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청춘 이모티콘 외 1편
신미균
멋대로 살겠다고
집 나갔던 언니가 모처럼 들어왔습니다
막무가내로 돈 달라고 망치로
엄마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
시작합니다
옛날에는 엄마 가슴이 석고처럼
부드러워서
못이 쑥쑥 잘 들어갔는데
이제는 콘크리트 벽이 되었나 봅니다
못이 튕겨져 나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못대가리에서 불꽃이 튀는 소리도 들립니다
언니가 못을 박다 자기 손을 내리쳤나 봅니다
아프다고 펄펄 뛰는 소리도 들립니다
콘크리트에 박힌 못은 빼기 힘듭니다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그렇다고 밥만 축내는 내가 달려들어
언니를 말리기도 힘듭니다
엄마 가슴에 바람이 부딪히나 봅니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내 귀에도 들립니다
잠시 후, 전기드릴 소리가 납니다
망치로 안 되니까 더 강력한 걸 가져왔나 봅니다
전기드릴 때문에 집이 흔들립니다
참지 못한 내가
전원 스위치를 내립니다
갑자기, 나를 발견한 엄마와 언니가 달려들어
대못 나사못 콘크리트못
닥치는 대로 나에게 박아 대기 시작합니다
내 가슴은 합판처럼 얇아서
각종 못이 쉽게 잘 박힙니다
엄마와 언니는 있는 대로 못을 박더니
각자 자기 방으로 들어갑니다
아픈 것은 둘째 치고
밥값이라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내일 아침 엄마는 빨간약
언니는 반창고를 들고 몰래 오다가
내 방 앞에서 마주칠 게 뻔합니다
구멍 뚫린 가슴에서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옵니다
폭탄 돌리기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엉겁결에 폭탄을
공중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엄마의 파편이
우리들 머리위로
분수처럼 쏟아집니다
― 신미균 시집, 『길다란 목을 가진 저녁』 (파란 / 2020)
신미균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1996년 《현대시》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 시집 『 맨홀과 토마토케첩 』 『 웃는 나무 』 『 웃기는 짬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