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 1] 글 (가)를 바탕으로 글 (나)에서 비판하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의 문제점을 논의하시오. (400자 내외)
[논제 2] 글 (가)~(다)를 참고하여 우리 정치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시오. (800자 내외)
(가) 진보는 어원상 더 나은 것, 더 완전한 것으로 점차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진보는 인간 존재의 자연적, 사회적 조건은 과학과 이성의 작용을 통하여 개선될 수 있으며, 행복과 복지 수준을 부단히 향상시키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다. 보수의 어원은 '보수(保守)하다'와 '보존(保存)하다'는 뜻의 'converse'에서 파생되었다. '보수주의'라는 용어는, 사회가 이성의 힘에 의해서 뭉쳐지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 도의와 관습의 힘에 의해 뭉쳐진다는 점, 그리고 문명의 진보란 사회의 안정을 유지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서구의 보수주의는 보존만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보존을 위한 개혁을 강조하였다.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보수는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며, 옛것을 지키되 현재를 발전시켜 옛것을 더욱 아름답고 강하게 하며, 법과 질서, 사회 규범,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다.
(나) 보수와 진보가 싸울수록, 국회에서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할수록 양측의 인기가 동반 추락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나는 보수다", "나는 진보다"라는 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밝히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최근에는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진보도 보수도 싫다. 양쪽 다 꼴도 보기 싫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보수와 진보가 모두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저런 사람들이 진보라면, 또는 보수라면, 내 입장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보와 보수를 따지기 이전에 우선 건전한 상식과 판단력이 있고, 세계를 바라보며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이념운동이나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념의 노예가 아니라 양식과 능력을 갖춘 정치 세력에 대한 갈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으니, 또는 진보라도 좋고 보수라도 좋으니, 제발 성숙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나와 달라는 것이다. 속단하기 어렵지만 다음에 정권을 잡을 세력은 보수나 진보를 뛰어넘은, 높은 안목과 실력과 도덕성을 갖춘 세력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권을 잃은 진보 세력은 뿌리가 흔들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여당과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아무리 내려가도 민주당이나 진보 세력에 대한 인기는 바닥에 머물러 있다. 반독재 투쟁을 하던 시절에 머물러 있는 구식 전략, 권력과 돈에 길들여져 부패했다는 비난 등을 극복하지 못한 채 그들은 앞으로 나갈 방향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보수 진영도 웃을 처지가 아니다. "도덕성보다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이 보수 진영의 '집권철학'이었는데, 도덕성도 능력도 없는 인물들이 중용되면서 그 집권철학은 웃음거리가 됐다. 지금 보수파들의 전성시대가 온 것 같지만, 진보정권 10년 동안 국민의 의식도 크게 진보화했다는 사실을 잊은 채 구식 보수에 안주한다면 미래가 있을 리 없다.
- 장명수, 한국일보(2008.12.19)
(다) 보수와 진보의 결정화,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상호 경쟁과 대립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변화이다. 그것을 '사회 혼란'으로 오해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이 권위주의적 단원주의로부터 민주주의적 다원주의로 미처 이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태의연한 '보혁 상보론'이나 유명무실한 '중도 통합론'보다는 보수와 진보가 각기 제대로 서야 한다는 '보혁 대립론'이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훨씬 더 적절한 주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보수와 진보의 더 효과적인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첫째 보수와 진보 각자의 변화이다. 보수는 시대 상황에 맞게 진화해야 한다. 더 이상 반공, 반북, 반김 등 일련의 '반(反)'만으로는 그 정체성을 유지해 갈 수 없다. 진보 또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낼 수 있도록 '보수화'되어야 한다. 국가의 장래에 대해 확실한 비전과 실사구시적인 대안을 유능하고 순발력 있게 제시하지 못한다면, 진보 역시 국민들로부터 급속히 외면당할 것이다. 둘째는 보수와 진보의 주요 정당으로의 제도화이다. 사회 세력으로서의 보수와 진보는 다양한 시민 단체를 통해 실체화되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어느 당이 '보수'인지 어느 당이 '진보'인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 김선혁, 뉴스메이커 692호(2006.9.11)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보수와 진보에 관한 서구식 원론을 재조직하여 정리한 것이다. 서양에서 '진보'란 과학과 이성의 힘으로 인간과 사회 생활의 여러 조건을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또한 그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태도를 의미한다. 한편, 서양에서 보수란 그저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 급급한 입장을 표현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회 문제를 개혁하여 기존의 올바른 가치를 보존하는 태도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의 진정한 '보수'는, 우리의 전통적인 이념과 가치 체계, 민족적 자존심과 민주주의 법과 질서를 굳게 지키는 것이 될 것이다.
제시문 (나)에서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없는 정치 문화'를 비판하고 있다. 현재 정부·여당은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념의 노예가 되고 도덕성도 갖지 못했으며, 심지어 그들이 표방했던 능력도 없는 정권으로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한편 야당은 진보 세력으로서 새로운 전략도 없고, 부패한 도덕성 등으로 해서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져도 인기를 못 얻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들은 '보수도 싫고 진보도 싫은' 상태라는 것이다.
