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맑은 공기… 탁 트인 하늘이 기분을 좋게 하는군…….
"야호~~~"
이런, 소리가 퍼지지 않는군. 그만 내려가야지.
높은 산. 모나크 산맥에 위치한 제법 큰 유리크 봉우리를 정복한 나. 이제 막 내려가려고 준비를 한다.
"끼야호~~"
아, 이 기분을 이걸 안 타보면 어떻게 알리. 모포를 깔고 나는 빠르게 산 아래로 내려간다. 퍼버벅. 왠지 불길한 울음. 아니, 울음인가??? 지금 뒤를 돌아 볼 수도 없고. 왜냐고? 자칫 잘못하면…으악!
"아야야……"
바로 이렇게 되거든……. 나는 다갈색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까 무슨 소리지?"
문득 뒤를 돌아보며 던진 한마디. 그 뒤로 나는 말이 없었다. 이건, 이건…맞아, 눈이 많이 굴러 떨어질 때 나는 소리지. 뭐 별로 생각할 거 없…, 으앗! 눈이 많이 굴러 떨어질 때! 이런 상황을 뭐라 그러지? 맞아, 눈사태.
"……."
잠시동안의 침묵. 그 침묵을 깨는 자가 있었으니…바로 눈사태.
"으, 으아앗!!!"
나는 일어나려 했지만, 발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으아악!"
내 주위로 눈이 덮치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으으읏……."
뭐지? 뭐야? 주위를 둘러보니 아까 정복한 봉우리가 저 위에 있다. 하…어떻게 된 거지? 그러니까 눈이 내 몸을 덮치고, 난…굴러왔군.
"풋, 웃기네."
"누, 누구냐?"
나의 뒤엔 누군가 있었다. 설마, 설이? 서서히 드리워지는 그림자.
-휙!-
나는 칼을 뽑아 들었다. 아마, 이 검은 엄마가 생일선물로 준걸 꺼야. 기억은 안 나지만, 이름이 숏대거였나? 하여튼 호신용인 검을 뽑은 손을 금새 나의 등 뒤로 휘둘렀다. 그러나……. 아무 것도 맞지 않은 칼이 내 앞에 있었다. 블레이드(칼날)가 살짝 얼었어? 역시 설, 설, 설, 설인?
"으앗!"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려 했지만 정체 모를 손이 내 어깨를 잡았다.
"뭐야, 왜 그래?"
참 정답게 느껴지는 30∼40대의 목소리. 고개를 힘겹게 돌리며 나는 그의 눈을 보았다. 맑은 눈. 빠져들 것 같은 눈. 또 몸은…눈으로 뒤덮이진 않았고, 에 뭐랄까 나…갑옷-갑옷 위에 눈이 별로 안 묻어서 뒤덮여 있다고 말 못 하겠다.-을 만져봤다. 음…꽤 좋은데……
"이 링메일(Ring mail), 어디서 났나요?"
"왜, 주랴?"
으…능글맞은 웃음. 난 장난 삼아 말했다.
"네."
…그런데 가방을 뒤지더니 뭔가를 주는데…갑옷? 은색에 번쩍번쩍한 게 새 거인가? 또 자기 허리에 달려있던 많은 검들 중-참 대단한 허리다. 10개가 넘는 검을 어떻게 허리에 메고 다녀……-하나를 들어 나에게 주었다.
"자…미안. 소프트레더(Soft reder)밖에 없네. 그리고 그 숏대거(Short dagger)는 너에게 맞지 않는다. 이 롱소드(Long sword)와 바꾸자."
"네?"
와…땡잡았네? 소프트레더가 150폰(Fon),롱소드도 150폰 하니까…그리고 숏대거는 50폰. 250폰 벌었군.
"좋아요. 자, 주세요."
나는 내 검을 아저씨께 드리고, 검과 갑옷을 받았다. 음…이런. 생일선물로 받은걸 바꿨으니 엄마의 꾸중이 만만치 않을텐데…….
"그런데, 이봐."
