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발전소는 생산해내는 전력이 여타 발전소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지어놓으면 들어가는 비용보다 생산해내는 전력을 통해 얻는 이익이 대단하기에 사용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대기오염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얼마나 유익합니까?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행여 사고가 일어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예를 1986년 우크라이나 지역에 있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그 뒤에 이어지는 피해가 엄청나고 오래 지속됩니다. 그래서 주저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쓰고 남은 폐기물 처리도 숙제로 가지게 됩니다.
오늘날 어느 누구도 전기 없이는 살기 어렵습니다. 거의 모든 생활이 전기의 힘을 빌어서 유지됩니다. 그러므로 전력생산에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쉽게 많은 양을 생산하여 국민의 삶을 편리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만들어주어야 하는 책무가 정부에 있습니다. 필요량은 늘어나는데 생산되는 양이 따라가지 못하니 고민이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원자력 발전을 고려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미 반세기 안에서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 마당에 그 위험을 안고 계속 밀어붙일 것이냐 하는 것이지요. 이전 정부에서는 원자력발전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다시 바뀌었습니다. 계속 돌리자 하는 것이지요. 그 많은 필요량을 어디서 얻겠느냐는 것입니다. 다른 길이 없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만든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일단 사용하는 만큼 마모가 되고 부족함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나이 들면서 기능이 저하되고 병도 생기듯이 기계도 마찬가지입니다. 10년이고 20년이고 사용했는데 처음과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관리를 잘한다 해도 늙어가는 것이지요. 새 것으로 교체를 한다면 나아질까요? 크게는 발전소 자체를 새로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늙은 발전소는 어떻게 하지요? 고려장이라도 해야 합니까? 앞에서 말했듯이 싸놓은 폐기물이 문제이듯이 이 골동품조차도 함부로 방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냥 다음 세대에게 맡기면 그만입니까? 참으로 무책임하지요?
재난이라는 것이 때로는 사람으로서는 불가항력일 수도 있습니다. 소위 천재지변은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람들의 실수나 무관심 또는 욕심으로 비롯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위 인재라고 하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방심하거나 나 몰라라 도망하는 것입니다. 적은 피해로 그칠 수 있는 것을 막대한 피해로 키우게 됩니다. 당초 사람의 욕심으로 부실하게 공사를 했다 해도 그 뒤 그것을 감독하고 감시해야 하는 사람도 자신의 책임져야 할 부분에 소홀하면 사고를 잉태시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 저런 사람들의 사사로운 야망이나 욕심이 껴들면 시한폭탄을 안고 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후에는 많은 사람들이 재난에 동참합니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누구나 확신하였던 바로 그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합니다. 설마, 설마 했지만 사고는 확대되어 갑니다. 이미 전문가는 그 위험성을 상부에 보고하였습니다. 그러나 실권을 가지고 있는 총리는 대통령에게 전해지는 것을 차단합니다. 자기 선에서 끝내려고 합니다. 대통령을 위한 일일까요, 자신의 권세를 지키려는 의도일까요? 국민을 위한 일일까요, 정부를 위한 일일까요? 사고는 터졌습니다. 이제는 피해규모를 따져야 할 때입니다. 현장의 작업 인원을 희생하더라도 주민을 지켜야 하는가, 그런데 그 실무자들은 희생을 강요당할 의무라도 있는 것입니까? 얼마 안 되어 피해규모가 확산됩니다. 전체 국민에게 알려야 합니까, 혼란을 피하기 위해 여전히 보도 통제를 해야 합니까? 생각들이 점점 복잡해집니다.
특히 위험을 안고 있는 작업 현장에는 경험과 실력이 겸비된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래야 위기 대처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권력만 누리고 책임은 피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네 사회 속에서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정부 내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전체 국민에게 큰 위험요소이고 손해입니다. 조직의 책임자는 휘하 참모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 것인지 숙고해야 합니다. 결국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로 모아진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조심하리라 생각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배치할 것인가 능력과 실제적인 경험을 지닌 일꾼을 둘 것인가 결정해야 합니다. 대통령, 참으로 무거운 자리라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재난영화 속에는 일반적으로 가족의 이야기가 초점이 됩니다. 사실 인간세상에서 이처럼 끈끈한 관계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일합니다. 단지 어떻게 표현하는가 하는 방법에만 조금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이미 방사능 피폭을 당하여 심한 상처와 고통을 안고 있습니다. 더구나 발전소 내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누가 자원하기를 기다려야 합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깨닫고 위험에 맞서기로 합니다. 대통령은 명령하지 않습니다. 누구나 우리 백성의 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 중의 일원입니다. 목숨은 사람을 따지지 않고 소중한 것입니다. 다만 가치를 만드는 것은 각자 다릅니다. 영화 ‘판도라’(Pandora)를 보았습니다. 2016년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