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가요무대에는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가 등장합니다. 이 곡은 프랑스 샹송 < Un Poete > (시인)에 우리 말로 새롭게 가사를 입힌 번안곡입니다. 원곡 < Un Poete > 는 프랑스 출신 가수 알랭 바리에르 ( Alain Barriere ) 가 1968년 작사, 작곡, 발표한 곡입니다.
< Un Poete >의 가사는 한 시인이 사회의 불의에 저항하고, 그 저항 정신은 후대에 계승될 것이라는 희망을 토로한 내용입니다. 즉 원곡은 시인이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고자 분투한다는 메시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프랑스 원곡은 프랑스에서 히트하지 못했지요.
한국에서는 10년 뒤인 1979년 배인숙 님이 < Un Poete > 를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라는 제목으로 발표했지요. 배인숙 님은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 한국 가요계를 풍미했던 펄시스터즈의 멤버였지요. 배인숙 님은 언니가 결혼하자 솔로로 데뷔하면서 이 곡을 발표했습니다. 이 곡의 가사는 배인숙 님 이 쓴 것입니다. 배인숙 님은 다음 주 가요무대에 오랜만에 출연하여 이 곡을 열창할 예정입니다.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길을 걸으면 생각이 난다
마주보며 속삭이던 지난날의 얼굴들이 꽃잎처럼 펼쳐져 간다
소중했던 많은 날들을 빗물처럼 흘려보내고
밀려오는 그리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가득찬 눈물 너머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거울을 보면 생각이 난다
어린 시절 오고가던 골목길의 추억들이 동그랗게 맴돌아간다
가슴속에 하얀 꿈들은 어느 하루 잃어버리고
솟아나는 아쉬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가득찬 눈물 너머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난다
헤어지던 아픔보다 처음 만난 순간들이 잔잔하게 물결이 된다
눈이 내린 그 겨울날 첫사랑을 묻어버리고
젖어드는 외로움에 나는 이제 돌아다본다 넘치는 눈물 너머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창가에 앉아 하늘을 본다
떠다니는 구름처럼 날아가는 새들처럼 내 마음도 부풀어가네
어딘선가 나를 부르는 아름다운 사랑의 노래
지평선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 떠나련다 저 푸른 하늘 너머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는 천진난만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 그리고 아픔을 남기고 헤어진 첫사랑을 회상합니다. 그러다가 새로운 사랑과 희망을 찾아 나선다는 스토리이지요. 이 곡의 가사는 시를 방불케하지요. 이 곡은 원곡과는 달리 개인적 사랑과 희망을 추구하는 노래입니다.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의 가사는 솔로 가수로 힘겹게 홀로서기를 시도하던 배인숙 님이 과거를 회상하는 한편 새로운 희망을 다짐하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여집니다.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는 한국인의 감성에 맞는 서정적인 가사와 감미로운 선율로 히트합니다. 유려한 단어들을 동원하여 잔잔하게 과거를 회상하는 대목이 압권이지요. 아울러 새가 되어 사랑이 기다리는 지평선을 향해 날아간다는 구절은 새 희망을 던져주었지요.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가 크게 유행했던 1980년 전후의 시기는 군부 쿠데타와 그에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 등으로 한국 사회가 엄청난 격동기에 접어들었던 시기였습니다. 최근 이 시기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상영되기도 했지요.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 등장한 이 곡은 묘하게도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습니다. 현실의 거친 소용돌이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아늑했던 과거를 돌이켜보게 했지요. 또 새 희망이 보이는 하늘 너머 지평선을 찾아간다는 가사도 음울한 현실을 떨쳐버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리라 보여집니다.
<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는 특히 1절 가사에 < 길을 걸으면 생각이 난다>라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길은 인생의 목표이자 그 주인공이 걸어온 역정이지요. 따라서 길을 걸으며 지나온 날들을 생각한다는 것은 사색적인 느낌을 던져줍니다. 천천히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기는 것은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주지요. 당시 혼란스런 상황에 처한 많은 한국인들이 길을 걸으며 이 곡을 흥얼거리지 않았을까 여겨집니다.
https://youtu.be/WAPGHFbWnY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