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두번째 장터입니다.
출발하기전부터 곳곳에 연락이 옵니다. 무슨 일인가 싶었더니 지난번 한겨레 인터뷰 한것을 보신분들이 많이계셨습니다.
나중에보니 다음 메인에 바로 기사가 있는것을 보고 놀랐네요.
기사를 잘써주신 한겨레 김채운 기사님에게 감사함과 더불어,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도록 지금까지 잘 이끌어온 우리 공동체 대표님과 식구분들께 감사함의 인사를 드려봅니다.
만물장수가 된 사회복지사 “어르신들이 되게 반가워해요”
“물건 파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어르신들 삶을 살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남 영광군 묘량면에 2년 전 귀촌한 김동광(35)씨는 이동형 장터 ‘이동점빵’의 만물 장수이자 사회복지사다. 지난해 3월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별안간 만물 트럭 운전대를 잡았다. 김씨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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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3844.html#ace04ou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이동점빵 출발합니다.
9시 20분,
오늘도 저는 동네 어르신께 한 소리 듣습니다.
"아니 어째, 내가 사는거 알면서 그걸 또 놓고온당가.. 참네..."
아침에 이것저것 챙긴다고 챙겼지만, 손주에게 주기 위한 불닭볶음면이 오늘도 빠져있었습니다. 점심에 갖다 드린다고했지만, 어르신의 상황은 달랐던것 같았습니다. 손주가 연휴를 맞아 집에 일찍이 와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이지요. 아침에 늦잠자고 일어나지만, 일어나면 밥보단 불닭볶음면을 찾다보니 점심 전에 먹었어야했던 것입니다. 어르신께 최대한 빨리 갖다드리겠다고 말씀드리며, 죄송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전해드렸습니다.
9시 40분,
"아니, 지난번에는 이쪽 골목은 오지도 않더만~" 하시는 어르신.
골목 의자에 앉아계시던 어르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는데, 지난주가 조금 바쁘기도 했지만 제가 깜박 놓쳤구나 싶었습니다. 어르신께서 늘 찾던 빵만 많이 갖고 가서 좋아라하실줄 알았는데, 다음에는 안보여도 꾸준하게 들어가야겠구나 싶었습니다.
한창 이야기하던 중 젤 꼭대기 윗집 이모님 내려오셨습니다.
"지난번엔 울 집 마당서 돌더니 이젠 안올라오나벼?" 하시는 이모님.
한동안 주문호출이 없어서 안갔다고 말씀드리니, 당신도 다른데 오래 있다 오느라 오랜만에 오셨다고 합니다. 그러곤 옆에 앉아계시던 어르신들 드시라고 전병과 보리과자를 사시는 이모님. 동네 어르신들 간식 사주시는건 역시 우리 젊은 이모 삼촌들 입니다.
9시 50분,
회관에 잠시 들어가니 어르신들이 누워계십니다. 잠시 인사만 드리고 나오려던 찰나,
"두부 한 모라도 갖다 주나? 미안해서~" 하시는 어르신.
바로 뛰어 어르신 갖다 드렸습니다. 작은것이라도 어르신이 필요하신것이 있다면 바로 갖다 드립니다.
10시,
지난번 설탕 주문하시면서 매실 따달라고했던 어르신,
"내가 매실 담으면 한 3개월 걸리거든, 그 때 내가 좀 줄께~" 하십니다.
"지난번엔 내가 하도 미안해서 그래`" 하시는 어르신.
별일 아니지만, 작은 도움이라도 받으면 크게 생각해주신 어르신들 덕분에, 마음이 호강합니다.
10시 10분,
오늘은 어르신께서 좋아하실만한 것 골라 갔습니다. 제가 오는 것을 보고 침대 뒤로 빠져계시려는 어르신의 모습이 집 밖에서 보입니다. 반갑게 인사해주시는 어르신 고맙습니다. 오늘은 황도 하나 빼고 모두 고르신 어르신. 이젠 어르신께서 좋아하시는 취향을 거의 맞춘듯 싶습니다. 오후에 오시는 요양보호사 선생님께서 어르신이 잘 드실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혹 어르신은 냉장고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로 더 사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해서 사는 것인지, 아니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 사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종종 들때가 있습니다. 간혹 사시는 것을 못하게 할 때면 어르신께서 강하게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냉장고에 황도 3캔이 있는 것을 보고 한 캔만 사시는걸 권유해드렸더니, 수긍해주셨습니다. 이제 어르신과 관계가 조금 가까워진듯 싶은 것 같습니다.
