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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문화외교와 교류외교를 중심으로
이성형*
Ⅰ. 서론
오늘날 외교에서는 소프트파워(soft power)의 역할을 중시한다. 다른 나라
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국가이익을 부드럽게 실현하
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오늘날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는 각광을 받고
있다(Cowan and Cull, 2008; 레오나드 외 2008).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소
프트파워의 위력에 착안하여 공공외교와 문화외교에 주력한 바 있었다. 이
미 냉전기에 미국은 미국문화원(USIA)을 설치하여 프로파간다에서 공공외
교로 전환하여 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미국적 가치는 미국문화원, 풀브
라틴아메리카는 한국에게 더 이상 미지의
대륙이 아니다. 국력이 빠르게 신장되면서 교
류외교와 문화외교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커져
가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 전
통, 문화로 인해 두 지역의 만남에는 특별한 노
력이 필요하다. 첫째, 혼종성의 문화에 대한 이
해가 부족한 우리로서는 지역전문가와 문화연
구자의 양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둘째, 한국의
문학작품 번역, 한국학 프로그램, 예술공연 등
의 예를 통해 일방적 발신의 한계와 조정자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셋째, 한국문화센
터의 입지 선정도 시너지 효과가 큰 쪽으로 조
정되거나,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넷째, 문화외교의 선진국의 경험을 잘 반추하
고, 그것의 장단점을 이해하면서 장기적으로
한국적 문화외교의 모형을 수립해야 한다.
요 약
핵심어: 문화외교, 교류외교, 공공외교, 혼종성, 한국학
d국가전략e2010년 제16권 2호
* 서울대학교 라틴아메리카 연구소 교수
라이트 프로그램, 할리우드 영화와‘보이스 오브 아메리카’등을 통해 자연
스럽게 상대국 공중과 엘리트층에 흡수되었다.1) 문화외교 대국이라 할 프랑
스 역시 프랑스문화원, 알리앙스 프랑세즈, 퀼튀르프랑스 등의 기구를 통해
자국어와 문화 예술을 자연스럽게 전파한다. 독일에는 괴테 인스티투트, 스
페인에는 세르반테스 문화원, 이탈리아에는 이탈리아문화원이 있다.2) 대부분
의 선진국들은 공공외교, 좁혀 말하면 문화외교의 선진국이기도 하다.
왜 이 시점에 필자는 대 중남미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을 논의하고자
하는가? 짧은 시간 속에 한국의 기업들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대단히 빠른 속
도로 부상하고 있다. LG, 삼성, SK, 현대, 기아는 이미 친숙한 브랜드이다. 무
역 부문에서 2008년에 대중 흑자를 능가하는 성과를 누렸고, 자원-에너지
외교도 여러 곳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 외교에서 라틴아메리카가 주목
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한국 상품의 이미지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의 국가 브랜드나 문화의 힘에 대해서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경제
부분은 호조의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소프트 파워 역량은 이에 미치지 못한
다. 이 소프트 파워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공공외교일 것이다. 아직은 걸
음마 단계에 있는 공공외교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또 시스템을 잘 만든다면,
후발주자의 이득도 누릴 수도 있다. 특히 에너지 외교와 자유무역협정(FTA)
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즈음, 현지 엘리트와 국민들에 대한 한
국의 이미지 개선 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의 공공외교도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
다. 이제 세계화와 정보화의 진전으로 공중에게 직접 다양한 이미지와 정보
의 양이 많아졌고, 이런 매개물을 통해 한 나라의 국력이나 이미지 그리고
문화가 전달된다. 또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인구가 여행이나 디아스포라를 통
해 타국과 타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소 브랜드(place brand)인
122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1) 라틴아메리카에 대한 공공외교 내지 문화외교에 대해서는 Smith(2008)에서 간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스미스는 이 책의 제4부에서 부시 행정부의 대테러 전쟁 이후 미국의 영
향력이 이 지역에서 위축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소프트파워를 포함한 스마트 파워에 입각
한 적극적인 대안적 정책을 제안한다.
2) 영국의 문화외교에 대해서는 레오나드 외(2008)와 Martin(1989), 프랑스의 문화외교에
대해서는 Lawrence(2008), 독일의 문화외교에 대해서는 Aguilar(1996) 등이 있다. 대체
로 영국의 논자들은 자국의 문화외교가 독일과 프랑스에 뒤진다고 생각한다.
국가 브랜드 만들기가 나라마다 유행이고, 문화교류를 통한 상호이해의 중
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대체로 공공외교는 (1) 청취(listening), (2) 옹호(advocacy), (3) 문화외교
(cultural diplomacy), (4) 교류외교(exchange diplomacy), (5) 국제 뉴스 방송
(international news broadcasting)의 다섯 차원으로 나뉜다(Cull 2008: 32-6).
청취는 현지의 공중과 그들의 의견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고 정리하여 정책
을 수정하거나 보다 광범하게 공공정책의 접근법을 재편하는 것을 말한다.
옹호는 행위자가 특정한 정책, 아이디어, 일반적인 이해를 외국 공중의 마음
속에 심기 위하여 국제적 커뮤니케이션 행위를 하고, 이를 통해 국제 환경을
관리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가장 비근한 예로 대사관의 언론 홍보 활동을 들
수 있다. 문화외교는 한 나라의 문화적 자산과 성과물을 외국에 알리고 문화
적 전파를 촉진하여 국제 환경을 관리하는 행위자의 활동이다. 정부가 보조
하는 국제예술 교류전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교류외교는 연구기간 또는 문
화습득 기간 동안 시민을 파견하거나 외국 시민을 받아들여 상호교류를 하
는 활동을 말한다. 국가 간 학술교류 활동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제 뉴스 방
송은 라디오, TV, 인터넷을 통해 외국 공중과 접촉하는 활동을 말한다. 오늘
날 정보혁명으로 인해 사이트나 블로그를 통한 외교활동도 무시하지 못할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23
〈표 1〉공공외교의 시간대, 정보 흐름, 인프라
공공외교
시간대 정보의 흐름 전형적인 인프라 한국의 경우
의 유형
청취 단기와 장기
분석가와 정책 모니터링 기술과 외통부와 대사관,
과정으로 환류 외국어에 능통한 스탭 국정원
옹호 단기 대외용
대사관 홍보직, 외통부, 대사관
외교부처 전략기획팀 홍보 담당
문화외교 장기 대외용 문화원 또는 도서관
문화관광체육부
산하 문화원
교류외교 대단히 긴 장기 대외 및 내부 교류기구, 교육부처
국제교류재단
(KF)
국제방송 중기
뉴스 송출자에서 뉴스국, 스튜디오, 아리랑 TV,
대외로 편집국, 송출설비 KBS
출전: Cull(2008: 35). 한국의 경우는 필자가 추가함.
수준이 되었다.
공공외교의 다섯 차원은 대체로 정부나 산하 기구의 영향 아래 있기 때문
에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종종 프랑스처럼 대단히 비대하게 팽창한 기
구들 사이에 조정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지만(Lawrence 2008), 우리나
라의 경우는 아직 충분히 발전한 단계가 아니므로 그런 걱정은 없다. 다만
선진적인 인프라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무
엇인지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주로 대(對)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 가운데 교류외교와 문화외교
의 실상을 파악하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한국의 대
중남미 교류의 역사는 짧고, 성과도 제한적이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서 교역
과 투자가 증가하면서 한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비대칭적 거래를 보완할
공공외교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아직은 공공외교를 구축하는 시작 단계
이니만큼 선진국의 경험과 교훈을 잘 새긴다면, 시행착오의 비용을 줄일 수
있겠다.
제2장에서는 한국과 라틴아메리카가 상대방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 살펴보았다. 상대방의 인식과 기대수준을 이해해야 성공적인 문화/교류
외교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제3장에서는 문화/교류 외교의 인프라와 현황을
살펴보고, 우리가 이제까지 도달한 수준에 대해 평가를 할 것이다. 제4장에
서는 문화/교류 외교의 대표적 사례를 필자가 접한 경험에 비춰 살펴보고
문제점을 지적할 것이다. 제5장에서는 향후 개선되어야 할 점들을 포괄적으
로 제시할 것이고, 마지막 결론에서는 앞의 논의를 간략히 요약할 것이다.
