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신발을 신었을 때
김 진 영
신발장을 이리저리 살핀다. 외출하려 현관에 서면 신발을 고르느라 늘 분주하다. 옷에 어울리는 신발을 찾는 때문이다. 구두와 운동화가 층층이 놓여 있지만 그 한편에 슬리퍼도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신발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신체를 보호하는 기능을 갖지만, 상황과 장소에 맞는 신발은 예의와 체면을 나타낸다. 패션 센스가 사회성의 표현이 되고 문화가 된다.
신발의 선택은 본인이 처한 상황에 맞추게 되므로, 기나긴 세월에 걸쳐서 신은 신발들은 삶의 궤적을 나타낸다, 신발에 사람의 인생이 담기게 되는 것이다.
영어英語에 ‘내가 당신의 신발을 신었을 때’라는 표현이 있다. ‘내가 너의 입장이라면’의 상징적 표현이다. 신발을 직접 신어보듯 타인의 삶을 공감하고 그들이 되어보면서 판단함을 의미한다, 타인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면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첩경일 것이다. 나에게도 타인의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는 기회가 있었다.
몇 년 전, 등산을 갔다가 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무릎의 슬개골이 부서져서 수술을 받고 회복하느라 오랫동안 고생했다. 입원하여 지내는 동안 의료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환자들의 생활에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병원 생활은 경청傾聽을 통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보는 시간이었다. 같은 병실의 환자들은 신체적 아픔을 끊임없이 토로하고, 불편을 하소연하였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을 표현하면 위로가 되었다.
언제나 대하는 의료진과의 대화에서도 환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의사나 간호사가 인기가 있었다. 그들이 병실을 순회하면 환자들은 활기가 솟았다. 상호 간 경청뿐 아니라 눈빛이나 말투 등 비언어적 요소까지도 공감의 요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퇴원 후에도 얼마 동안은 불편을 겪었다. 집안에서는 보행 보조기에 의존하여 움직였다. 외출 시에는 휠체어를 탔고, 상처가 서서히 아물면서 양팔에 보조기를 짚어야 움직일 수 있었다.
전철을 이용할 때는 더욱 불편했다. 사전에 역사의 엘리베이터 위치를 확인하며 준비를 했다. 그러나 모든 오르내림을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기에는 힘이 들었다. 역사마다 그 위치가 달라서 보조기에 의지해 두리번거리며 찾아다니기 일쑤였다.
장애인 접근로가 갖춰지지 않은 곳엔 몇 안 되는 계단일지라도 한없이 높아 보였고, 보조기의 사용도 엄청나게 불편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의 이동에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해되었고, 그들의 신산한 삶을 공감하게 되었다.
장애인 입장을 절실히 느꼈던 날이 있었다. 엘리베이터에 젊은 엄마와 초등학생이 함께 타게 되었다. 그녀는 보조기에 의지한 나를 바라보더니, 아이에게 '장애인이 타는 엘리베이터인데 우리가 탔네'라고 말하였다. 아이에게 교육하는 엄마의 자세인지,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포함되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외출할 때만 불편한 것은 아니었다. 집안에서도 몹시 신경이 쓰였다. 조금만 움직여도 보행 보조기를 끌어야 하니 층간 소음에 신경이 곤두섰다. 그즈음 층간 소음으로 인한 끔찍한 사고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아래층에 바퀴 구르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될 것 같았다. '내가 당신의 신발을 신었을 때' 구절이 떠올라 슬리퍼를 신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 '브레디 미카코'는 공감을 통하여 나와 너의 세계가 만날 수 있고, 혐오와 편견을 넘어설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공감은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능력이지만, 지적인 훈련의 결과물로서 사회 구성원에게 공감을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인들이 휠체어 출근 챌린지를 하고, 학교의 교육과정에서도 장애를 이해하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불편을 줄이고자 노력하는 블로거들도 있어 다행이다.
공감은 나를 투사하여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있는 그대로 알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과 공통점이 없더라도 감정적이 되지 않고 이성적으로 타인의 신발을 신어본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봄볕을 쬐는 듯 따뜻한 마음이 가득한 세상이 되리라.
첫댓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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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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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_(())_
내가 당신의 신발을 신었을 때~
역지사지,
일체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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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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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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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