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마음정류장 활동을 마치고,
현서 선생님과 두 번째 마음정류장은 어떤 방식으로 해보면 좋을지 함께 의논했습니다.
다시 첫 번째 마음정류장을 준비하던 때처럼
무엇이 좋을지 명확하게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정류장에 대해 마인드맵을 그리며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마인드맵에 가장 먼저 여태까지 만났던 주민들과 그의 특징이나 강점을 적어보았습니다.
같은 동에 사는 주민끼리 모아서 상상해보기도 하고,
사회적 고립 가구 남성 주민을 중심으로 모아서 상상해보기도 하는 등
다양하게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난주 만남에서 마음정류장 함께 해주시겠다 한 배씨 아버님께 다시 여쭙고,
배씨 아버님을 중심으로 마음정류장 해보자 결론지었습니다.
배씨 아버님을 중심으로 두 번째 정류장을 해보자 결정하고 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습니다.
첫 번째 정류장은 이미 아파트에서 여러 이웃과 관계를 맺고 있는
13층 어머님이 주도적으로 하셨습니다.
어머님께서 부침개 부치는데 도와줄 이웃도 많았습니다.
반면 배씨 아버님은 관악드림타운에서 산지 5년이 되어가지만 알고 지내는 이웃이 없습니다.
이웃과 나누며 정을 주고받는 경험도 없습니다.
배씨 아버님은 13층 사랑방 어머님과 유사한 방식으로 마음정류장을 진행하는 것이 맞나?,
음식을 나눠 이웃과 인사 나누고 관계의 시작을 트는 것이 당사자가 원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맨 처음 마음정류장을 계획할 때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마음정류장의 목적이 무엇일지 생각했습니다.
'배씨 아버님을 포함해서 사회적 고립 가구 주민들의 관계를 잇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오고 가는 관계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하며 세워지면 좋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당사자가 주체로, 당사자의 것으로 소박하게 해야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소박하게 하려면 무엇을 하면 좋을지 현서 선생님과 두 번째 마음 정류장의 모습 상상해보았습니다.
당사자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이웃과 함께하는 마음정류장의 그림 그렸습니다.
마음정류장 활동은 이웃과 인사 나누는 구실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해볼 수 있도록 제안하기로 하였습니다.
배씨 아버님과 다른 당사자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다시 처음처럼 돌아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부터 물어보며 시작하기로 하였습니다.
당사자를 만나면 무슨 질문을 할지도 함께 생각해보았습니다.
이웃 관계에 관한 질문, 강점과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질문 등 질문 내용도 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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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배씨 아버님과 이야기 나누기 위해 아버님 댁에 방문했습니다.
배씨 아버님께서 문을 열어주시며 “선생님도 올 줄 알았는데 안 왔네?”하셨습니다.
세 번째 뵙는 거라 아직 수퍼바이저 선생님 없이 저희와 만나는 것이 어색하시겠구나,
아버님과 좋아하는 것, 관심 있는 것을 중심으로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앉자마자 저희에게 “실습은 잘하고 있고?” 먼저 질문해주셨습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간에 저희는 어디 사는지 질문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취미에 대해 여쭤보면 저희에게 역질문을 하기도 하셨습니다.
지난주에 뵐 때까지만 해도 저희가 먼저 여쭤보면 대답해주시는 정도였는데
먼저 저희에게 관심 가져주셨습니다.
아버님과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매일 관악드림타운에 와서 주민분께 인사드린 것이 조금씩 쌓여서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아버님께 지난주 13층 사랑방에서 첫 번째 정류장 했던 것에 대해서도 소개해 드렸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에는 배씨 아버님께서 마음정류장이 되어
아버님께서 잘하시는 것, 좋아하시는 것을 구실로
다른 이웃과 인사 나누고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시작이 되는 활동을 함께 해주실 수 있는지 여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마음정류장을 한다면 하게 될 내용을 정하기 위해
평소의 취미생활이나 좋아하는 것, 해보고 싶었던 것 등에 대해 질문드렸습니다.