Ⅱ. 한국과 라틴아메리카
1. 한국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위상
한국 외교에서도 라틴아메리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극동’에 치우친 우리
는 그동안 4강 외교 내지 아시아와 동북아 담론 주위를 맴돌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차원의 외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접 지역인 아
시아 권역을 제외한다면, 기타 지역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는 대륙은 라틴
124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아메리카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대 중남미 무역수지의 흑자폭이 크게 증가하여 2008년에는 대중 흑
자를 능가하게 되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수출입의 신장 속도가 빠르고, 무
역수지 개선효과도 크므로 관계당국은 중남미를 전략적인 차원에서 바라보
기 시작했다. 교역의 구조는 전형적인 선진국-후진국 상품 교환의 성격을 띠
고 있다. 2008년도 멕시코와 파나마 두 나라에서 136억 달러의 흑자를 올
렸다. 수입은 거의 없고 수출만 비대해진 이런 불균형이 장기화된다면 각종
무역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또 한국은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였고, 이어 멕시코와 경제보완협
정을, 페루와 FTA 협상을,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FTA 결성 가능성을 타진하
고 있는 상태이다. 그만큼 이 대륙의 경제적 잠재력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무역을 넘어서 투자처로서도 중남미는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미주 시장을
겨냥한 전자, 철강, 자원 및 에너지 부분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
어서 비즈니스 차원에서 관심이 제고되고 있다.
둘째, 최근 에너지 자원 외교의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한국 외교에서 중앙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위상도 자연히 높아졌다. 유전과 가스전
개발과 공급물량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또‘녹색성장’전략이 정
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바이오 에너지 개발의 강자 브라질을 위시
한 라틴아메리카 제국과의 협력이 중요한 관심사로 부상하였다.
셋째, 1990년대 이래 한국 사회도 급격한 세계화의 조류에서 벗어날 수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25
〈표 2〉한국-중남미 주요국 교역과 투자
수 출 수 입 무역수지 투자금액 기타
멕시코 9,090 1,559 8,041 828 경제보완협정 준비 중
브라질 5,925 4,380 1,545 1,108 자원외교; FTA 연구 중
파나마 6,463 872 5,591 - 중계무역지
칠레 3,032 4,127 -1,096 113 한-칠레 FTA
페루 720 904 -184 708 한-페루 FTA 협상 중
아르헨티나 578 914 -336 161 FTA 연구 중
자료: Kotra. 수출입은 2008년 기준, 투자금액은 2009년 기준임. 단위는 백만 달러.
없었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학계, 시민사회의 다양한 행위자들(NGO) 등
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경로에서 쌍방향 교류를 실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남미에 관한 더 많은, 양질의 정보가 요구된다.
넷째, 16세기 이래 중남미의 먹거리가 세계화되면서 우리 사회도 영향을
받은 바가 컸다. 고추, 감자, 옥수수, 토마토 등은 원산지가 중남미이다. 해방
이후 중남미 음악과 댄스는 미8군을 통해 우리 사회에 침투한 바가 있고,
한국의 대중음악 발전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한국 음악인들과 애호가들의
라틴아메리카 음악에 대한 관심은 점차 강화되고 있다.
다섯째,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들어와서 우리와 중남미 사이의 문화
교류도 증가하고 있다. 2008년의‘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이나 2009년의‘페
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전과 같은 미술작품 전시회,‘ 부에나 비스타
소시알 클럽’을 위시한 인기 음악 그룹의 방한 공연이 주기적으로 이뤄지
자, 중남미 문화를 깊이 감상할 기회가 증가하였다. 또 외국여행이 대중화되
면서 라틴아메리카 행도 잦아졌다. 아직은 쿠바, 멕시코, 페루, 브라질과 같은
나라에 제한되어 있지만 다양한 종류의 중남미 기행문이 쏟아져 나오고 있
고,3) 또 문화관광(cultural tourism)이나 생태관광(eco-tourism)에 대한 관심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중남미에 대한 한국 사회 전반의 이해 수준은 지극히 낮은 편이
다. 관련 출판물의 편수도 미미한 실정이고, 그것도 대중적 소개서 위주로
편성되어 있어 심층적인 이해로 안내하는 책들은 많지 않다. 정치, 경제 분
야는 차치하더라도 문화 분야의 전문가도 극히 부족하고 폭 넓은 문화외교
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사람도 거의 없다. 중남미에 대한 지적
호기심은 날로 증가하지만, 이를 채워줄 만한 인적, 제도적 인프라는 아직
126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3) 쿠바 여행기는 붐 현상을 보일 정도로 다양하다. 사회주의란 금지된 땅이란 이미지, 그리
고 이국정취에 대한 강한 향수가 쿠바 여행과 여행기 붐을 가져왔을 것이다. 강태오,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를 가다 (2000), 이광호, 쿠바를 찍다 - 사진작가 이광호의 쿠바 사진
여행 (2006), 유재현, 담배와 설탕 그리고 혁명 (2006), 이겸, 메구스타 쿠바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행 (2007), 최미선(글), 신석교(사진), 개도 고양이도 춤추는 정열의 나
라, 쿠바 - 초이와 돌다리의 '색깔 있는' 여행 (2007), 진동선, 쿠바에 가면 쿠바가 된다 -
진동선의 포토에세이 (2009), 유재현, 느린 희망 - 유재현의 쿠바문화 리포트 (2009). 이
외에 번역된 서적도 두어권이 있다. 요시다 타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2004), 라인
하르트 클라이스트, 하바나-쿠바 여행기 (2009).
취약하다.
2. 라틴아메리카에서 한국의 위상
중남미에서도 한국은 미지의 땅(terra incognita)이다. 하지만 최근 아시아
제국과 중남미의 경제교류가 긴밀해지고, 아시아 붐에 편성하려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아시아에 대한 지식 욕구도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한국도 이
러한 분위기를 잘 활용하여 문화외교를 잘 펼쳐야 할 것이다.
먼저 중국, 일본,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들과 교역이 활성화되면서 중남미의
지경학(地經學: geoeconomics)이 변하고 있다.‘ 대서양의 아메리카’(Atlantic
America)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태평양의 아메리카’(Pacific America)가 강
화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고도성장을 하면서 중남미의 에너지, 자원.
식량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변했다. 중국은 이들에게서 원자재와
식량을 공급받는 대신, 중저가 공산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 덕분에 특수 효
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광산물 수출경제인 페루와 칠레에서 중국은 국가
호감도 조사에 각각 제1위, 제2위를 차지하였다. 대두 수출 덕을 보고 있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에서도 중국은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호감
대상국이다. 중국 문화외교의 창구인‘공자학원’의 인기도 남미에서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경제 문화 교류를 실천하고 있는 대일 선호도도 높다. 일본은
페루에서 제1위를, 칠레에서 제6위를 기록하였다. 반면에 오랫동안 선두권에
있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상대적 선호도 하락이 엿보인다. 미국은 칠레
에서 제8위의 선호국가로서 한국과 동위를 기록했다. NAFTA의 회원국인
멕시코에서도 제7위를 기록하여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선호도 경쟁에서 조금
씩 후퇴하고 있다.
