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울음소리'에서 보는 이기(利己)의 비판
민 병 식 (시인, 수필가, 평론가)
박완서(1931 ~ 2011)작가는 1950년 서울대 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한국 전쟁의 발발로 학업을 중단한 바 있고 1970년 여성동아 여류 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뒤늦게 등단, 그 이후 분단의 현실, 여성문제, 노인 문제, 자본주의 체제, 한국 사회의 갈등, 인생에 대한 이야기 등을 풀어낸 수많은 작품을 남긴 우리나라 근 · 현대 소설사에서 빠질 수 없는 커다란 족적을 그린 인물이다. 이 작품은 1970년 여성지 공모전을 통해 데뷔한 대중 소설 작가로 여겨지던 작가가 는 3년 뒤 근엄한 평단의 주목을 받으면서 ‘작가’로서 재평가받게 되는 수작이다.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은 주인공인 ‘나’를 비롯하여 남편, 아들, 고등학교 때 국어 선생이었던 이태우 등이 있다. 나의 삶은 남들이 보기엔 행복한 삶이다. 남편은 돈을 잘 벌고 자식들도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니 외형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스스로는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행복하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맏아들은 미대를 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남편은 대학에 가서 은행원이 되면 잘 살 수 있는데 왜 힘든 길을 택하냐며 말리고, 난 내심 아들이 자신의 뜻을 관철했으면 하지만 아들은 쉽게 굴복한다. 아들이 나중에 남편처럼 집에서 TV나 보며 간식이나 먹으며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
그때부터 난 밖으로 나도는 일이 잦아졌고 어느 날 우연히 밖에서 여고 시절 욕쟁이라는 별명을 가진 국어 선생인, 이태우 선생을 만나게 된다. 그는 수업을 하다가 다른 길로 빠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욕하고는 했다. 당시의 세상을 개탄하고 현실에 비분강개해 하던,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여기던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 앞의 이태우 선생은 욕을 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아직도 욕쟁이이길 바라는데 말이다. 그 옛날 여학생들이 청산되지 못한 일본말을 내뱉으면 그토록 나무라시던 이태우 선생님의 입에서 일본말이 쏟아져 나온다. 사실 나는 여학교 시절 이태우 선생의 그 비분강개를 좋아했고 닮고 싶어 했던 것이다.
나는 그의 욕이 듣고 싶어 집요하게 따라다니지만, 그는 하루하루 풀이 죽어갔다. 나는 이미 선생으로부터 욕을 단념하고 비명이라도 신음이라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이 기다리고 있어야 할 다방에 편지가 놓여 있다. 자신의 사업 걱정과 유부녀가 외간 남자를 만나서는 안 된다는 당부와 욕을 조르지 말라는 애원이 뒤섞인 편지였다. 그렇게 이태우 선생은 사라진다.
여기에서 우린 세 가지 인물상을 볼 수 있다. 꿈이나 도전 정신없이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그러한 미래를 자식에게 세습하려는 남편, 당시의 사회 부조리와 현실을 비판하며 꿋꿋한 기상을 가졌으나 지금은 맞닥뜨린 현실이 버거운 이태우 선생, 이태우 선생의 기상을 존경하며 그리워하나 자신은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나’이다.
그렇다면 작품에서 말하는 지렁이 울음소리는 무엇일까. 바로 이태우 선생의 욕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이태우 선생의 욕을 듣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워 한다. 진짜 지렁이 울음소리가 들릴까. 아마 울음소리가 있다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일 것이다. 이태우 선생은 울다가 지친 지렁이와도 같고 지금은 그 울음소리조차 남아 있지 않다. 주인공은 그런 선생을 보면서 세속화 되어가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그 모습을 안타까워한다.
작품은 한 여인의 타성에 젖은 생활로 인한 무료함을 통해 물질적 풍요와 앞에서 점점 왜소해져 가는 개인과 고뇌 없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인간의 무사안일과 자기만족을 비판하고 있다. 바로 세상이야 어떻게 돌아가든, 남들이 어찌 되건, 자기만 잘살면 된다는 생각, 그런 생각으로 가득한 이기의 세상을 말이다.
첫댓글 🙏🙏🙏
🙏🙏🙏
박완서선생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라는 소설이 생각납니다
감사합니다 _(())_
여러 생각들이 나는군요
같은 일을 겪고도 느끼는 것이 다르듯이
같은 작품을 보고도 그럴 것이다.
물론 공통점은 있다
변화가 많고 불안정하면 할수록 안정을 추구하고
안정적이면 변화를 꿈꾼다
공무원이 선망의 직업이 된 것은 그만큼 다른 곳의 생활이 힘들기 때문아닌가
뭐든 자기에게 맞아야 하고 자기길이어야 할 것이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현실
내도 나를 내 마음대로 못하는데 무슨 남을 ..특히 자식을
과욕이다.
이 길 저길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고하는 것이 딱 정답이라 할 수는 없지만
건강히 행복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사회에 비판하고 국가라는 거대담론을 말하는 것 자체가 순수하고 깨어있는 것
자기 몸 하나만 생각하고 자기 안녕 자기 잘 됨만 바래서는 곤란
사회가 잘 되어야 내가 좋고 너도 좋다
국가가 잘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수록 계란으로 바위치기가 느껴진다
좀 늦더라도 오래 살려면 다른 사람과 함께 가고
빨리 가고 금방 죽으려면 자기 혼자만 간다는 비유 말이 있다
인생 잠깐이고 꿈이라 한다
너무 자신만 생각해도 곤란 너무 남 국가만 생각해도 그렇다
물질 돈 명예 권력에 따라 굽신하는 삶은 비굴하지 않은가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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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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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울음소리~
기발한 표현입니다.
앎이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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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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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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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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