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영화 '옹박' 시리즈의 1탄은 2004년 개봉된 '옹박 : 무에타이의 후예'이다. 쁘랏야 뺀깨우 감독의 이 영화는 주인공인 토니 자와 태국의 전통무예인 무에타이를 지구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태국 영화산업의 부흥은 물론 전 세계적 무에타이 열풍을 일으킨 게 바로 이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농촌 마을인 농프라두의 수호신인 옹박 불상의 머리가
문화재 밀반출 세력에 의해 도난당하자 무에타이 고수인 팅(토니 자 분)이 도시로 나가 이를 되찾아
온다는 얘기다. 팅이 무에타이 실력을 발휘해 악당들과 벌이는 호쾌한 액션 장면들이 볼 만하다. 사실 이 영화는 대역을 쓰지 않고
연기한 토니 자의 리얼 액션이 압권이다. 일체의 와이어 액션이나
컴퓨터 그래픽 없이 날것 그대로의
무술을 선보인다. 팔꿈치와
무릎을 사용한 사실적 타격감과 장애물을 뛰어넘고 피해가는 추격전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물신주의 맞선 태국 전통 액션
동아시아 문화적 정체성 찾기
영화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뤄 살아가는
시골 마을과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비정한 도시공간을 대비해 보여준다. 또 옹박 불상으로 대변되는 전통적 가치와 물질 만능의 현대적 가치가 극렬하게 충돌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부처 머리를 잃었으니 마을에 흉조가 들 것"이라는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나 옹박 머리를 찾아 길을 떠나는 팅에게 스님이 건네주는
부적은 일견 비과학적이고 미신적인 요소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서양인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동양적 믿음의 정신적 세계에 속한다. 반면 도시에서는 돈에 대한 믿음만 가득하다. "내가 바로 신"이라고 외쳐대는 악당 두목은 마을 사람들이 영험한 보물로 여기는 옹박 머리를 한낱 '돌덩어리'로 취급하는 물신(物神)의 대변인이다.
시골 청년들은 자신의 몸의 힘으로
나무를 타고 올라 목표물을 획득하는 '
건강한 경기'를 즐긴다. 반면 도시의 놀이는 살벌하기 짝이 없다. 오토바이 경주를 통해 마약이 거래되고, 돈을 걸고 하는 투기성
격투기와 카드놀이 도박이 성행한다. 불법적이고 범죄 행위에 속하는 '병리적 현상'들이 난무한다. 팅이 무에타이를 옹박 머리를 찾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면,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물든 악당들은 돈이라는 우상을 쫓아 총 사용이나 폭력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국보급 문화재를 밀반출 하는 반민족·반국가적 행위를 서슴지 않는 것도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흥행에
성공한 상업영화이지만, 이 영화에는 서양 문명에 맞선 동아시아인의 문화적 정체성 회복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 농프라두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신봉하는 옹박 부처와 민족정기가 서린 무에타이도 그러한 열망이 투영된 상징적 존재로 볼 수 있다. 논설위원 hyu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