한국의 인지도 부상은 최근의 일인데, 주로 백색가전, IT 제품, 자동차 등의
수출 호조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국에 대한 선호도는 대체로 8-13위 사이
인데, 생각보다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이미 한국은 중남미 대중들에게 기
술 선진국의 이미지로 다가와 있다. 삼성, LG, 대우, SK, 포스코 등은 현지
TV를 포함한 언론매체의 광고판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업 브랜드이다. 기업
브랜드의 성공으로 한국의 성공이 간접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셈이다.4) 또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27
1980년대 이래 한국의 발전 경험을 전수받으려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관심도 나름대로 있었다. 경제관료들과 엘리트들에게 전후 한국의 경이적인
성장과 복지의 확충은 1980년대 이래 각종 경제적 실패를 경험한 라틴아메
리카 국가들의 경험에 비춰볼 때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동아시아에 퍼진 최근의 한류 현상이 멕시코 등 중남미 몇몇 나라에서 부
분적으로 일어났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인지도는 아직도 낮다. 정부
128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4) 때때로 이런 대기업 브랜드의 국적이 일본으로 오해되기도 하는데, 그 까닭은 한국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힘이 상대적으로 허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표 3〉국가 선호도 조사: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페루
콜롬비아 칠레 멕시코 페루
국가 점수 순위 국가 점수 순위 국가 점수 순위 국가 점수 순위
미국 70 1 60 1 캐나다 71 1 일본 65 1
스페인 68 2 캐나다 59 2 스페인 66 2 중국 65 1
브라질 64 3 호주 59 2 독일 65 3 브라질 62 3
캐나다 63 4 독일 58 4 중국 65 3 캐나다 60 4
멕시코 61 5 스페인 58 4 브라질 64 5 미국 60 4
독일 59 6 일본 57 6 일본 64 5 멕시코 56 6
칠레 58 7 브라질 56 7 미국 62 7 아르헨티나 50 7
아르헨티나 57 8 미국 53 8 아르헨티나 60 8 콜롬비아 48 7
중국 57 8 멕시코 47 9 호주 60 8 인도 45 9
일본 57 8 한국 44 10 칠레 58 10 스페인 44 10
호주 54 11 인도 43 11 한국 55 11 쿠바 44 10
페루 49 12 아르헨티나 41 12 이란 53 12 칠레 42 12
한국 47 13 과테말라 38 13 과테말라 51 13 베네수엘라 42 12
인도 46 14 콜롬비아 37 14 콜롬비아 51 13 36 14
과테말라 44 15 베네수엘라 36 15 엘살바도르 50 15
쿠바 44 15 쿠바 36 15 페루 49 16
베네수엘라 43 17 엘살바도르 35 17 쿠바 48 17
엘살바도르 42 18 페루 33 18 인도 48 17
이란 37 19 이란 33 18 베네수엘라 47 19
출전: Nexos, abril de 2009(http://www.nexos.com.mx/?P=leerarticulo&Article=314)
와 민간 차원에서 한국 알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그 역사가 일
천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남미 지식인과 대중들에 여전히‘미지의 땅’인
셈이다.
중남미는 유럽 이민자들이 정복하고 건설한 문명인지라, 아시아와는 문화
적 친밀감이 떨어진다. 로망스 어를 사용하고, 유럽 대륙의 제도와 문화가
전승되었기에 아시아와의 공통분모를 찾기가 대단히 힘이 든다. 이들이 스
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 미국 등에 느끼는 역사적 유대감과 친밀감(또는 반
감)은 대단히 크다. 이베리아 반도의 법률, 제도적 전통은 말할 것도 없고, 프
랑스의 계몽사상이나 나폴레옹 민법, 그리고 자크 마리탱(Jaques Maritain)의
인본적 가톨릭주의는 이곳 라틴아메리카의 제도와 지성사 속에 녹아있는 전
통이다.5) 스페인은 언어, 시가문학, 그리고 가톨릭 종교의 전통을 남겼고, 독
일은 프러시아 군제를 남겼다. 미국과 영국도 나름대로 경쟁 속에 자유주의
정서와 비즈니스 문화를 전파하였다.
반면 아시아는 라틴아메리카와 본격적으로 교류한 역사가 비교적 짧다.
직접적인 교류가 본격화된 것은 16-17세기의 아카풀코-마닐라 무역선의 정
기 취항이지만, 교류 횟수도 제한되었고, 주로 은, 자기, 비단, 향료 등에 국한
된 상품교류에 제한되었다. 본격적인 인적 교류는 19세기 중반의 골드러시
이후 태평양 지역 개발 붐 이후에 일어났다. 노동력이 부족했던 미국과 중남
미 국가들은 청조의 쿨리에서 인도와 동남아의 인구까지 대거 노동력으로
흡수하였다. 뒤이어 1910-20년대에 일본의 농업이민이 있었고, 소수이지만
1960년대 이래로 한국 이민도 그곳으로 건너갔다. 따라서 대규모 인구이동
이 있었던 유럽과 아프리카의 경우와 달리, 문화적 친밀감과 이해 수준도 상
대적으로 낮고, 이민사회의 비중과 위상도 매우 낮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와서 이런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앞서 지적한 바처
럼 중국의 부상과 이에 편승한‘태평양 시대’의 도래로 아시아와 중남미는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다. 아시아는 시장과 투자처 그리고 원자재
공급처로 중남미를 원하고, 중남미는 아시아의 기술, 자본, 발전의 노하우, 인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29
5) 영미 사상가들 보다 프랑스 사상가들이 라틴아메리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 까닭은
16세기에 전파된 스페인의 가톨릭 사상이 네오-토마스주의(Neo-Thomism)의 형태로 착
근되었기 때문이다. 자크-마리탱의 영향력도 라틴아메리카 지식인 사회의 자발적인 수용
에 따른 결과이다(Lawrence, 2008).
프라 투자를 열렬히 원한다. 이에 따라 중남미도 아시아를 더욱 깊이 알기를
원한다. 바야흐로 상호존중과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문화외교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3. 두 문화의 만남, 이해의 어려움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일단 양쪽 모두 교류 경
험이 일천하고, 지리적 거리도 만만치 않다. 한국인들과 달리 구미인들은 로
망스 언어인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비교적 쉽게 배운다. 같은 라틴어 계
열인 프랑스어, 이탈리아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노력하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을 쓰는 우리가 이 언어를 배우려
면 많은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중남미인들도 한글을 배우기 어렵다. 언어
를 습득할 동기부여도 거의 없고, 배우려고 맘을 먹어도 힘이 많이 든다. 아
시아 언어를 배운다면 선호도가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순서일 것이다. 필자
가 20여년 접해본 기억으로는 북한에 오래 근무한 쿠바 사람 몇 명을 제외
하고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중남미 연구자나 사람을 보지 못했다. 심지어 한
국학 전공자들도 한국어 해독은 건너뛰고 영어나 다른 언어로 내용을 습득
한다.
언어를 통한 소통의 어려움 외에도 문화의 해독도 쉽지 않다. 이 문화는
유럽 문화를 바탕으로 원주민 또는 아프리카 흑인의 문화가 뒤섞인 혼종성
(hybridity)의 문화이다. 반면 우리는 단일민족과 고유한 문명이란 신화 속에
서 살고 있다. 그런 우리이기에 이 혼종성에 대해서 대단히 낯선 느낌을 갖
고 있고, 혼종성의 구성물에 대한 이해도 낮은 편이다. 브라질 음악을 이해
하자면 아프리카의 종교세계와 음악에 대한 일정한 이해가 필요한 데, 이러
한 지식이 우리에겐 생소하다. 유럽의 예술사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도 필
요하지만, 그것도 남미인들 만큼 따라갈 수 없다. 중남미 문화는 때대로 우
리에게 하나의 미로처럼 느껴진다.
또 중남미 문화를 혼종성의 문화라고 하지만 그 구성물도 나라마다 서로
다르다.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했지만, 원주민 문명의
존재 여부, 혼혈 정도, 그리고 유럽 이민의 비중에 따라 서로 다른 모습을 띠
고 있기 때문이다. 아래 도표는 몇몇 지역의 문화를 유형화한 것이다. 대체
130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로 메소아메리카(특히 멕시코)와 안데스 문명의 경우 우리 역사 문화와 결
합될 수 있는 접점(contact point)이 다수 발견되지만6)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
레의 경우 어떤 의미에서 유럽 문명이 이식된 유형이므로 접점을 찾기가 쉽
지 않고, 그만큼 학습과 교류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31
〈표 4〉라틴아메리카 문화 내부의 편차: 개괄적 유형
메소아메리카 안데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거대 선주민 문
명의 존재
아스텍, 마야 잉카 수렵 채취 수렵 채취
혼혈화
메스티조의
중심성
메스티조화의 허
약성; 안데스와
해안의 분열
물라토화
(메스티조화);
tabla rasa;
유럽인의 식민
인종주의
상대적으로 허약
함; 메스티조가
‘우주적 인종’
상대적으로 강
함; 유럽주의와
안데스 유토피아
의 분열
상대적으로 약하
지만, 여전히 인
종주의 편견은
잔존함.