10시 45분,
어르신 부부가 택시에서 내리십니다.
"지난번 공병 있지?"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 필요하신 물건 바꿔가십니다. 공병으로 물건을 바꿔가시는 어르신들의 기분으 좋습니다. 이 동네에서는 공병을 내놓으면 아주 가끔씩 오는 고물장사가 바로 다 싣고 가지만 무엇하나 주진 않습니다. 점빵은 수거도 하고, 물건도 바꿔주니 어르신들께서는 늘 공병수거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간혹 공병을 모아오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활동일 수 있으니, 그것도 받고자 합니다.
11시,
어르신께서 조심히 나오십니다.
"오늘은 살게 없는데 미안해서 어쩌지."
점빵차 소리가 나면 어르신들은 무엇이라도 하나 갈아주고 싶은것이 어르신들 맘이지요. 근데 부담스러워서 집 밖을 못나오는 상황이 된다면 그건 점빵차가 잘못한것이지요. 어르신께 절대 그러시지말고, 꼭 나와서 얼굴 한 번씩 보여달라고 말씀드리며 올라갑니다.
11시 10분,
오늘은 시동생도 집에 와 계셨던 어르신.
"오~ 없는게 없네~ 다 있네~~ " 하시는 시동생님. 서울에서 오셨다고 합니다.
동네 상황 말씀드리니, 이런게 꼭 필요하지 하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두부만 사시려다, 음료수 사야하신다며 음료수를 달라고 하십니다. 그러다, 이것저것 생각하시더니 섞어서 달라고 하시는 어르신.
그 자리에서 바로 있는 것으로 맞춰 한 박스 해드립니다. 콜라 12개, 사이다 8개, 포카리스웨트 10개. 어르신 맞춤형으로 음료수 30개짜리 한 박스 해드렸습니다.
11시 30분,
오늘은 회관서 다 같이 식사를 하시는가봅니다. 간만에 모여계시는 회관. 요즘 통 일한다고 다들 바쁘시더니 모이시니 좋습니다.
"지난번 코다리 말고 다른 코다리 갖고 왔어?" 하시는 총무님.
총무님 피드백으로 더 나은 코다리를 갖고 왔는데, 나름 흡족해사는 맘으로 코다리와 두부 6모 사가십니다.
뒤에 계시던 우리 어르신. "집에 갖다 왔는가?" 하십니다.
"회관에 두고 싶은데 돈을 앉갖고 왔네." 하시는 어르신. 그러자 뒤에 계시던 삼촌이 돈을 건네주십니다.
"어르신, 제가 내드릴께. 나한테 돈 주쇼~" 하십니다.
동네분들이 점빵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모두 함께 맘을 모아주십니다. 참 감사한 순간들입니다.
저도 기쁜 마음으로 물건드리며, 웃으며 장사하고 넘어갑니다.
13시 40분,
어르신들 건강체조가 한창입니다. 건강체조 강사님이 준비해주신 바나나, 막바지에 제가 들어가니 2개 주십니다.
"어르신들, 다음주에는 고관절하고 하체여라. 빠지면 이건 무조건 손해여, 뭔말인지 알아시겠죠? 저 갑니다~" 하시는 강사님.
어르신들에게는 병원 의사보다도 더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체조로 관절들을 잡아주니 좋습니다.
한 어르신, "오늘은 돈이 없는데, 포인트가 얼마나 있대?" 하십니다 .
전화해서 여쭤보니 적립되어있는 포인트 7천원을 확인했습니다. "그걸로 뭐라도 좀 줘봐~" 하십니다.
