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 문학관을 다녀와서”
10월의 첫날, 가을 문턱에 들어선 하늘엔 뭉게구름이 떠가고 실바람이 살랑이며 문학기행 아침을 설레이게 한다.
전주 한옥 마을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으로 문학기행을 떠나기로 해서 우리 대산문학 회원들은 아침 일찍 사당역 공용주차장에 모여 관광버스에 몸을 실었다.
아침 일찍 나오느라 빈속으로 나온 우리 회원들은 언제나 철두철미하게 준비하시는 고현자회장님 덕분에 김밥 떡 과일을 맛있게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초보딱지를 갓 떼었는지 관광버스는 시골길을 달리는 버스처럼 덜커덩거리면서 우리를 전주 한옥마을로 안내한다.
전주비빔밥으로 유명한 전주가 언제부터인지 한옥마을로 유명해지면서 서울에서도 여행 코스가 되었다고 들었지만 여행을 자주 다니지 못한 나는 처음 방문이라 소녀처럼 즐겁기만 했다.
한옥마을에 도착해 버스에서 내리니 ‘아’ 여기가 경복궁인가 눈을 의심해 본다. 울긋불긋 색동옷 예쁜 한복을 입고 거리를 한가로이 걷고 있는 모습들이 조선시대 궁중 나들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가까이에 있는 식당에서 전주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한옥마을 안쪽에 위치한 최명희 문학관으로 향하였다.
길거리 옆 가게에서는 한복을 대여해주고 있었다. 고회장과 나는 서로 좋아하는 색상으로 한 벌씩 빌렸다. 무대에서 한복을 입어보지 않아 어색할까 걱정했는데 한복을 입고 나니 갑자기 몸가짐이 조심스러워졌다.
사실 나는 대하소설 <혼불>과 선생님께서 암투병중에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고 연작을 쓰셨다는 강인한 정신을 가진 분이라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문학기행 일정이 잡히고 나서 자료들을 찾아보고 미완성된 작품과 일찍 타계하신 선생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고풍스러운 성당을 지나 최명희 문학관 앞에 당도하니 문학관을 알리는 전시물들이 있고 안쪽에는 문학인과 돌려 읽는 헌책이라는 중고서점을 운영하고 있어 참 인상적이었다.
문학관 안쪽으로 들어오니 최명희 작가님과 관련된 내용들을 담은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안내를 담당해 주신분이 최명희 문학관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 대산문학은 문학기행 와서 자작시 낭송과 명시들을 낭송하는 행사 진행 관계로 시간인 부족해 선생님과 작품에 관해 듣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돌아오는 길에 〈혼불〉을 5부까지 꼭 다 읽어봐야 되겠다고 다짐을 했지만 아직까지 생각으로만 머물고 있는 자신에게 이 글을 쓰면서 다시금 <혼불> 완독의 날 약속의 손가락을 걸어보며 선생님의 약력과 작품 배경 평가를 올려본다.
최명희 선생님은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나셨다.
전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로 재직하시면서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쓰러지는 빛〉이 당선되어 등단하셨다.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전 당선작인 〈혼불〉은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초 전라북도 남원을 배경으로 몰락해가는 종가의 종부3대가 겪는 삶의 역정을 그려낸 작품으로 한국인의 전통문화와 민속 풍습을 치밀하고 폭넓게 복원해낸 대하소설로 〈혼불〉을 통해 한국인의 역사와 정신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한국문학의 수준을 한 차원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