상대적으로 강함;
정체성 분열이 심
하고 도시 대 농
촌의 대립, 자유
주의 대 전통의
대립이 심함
문화적 민족주의
의 강도
멕시코 혁명이후
전위주의 미학과
정치의 결합으로
벽화, 국민음악,
박물관을 통한
메스티조 민족주
의 고양
리마와 안데스의
분열로 메스티조
민족주의 문화운
동의 허약성
‘카니발리스트
선언’으로 트로
피칼 모더니즘이
발전함
국제주의 대 민
중주의의 문화적
대립이 재연됨.
아방가르드의 분
열
문화 교류의
포인트
아스텍, 마야 문
명과 한국 고중
세 문명의 비교;
국민음악 작곡가
비교(예: 안익태
vs. C. 차베스);
박물관 교류; 고
추 음식 페스티
발
잉카와 주변 문
명의 소개; 안데
스 음악과 한국
전통 음악의 비
교; 안데스 의류
와 디자인; 감자
를 통해 본 두
문명
현대미술 교류
전; 의상 디자인
전; 백남준의 예
술세계; 빌라-로
부스의 밤; 대중
음악인 교류의
활성화; 타악연
주 교류전; 생태
관광; 학술교류
의 정례화; 한중
일 공동의 문화
소개
태평양 시대의
파트너십; 발전
경험의 공유와
지식 전수; ;학
술 교류의 활성
화; 한국의 전통
악기로 연주한
탱고
(또는 오리엔탕
고 Orientango)
라틴아메리카 사람들도 한국을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LG, 삼성,
현대, 대우 등의 상품 브랜드는 친숙하지만, 정작 한국의 국가 브랜드에 대
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현대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서는 경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지만, 한국의 문화 예술 유산을 나열하면 금방 하품을 한다. 한글, 도
자기, 금속활자 등을 통해 한국의 문화사를 설명한다면, 이들은 금방 싫증을
낼 것이다. 한국의 장소 브랜드(place brand), 예컨대 IT와 전자제품의 강국의
이미지가 이런 문화적 유산과 쉽게 연계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쌍방의 문
화 교류가 진정한 다이얼로그와 협업이 되기보다는 모놀로그 형의 일방적
주입 소개에 그치고 있는 것도 나름대로 수긍이 간다.
Ⅲ. 문화외교의 인프라와 현황
1. 정부 차원
한국의 대 중남미 문화외교의 중심 창구는 외교통상부 산하의 공관과 문
화원이다. 외교통상부는 본부의 중남미국을 중심으로 대 중남미 교섭의 창
구가 되고 있다. 2008년 10월 현재 한국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 지역의
23개국과 문화협정을 맺고 있다.
또 라틴아메리카의 주요국인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브라질과는 문화공
동위원회를 주기적으로 열어서 양국 간 문화교류 문제를 협의한다. 문화공
동위원회는 문화협정이 체결되고 발효된 이후에 문화협정 상의 규정이나 양
국 간의 별도 합의에 따라 문화외교국장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정부간 공동
위원회이다. 대체로 2-3년 마다 양국이 교대로 문화공동위 회의를 개최하고
문화교류 협력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며 그 결과를 문화교류 시행계획서
로 약정하고 시행한다.
한편, 외교통상부 산하의 한국국제교류재단은 다 방면에서 문화교류의 창
132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6) 거대 선주민 문명이 있는 메소아메리카와 안데스 문명의 경우 편차는 있지만, 피부색, 유
전자, 음악적 전통, 샤머니즘 등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이민자의 문명으로
발전한 남미 대륙의 경우는 접점이 거의 없다. 환태평양의 문화적 연계에 대한 논의로는
Wiesheu(2003)을 참조하시오.
구가 되고 있다. 재단은 한국학 진흥, 문화교류, 인사교류, 그리고 각종 포럼
과 영상미디어와 출판에 이르기까지 광범한 영역에서 대외교류 업무를 총괄
하고 있다. 공공외교에서 문화외교(cultural diplomacy)와 교류외교(exchange
diplomacy)에 해당하는 부분을 맡고 있는 셈이다.
문화관광체육부의 문화예술 기구들도 다양한 문화외교의 기능을 전담하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33
〈표 5〉문화협정의 현황
라틴아메리카 서명국 : 22 발효국 : 22
국 명 서 명 발 효
브라질 66.02.27 67.10.20
니카라과 68.04.30 69.02.20
멕시코 66.04.29 69.03.17
도미니카공화국 68.04.09 69.11.21
아르헨티나 04.11.15 07.11.22
(구협정) (68.08.08) (70.01.04)
엘살바도르 70.06.26 70.11.01
코스타리카 66.07.29 71.07.04
볼리비아 71.09.07 72.01.19
온두라스 70.12.15 74.04.01
우루과이 71.05.14 74.09.13
파 나 마 74.06.03 75.01.17
파라과이 73.06.28 75.07.31
콜롬비아 67.07.27 76.07.14
과테말라 78.05.11 78.09.18
수리남 78.11.18 81.02.05
바베이도스 81.09.18 82.02.02
자메이카 81.10.10 82.02.02
칠 레 83.12.07 84.09.21
에쿠아도르 85.05.14 86.06.18
페 루 83.12.06 88.09.14
아이티 84.07.26 85.03.13
베네수엘라 94.11.17 95.03.10
출전: 외교통상부,「 외교통상업무 참고자료」, 2008. p.159
고 있고, 산하의 한국문화원도 해외 현지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전파하
는 해외거점(framework post)로 중대한 기능을 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
는 유일한 한국문화원(Centro Cultural Coreano)이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
이레스에 2006년 11월에 개원하였다. 문화원은 한국어 강좌, 각종 문화와
예술의 소개, 문화 콘텐츠의 보급 등에 주력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산하 기구인 재외동포재단 역시‘한상대회’등의 사업을 통해
한-중남미 교류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재단은 교민사회의 건전한 발전을 도
모하고, 나아가 재외동포 제2세와 제3세의 정체성 교육을 활성화하여 이들
이 현지에서 한국과의 교류 창구가 되었으면 바란다. 또 한국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한국학 중앙연구원의 한국문화교류
센터도 나름대로 많은 사업을 펼치고 있고, 각 대학교의 한국학 관련 연구소
들도 나름대로 기능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2. 비정부 차원
정부 차원 이외에 교민사회, 현지 여행객, 현지 투자기업들도 문화교류의
중요한 채널이 된다. 문화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채널은 대면 접촉이다. 그런
점에서 교민사회, 여행객, 그리고 진출기업과 상품 브랜드도 좋은 자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라틴아메리카의 현지 교민사회는 4-5만 명 규모
의 브라질, 2만 명에 못 미치는 아르헨티나, 멕시코, 1만 명 규모의 과테말라
를 제외한다면 비교적 소수에 가깝다. 유럽 이민사회이니만큼 아시아 출신
교민은 비교적 작은 규모이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교민사회 규모에 비해도
대단히 작다고 할 것이다.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의류상가 중심으
로 성공적인 한인촌이 가꾸어 그 나름대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였다.
상파울루에는‘리틀 도쿄’가 있고, 중국인 집단거주촌이 급팽창하고 있지만
봉헤치로(Bom Retiro) 중심으로 포진해 있는 한인 사회의 인지도도 높은 편
이다.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온세 거리를 중심으로 발전한 아르헨티나
한인 의류상가도 성공사례에 속한다. 또 여행객과 진출 기업 수도 대단히 작
은 규모이지만 수출상품의 브랜드 이미지만큼은 중남미인들에게 대단히 강
하게 인식되어 있다.
