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경기도 부천의 주상복합 아파트 48층. 올 초 이곳으로 이사한 홈 스타일리스트 유신원 씨는 살고 있던 58평의 살림 공간을 화이트 & 그레이 톤으로 바꿔보았다. 모던과 프렌치 클래식 스타일을 조화롭게 섞은 홈 스타일링을 통해 깨끗하고도 활기 넘치는 공간이 완성되었다.
고층의 주상복합 아파트라 일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라운드 구조와 대형 원기둥이 눈에 띈다. 거실과 다이닝룸이 이어져 탁 트인 공간에는 조금씩 이동하는 햇빛이 하루 종일 머문다. 화이트, 베이지, 블랙, 그레이의 무채색이 어우러진 공간이 편안함을 선사한다. 다이닝 공간 위의 천장은 전통적인 모티프로 장식했다. 한지 조명은 주광색 LED등으로 교체해 은은한 멋을 살렸다.
탁 트인 전망을 볼 수 있는 다이닝룸에서 다과를 준비하는 유신원 씨. 8인용 테이블과 긴 벤치 의자는 3년 전 홍대 공방에서 제작한 것인데 짙은 나무색이 밝은 공간에 중심을 잡아준다. 튼튼하고 실용적이라 식사뿐 아니라 저녁 시간에 가족이 다 함께 모여 독서나 인형 옷 만들기 등 웬만한 취미 활동도 함께할 수 있다. 원목 세트가 단조로울 것 같아 의자는 화이트 카르텔 마스터즈 체어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골라 매치했다.
부천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라운드형 거실. 아침이면 햇살이 곳곳에 스며들고 해 질 녘의 노을은 장관을 이룬다. 와이드한 뷰에 반해 이곳을 선택했다는 홈 스타일리스트이자 이 집의 주인인 유신원 씨는 외국의 펜트하우스 같은 느낌을 넓은 거실에 담고 싶었다. 이 때문에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답답한 살림집이 아닌 갤러리나 고층 작업실에 온 듯한 인상을 준다. 그간 아파트와 고급 빌라, 카페와 소규모 상업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홈 스타일링 업체 블랑크의 대표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유신원 씨. 수많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집과 상업 공간의 스타일링 및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을 통해 기량을 쌓아온 그녀는 이 집을 통해 주부들이 원하는 최신의 트렌드를 보여주고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단골 꽃가게에 들러 생화를 꼭 구입한다는 유신원 씨는 넓은 공간에 작은 꽃다발이 선사하는 생기를 사랑한다.
컬러는 화이트, 베이지, 블랙, 그레이의 무채색으로 전반적으로 모던하고 깔끔하지만 편안한 톤으로 마감했다. 여기에 소품과 가구 등으로 컬러와 텍스처에 변화를 주어 집주인의 취향을 담았다. 전체적인 콘셉트는 화이트를 기반으로 다양한 스타일이 믹스 매치된 프렌치 클래식으로 정했다. 고층 아파트의 딱딱함을 부드럽고 여성적인 프렌치 클래식 스타일로 중화해 사람 사는 집의 온기를 담고자 했다.
모던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의 롤프 벤츠(Rolf Benz) 패브릭 소파와 투명 일루션 테이블 & 블랙 타공의 두 가지 스타일 티테이블로 변화를 준 거실 전경. 일반 아파트에서는 볼 수 없는 커다란 원기둥이 거실에 독특함을 더한다.
구조 역시 베테랑 전문가답게 영리하게 배치했다. 외국의 집 같은 탁 트인 공간을 연출하지만 실제 사는 이들의 효용성까지 고려한 것. 자유로이 모일 수 있는 가족 공동의 공간을 늘리고, 구성원 개인의 프라이빗한 공간은 별도의 인테리어 없이 편안하게 꾸며 알차게 쓰이도록 배치했다. 시각적인 즐거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생각하는 것은 직접 살림을 담당하는 25년 차 주부의 눈높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은 역시 거실이다. 쉴 때도 일할 때도 햇살을 받으며 거실에서 지낼 수 있게 컴퓨터 작업 테이블을 아예 소파 뒤편으로 이동해 작은 서재로 만들었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거실 양쪽의 흰 기둥에 하오스 디자인의 벽시계인 골드피시 시리즈와 새 시리즈를 배치했다. 재운을 가져오는 골드피시 아이템을 자연스럽게 적용한 풍수 인테리어다.
아파트에 새로 입주하면 건설사의 입김이 반영된 획일적인 스타일이 그대로 남기 마련이다. 이곳 역시 그랬다. 유명 패션디자이너의 이름을 걸고 디자인된 공간이라는 테마로 이미 기본 인테리어가 완성되어 있었다. 주상복합 아파트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을 많이 썼고 체리색 마감재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그녀 눈에는 오히려 이런 부분이 시대에 역행하는 디자인으로 느껴졌다. 입주를 결정한 뒤 공사할 곳을 체크하다 보니 안방 욕실과 다이닝룸 천장의 한지 조명만 남기고 전체를 바꾸게 되었다.
