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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계절 6월이 가기 전에
허름한 옷차림으로 산책을 나왔는데
아는 그녀를 만날까 봐 호수 윗길로 올라가 걸으면서도
왜 자꾸 그쪽 쉼터만 쳐다보게 되는지
이 나이에도
내 나이를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예나 그때나 같다
만날까 피해 다른 길로 가면서도 만날까 해져
두 마리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여성을 보면 눈길이 멈춘다
6월 이맘때쯤 아카시아 향이 있을 때면
아카시아 향보다도 더 분냄새가 짙고 여인의 투명한 린넨 옷 사이로 비치는
진한 향기의 이팝나무 밑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 그 옛날 나도 모르게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말았던 이팝니무 꽃향기이다
한 여자를 알게 된 것이다
어머니 품에서 벗어나는 남자의 이소이다
그래도 어머님은 이 아들의 짝을 찾은 걸 기뻐하며 대견해하셨으니
오리엔탈 유토피아
작품 하나 만들면 이렇게 행복하고 뿌듯한데
우리 어머니들은 자식 낳고 기르며 얼마나 뿌듯하고 보람되셨을까
그 행복감은 천하를 다 얻은 듯 부와 권세도 부럽지 않으셨을 거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은 없애며 모든 걸 오르지 자식을 위해 희생하시는 거였다
내가 10대 때 그러하신 어머님께 크게 불효해 드렸다
잘 나가던 공부를 놓고 맨날 밤낮으로 그림만 그리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주야가 바뀌고
낮이 밤이고 밤이 낮이 되니 학교 생활도 할 수 없어 휴학을 했다
어머님께선 얼마나 앞 이 캄캄하셨을까?
걱정하시는 어머님 뵙기도 부담스럽고 구속되는 것만 같아서 집을 뛰쳐나갔으니
어머님께선 그저 이 자식이 건강하기만을 바라셨으며
결국 디자인의 길은 허락하셨으니
아버지의 뒤를 못 잇는 나를 얼마나 애달파하셨을까
홀로 자식 교육을 전담하시느라고 자신의 모든 명예와 부는 뒤로하고 오르지
이 자식 하나만 잘 되기를 바라셨는데
자식이 학교 생활을 고만두겠다고 했을 때
부모의 마음은 청천벽력도 이럴 수가 없으셨을 거
그동안 자식교육 잘 시켰다는 소리 들으시다가
하루아침에 자식 농사 잘 못 지었다는 말도 듣고
남편 복이 있어야 자식 복도 있다는 소릴 다 들으셨단다
내가 죽일 놈의 불효자이다
그런 어머니께서
내가 한국 생활에 옥죔을 느끼며 미국 생활을 택하면서
다시는 한국땅을 밟지 않을 걸로 하고 떠날 때
나의 멘토이신 당시 유명하신 석학자께서 뒤도 돌아보지 말고 떠나라고 하시며 격려와 위로를 해주셨을 때
내가 나의 모든 작품을 한 두개만 남겨두고 다 불태우고 떠났는데 어머님께선
내가 처박아두고 미처 잊어버렸 던
메모지나 스케치 드로잉 도면들을 차곡차곡 모아두셨다
나 같은 불효자에게도 은인들은 있었으니 부모로 물려받은 내음과 모습이리라
열 달 배 아파 낳으셨기에
부모는 자식을 노심초사 하루도 각정 안 하는 날이 없기에 무언가 무언으로 물려주시고 계신다
자랑이 아니라
내가 집안 학교에서 잠시 교편에 섰을 때도 여학교로만은 발령 내지 말아 달라고 한 것은
내가 미국 생활할 때 나를 도와준 이태리계 미국인 자매님의 사랑을 받을 때도
내가 어머님을 못 모셔와서 애를 태울 때 서류로라도 결혼해 주겠다고 했고
내가 모방송국에 있을 때 나를 눈여겨보신 여 이사님도
내가 미국서 허름한 일 할 때 그 회사 여직원의 보살핌도
40여년 전 졸업생들이 지금도 반창회를
많은 여자분들이 지나갔으니 내가 죄다
나의 영어과목을 돌봐주셨던 S대 영문과생 선생님도
나보다 5~6살 연상이신데도 나를 책임지시겠다고 했고
하물며 사촌이나 조카들도 나를 애모했다니 내가 패륜아이다
실속 없는 속 빈 강정이고
빛 좋은 개살구이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정답이다
사람이 행처가 많으면 거할 곳이 없고
말이 많으면 실이 없다는 말이 맞다
징검다리 냇돌을 밟고 내를 건널 때 내 손을 잡아주는 손은 나의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아주고
지탱해 준다
지금 내 안식구도 나에게 무엇이 씌어서 시집왔는지
내가 일생 갚아야 할 빚이다
어머님께도 이 자식 때문에 일생 부귀영화도 멀리하시고 오르지 희생으로
집착케 하였고
이 자식을 낳고 기르며 보람과 행복해하신 어머님께 보답을 못 해 드렸으니
이 못난 자식이 다 죄다 나의 업이다
이 자식에게 재능과 좋은 냄새를 주셨는데도
그걸 잘 사용하지 못하고 바람만 일으켰으니
내가 일생을 두고 이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다 굴레다
세상 어머니들은 자식인 우리 때문에 액이,,,
자식인 우리는 그걸 알아 부모를 봉양 책임을 다 해야 할 거
세상이 다 변해도
바람이 태양이 변하게 하지 못하는 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내음이요 모습이다
몽돌 밭에서 몽돌이 되고
대 밭에선 대나무가 난다
이 신록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찬란히 울먹였던 젊은 날을 반성해 본다
그날은 또 올려는 지
우리집 치자꽃
베버 / 오페라 '마탄의 사수' 中 제3막 아가테의 카바티나 '구름이 태양을 가릴지라도'
- 렌네케 라이텐(sop), Thom Janssen(피아노), 마탕기 사중주단 ~ 일마레
https://youtu.be/i6rPrUJZFIs?list=TLGGFgynDBRUxNUxMTA2MjA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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