134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Ⅳ. 사례를 통해 본 문화/교류 외교의 명암
필자는 2000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멕시코에 머물면서 문화교류의
다양한 현장을 직접 경험한 바 있고, 2005년부터 현재까지 국제교류재단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교류 사업에 관여한 바가
있다. 또 잦은 현지방문을 통해 관련 인사들로부터 의견을 자주 청취한 바
있어, 이를 바탕으로 문화/교류 사업에 얽힌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7)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35
〈표 6〉대면 접촉의 기회
교민의 규모 여행자 규모 투자기업 수
브라질 45.000-50,000 5,000-6,000 50-60
파라과이 5,803 - 2
아르헨티나 19,171 - 17
칠레 1,858 1,757 11
페루 622 7,000(추정) 5
베네수엘라 150 800 2
우루과이 130 120 7
에콰도르 850 - 7
멕시코 14,571 8,000 95
과테말라 11,000 252 200
엘살바도르 290 2,211(2004) 18
도미니카 공화국 450 2,226 24
코스타리카 476(2003) - 2
출전: 임종석,『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 외교통상부 113개 재외공관 다큐 설문조사 보고』, 2006년 정
기국회 정책자료집3. 2005,
* 모든 통계치는 특별한 표시가 없으면 2005년 10월의 수치이다.
7) 관련자들에게 누를 끼칠 수 있는 이야기이므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경우 가능한 한 익명
으로 처리한다.
1. 문인의 교류
문인들의 시와 소설을 외국어로 번역하여 해외에 홍보하는 사업도 시작된
지 오래이다. 국내에서는 대산재단, 한국문학번역원 등이 이 사업에 관계한
다. 그래서 저명한 시인들과 소설가들의 저작이 번역되어 현지에서 홍보된
다. 시집이 출판되면 현지에서 시낭송회가 열린다. 아무래도 한글 시를 스페
인어로 번역하면 가독성이 떨어지므로, 현지의 저명 출판사들은 출간을 꺼
린다. 그래서 출판비용은 우리가 대부분 부담하는 형식으로, 손쉬운 대학 출
판부에서 낸다. 하지만 여기서 출간되는 시집은 거의 팔리지/읽히지 않는다.
대부분 비매품으로 배포되거나 잊혀 질 뿐이다. 이런 방식의 출판 사업은 지
양해야만 한다. 오히려 한국 시인들의 품격을 떨어트릴 뿐이다.
시낭송회도 문제가 많다. 대사관, 현지 문화계 인사, 그리고 유학생들이 동
원되어 시작된다. 하지만 한국 문인치고 스페인어 구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영어, 프랑스어로 현지 문인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결국
통역이 나서 거든다. 중남미 문인들은 프랑스어나 영어에 능통한 경우가 많
다. 이들은 모두 외국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고 구미 문예계의 동향과 작품에
대해서도 상당한 깊이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 대화는 거의 일방적인 모놀로
그로 끝난다. 같이 공유하고 있는 세계관, 인문학적 지식의 격차, 무엇보다
통역이란 매개를 통한 불편함에 현지 문인들이나 지식인들은 곧 실망한다.
심지어 시 낭송회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까지 있어서 때때로 낭패감마저
준다. 대부분 지식인들이나 작가들은 민족주의 감정의 오용에 대해서 극도
로 경계를 하는 사람들이기에 한국에 좋지 못한 이미지“( 국수주의”)를 심어
준다. 중남미 사회는 홀로코스트나 박해를 피해온 유태인 이민들이 많은 사
회란 점을 잘 알아야 한다. 문인과 지식인들의 경우 유대인 출신이 많다.
한국 문인들의 경우 현지 문학이나 문화에 대해 거의 배경적 지식이 없으
므로 질문도 너무 초보적이다. 저명한 평론가가 멕시코에 방문해서 한 질문
이 이런 수준이다.“ 멕시코에도 신화가 존재합니까?”이런 식의 질문이 나오
면 통역자도 응답자도 어안이 벙벙해진다. 결국 우리의 실력과 세계화 수준
을 반영하는 이야기일 터인데, 이런 수준으로는 대화(dialogue) 형 문화교류
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남미에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일본 문인은 오에 겐자부로이다. 일본 문
136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학은 가와바다 야스나리 이래 오래 전에 번역되었다. 중남미 문인들은 일본
풍에 대해 약간 경이로운 시선으로 접근한다. 하이쿠는 이곳 시인들이 즐겨
차용하는 시 양식이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설국 의 모티브에 매료되어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같은 작품을 쓰기도 했다. 오에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로서 가르시아 마르케스와도 친분이 두텁다. 두 사람은 모두 프랑
스어에 능통하다.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파리 특파원 생활을 한 적이 있고,
오에는 동경대학 프랑스문학과 출신이다. 오에는 중남미를 자주 방문하며
강연을 하고, 현지 지식인 사회에서 환영을 받는다. 언어 소통도 문제가 없
지만, 서구 문학을 공부한 그는 라틴아메리카 지식인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있어 대화에서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2. 예술 공연 교류
2000년에 필자가 체류할 당시, 멕시코 제2의 도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에
서 전통춤 공연 팀이 와서 공연을 하였다. 멕시코의 중산층은 이국적인 문화
를 즐긴다. 큰 도시라면 고풍스런 유럽식 극장 건물이 있다. 그 날 데고야도
극장에는 관객이 거의 찼다. 티켓을 무료로 배포한 탓도 있었겠지만, 공연
팀도 나름대로 열심히 공연을 하여 관객들의 박수를 많이 받았다. 이튿날 현
지 신문들은 지면 가득히 한국 팀의 공연을 자세히 보도했다. 살풀이와 같은
한(恨)이 담긴 한국의 무속춤, 느리고 장중한 국악기의 연주가 즐겁고 경쾌
한 축제 분위기의 멕시코 민속춤과 음악과 여러모로 달라 관심을 끌었던 것
같다. 언어가 가미되지 않는 악기 연주나 춤은 노래나 시낭송 보다 청자들에
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게다가 멕시코인들은 원주민 음악의 전통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음악과 춤에 대한 이해가 남미 국
가의 청중들보다 빠르다.
멕시코를 포함하여 중남미 국가들의 콘서트 애호가들(concert-goers)은 우
리보다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중상층 음악 애호가들의 귀는 우리
사회의 애호가들보다 발달되어 있다. 공연 예술 전통이 멕시코, 브라질, 아르
헨티나 등에서 우리보다 빨리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멕시코의 경우 1866년
에 콘세르바토리오 나쇼날이 창단되었다. 이미 이탈리아의 오페라단은 유럽
시즌이 끝나면 대서양을 넘어서 멕시코시티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정기공연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37
을 했다. 베르디, 도니제티, 푸치니, 비제의 오페라가 단골메뉴였고, 살롱에서
는 유명한 아리아들이 유행을 탔다. 토스카니니가 리우데자네이루에 와서
공연했던 이야기는 영화화된 적도 있다. 그런 전통이 있기에 멕시코의 오케
스트라와 민속발레단의 수준도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중앙정부는 오랫동안
국민음악의 창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런 연유로 공연예술을 즐기는
애호가 층이 일정하게 형성되어 있다(이성형 2009, 제4장 참조).
그렇기에 중상류층 애호가들이 공연예술에 대해 내리는 평가는 나름대로
까다롭다. 그런 의미에서 면밀히 준비할 필요가 있고 현지 사정을 고려하여
곡목이나 아이템을 정할 필요가 있다. 원주민 문화의 유산이 남아 있는 멕시
코나 페루 같은 곳에서는 아시아 음악에서 무엇인가 동질적인 요소를 찾으
려고 한다. 특히 안데스의 음악 전통이 잘 보존되어 있는 페루, 칠레의 경우
한국 음악의 소개는 나름대로 시선을 끌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대금 연주
나 간단한 실내악의 악기편성이라면 그렇게 참신하다는 느낌을 주지 못할
것이다. 안데스 음악의 연주도 케나(quena), 핑키요(pinkillo), 안타라(antara),
에르케(erke), 삼포냐(zampo a)와 같은 관악기가 발달해 있고, 우수에 젖은
야라비(yaravi)와 와이노(wayno)를 연주하면 우리 귀에도 낯설지 않은 분위
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면 우리 악기를 가지고 야라비와 와이노를 편곡하여 연주를
하면 청중들에게 훨씬 큰 공감을 일으킬 것이다. 심지어 아르헨티나의 탱고
음악도 우리의 전통악기로 퓨전 스타일로 연주한다면 새로운 맛을 선사할
수도 있고, 훨씬 교감의 폭도 넓어질 것이다. 실제로 국악연주단‘사계’(四
季)가 해금과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피아졸라(Astor Piazzola)의 ‘망각’
(Oblivi n)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이런 방식의 공연이 서로 상이한
귀를 가진 청중들에게 쉽게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예술도
우리 것이 좋으니 들으라는 식의 일방적인 독백(monologue) 스타일로 제시
되기 보다는 대화(dialogue) 내지 퓨전 스타일로 제시하면 훨씬 효과가 크리
라 생각한다.
