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n
Recklinghausen`s ds .. 이 복잡한 이름의 병은
Autosomal Dominant ( 상(相)염색체 우성)로 유전되는
신경종양의 일종으로, 우리말로는 렉크링하우젠씨 병, 혹은 신경섬유종 이라고
부르는 병이다,
이병은 앞서 음악란에 소개했던 클라라 하스킬이나,
자클린느 뒤프레가 앓았던 다발성 경화증등과 계열은 비슷한 병이다,
그러나 이병은 그것과는 여러가지 특성이 많이
다르다, 첫째 이병은 경화증에 비해서 수명을 단축 시키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즉 생명을 위협하는 후유증이 많지는 않다,
둘째, 이병은
일상생활에서는 경화증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끔찍한 삶을 살게되는 천형중의 천형이다,
사실 나는 이병을 기억하기가
싫다,
그런데도 클라라 하스킬과 자클린 뒤프레의 이야기를
음악란에 기고한 것을 보면 내 머리속에 무의식적으로
이병에 대한 강한 인상이 박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건 나는 그 글들을 기고한 이후 작은
가슴앓이가 생겼는데 차라리 이렇게 털어버리고 나면 후련 할지도 모른다,
몇년전 내가 종합병원에 근무 할 때였다,
내 진료실에 모자를 푹 눌러
쓴 여자분이 들어섰다.
화장을 상당히 짙게 하고 챙이 깊은 모자를 쓰고 들어와서 첫인상은 상당히 거북했다.
그러나 그 여자환자가 모자를 벗는 순간 나도
모르게 " 엌" 하는 소리를 지를 뻔했다,
그분의 얼굴에는 온통 구슬보다 커다란 사마귀들로 뒤덮여 있었고.
눈과 입을 제외하고는 전부 커다란
사마귀들로 뒤덮힌.. 그야말로 괴기영화보다 더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첫눈에 이 환자가 Von
Recklinghausen`s ds 라고 불리는 병을 앓고 있음을 알았고.
그분의 얼굴에 생긴 엄청난 크기의 사마귀들이 cafe au
lait spot 이라고 불리는 말초신경 가지에 생긴
종양덩어리 들이라는 것을 짐작했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의사로서의 본연의 자세를
기억하며 침착하려고 했지만,
아무리 애써도 내 얼굴에 나타나는 당혹감이 모두 지워지지 않았을 것임은 분명했다.
그분이 병원을 찾은 이유는 명치가 아프고, 숨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검사결과는 종격동의 종양 이었다,
이 병을 앓은 분들은 인체의 신경말단 조직까지
종양이 침범한다,
그래서 우리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부위는 모두 종양이 생길 수 있다. 머리카락 손톱 발톱을 제외하고는
전부 거대한 사마귀가
생 길 수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가슴과 배 사이에 신경조직에서 종양이
생겼고 그것이 복부와 가슴을 압박한 것이다,
수술에
들어갔다..
억지로 덩어리들을 제거하고 복부와 가슴을 압박하던
덩어리들을 제거 했다.
그리고 수술을 들어가기 전에 성형외과에 통사정을 해서 성형외과적인 수술을 같이 했다.
그분의 얼굴과 손에 있는 종양들
중에서 큰 것들만 제거해도 훨씬 보기가 나을것 같아서,
복부-흉부종양에 대한 두개과의 합동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성
형외과에서는 얼굴과 손에
있는 종양들을 가능한 한 많이 제거를 했다..
그리고 그냥 그렇게
퇴원했다.
언젠가 말한 적이 있지만, 인간은 자기일이 아닌
이상, 아무리 충격적인 경험도 쉽게 잊어버린다,
특히 의사란 직업은 더욱 그렇다,
내가 평생을 근무 할 것 같았던 종합병원 봉직의
생활을 그만두고 왜 개업가로 돌아서야 했는지
나중에 얘기 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지만, 하여간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평생동안 경험하는
희노애락의 양은 일반인의 백배, 천배아니 만배쯤 된다,,
그러다가 그런것들에 너무 둔감해지거나
민감해지면, 스스로 의사로서의 자격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란 이러한 감정들에 적당히 느슨하다가도
가끔은 다시 팽팽하게 조이고 당겨야하는데
사실 나는 그것에 실패한 사람이다..,
...............
