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트롯을 보면서
조 흥 제
요즈음 방송가에선 TV 조선에서 진행하는 미스터 트롯이 인기다.
내가 그 프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작년에 실시한 미스 트롯 때문이다. 처음에는 보지 않다가 결승이 임박하자 예쁜 아가씨들이 나와 가진 재롱을 떨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귀엽기도 하고 최선을 다하는 데에 가슴이 뭉클해서였다. 결승전에 오른 송가인, 홍자, 정미경 등은 얼굴도 예쁘고 노래도 잘 불렀다.
1등을 한 송가인은 그 후 붐이라는 젊은 가수와 함께 초청을 한 전국을 찾아다니면서 재롱을 부리면서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생일을 맞은 300명의 노인들을 초청하여 생일잔치를 베풀어 주었는데 60부터 98세까지 전국에서 모인 노인들이었다. 그 중에 70대 할아버지는 말기 암에 걸렸는데 송가인의 노래를 듣고 나았다고 하여 송가인은 울먹울먹 하면서 ‘내가 뭔데 내 노래로 병을 고치느냐’고 했다.
그런 미스트롯 때문에 미스터 트롯을 보았다. 처음에는 보지 않다가 미스트롯보다 훨씬 재미있다는 내용을 보고 후반기부터 보기 시작했다. 미스터 트롯은 3개 월 동안 경연을 벌여 그 중에 선발된 다섯 명이 한 조가 되어 노래를 불러 우열을 가리는 경연이었다. 결승에 다섯 명과 탈락한 팀 중에서 두 사람을 뽑아 7명이 결승에 올랐다. 그 중엔 40대도 있고, 20대가 주류를 이루었지만 10대 초반의 미성년자도 있어 흥미를 더해 주었다.
우승은 임영웅이 차지했다. 그의 노래에는 애잔함이 있다. 아버지가 다섯 살 때 돌아가시어 어머니가 미장원을 하면서 키웠다. 결승에 오르자 미장원엔 온통 임영웅 그림이 벽마다 차지했다. 아들에게는 1억원의 상금과 자동차, 신발 200켤레, 안마 의자 등이 지급되니 얼마나 신날까? 여기서 아쉬웠던 것은 마스터 점수와 국민 응원 점수에서 제일 많은 점수를 받은 이찬원이 국민 직접 투표에서 3위로 밀려난 것이다. 이찬원은 대구의 모 대학교 학생이란다. 그 프로 결승전을 본 시청자가 36%라는 기록이고 그 숫자는 종편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대구가 이번 한반도를 강타한 코로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어 이찬원의 노래를 듣고 대구-경북 시민들이 다소나마 위로 받기를 바랐다.
우리는 노래를 좋아하는 민족이라고 한다. 세 사람만 모이면 노래를 부른다는 어느 미디어의 평이었다. 그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나 같은 음치도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은 꼭 본다. 얼마 전 아파트 재활용장에서 노래 책 두 권이 눈에 띄었다. 흘러간 노래와 노래 교실이다. 그걸 갖다 책상에다 놓고 짬짬이 펼쳐 본다. 흘러간 노래는 내가 청소년 때 흥얼거리던 노래들이어서 반가웠다. 노래는 건강을 지켜 주고 병을 치료해 준다. 몇 년 전 이철호 한국문인 발행인이 문학이 병을 치료한다는 책을 냈다. 문학도 물론 병을 치료하지만 노래도 병을 치료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현관문을 열고 나간다. 거기에는 내가 자는 동안 국내외에서 일어난 새로운 소식이 가득 담긴 조선일보가 대령해 있기 때문이다. 그걸 화장실에 앉아서 제목을 보고 나서 컴퓨터를 켠다. 밤 새 새로 올린 회원들의 글이 없나를 보고 나서는 성경을 꺼내 놓고 혼자 예배를 드린다. 찬송가 두 장을 부르고 성경 두 페이지를 읽고 기도를 드린다. 다 소리를 내서 한다. 그러면 밤새도록 목에 걸렸던 가래가 없어진다. 사람이 죽을 때 집행하는 것은 가래다. 평소에는 숨을 쉬지만 죽을 때는 호흡이 약해져 가래를 뱉어 낼 힘이 없는 것이다. 평소 노래를 큰 소리로 자주 부르는 사람은 죽을 때 미룰 수 있다. 하지만 노래는 신이 나거나 여럿이 모이기 전에는 혼자서는 기분이 나지 않아 부르게 되지 않는다.
사람이 늙으면 활동이 둔해져 밖에 나가기도 싫어진다. 그래서 노화가 빨리 온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연말에 교통사고와 수술을 하여 허리가 아프고 호흡이 가빠 활동을 못 하다가 코로나까지 유행하여 가능하면 출입을 안 한다. 이럴 때 아침-저녁 예배 드리면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고 소리 내어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기도는 하고 싶은 말이다. 가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 잘 안 풀리는 일을 위해, 건강을 위해 내 후원자 되시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아뢰면서 이루어 주신 것을 감사 드리고, 막힌 것을 뚫어 주시고, 맺힌 것을 풀어 주십사 기도 드리면 마음이 개운해 진다.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가슴에 담아 두면 병이 난다. 신라의 48대 경덕왕의 귀가 당나귀 귀만큼 커서 남에게 보이지 않게 모자를 썼다. 이발사 앞에선 숨길 수 없어 왕은 그 사실을 퍼뜨리지 말라고 했다. 소문을 내면 죽인다는 엄포가 들어 있어 이발사는 말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다. 드디어 병이 되었다. 백방으로 약을 써도 낫지 않았다. 본인만 아는 병이다. 어느 날 대나무 밭에 들어갔는데 아무리 큰 소리쳐도 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큰 소리로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더니 병이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다 못하고 산다. 미운 × 욕을 해 주고 싶은데 못 한다. 그들은 나보다 힘이 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하나님께는 무슨 얘기를 해도 괜찮다. 들어 주시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가슴이 시원하다. 마음 속에 있는 것을 하나님께 하소연 하고 나서 찬송가를 부르면 기도가 하나님께 상달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요’라는 성경 말씀을 떠 올리면서.
잠 자리에 들어서 잠이 오지 않으면 속으로 노래를 부른다. 홍도야 우지 마라, 울고 넘는 박달재, 엽전 열닷냥, 목포의 눈물, 충청도 아줌마……, 그러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잠 자리에 들어 악몽을 꾸지 않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 드린다. 기도 드리지 않고 자면 악몽을 꾼다. 며칠 전 꿈에는 조흥제가 죽었다는 글이 까페에 떴다. 시퍼렇게 살아 있는 사람을 죽었다니 말이 되는가, 회원 한 사람에게 조흥제 이렇게 살아 있다고 했다. 어제 밤 꿈에는 산에 갔다 호랑이에게 쫓겼다. 급경사에서 구르면서 내려 와도 놈은 끝까지 따라 왔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집에 와서 이불 속에 호랑이를 넣고 나오지 못하게 꼭꼭 눌렀다. 기도를 안 드리고 자서 그런 악몽을 꾸었는지도 모른다. 평소에 악몽을 꾸면 꿈속에서도 하나님께 물리쳐 달라고 기도드린다.
노래 얘기 하다 갑자기 종교 이야기를 해서 주제에서 일탈한 것 같습니다. 노래와 제 종교 이야기에 찬송가를 크게 부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