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빛 살집이 노릇노릇 익어간다. 쫀득쫀득, 고소하게 씹히는 맛.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면 쌀쌀한 밤 날씨에 어깨를 움츠린 게 언제였던가 싶다. ‘퇴근 후 한 잔’파가 즐기는 별미 중 하나인 곱창구이. 선술집 분위기라야 제대로 어울리는 곱창구이는 곱창 속의 소화액 때문에 소화도 잘된다. 울산시 남구 무거동 곱창집거리. 신삼호교옆 도로를 따라 원조집 삼호곱창 골목집 갑산불고기곱창 황소곱창 시골돌곱창 등 곱창집 10여곳이 옹기종기 늘어서 있다. 한때 30여 업소가 성업을 누렸던 이곳은 10여년전 도축장이 남구 상계동으로 이전한 이후 3분의 1로 줄었으나 여전히 곱창의 맛을 즐기려는 미식가들로 붐비고 있다. 25년째 곱창집을 운영하는 원조집 주인 박을순씨는 “이곳의 곱창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다”며 “손님들에게 신선한 한우의 곱창을 제공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박씨는 “한번 맛을 본 사람 중에는 10년이 넘게 찾는 사람들도 많다”며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이라면 미식가들이 꽤 많기 때문에 고깃감을 속이면 장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60~70년대 연탄불 피우던 시절의 향수를 되살려 주는 곱창은 내장중의 가장 맛있는 부위로, 동의보감엔 기가 허약한 사람이 섭취하면 기를 보충해주고 또 산후조리에도 특효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대창과 소창, 막창으로 나뉘는 곱창은 체내 필수영양소인 칼슘 함량이 쇠고기보다 많아 어린이에게는 성장부진과 구루병, 성인에겐 골다공증 및 골연화증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 삼호곱창 주인 심재환씨는 “곱창은 효소 함유량이 많아 먹어도 위에 부담이 적고 특유의 구수한 맛으로 술 안주용으로 적합한 고단백 스태미나 식품”이라며 “애주가들이 즐겨 찾고 있다”고 말했다. 곱창구이 맛의 비결은 무엇보다 곱창을 잘 다듬는 것. 곱창은 굵은 소금을 뿌려 잘 주물러서 물로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서 숙성시킨다. 곱창의 맛은 적당한 온도의 불과 굽는 시간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양념을 버무려 숙성시킨 곱창의 껍질을 벗겨낸 뒤 숯불이나 가스불에 ‘잘 된 계란반숙’처럼, 서너번 씹어 삼킬 정도로 구워야 최고의 맛이 살아난다는 것. 참기름에 소금을 친 양념장은 곱창을 찍어먹는데 빼놓을 수 없다. 삼호곱창 주인 심씨는 “불에 익힌 곱창을 양념장뿐만 아니라 마늘과 양파, 과일을 버무린 소스에 발라 먹으면 새콤달콤하고 담백한 맛도 느낄 수 있다”고 귀띔한다. 이곳 곱창가격은 곱창과 곱창전골은 1인분 6천원, 횟간은 1인분 1만원이다. 이들 곱창집의 밑반찬에는 과묵하면서도 인심이 넘쳐 흐르는 주인이자 주방장인 아주머니들의 손끝에서 나오는 맛이 깊게 배어 있다. 풋고추에 밀가루 콩가루를 입혀 쪄서 양념한 것, 고추 양파 오이 고추장무침 등 밑반찬만으로도 거뜬하게 밥 한그릇을 비울 만하다. 곱창전골 역시 갖은 양념을 섞는 노하우가 맛의 비결이다. 곱창과 양념, 육수가 어우러져 얼큰한 맛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물맛이 우러나올 때쯤 넣는 국수맛이 별미다. 원조집 주인 박씨는 “고소하고 담백해 식상하지 않는 곱창요리의 핵심은 피막과 냄새를 제거하는데 정성을 들여야 비로소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업도시로 알려진 울산이지만 곱창을 비롯한 음식과 주변 자연풍광을 즐긴다면 훌륭한 봄나들이 장소로 손색이 없다. |
첫댓글 매울님 함 사조잉
옛날엔 그곳이 곱창 골목으로 명소였는데 지금은 대로가 생기고 좋은 음식들이 많아서 울산에 살아도 모르고 사는 양반들이 많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