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현충일입니다. 동락점빵은 공휴일에는 쉬는것으로 최근에 이야기를 한적있었습니다. 꾸준하게 하지 못한다면, 안하는 것이 장사에 도움이 된다는 대표님의 이야기셨지요. 그러던찰나, 이번 현충일은 목요일, 장터와 겹치는 날이라 이 날을 옮겨야할지 고민이었습니다. 허나,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날짜가 당겨졌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보니, 어찌할까하다가 그대로 가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료선생님들 배려 덕분에 전날 하루 더 쉴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에너지를 채우고 현충일, 오늘도 출발합니다.
9시 20분,
오늘은 공휴일이라 일자리를 하는 모습이 안보였습니다. 장날인지라 어르신들이 많이 외부로 나가시진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도착 장소에 도착한 뒤로 뒷집과 앞집 어르신들이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그러고 젊은 이모님도 함께 나오셨습니다. 끝에 집 어르신은 바쁘셨는지, 젊은 이모님에게 부탁하여 콩나물 한 봉지 사가십니다.
"카스 한 박스가 얼만교?" 하시는 다른 어르신.
"아 울집 모내기를 해줬더니 돈을 주대~ 돈으로 쪼까 해줘야지~" 하시며 카스 미니 한 박스를 달라 하십니다.
끝에집 어르신은 마을에 농사일을 다 돕고 사시는듯 싶었습니다. 지난번에도 카스가 몇박스가 갔습니다. 동네 선물하시는 집들 보면 그 동네의 사람살이가 보입니다.
다른 어르신은 불가리스를 사십니다.
"낼 일자리 하거든 울 아짐들하고 같이 먹어야지~" 하시며 두개 사십니다.
더불어 일회용 수저도 함께 챙겨드립니다.
9시 40분,
오늘은 집에가니 어르신께서 누워 계십니다.
"오늘은 돈 없어~ 담에 살께~" 하시다니, 곧 나오셔선,
"내가 돈 빌려올께 올라갔다 와~" 하십니다.
꼭 안사셔도 되는데.... 어르신 말씀듣고 위로 올라갑니다.
오전에 삽겹살 주문주신 두팩, 동료 선생님이 함께 배달해주십니다.
불가리스 2줄씩 드리고, 삼겹살 2팩, 그리고 화장지 한롤 달라하십니다.
"지원금이 들어왔을 때 좀 사야지, 화장지는 좀 있는데, 이게 일정 기간 안에 써야하더라고~" 하십니다.
어르신덕에 많이 팔고 내려갑니다.
다 내려오니 어르신께서 돈을 꺼내십니다.
"사이다, 맛소금, 두부 줘~"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께 사이다는 정말 필수구나 싶습니다. 오늘도 뚜껑을 따서 어르신께 드립니다.
10시 5분,
집 앞에 도착하니 어르신이 막걸리 하나 말씀하십니다.
"아 울 아거덜이 와서 모내기하는데, 홍어무침 해줄라고~ 홍어 씻을 때 요 막걸리를 넣어서 하면 맛나지~" 하십니다.
어르신들의 조리기법은 특이한 방법이 상당히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께선 저온저장고에서 콜라 하나 꺼내주시곤,
"더울 때 마시고 다녀~" 하십니다.
아들이 코카콜라를 다닌다며, 탄산은 다 갖다 준다고 합니다.
아까는 캔커피 2개를 받았는데, 콜라까지, 오늘은 더워서 목마를날이 없겠습니다.
11시 10분,
오랜만에 회관서 어르신들을 뵙습니다. 거진 2달만인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은 몸이 좋지 않으면서도 좋지 않은 몸으로 길가에서 밭을 다 메고 계십니다. 그러하다보니, 회관에 계실 때가 적습니다. 점빵차로 다니면서 길가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며 무리가 되지 않을까 싶은 걱정을 했지만, 어르신들께서는 늘 그렇습니다.
"내 눈앞에 보이는데... 저걸 그냥 두자니 안될 것 같고...하자니 내 몸이 힘들고..어쩌겠어 그래도 해야지."
그러면서 회관 옆에서 작업하고 있는 젊은 이모를 보시곤,
"심기만 하면 뭐하나... 애기처럼 보듬어야지..." 하십니다. 옆에 어르신께선,
"아 가서 가르쳐줘~~" 하시는데, 움직이지 않으십니다.
그렇게 어르신들은 회관에 앉아서 동네 주변 풍경 보시며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십니다. 어르신들께서는 그렇게 내가 사는 동네에서 함께사는 이웃들과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는 그런 시간이 '낙' 인가 싶습니다.
오늘도 오랜만에 뵙는 어르신. 어르신 손에는 지팡이가 아닌 맹인용 지팡이가 있었습니다. 순간 어르신 눈이 안좋아지셨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어디 놀러갔다가 받으셨다며 이야기를 하십니다.
"내가 락스 하나도 이렇게 들기 힘들어서야 원...." 하시는 어르신.
허리가 점점 굽어지신다며 점점 몸이 지쳐감을 이야기하십니다. 그런 와중에도 마당에 있는 강아지 두마리들은 뭣도 모르고 좋다고 발랑발랑 까는 녀석들은 어르신에게 웃음을 주는 존재이구나 싶습니다.