거실 한쪽에 놓인 트렁크는 20여 년 전 황학동에서 구입한 것. 이사 오며 흰 페인트로 새롭게 칠했더니 캐주얼한 빈티지 소품으로 거듭났다. 장식 효과는 물론 옷과 간단한 소품 수납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벽은 물론 방문 역시 나무의 결만 살려 화이트 & 그레이 톤으로 맞추어 페인팅했다. 한 가지 톤으로 맞추다 보면 자칫 단조로울 수 있어 연한 그레이와 진한 그레이를 번갈아 사용하고, 벽에는 웨인스코팅 작업을 했다. 바닥 또한 원래는 짙은 원목 바닥이었지만 입구에서부터 거실과 다이닝룸까지 T 자형의 공간 모두를 걷어 내고 그 대신 나뭇결이 들어간 타일을 헤링본 무늬로 만들어 깔았다.
브론즈색 톰 딕슨 볼 시리즈 7개를 언밸런스로 매달아 조명으로 연출하는 인테리어 효과를 준 홈 바. 바닥의 헤링본 무늬와 조명 배치가 공간에 경쾌함을 더한다.
이후 주상복합 특유의 유난히 좁아 보이는 복도가 길고 시원하게 보이게 되었고, 거실 분위기도 한층 밝아져서 대만족이다. 또한 타일 소재라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한 번 난방을 하고 외출해 돌아와도 바닥에 온기가 남아 있을 정도로 오래가서 생활에 쾌적함을 더한다. 최근 홈 인테리어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가 조명이다. 다른 가구에 비해 스케일이나 볼륨은 작지만 존재감은 상당하다. 적재적소에 효과적인 조명을 배치하는 것만으로 인테리어의 완성을 꾀할 수 있다. 유신원 씨는 블랙 홈 바 위에 브론즈색 톰 딕슨 볼 시리즈 7개를 언밸런스로 매달아 조명으로 연출하는 인테리어 효과를 극대화했다.
내추럴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프렌치 클래식 스타일로 꾸민 부부 침실. 욕실 및 파우더룸과 맞닿은 비정형의 공간이 처음에는 아쉬웠는데, 화이트 & 그레이 톤으로 통일감을 주어 정리했더니 한결 심플해졌다. 앤티크한 가구와 조명, 벽면의 웨인스코팅과 천장의 한지 조명 등이 어우러져 은은하면서도 편안한 무드를 연출한다.
부부 침실과 연계되는 프렌치 클래식 스타일을 적용한 두 딸의 방. 자녀가 직접 만든 레이스 원피스를 인테리어 오브제로 활용했다.
거실을 중심으로 화이트 & 그레이 컬러로 집 안 전체를 심플하고 깔끔하게 스타일링하면서 부부 침실과 두 딸의 침실은 내추럴하고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프렌치 클래식 스타일로 꾸민 것이 눈에 띈다. 역시 컬러는 최대한 배제했지만 간결하고 부드러운 곡선의 가구와 소품, 나뭇결을 살린 페인팅으로 연출한 침대 헤드, 사각 프레임의 장식 패널을 덧댄 웨인스코팅 등이 공간에 단정한 활력을 전달한다.
월풀 욕조가 놓인 부부 욕실. 야외 뷰를 감상하며 거품 목욕을 즐길 수 있다. 욕조 옆에 놓인 낮은 병풍은 그녀가 직접 수를 놓아 자수로 만들었다.
침대 헤드와 맞닿은 파우더룸 역시 원목 가구 전체를 그레이색 페인트를 칠해 통일감을 주었다. 천장의 펜던트 조명은 프렌치 클래식 스타일을 완성하는 숨은 조력자다.
이 집에서 컬러 톤이 달라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사이드 거실을 개조한 오디오룸이다. 자신만의 공간이 없는 남편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이곳은 현재 6조의 스피커로 꽉 찬 상태. 인테리어보다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한 취미 공간은 오디오룸 외에도 각각 패션디자인과 사진을 전공하는 자녀들을 위한 작업실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몰두해서 할 수 있도록 별도의 스타일링 없이 최대한 단순하게 두었다. 홈 스타일링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편안한 생활도 추구하려는 주부의 지혜다.
사이드 거실을 개조한 오디오룸은 집 전체에서 컬러 톤이 다른 공간이지만, 남편이 편안하게 취미에 몰두할 수 있도록 별도의 스타일링을 더하지 않았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집안 톤을 만든기 위해 페인트를 화이트, 연한 그레이, 진한 그레이로 번갈아 사용했다. 웨인스코팅 작업을 한 벽 위와 침대 헤드는 물론, 통으로 된 나무로 짠 문과 바닥 타일까지 모두 페인트로 칠해 통일감을 주었다. 기존의 원목 바닥을 걷어 내고 나뭇결이 들어간 45×11cm의 타일을 헤링본 무늬로 만들어 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