138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3. 한국학 진흥 사업: 몇 가지 사례
1) 콜멕스의 한국학 프로그램
라틴아메리카에 한국학을 전파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점은
1990년대 초반부터가 아닌가 한다.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목한 나라들이었고, 특히 고등교육기관에 한국어 교
육과 한국학 강의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처음 설계하였다. 필자는 2000년
전후로 이 지역에 연구차 방문하면서 몇몇 나라의 교류 실상을 직접 목격하
였고, 또 한국학을 어떻게 심을 수 있는 지 여러 분들과 토론을 나누기도 했
다.
2000년에 멕시코의 과달라하라와 멕시코시티에서 6개월씩 거주하면서 한
국 연구의 실상을 목격하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한국에서 오래 거주하고 대
학에서 강의를 한 멕시코 교수들도 한국어를 거의 배우지 않았다. 한국 전문
가라고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도 정보량은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와중
에 멕시코의 교수양성 고등교육 기관이라 할 수 있는 엘 콜레히오 데 메히
코(El Colégio de México: 이하‘콜멕스’)에 한국학 과정이 생겼다. 대학교 내
‘아시아 - 아프리카 연구소’내에 한국학과가 생긴 것이다. 대학 측은 전임교
수로 한국인 출신 언어학자를 충원하였고, 여기에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원
하는 계약교수 1명이 추가되었다. 참으로 고무적인 시절이었다.
콜멕스는 1930년대 스페인 내전 이후 망명한 스페인 공화주의 지식인들
이 힘을 합쳐 만들어 멕시코 사회에 기증한 유서 깊은 대학원 중심대학이
다. 이미 1960년대에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이 1백만 달러를
기증한 바 있는 명문 대학원이다. 콜멕스는 대학원 석박사 과정만이 있는 대
학원 대학이지만, 외교관 양성 프로그램에는 소수의 학부생이 있다. 모두 장
학금을 받고 생활비의 일부를 보조받기에 아주 우수한 극소수 학생들에게만
문이 열려있다. 이곳의 교육과 훈련은 고되기로 유명하다. 입학자의 1/4 정
도만 학위를 받고 나간다고 할 정도로 철저하게 트레이닝을 시킨다. 그래서
교수와 학생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국학과 분위기는 활성화되지 않았다. 5-6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훈련, 그리고 문학과 역사 중심으로 인문학의 기초를 다지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39
는 방향으로 교육이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학업에 그렇게 흥미를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한국어는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이 들었고, 또 문학과 역사도 전
공자가 가르치지 않았기에 재미가 있을 수 없었다. 아쉽게도 교수 두 사람
모두 스페인 언어학 전공자, 라틴아메리카 문학 전공자였다. 처음부터 이 프
로그램의 지원을 둘러싸고 학교당국, 대사관(문정관), 교수들, 국제교류재단
사이의 관계가 삐걱거렸다. 이 학교에 계속 지원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필자가 멕시코시티에 있던 2000년 당시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이
직접 학교당국에 방문하여 현장의 사정을 청취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 지원
은 이듬해까지 연장되었으나, 그 이후에는 끊어졌다고 나중에 들었다.
국제교류재단으로서는 참으로 좋은 기회와 시간을 잘 살리지 못한 아쉬운
감이 있었다. 일단 콜멕스는 중남미를 대표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 지식인
사회에 영향력이 큰 기관이었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끈을 유지하고 있어야만
했다. 콜멕스가 스페인어 전공자를 전임교수로 뽑은 것도 실수였다. 멕시코
나아가 라틴아메리카 내부의 한국학 수요는 우선 한국과의 경제, 외교, 문화
교류 분야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시급했
다. 이미 상당한 연륜을 갖는 중국, 일본 연구처럼 곧 바로 심화 프로그램으
로 발전하기 힘들었기에 단계별 계획이 선행되어야만 했다. 그렇다면 한국
현대사, 정치와 외교, 경제발전, 문화와 사회 등이 학생들의 시선을 끌 법 했
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 교과목은 한국어, 역사 개황, 한국 문학사, 시가
문학 등으로 채워졌다. 가끔 사회 관련 과목도 개설되었지만, 외부의 비전문
가 교수가 가르치거나, 한국학과 전임교수가 가르쳤기에 학생들에게 그렇게
지적으로 자극적인 강좌가 되지 못했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학생들의 관심사와 교수내용의 괴리였다.
아무리 우수하고 인내력이 있는 학생들일지라도 교과내용이 흥미가 없으면
다른 곳으로 옮기기 마련이다. 같은 연구소 내 일본학과, 중국학과의 프로그
램은 탄탄했다. 물론 연륜의 차이가 있지만 이 과에는 나름대로 실력이 있는
역사학자, 사회과학 전공자들이 다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교수와
문정관의 사이도 매끄럽지 못했고,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도 계속 지원하는
것을 재검토할 정도로 갈등이 심했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나 자문위원이 나름대로 보고서를 내어 프로그램의 수정을 요구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계속 지원 여부를 판단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140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결국 담당교수는 실적 부실로 학교에서 나왔고, 한국학과는 다른 과로 통
합되었다. 대신 멕시코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한 학자가 한국학 담당교수로 3년 전에 충원되었다. 콜멕스 측도 한
국학의 출발이 사회과학 쪽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
이다. 한국학 프로그램이 잘 진행되었더라면 10년 이상을 넘겨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으로 안착되었을 것인데 이 점이 참으로 안타깝다. 또 여기 출신들
은 멕시코와 중미, 카리브 곳곳에서 동아시아 내지 한국을 가르치는 교수로
충원되거나, 현지 한국대기업의 중견사원이나 임직원으로 취직할 수도 있었
을 것이다.
2) 남미의 한국학 지원 프로그램
라틴아메리카의 한국학자 전체회의는 2004년부터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
로 시작된 바 있다. 제1차 회의는 아르헨티나의 카롤리나 메라 교수의 주관
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개최되었고, 제2차 회의는 2005년에 후안 호세
라미레스 보니야 교수의 주관으로 국립멕시코자치대학에서 개최되었다. 제3
차 회의는 2007년 엔리케 교수와 마시에로 교수의 주관으로 상파울루 소재
의 가톨릭대학(PUC)에서 개최되었다. 제4차 회의는 2009년 칠레 대학교에
서 개최되었다.
라틴아메리카 내부에 한국학 연구자를 아우르는 학회가 활성화되는 것은
비교적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도 금방 드러난다. 브라질의 예를 들어보자. 상파울루
대학교에는 한국어 1, 2 과목이 선택과목으로 개설되어 있다. 이는 국제교류
재단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상파울루대학교의 동양어대학에서 한국어
전공을 설립할 계획은 있다고 들었지만, 아직까지 실행되지 않았다. 또 2007
년에 브라질의 한국학 연구회가 임윤정 박사와 안토니우 메네즈 교수를 공
동대표로 상파울루 대학교의 학생과 교수들을 중심으로 설립되었다. 동년 5
월에 제1회 한국학 포럼을 개최하였고, 2007년 남미 한국학 포럼에서 같이
참여한 바 있었다.