뭐라도 안사면 늘 서운하다고 말씀하셨던 어르신, 무엇이라도 갈아주고 싶으셨다 싶습니다.
강사님에게 받은 바나나 챙기고, 어르신들에겐 물건 드리며 나섭니다.
14시 10분,
어르신댁에 우유드리러 방문했습니다.
"오늘이 수요일이여? 목요일이여?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겠구만"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 따라 집을 들어가니 천장이 특이합니다. 집 내부 리모델링을 하면서 지붕을 받치고 있는 나무는 그대로 두셨다고 합니다.
지붕을 받치는 나무가 멋있다고, 아들이두라고 했다는데.. 집이 얼마나 되었는지 호기심 생기게 되네요.
14시 15분,
마을 어르신 댁, 요양보호사분이 나오십니다.
"어르신 발은 괜찮은데.. 주말끼고 하면 진물 나고.. 난리나지요.. 왜이렇게 병원을 안가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 병원에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여쭤보니,
"예전에 주사 놓을 때 잘 안되서 손 다리를 묶었다고 하더라구요~" 하십니다.
병원에 대한 너무나도 강한 트라우마가 생겼던듯 싶었습니다. 저 같아도 그런 경험 겪고나면 다신 안가고 싶을 것 같은데... 이를 어찌하면 좋을까 싶습니다.
그런와중 어르신께 필요한 물품 전달하고 내려오는 길에 본 논의 모습은, 참 아름답기만 하구나 싶습니다.
모내기가 끝을 향해가고 있는 농촌, 내일은 비가 온다는데 농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물대느라 물이 부족해지고 있다는데, 모처럼 많은 비가 내려 도움이 되길 바래봅니다.
14시 35분,
마을에 있는 회관은 우물과 같습니다. 이동점빵 하고 다니면 목이 많이 말라 물을 자주 마시게 되고, 화장실을 종종 가게되는데, 각 마을마다 있는 회관은 제게 있어서 천국같습니다. 어르신들이 계신다면 더 좋겠지만, 안계신 회관도 열어놔주시니, 오며가며 지나가는 장사꾼에게도 좋은 쉼터가 됩니다.
14시 45분,
회장님 오랜만에 나오셨습니다. 한창 바쁘셨나봅니다. 오시자마자 외상거래부터 해결하시는 회장님. 적지 않은 매출을 올려주시니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곤 오늘은 외상을 않으셨습니다. 근황이 어떠신지 알순 없지만, 바쁜걸음 바로 움직이셨습니다.
15시 10분,
어르신께서 지난번 수거해간 공병 확인을 하셨습니다. 박스에 잘 담아놓은 공병. 어르신께선 만원을 주시곤 나머지는 올려두라고 하십니다. 그러곤
"아고아고~" 하시며 허리를 잡으시는데, 종종 장난을 자주 치셔서 정말 괜찮으신지 여쭤보면 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등짝을 떄리십니다. 평상시 걷는 걸음걸이에 허리가 힘들어보이시는건 확실한 것 같지만, 생활에 무리가 더 없으시길 바래봅니다.
15시 20분,
지나가던 찰나, 밭에서 어르신이 손짓하십니다.
"내가 돈을 갖고 왔나 보자..." 하시더니 사이다 2개, 콜라 한개 사십니다.
농사가 한창일 땐 어르신들이 장을 보러 가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렇게 밭 옆을 지날 땐 어르신들이 많이 붙잡곤 하십니다. 간혹 너무 갑자기 붙잡아서 놀라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천천히 가야겠다 싶기도 합니다.
17시,
모든 장터를 마치고 정리하던 무렵, 어르신께서 전화가 왔습니다.
"내 생일이라고 사위온다는데 술 사다놓는게 깜박했네." 하십니다. 어르신 필요하신 술 바로 갖다 드리니 좋아하십니다.
근데, 지난주도, 지지난주도 온다고해서 샀는데, 이번주에는 꼭 오실려나 싶은 생각을 하며 돌아옵니다. 돌아오는길 눈에 비친 하늘의 풍경 한 번 더 감상하며 마무리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