제시문 (다)에서는, 정치적 보수와 진보 진영의 양성화에서 관해 언급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갈등의 관계로서만이 아니라, 발전을 위한 건전한 대결 관계로 정착되어야 하는데, 이는 권위주의적 정치 문화의 변화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러한 변화들이 더욱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각각의 발전과 제도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 과정에서 한국의 정치 문화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논제 분석
[논제 1]은, 제시문 (가)의 요지를 바탕으로 제시문 (나)에 나타난 우리 정치 문화의 문제점에 대해서 비판을 해야 한다. 따라서 우선, 제시문 (가)의 핵심 내용이 요약되어 제시되어야 한다. 그것을 준거로 해서, 우리 정치 문화의 문제점을 제시문 (나)의 내용을 참고해서 논의하면 될 것이다. 왜 우리 사회가 '보수도 싫고 진보도 싫다'라고 하는지, 반성적으로 살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논제 2]는, 제시문 (가)~(다)를 모두 참고해서 우리 정치 문화의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 이는, 제시문 (나)에 나타난 우리 정치 문화의 현실을 직시하고, 제시문 (가)에 제시되어 있는 보수와 진보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문 (다)에서 찾아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제시문 (나)-(가)-(다)의 순서로 논의하되,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성하면 될 것이다.
주제관련 심화학습
· 한국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특징
한국은 이념이라기보다 성향, 심리적·정신적 자세에서 차이가 나며, 진보-보수 대결 구도가 유럽이나 미국과는 크게 다르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진보-보수의 비교가 무리이긴 하지만, 양자 간의 핵심적인 차이는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수를 단순히 반공주의로 간주해 자신들을 보수로 이해하고, 보수 야당 세력을 진보라고 비판해 온 군부 독재의 기준이 오늘날의 진보-보수 논쟁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확하게는 보수는 자유민주주의적 입장을 의미하므로, 진정한 보수 세력은 김영삼, 김대중으로 상징되는 구야당 세력이고, 군부 정권은 수구에 불과하다. 또한 서구의 보수는 군부 독재에도 또 지역주의에도 근거하지 않지만, 한국의 보수는 친일 세력에 그 뿌리를 두고, 독재와 지역주의와 반공 이념에 의존하여 왔다. 한편, 우리나라의 진보는 노동 계급 등 사회적 약자와 소외 세력들을 지지 기반에 포함하고 있지만 주된 요소는 아닌 데 비해, 서구의 진보는 명백하게 노동계가 핵심 지지 기반이다.
· 정치 문화와 정치 사회화
정치 문화는 그 사회의 정치 제도, 정치와 관련된 시민들의 태도, 행동 방식을 지칭한다. 하지만 좁은 의미로 시민들의 정치 의식이나 행동 양식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정치 문화는 그 사회의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경험, 그 사회가 추구하는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산물로서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변화될 수 있다. 한 사회의 정치 문화는 정치 사회화를 통해 형성된다. 정치 사회화란 정치와 관련된 지식, 태도 또는 가치관 등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성장하면서 국가의 존재와 정치의 역할을 인식하고, 특정 이념이나 정치 세력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결정한다. 이러한 과정은 사회화와 마찬가지로 유년 시절부터 가정, 또래 집단, 학교 등을 통하여 형성되면서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 이익 집단
이익 집단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시위, 파업과 같은 행동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기도 하고, 국민의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조성하여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이익 집단은 정부의 정책 결정과 집행을 감시하게 됨으로써 정부가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통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또 이익 집단은 다양한 이익을 표출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시켜 국민이 스스로의 이익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출제경향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원래 서구 사회에서 형성되었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정치의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진정한 보수 세력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회의하고 있는 시각이 많다. 따라서 그러한 원론적인 개념을 우리 사회에 적용할 때, 과연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 진정한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 또 건전한 정치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보수와 진보는 어떤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 되었다.
2008학년도 한양대 모의 논술에서 '긴급조치 위반 사건 관련 판사의 명단 공개를 둘러싼 쟁점과 찬반론자의 견해'와 2009학년도 숭실대 모의 논술에서 '미래 민족 사회에서의 민족주의의 역할'과 관련하여, '보수와 진보'의 문제를 간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아직 논술 고사에서 보수와 진보에 대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있지 않다. 그만큼 예민한 문제이면서도, 규정하기 힘든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우리의 정치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확실하게 정립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논의가 우리의 건전한 정치 문화에 뿌리를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정훈/부산진고 교사
관련교과
·정치(교학사) Ⅱ. 정치 과정과 참여 3. 정당과 이익 집단 (2) 민주 정치와 이익 집단 (3) 민주 정치와 시민 단체 Ⅴ. 정치 발전의 과제 1. 정치 발전의 의미 (2) 민주 정치 발전을 위한 노력 3. 민주적 정치 문화 (2) 시민 사회와 정치 참여 (3) 정치 문화와 정치 사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