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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가야금 산조’ 뉴욕 무대 오른다 | ||||||||||||
10월 19~20일 ‘뉴욕산조 축제’ 한국 대표로 참가 “세계서 인정 받아 유네스코 무형문화제 등재 꿈꿔” 김죽파·황병기류 가야금 산조 연이어 공연 펼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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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현 숙 서원대 음악학과 교수 박현숙(57) 서원대 교수가 오는 10월 19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1회 뉴욕 산조 축제’에 한국 대표로 참가한다. 문화부가 주최하고 국악방송이 주관해 CUNY(The Graduate Center of 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에서 열리는 이번 산조축제에는 각 악기별로 모두 6명의 연주자가 출연해 산조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게 된다. 가야금의 박현숙 교수를 비롯, 김청만(장구·서울예대 초빙교수), 이태백(아쟁·목원대 한국음악학부 교수), 박환영(대금·부산대 국악학과 교수), 허윤정(거문고·북촌창우극장 예술감독), 김성아(해금·한양대 국악과 교수)씨 등 내로라 하는 한국의 명인들이 뉴욕 무대에 선다. 박현숙 교수는 이번 연주회에서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를 선보인다. 공연과 함께 ‘김죽파류 가야금 산조’가 담긴 그의 두 번째 음반도 발간된다. 박 교수는 “각 악기마다 한 명씩만 선정한 것이라 영광스럽기도 하고, 많은 외국인 앞에서 긴 시간 동안 홀로 연주를 하게 돼 부담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산조가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고 판소리, 종묘제례악에 이어 유네스코 무형문화제로 등재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산조축제에 앞서 10월 17일에는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극장의 초대를 받아 황병기씨와 함께 ‘정남희제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연주한다. 이들의 음악에 김명숙 늘휘무용단의 춤이 어우러진다. 의도치 않았지만 마치 인연처럼 연이어 뉴욕에서 선보이게 될 두 개의 공연은 박 교수에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김죽파, 황병기 두 명인은 박 교수의 가야금 인생에 가장 큰 울림을 준 스승이기 때문이다. 13세 때 가야금 소리를 좋아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가야금을 처음으로 연주하기 시작한 박 교수가 김죽파 선생을 만난 것은 서울대 국악과 3학년 재학시절이었다. 당시 김정자 교수가 민속악을 배우려면 민속악의 대가인 김죽파 선생에게 배워야 한다며 소개시켜줬던 것. 1974년부터 1989년 김죽파 선생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15년을 배웠고 2000년부터는 황병기 선생과 인연이 닿아 지금까지 10년째 레슨을 받고 있다. “김죽파 선생님은 연주도 뛰어나지만 제자를 가르치는 데도 굉장히 꼼꼼하신 분이었어요. 한번 가면 다섯 시간 연습은 기본이었으니까요. 제가 너무 어려서 김죽파 선생님께 못 배웠던 것을 지금 황병기 선생님께 배우고 있어요. 황병기 선생님은 레슨을 하다 자신의 마음에 맞는 소리가 나올 때만 추임새를 하시는데 그 추임새를 받고 싶어서 더 열심히 연습하죠.” 두 개의 산조가 가야금 산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 겹치는 부분이 많다. 같은 부분이 나오면 다른 곡으로 넘어 갈 수도 있어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연달아 두 개의 산조를 연주해야 하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박 교수는 두 곡을 이어 연습하고 있다. 황병기류가 70분이고 김죽파류가 55분이니 한 번 연습을 시작하면 꼬박 2시간을 넘게 가야금을 타야 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징검다리’라고 칭한다. 지금 김죽파·황병기 선생을 만날 수 없는 후학들에게 자신이 음악을 전달해줘야 하는 입장이니 책임감이 더 막중하다고 한다. 그래서 ‘연습벌레’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연습에 연습을 매진하고 잦은 연주회를 갖는다. 지금까지 23회의 독주회를 가졌고 수시로 소규모 연주회를 연다. 지난해에는 한양대 국악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 학기마다 다른 유파의 가야금 산조에 대한 발표회를 가졌고 영어 시험을 치르기 위해 과외를 받기도 했다.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1996년부터 서원대 음악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그의 수업을 듣기 위해 서울, 수원에서 오는 학생들도 많다. 그가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은 ‘천천히, 기본부터’다. 그는 “최근 25현 가야금이 나오면서 농현이 많이 가벼워져 안타깝다”며 “다양한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18현, 25현도 필요하지만 전통 음악을 제대로 배워 놓고 새로운 음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박 교수의 입에서는 연신 ‘재미있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어려우니까 재미있는 것이고 같은 가락을 수없이 해도 할 때마다 달라 재미있는 것이고 가야금 산조에 장구가 들어서면 교감이 가 더 재미있단다. 이제 막 악기를 배우기 시작해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소녀처럼 볼을 붉히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44년 가야금 인생을 이끌어 온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것 같았다. “산조에는 인생이 담겨져 있어요. 농현의 깊은 맛, 명주실의 울림이 참 좋아요. 마음을 죄어 긴장시키기도 하고 느슨하게 풀어주기도 하죠. 어렵지만 그 재미 때문에 쉬지 않고 연습하는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가야금 소리가 더 좋아지네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영혼이 깃 든 소리를 내고 싶어요.” <조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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