11시 40분,
어르신 집 담벼락에 밤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작년 가을 때 쯤 이 아래 밤들이 무수하게 떨어졌었는데, 올해는 좀 주워볼 수 있을까요~
13시 40분,
곳곳에 양파망이 가득입니다. 이제 양파를 수확하는 시기입니다. 작년에는 양파가 매우 잘됬었는데, 올해는 곳곳에서 시름이 가득 합니다. 비가 많이 오고 일조량이 적어 농산물들 작황상태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아마 가격이 비싸질것 같은데, 걱정입니다.
13시 50분,
어르신께서 오늘은 나와서 앉아 계십니다. 점빵차 보자마자 바로 오시는 어르신.
세제와 각종 물건들을 사신 후,
"와서 북감좀 먹게" 하십니다.
"내가 지비 온다고 삶아놨을께 와서 먹게" 하시는 어르신.
오늘 수확한 햇감자로 바로 쪄주셨습니다. 집에서는 나오지 않는 이맛, 어떻게 낭는가 싶었더니,
"당원을 넣야지~" 하십니다.
하얗게 일어난 감자가 짭쪼름하면서도 달면서도 그냥 먹어도 맛있습니다. 하나만 먹고 갈려고했는데, 어르신께서 절반을 담아주십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고 일어섭니다.
14시,
회관에 어르신들이 세분 계십니다.
아까 받은 삶은 감자 챙겨 드립니다. 어르신들 함께 나눠먹으니 좋습니다.
혼자 먹기에 부담이었지만 나누니 금방 사라집니다. 어르신의 맘이 동네에 퍼졌습니다.
14시 15분,
오늘도 공병을 갖고 오신 어머님, 지난번 구매한 금액이 선결제가 모두 다 끝나 외상값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잠시만요, 제가 집에 좀 갔다올께요" 하시더니,
"어쩌죠, 집에 돈이 없어요. 담에 드릴께요" 하시는 어머님.
그러곤, 공병으로 술 한 병을 바꾸시려고 하셨습니다. 그 상황을 본 아랫집 삼촌,
"그거 내가 빌려줄테니, 나한테 나중에 2만원 주쇼~" 하십니다.
어머님은 그덕에 외상값을 해치우고, 필요한 술 한 병도 함께 갖고가십니다.
삼촌께 관계를 여쭤보니,
"아, 저기 어머니, 저 태어날 때부터 같이 살던 분이에요~ 나도 일도 돕기도 하고~ 뭐 그런거지~" 하시는 삼촌.
사람이 별로 안사는 동네라 생각했지만 그 안에 관계는 튼튼하게 느껴졌습니다.
14시 30분,
오늘도 술 놓고 가려던 찰나 우리 어머님들 보이십니다. 어쩐일인지 여쭤보니,
"아 여기꺼 양파 수확하고 왔네~" 하십니다.
울 어머님들 힘드셨느지, 탕수육에 맥주 2병 시키십니다. 저는 그 사이 사장님과 이야기를 하고 카스 2박스 내리고 인사드리러 가던 찰나, 멀리서 손짓하십니다. 어머님들이 부르셔서 바로가니,
"이것좀 들고 가~~ 어서 먾이 먹어~~" 하십니다.
어머님들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탕수육 2조각 들고 인사드리고 옵니다. 어머님들 더 안먹고 가는 것이 내심 아쉬워하셔보였습니다.
14시 45분,
어르신 댁 앞에 가니 마늘이 4묶음, 양파가 반망 좀 넘게 있습니다. 어르신 직접 하신건지 여쭤보니,
"아녀~~ 저기 누가 줬어~ 그래서 그냥 마늘값 확 줬어~" 하십니다.
"이 나이 먹고 넘들에게 그냥 받아먹으면 못써~ 제값 줘야지~" 하시는 어르신.
나이 먹고 동네살이는 이렇게 하는구나 싶습니다. 가끔 어르신들이 주시는것 그냥 받을 때도 있었는데, 저도 뭔가 다른 표현 방법을 찾아야겠다 싶습니다.
16시,
오늘도 어르신댁은 사랑방비니다. 평소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았지만 이렇게 많이들 올라오셔서 함께 노시곤 합니다.
모든 장은 여기서 다 해결합니다.
우리 어르신은 본인 드실 것보다 오신 손님들 나눠주신다며 율무차, 생강차, 요구르트 사십니다.
우리 회정님도 집에 놔달라고 하시며 조지아, 세제, 샤프란 놔달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어르신 지내는 모습보니, 몸이 힘들어도 내 집에서 산다는 것이 이런 기분 때문에 그러시겠구나 싶습니다. 내 집의 편안함도 있지만 내 집 주변에 편안한 이웃관계들을 유지하는 삶, 그것이 내 집의 삶이구나 싶었습니다. 사람살이는 어울려 사는 것이지요.
장날도 겹치고, 공휴일이라 장사가 잘 되진 않았지만, 되려 어르신들께 많이 얻어먹고 온 날이었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챙겨주심이 오늘도 감사하며, 내일도 즐거운 장사가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