"네?"
뭐, 뭐지?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음, 으음…. 자세히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눈 색깔. 어어, 내 눈과 같은 색. 흠, 흠흠.
"자네 이름이 '루카 니르소카(Luca nirsoca)'가 맞나?"
"네? 아, 아, 네네."
나는 계속 '네'라는 대답만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귀족 앞에선 행하지도 않던 표정과 자세를 지금 이 사람 앞에서 무의식적으로 하고 있었다. 욱, 이럴 때면 괜히 머리가 복잡해져서 싫더라.
그가 투구에 손을 갔다 대더니 투구를 벗었다. 머리는 검은 색에 푸른빛이, 아니 푸른색에 검은빛이 감돈다고 해야하나? 하여튼 멋진 머리칼들.
바람이 불어왔다. 그의 머리가 바람에 흩날렸다. 그리고 나를 향한 미소가 보였다. 나 역시 미소로 답했다.
"흠흠, 루카 자네. 왕궁에서 일해보겠나?"
흠흠? 분위기 잡는데 엔 역시 헛기침…엑? 왕궁?
"내가 묻지 않았나. 왕궁에서 일해보겠냐고."
"아, 아, 아. 네……."
으앗! 무슨 얘기를 한 거지? '네'라니……. 이런 멍청한!
"그럼 내일 8시 정도에 치랍(Chirap) 왕궁으로 오게나."
아…치랍 왕궁이었군. 난 또 이 나라의 수도에 있는 왕궁이라고.
나는 얼른 모포를 들고 집으로 뛰어갔다. 경사가 아래로 진 곳이 없으므로 모포를 들고 뛰어야만 했다.
근데, 그 병사가 나를 어떻게 알지?
용어 풀이
루카 니르소카(Luca nirsoca) : 이 소설의 주인공.
★대거(Dagger) : 보통 단검으로 번역되는 가장 유서 깊은 무기이다. 돌을 깨어서도 제작할 수 있는 극도의 제작 용이성 때문에 인간이 있는 곳에서 이 무기가 없는 곳은 거의 없다. 게다가 휴대가 간단하고 은닉이 쉬워서 화포가 발달된 이후에도 군인의 손을 떠나지 않는 원시 무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형태와 크기는 천차만별이다. 대개의 경우 나이프와 쇼트 소드의 중간 쯤의 무기로 취급하지만 명확한 구분은 어렵다. 리치가 짧아서 밀착한 적에게 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유사시 던져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은 굉장한 매력이다.
★ 롱 소드(Long sword) : 도끼와 더불어 근접 격투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무기 중 하나인 장검. 인류가 금속을 다루게 되면서 검은 대형화 추세를 보이게 되며, 전투시 보다 유리한 형태가 요구됨에 때라 단검에 긴 자루를 달아 창을 출현시키는 외도를 걷기도 하는 등의 기나긴 역사 끝에 10세기가 넘어 기어코 롱 소드가 등장하게 된다. 롱 소드는 기나긴 검 역사의 정점에 선 무기로 서 검신의 길이가 3 - 4 피트정도, 폭 1 인치 정도이며 형태는 곧고 양날을 가지지만 동양의 검과 같은 혈조는 없다. 그 형태에서 알 수 있듯이 롱 소드는 기동성이 뛰어나고 여러 형태의 검술에 모두 적합한 검이다. 따라서 보다 가벼우면서도 강인한
검을 만들 수 있는 금속 제련 능력이 발달이 뒷받침되었을 때 비로소 롱 소드가 등장하게 된다.
폰(Fon) : 환타지아 대륙중 트레이키(국령)의 돈 단위
100폰 : 1크루
100크루 : 1케이먼
100케이먼 : 1스로드
치랍(Chirap) : 산의 도시로서 트레이키의 5대 명소중 하나이다. 그 이유로 꼽히는 것은 모나크 산맥밑에 있으며, 경치가 좋은 세계에서 7번째로 높은 산과 같은 존재, 유리크 봉우리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