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2, 지극히 사적인 네팔, 수잔 샤키야• 홍성광 지음, 2022, 총294쪽
지난 12월 27일에 앤드리아 스틴 스트리어가 쓴 그림책 [카미와 야크]를 읽었다. 그 이야기에 카미라는 세르파족 소년이 나왔다. 온통 눈보라 속을 달려 위험에 처한 새끼 야크를 구하러가는 장면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잊혀지지 않았다.
오늘 이 책에서 또다시 세르파족을 만났다. 이들은 고산 지대에 사는 슈퍼맨이다.
4,000미터 정도 고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오스트리아 음료 회사 레드볼이 에베레스트에서 개최하는 마라톤 대회에서 언제나 1,2,3 등은 세르파가 차지한다. 우리가 자주 듣던 학습지 회사 이름 T셀파가 바로 그 세르파를 셀파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르파란 다시 말해도 역시 고산 지대에 사는 슈퍼맨이다.
세르파는 등반가들이 히말라야 산맥의 8,000km이상의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칸첸중가, 로체, 마칼루, 초오유, 다올라기리,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등을 올라가는데 필수적인 안내인들이다. 외국인들이 네팔에 와서 히말라야를 오르기 시작했을 때, 실제로 등산로를 개척하고 등반가들을 이끌어 주고 등반가들의 짐을 올려 준 사람들은 모두 세르파라고 한다. 하지만 등반 기록에 [세르파]의 이름은 남지 않는다.
이 책 저자는 세르파를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134쪽) 한 눈에도 전문가라는 게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본 세르파는 어린이들조차 볼이 단단하고 손도 쇳덩이 같았다. 산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다. 연구에 따르면 세르파의 신체는 저지대에 사는 일반인들과는 다르다.
첫째, 세르파의 미토콘드리아는 일반인들보다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더 큰 에너지를 만든다.
둘째, 고지대에서 일반인들의 몸은 적혈구를 증가시키는데 세르파들은 적혈구 증가가 훨씬 적다. 그 대신 산화질소 분비가 늘어나 혈관이 확장된다.
셋째, 일반인들보다 몸의 지방을 훨씬 더 쉽게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다.
넷째, 에이티피(ATP)가 고갈되어도 근육 수축을 돕는 에너지 비축물인 포스포크레아틴 수치가 높다.
다섯째, 유리기(free radical)가 일정하게 유지되어 산소가 부족해져도 세포와 조직 손상을 막아 준다.
특화된 지역에서 살아가는 특별하게 단련되어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세르파인 것이다. 눈 덮힌 히말라야 산맥을 바람이나 번개처럼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눈앞에 선연하게 그려진다. 처음 그들은 1900년대 초반에 티베트와 인도의 다즐링에서 고산 지대로 이주해서 살게 되었고 1953년 5월 29일, 영국 원정대 소속이던 힐러리가 네팔의 셰르파인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등정하면서 세르파족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세르파족들은 에베레스트 [정복]이라는 단어를 싫어한다.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라는 것이다. 산은 존경의 대상이고 순응해야 할 자연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 책에서 매우 인상적인 내용은 구르카 용병에 관한 것이다. 쿠르카는 네팔-영국 전쟁(1814~1816) 때부터 유명해 졌는데 네팔 왕국을 만든 구르카 왕국과 영국 동인도회사와의 전쟁에서 구르카는 돋보이는 전공을 올렸다(197쪽). 그 당시 당대 최고의 강대국이던 영국군을 막은 것이다. 네팔이 영국 식민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냈다. 영국을 상대로 독립을 지켜낸 것은 네팔 사람들에게 큰 자부심이다. 영국 역시 큰 인상을 받아서 구르카 부대를 창설했다고 한다. 구르카 부대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Better to die than be a coward!"
영국 해리 왕자는 구르카 소총병대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데 영국 왕자 해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세상에 구르카 부대보다 안전한 곳은 없다."
2010년에는 딥프라시드 뿐(Dippradad Pun) 하사가 큰 화제가 되었는데 왕립 구르카 소총병대 제1대대 소속이었던 뿐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단신으로 30명의 탈레반을 물리쳤다고 한다. 그 일로 엘리자베스 2세로부터 용십자 훈장(Comspicuous Gallantry Cross)를 받았다. 히말라야 안내인 세르파 중에는 구르카 용병 출신도 있는데 2021년에 히말라야 14좌를 최단 시간 올라간 님스 푸르자도 구르카 용병 출신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