아버님께서 집에만 있다보니 tv나 핸드폰만 하는게 전부라
딱히 취미생활이나 하고싶 은 것이 없다 하셨습니다.
“내가 남들한테 잘한다 할만한 게 없는데 어쩌지.”
아버님께서 잘 모르겠다 하셨습니다.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다고 하시니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렇지만 현서 선생님과 포기하지 않고
아버님댁 안에 보이는 물건을 주제로 질문을 이어 나갔습니다.
“아버님 요리모임에서는 주로 뭘 만드세요? 어떤 요리 잘 하세요?”,
“요리를 잘하시니까 여름에 수박화채같은건 어떨까요?”,
“(운동 소도구 가리키며) 아버님 집에서 보통 운동도 하시나요?
운동 좋아하세요? 나가서 걷는건 좋아하세요?
(방 한쪽에 사인 야구공을 가리키며) 야구공이네요. 야구 좋아하세요?”,
“(방에 책을 보며) 책이 많네요. 평소에도 책 읽으시나요?”
저희가 질문하면 아버님께서 아버님의 이야기를 해주시고,
그 과정에서 좋아하시는 것, 잘하시는 것을 계속 찾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수박 화채 이야기를 듣자, 화채 만드는 방법에 관해서 설명해주시기도 하고,
운동은 인공고관절 수술을 하고 직접 하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책을 막상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문화누리카드를 받으면 꼭 책방에 들러 읽고 싶은 책을 산다고 하셨습니다.
현서 선생님이 문화누리카드로 영화도 볼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카드로 영화 볼 수 있고 영화 보기 좋아하지만, 같이 볼 사람이 없으니
영화관에 잘 안 가게 된다고 하셨습니다.
액션이나 비현실적인 영화보다 현실적이고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셨습니다.
아버님께 여쭤보다 보니 아버님께서 좋아하는 것 조금씩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혹시 위급한 일 있을 때 주변에 연락할 친구나 가족이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아버님께서 가족들과도 연락을 거의 안 하고 지내고, 이웃이나 친구도 근처에 없다 하셨습니다.
“그냥 혼자인 게 편해. 좋아. 누구랑 가까워지면 지나치게 관심 보이고 가까이 오는 거 싫어”
아는 사람 없어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그래도 아플 때는 연락할 사람이 필요하지 않은지 여쭈었습니다.
몇 년 전 뇌경색이 왔을 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그날 운 좋게 저녁 약속이 있어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가려는데
같이 있던 친구가 이상하게 걷는다고 병원을 데리고 가 다행히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 합니다.
약속 없이 집에만 계속 있었다면 늦게 발견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버님께 너무 가까운 사이는 아니더라도 가끔 안부 묻고 만나면 인사하는 이웃이 있으면
몇 년 전 뇌경색이 왔을 때처럼 도움받을 수 있지 않을까 여쭤보았습니다.
“그치....가끔 만나고 인사하는 정도면 괜찮은거 같고....”
아버님께 마음정류장 다시 말씀드렸습니다.
엄청 가까운 사이가 아니더라도 인사 나누는 이웃,
느슨한 관계, 가끔 생각해주는 이웃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요. 해보죠.”
오전에 현서 선생님과 둘이 두 번째 마음정류장 계획할 때만 해도 막막했습니다.
두 번째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당사자를 만나고 묻다보니 당사자가 좋아하는 것, 할 수 있는 것 발견했습니다.
두 번째 정류장 이제 시작이지만 그래도 어떻게 풀어나갈지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내일은 다른 당사자를 만나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물어보며
이웃과 관계를 잇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활동 무엇이 있을지 나눠보려고 합니다.
첫댓글 선생님~ 점심 가지러 가는 내내, 점심 먹고, 내내 현서 선생님이랑 '마음을 나누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시던 모습을 보고 저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었는데 당사자 만나고 오신 말씀 들어보니 그래도 역시 길을 찾으신 것 같네요 ~ 오늘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