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비가 내립니다.
선생님 떠나시는 날 종일 비가 내려요.
아무런 마음 준비 없어 마음은 먹먹하고 눈물만 납니다.
항상 저희들과 함께 계실줄 알았는데, 전화 드리면 지금도 호탕하게 웃으시며 따뜻하게 받아주실 것 같은데, 아직 선생님과 주고받았던 카톡 더 나누어야 할 이야기가 있는데......
선생님!
돌아보니 저희가 선생님을 만난 것이 40년이 지났어요. 그때 꼬맹이들이 어느새 오십이 훌쩍 넘었으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지요. 그 때의 기억도 많이 희미해져요. 그래도 선생님께서 사진으로 남겨주신 장면 장면들이 우리들 가슴 속에 깊게 새겨져 따뜻하게 해주었어요. 운동회 때 어깨동무하고 수줍게 찰칵, 가을 소풍 가서 내동 어느 감나무 아래서 그냥 좋아서 찰칵, 눈 많이 내린 날 다 같이 모여 찰칵......
정식이는 어제 그 사진들을 가지고 와서 그때를 그리워하고 선생님을 찾았습니다.
추운 겨울날 손이 터서 갈라지고 피도 나던 그 때 선생님께서 우리 모두의 손에 발라주셨던 것은 따뜻한 사랑이었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은 비록 한 학기 담임이셨지만 제자들 살아오는 동안 챙겨주시고 응원해주신 평생의 선생님이셨습니다.
친구들 군대간다고 기꺼이 하룻밤 함께 해주시고 훈련소까지 가 주신 선생님, 결혼식도 부모님 장례식도 챙겨주시고, 친구처럼 소주잔도 함께 부딪혀주시고, 힘든 일 있으면 격려해주시고......
선생님 같은 분이 또 있을까요?
그런 선생님이 우리의 선생님이어서 너무 감사하고 좋았습니다.
어제 선생님 가시는 길 마지막 인사드리고 정읍에 내려왔는데 정읍역에서 나와 순간 울컥했습니다. 재작년 저기 어디쯤에서 선생님과 함께 했던 1박 2일 봄날이 떠올라서요. 거뜬히 국사봉을 오르시고 함께 했던 그 생생한 추억이 또 한방울 눈물로 흐릅니다. 화창한 그 봄날 마을 마을을 다니시면서 친구들 부모님을 만나시는 선생님, 맨발로 달려나와 손 꼭잡고 송선생님 오셨다고 반기시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선생님의 제자라는 것이 그냥 좋았습니다. 학생들 이름이며, 그 집 밭이 어디에 있는 것까지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하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었지요.
그렇게 보낸 시간이 너무 좋아 다음에는 거제도를 함께 가시자고 했는데... 코로나로 미루고 미루었던 것이 너무나 후회가 됩니다. 후회되는 것이 그 뿐이겠어요. 더 자주 전화드리지 못한 것도, 좋아하시는 소주 한 잔 더 올리지 못한 것도 아프게 하네요.
선생님!
이제 정말 선생님과 헤어져야하나봐요.
선생님께서 남겨주신 아름다운 추억들, 따뜻한 사랑 가슴에 담아두고 친구들 서로 힘이되어 잘 살아가겠습니다.
선생님께서도 제자들 잘 지켜봐주시고 그곳에서 항상 평안하세요.
참 좋은 우리 선생님!
안녕히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