........
하여간.. 그일은 상황이
끝났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서 우연히 티브이를 보는데,,,
그 프로그램 제목은 "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 .."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그기서 다시 그 기억을 살리게 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내용은 이랬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약에 쓴다고 두꺼비를 잡아다가
처마밑에 산채로 매달아 놓았다,
( 시골에서는 그렇게 말려서 가루를 내서 피부병에 바르기도 한다).
그런데 그 두꺼비가 100일을 죽지 않고
매달린채로 버티면서 살더니 백일만에 죽었다,
그 두꺼비가 죽던날 어머니가 출연자를 출산을 했는데. 그 아이가 Von
Recklinghausen`s ds 였다,
그래서 출연자로 나온 사람이 얼굴을 모자이크로
처리해서 나와서는 자신은 두꺼비의 저주로
온몸이 커다란 사마귀같은 종양으로 뒤덮힌채 숨어서 산다 .. 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
아마 그 프로그램의 소 제목이 "두꺼비의 저주"
였을 것이다,
그리고 말미에는 전문가의 멘트를 통해서, 이것은
불치병이고,,, 어쩌고 저쩌고,,,를 한 오분간 설명했다,,..
..............
......
다음날 오전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저 김 ** 인데 기억하시겠어요.. 선생님?"
나지막한 목소리에 순간 어제밤의 프로그램이 겹치면서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 선생님 제 병 정말 앞으로 의학이 발달해도
평생 못고치는거 맞죠..?" .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어서,
" **씨 아닙니다, 요새 미국에서 신약을 하나 개발중인데. 임상시험에서
고친사람이 많답니다 "
무조건 거짓말을 했다,. " .. 선생님 거짓말 하시는거 알아요, 어제 테레비도 봤어요.
그기서 **대 교수님도 못
고친다더군요.." ..
나는 결사적으로
설득했다,,
"일단 병원으로 나오라,," " 지금
어디냐...?.." "우선 좀 만나자,," "치료 방법을 알려주겠다..."
결국 그녀는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길로 원무과에 주소를 조회해서,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고 경찰서에 신고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다들 반응이 약간 생뚱하다는 것 이었다,, " 죽는다고 한 것도 아니고 ,
그병을 한 두해
앓은 사람도 아니고, 과민반응 아닌가,,, " 하는 것 이었다..
논리적으로는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여간 나로서는 할 일을 하고,,, 또 다시
그일을 잊어 버렸다..
..........
...
그로부터 4.5. 일 후 응급실 당직의사가 진단서
사인을 부탁하러 내방으로 올라왔다..
" 선생님 이 환자 DOA (Death on
arrival.. 병원에 도착시 이미 사망한 환자) 로 들어왔는데,
선생님이 주치의 셨더라구요, 그래서 사인에 대해서 오류가 없는지 좀
봐주세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그분은 어느 사찰 뒤에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
되었다고 한다,
응급실에 내려가서 커텐을 걷고 얼굴을
대면했다..
질병의 영향으로 거뭇거뭇하던 피부가 이젠 하얕게
바뀌어 있었고,
그 보기 흉하던 종양 덩어리들도 그렇게 그렇게 몸의 주인과 같이 죽어있었다..
그리고 심전도를 찍기위해 풀어헤친 가슴에는 배까지
이어진 커다란 수술자국이
마치 상이군인의 낡은 훈장처럼 그렇게 남아있었다....
방송국에서는 그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그것이
누군가의 마지막 희망과 삶을 빼앗는 일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유명대학의 교수는 교수대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무심코 던진
말이
엄청난 연기(緣起)의 사슬이 되어, 누군가의 생목숨을 빼앗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나도 내가 무심코 남에게 던진 말, 뜻 없이 행한
일들,,
이런것들이 나도 모르게
연기(緣起)의 사슬로 이어져 그것이 두고두고,
업장을 쌓아 나가는 일임을 그때서야 비로소 깨닿기
시작했다..
2004/11/11 시골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