이런 사정은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경우도 비슷하다. 대체로 연
구자들은 어문학 전공자, 역사 전공자, 그리고 일부의 사회과학 전공자가 섞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41
여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 대한 본격적 연구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는 초
보자들이다. 가끔 중견의 학자들도 있지만 관심을 표명할 뿐 정작 연구에 뛰
어들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역사서의 번역 작업도 진행되지 않았
다. 오히려 브루스 커밍스(Bruce Cummings)의 한국현대사 (Korea’s Place in
the Sun: A Modern History)가 스페인어로 (아르헨티나에서) 번역되어 널리
읽히기도 한다. 교류재단에서 지원하는 연구과제도 몇 년 동안 심사를 했지
만 천편일률적이다. 남북관계, 한국의 발전, 양국 관계 등을 다루지만 전문성
과 수월성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끔 중국 문제와 뒤섞어서 한국에서 꼭
지원할 필요가 있을까 의심스러운 것들도 있었다.
국제교류재단은 칠레의 경우 칠레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와 칠레가톨릭대
학교 두 군데를 지원한 바 있었다. 하지만 전자는 매너리즘과 관료주의에 의
해 연구자 개인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되었고, 후자는 다행히도 학
교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서 칠레에서 한국을 알리는 데 큰 역할
을 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과감하게 정리를 하고, 후자로 집중해서 지
원해 주는 게 나은 방안이 아닌가 한다. 중국 내지 일본 전공자가 한국학 프
로그램의 수혜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들은 금전적 유인이 없다
면 결코 한국 문제에 천착하고픈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라틴아메리카의 한국학 역량을 키우기 위해 미국 대
학과 연계시키는 프로그램이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UCLA의 한국학연구센터에 120만 달러를 지원하
여, 동 센터로 하여금 라틴아메리카 유수 대학교들과 함께 한국학 연구 사업
을 공동으로 진행시키고 있다. 주로 겨울 학기 동안 중남미의 연구자와 학생
들을 UCLA에 초청하고 남미 전문가로 하여금 강의를 하도록 한다. 또
UCLA 교수가 남미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기도 한다. 연구과
제 중에는“한인의 미주 이민”과 같은 흥미로운 주제도 있어서 지역별 비교
연구도 가능하고, 연구역량도 한 단계 높이는 기능을 하리라 믿는다. 필자가
생각하는 라틴아메리카의 한국학 연구자의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첫째, 한국어 자료를 읽고 해득하는 수준의 현지 연구자가 아직은 없다.
그렇다가 보니 영문 자료를 재탕하거나 시사적 주제, 이민사회 연구 등에 고
착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수준에 계속 머물면 한국학 전반으로 주제의 다양
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142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둘째, 한국학 프로그램이 언어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우선 학생
들의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사회과학 주제 개발과 교육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어를 배우겠다는 강력한 동기유발의 기회를 먼저 만들어 주어야 한국학
학습도 불이 붙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과학 주제의 개발에서 출발하여
인문학적 주제로 나아가는 것이 훨씬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브라질의
상파울루 대학교, 가톨릭 대학교, 리우 브랑쿠 대학교와 같은 명문대에서는
영어로 강의를 해도 될 정도로 국제화되어 있다. 이럴 경우 한국에서 정기적
으로 교수를 파견하여 3주 내지 4주 집중강의를 해서 한국학 붐을 일으키
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셋째, 연구주제의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연구역량에 한계가 있다면 이들
에게 연구를 그냥 맡길 것이 아니라 국내의 파트너를 한두 명 지정해주고
멘토링을 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럴 경우 연구주제의 설정, 연구의 수
준도 모두 향상되리라 믿는다.
Ⅴ. 개선방안
1. 스페인어권 문화외교와 해외거점의 다변화
히스패닉 문화는 크게 세 갈래로 발전하였다. 흔히‘세 개의 히스패닉성’
(Las tres hispanidades)이라 불리는 세 갈래는 원류에 해당하는 스페인 문화,
라틴아메리카에 전파되고 변형된 문화, 그리고 북미에 점차 증가하는 히스
패닉 문화로 대별된다.8) 우리의 라틴아메리카 문화외교는 미국 내 히스패닉
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또 스페인은 유럽 문화 틀 속에서 다룬다. 하지
만 인구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에서 4천 5백만 명의 스페인어 상용인
구가 존재하고 있다. 여기에 불법체류자 1천 2백만 명을 더한다면 거의 6천
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스페인
어 최대 사용국가인 멕시코를 뒤이어 두 번째 상용 국가가 되었다. 2050년
에 이르면 미국 내 상용인구가 1억 3천 2백만 명이 된다고 하니까 제1위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43
8) 이런 시각에서 히스패닉 (문화)사를 총괄한 책으로는 Eliott(1991), Fuentes(1992) 등이
있다.
국가가 될 것이다(Ruiz Mantilla 2008). 여하튼 이 세 개의 문화권은 언어뿐
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 장르를 관통하며 긴밀히 결합되어 있다. 특히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사이에는 오랫동안 트랜스-보더(초국경) 문화가 형성되어 다채
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오늘날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인구수는 약 4억 명에 이른다. 이는 중국어
(만다린) 상용인구 8억 3천 5백만 명, 영어 4억 7천만 명, 그리고 힌두어 4억
명에 뒤이은 네 번째 언어이다. 제5위의 언어인 러시아어 사용인구가 2억 8
천 8백만 명이니 거의 1억 이상이 많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도 스
페인어권에 대한 통합적인 문화외교의 청사진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에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국문화원을 설
치하여 현재까지 운영 중에 있다. 이 지역에 문화원을 설치했다는 점은 획기
적인 일이긴 해도 아르헨티나의 문화원은 지리적 위치로 인해 한계가 많다.
일단 인구가 2억에 해당하는 브라질 지역에 가깝긴 해도 언어와 문화의 차
이로 인해 쉽게 접근하기 힘들고, 스페인어 최대사용국가인 멕시코와는 너
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아르헨티나의 국세
가 많이 약화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것의 효능성은 생각보다 떨어
진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스페인어권의 해외거점이 하나 내지 둘 정도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첫 번째 시급한 것은 미국과 멕시코, 그리고 중미와 카리브를 아
우르는 북미권 포스트이다. 멕시코 인구 1억 명과 미국이 스페인어 상용자
6천만 명 그리고 중미와 카리브 지역의 다양한 문화와 교감을 할 포스트가
필요한 것이다. 이 지역은 결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커버할 수 없다. 만약
이 포스트를 설치한다면 그 위치는 멕시코시티가 적절할 것이다. 또 우리에
게 멕시코가 중남미 최대의 교역국이자 대규모의 흑자를 가져다주는 나라일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가장 풍부한 내용을 지닌 문화강국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멕시코는 음악, 건축, 조형예술, 박물관 등이 발달한 문화강대국 중의
하나이다. 한국과 멕시코의 문화 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큰 이점이 있다고 본
다.
또 인구 2억의 브라질에도 한국문화원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서 한국과 브라질의 경제교역은 급속히 늘어나고 있고, 각종 경제협력의 전
망이 밝다. 특히 에너지 분야에서 취약한 한국은 브라질과 협력할 분야가 많
144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이 있다. 브라질 역시 문화적으로 강대국이며 문화외교에 뛰어난 실력을 지
니고 있다. 브라질은 작곡가 빌라-로부스, 건축가 오스카 니메이예르와 같은
세계적인 거장을 낳은 나라이다. 또 삼바, 보사노바, MPB와 같이 세계로 확
산된 대중음악의 유산도 풍부한 나라이다. 이제 한국은 브라질과 수교를 한
지 50년을 넘겼다. 이런 성숙한 외교관계를 바탕으로 대승적 차원에서 상파
울루에 문화원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도 한번 고려해봄직 하다.
