서 제
자를 내쫓는 것은 진,매 두 사람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셨
어요. 곡,육,무,풍 네 제자는 아무 죄도 없이 화를 입었는데 특히 성
이 풍이라 하는 풍묵풍(馮默風) 사형은 나이도 가장 어리고, 사정도
딱했는데...... 사부님은 그 일을 늘 마음에 두고 애석해 하셨지요."
사실 황약사는 성질이 괴퍅해서 속으로는 이 같은 생각이 있어도 입
으로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영은 공손하고 사람 어
떻게 대해 주었든 결코 원한을 가질 수는 없었다. 이때 풍묵풍은 정영
의 말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만감이 교차했다.
첫댓글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