2. 조정기능의 강화와 전문가 집단의 활용
우리나라의 문화외교는 외교통상부와 문화관광체육부의 산하 기구들이
주로 맡고 있다. 서울시나 지방자치단체가 개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한국국
제교류재단이나 문광부 산하의 각종 예술 관련 단체들의 기여도가 압도적으
로 높을 것이다. 이제 학술교류나 문화교류도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이
청사진을 만들고, 단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성숙시켜 나가는데 재원과 역량을
집중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학 프로그램이나 번역 프로그램도 그
냥 우리 것을 내펼치는 식으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전략적인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 육성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한국어 교
수에 집중하면서 한국학으로 유도하는 채널은 만들어주지 않을 경우 종국에
는 한국어 수강자들도 모두 떨어져 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국제교류재단에서도 이런 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
다. 지역별로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영입하여 현지 사정에 알맞은 지원
책을 모색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한국
학을 양성하는 장기적 플랜이 있어야 하고 그런 계획이 세워지면 일관성이
있게 추진할 조정자(coordinator)도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담당자가 바
뀔 때마다 프로그램이 춤을 추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학 육성은 한국학 전공
자만의 노하우로는 이뤄질 수 없다. 현지 학계 사정을 잘 아는 지역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고, 양자가 잘 협력할 때 중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
3. 상호이해에 이르는 주제와 소재 발굴
오늘날 문화교류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문화를 바깥에 외화하는 과정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45
이기도 하고, 또 타 문화와 대면하면서 자신의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잡종화
(hybridization)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문화교류는 처음에는 독
백에서 출발하지만 점차 쌍방의 대화로 나아간다. 대화의 단계를 넘어서면
잡종화를 통해 새로운 것이 탄생한다. 라틴아메리카 문화는 잡종화의 놀라
운 보고이기도 하다.
‘경이로운 아메리카’는 오랫동안 구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예술적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유럽인들은 녹색의 에덴동산이 아메리카에 있다고
믿었다. 바다 건너서 오는 새로운 물산에 대해서도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유럽의 바로크 예술은 대서양 건너 존재하는 라틴아메리카를 배제하고는 설
명할 수가 없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 도 잔느 뒤발이란 카리브 해 출신의
흑인 창녀가 주입한 부두적 상상력에 기초해 있다.
유럽과 아메리카 그리고 아프리카는 혼혈과 교류를 통해 놀라운 문화적
유산을 만들어 내었다. 그 가운데 드러난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정체성은
대륙의 자신감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하느님은 브라질 출신이다!”브라질
사람들이 즐겨 하는 말이다. 이들은 예수가 벨렝 지 파타에서 태어났다고 주
장한다. 실제로 카니발리스트 선언문의 저자 오스와우두 지 안드라지
(Andrade 1928)가 그렇게 썼다. 초현실주의자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은 멕시코란 나라 자체가‘초현실주의’라고 말했다. 작가 알레호 카르펜티에
르(Alejo Carpentier)도 쿠바 음악의 세계에서 유럽에서는 감히 맛볼 수 없는
“경이로운 아메리카”를 발견했다.
우리에게도 라틴아메리카는 거대한 모험의 장이다. 예술적인 영감을 불러
일으키고 새로운 문화의 지평을 열 수 있는 신천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Korea Meets Latin America”란 슬로건 아래 문화적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교류 프로그램을 중장기적으로 기획하여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프로
그램은 우리 고유의 것을 그대로 재현하여 일방적으로 발신할 것이 아니라,
퓨전 형으로 재편성하여 그들/우리의 예술적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또 양
국에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연예술 분야가 있다면 이 둘을 결합하여
공연하면서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또 과거의 회고적 음악보다는 현대적인 음악의 교류가 늘어나야 한다. 전
통음악은 자칫하면 하나의 스테레오타입으로 굳어져 깊은 인상을 주지 못한
다. 사물놀이가 신나긴 하지만 비슷한 타악기 공연 문화는 라틴아메리카 곳
146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곳에 존재한다. 우리가 신명난다고 그들도 같이 신명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예술은 보다 현대적인 양식을 입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대방의 문화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스테레오타입에서 건져내
야만 온전히 현대적인 것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예
술문화도 한껏 풍성해지리라 믿는다. 필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것들을 예시
하면 아래와 같다.
(1) 국악연주로 듣는 피아졸라: 가야금, 해금이 어우러지면 향수어린 음악
이 되기 때문에 탱고음악의 우수(melancholy)에 접근하기 쉽다. 남미인
들에 한국 음악의 정수를 전달할 뿐 아니라, 우리도 탱고 음악의 정수
에 한층 더 가까이 들을 수 있다.
(2) 국악연주로 듣는 안데스 음악(야라비[yaravi] 와 와이노[wayno]): 두 음
악 모두 관악기 중심의 악기편성으로 오음계 멜로디를 연주하므로 재
미있는 퓨전 음악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방식으로 안데스 음
악을 편곡한다면 남미 청중들에게서 새로운 감흥을 선사할 수 있다.
(3) 한국 가곡과 멕시코 칸시온(Canci n mexicana)의 밤: 20세기 초엽의 한
국 가곡과 멕시코의 칸시온은 이상하게도 낭만주의 가곡으로서 유사
성이 크다. 비록 멕시코의 멜로디가 좀 더 화려하고 리듬도 경쾌하지
만 양국의 노래는 번안해서 부르면 양국 국민들에게 모두 어필할 수
있다.‘ 라 팔로마’나‘제비’같은 노래가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불
렸던 것을 생각해보자. 20세기 초엽의 멕시코 음악도 우리와 비슷한
낭만주의 정조에 한(恨)이 뒤섞여 있다.
(4) 난타 류의 공연: 아프리카 흑인이 들어갔던 대서양 연변 국가들(브라
질, 콜롬비아 등)에서는 타악기 연주가 발달하여 있기 때문에 사물놀이
로는 큰 흥미를 주지 못한다. 이를 좀 더 현대적으로 각색한 난타 류의
공연이라면 그들에게 매우 독특한 감흥을 줄 것이다. 브라질의 아프리
카 타악기 연주자(예컨대 Nana Vasconcelos)와 한국의 무속음악을 결
합하는 것도 색다른 감흥을 줄 것이다.
(5)“ 고추의 여정”(Pilgrim Food Pepper: From Mexico to Korea): 한국의 김
치, 고추장 등 고추를 이용한 음식의 여정을 한국-멕시코 양국이 기획
하여 국제음식제전을 연다. 고추의 원산지는 멕시코이다. 고추의 종류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47
는 수없이 많고, 그것을 이용하는 방식도 동남아, 한국, 멕시코, 미국 등 지역
마다 다양하다. 멕시코 사람은 사과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한국 사람은 고추
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더운 지방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아주 매운 고추를
간장에 조금 넣어 미각을 자극한다. 미국 사람들은 타바스코 소스만 즐길 뿐
이다. 고추 음식 기획전을 통해 자연스레 김치와 고추장을 국제화하고, 또
할라피뇨의 맛을 우리 국민들에게 선사하면 서로 도움이 될 것이다.
4. 문화외교 전문가 양성과 외국기관 벤치마킹
현지 공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교관들의 문화외교에 대한 관심은 대
단히 낮다. 공관 직원들이 영사, 정무, 경제 관련 업무 등에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므로 문화외교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
으로 한국 브랜드를 소비하게 만들고, 또 그들에게 우리나라를 이해시키는
최선의 방식은 문화적 코드를 전파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외교에
대한 외교관들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프랑스와 같은 문화외교 모범국가의 전범을 참조할 필요가 있. 프
랑스의 라틴아메리카 외교를 보면 문화외교가 중심축의 하나라고 할 정도
로 많은 재원을 소비한다. 프랑스 외교부 예산 전체의 1/3이 문화외교에 투
입된다고 한다. 문화외교를 담당하는 기구도 대단히 다양하다. 국제협력개
발총국(DGCID), 알리앙스 프랑세즈, 퀼튀르프랑스(Culturefrance: 구 AFAA:
L’Associasion Francaise d’Action Artistique), 에뒤프랑스(Edufrance),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나쇼날(RFI), Maisons des Amérique Latine, 라틴아메리카 주요
도시마다 개설되어 있는 프랑스 문화원 덕분에 라틴아메리카에서 프랑스의
인기는 여전하다.
계몽주의 시대와 프랑스 혁명기부터 자유, 평등, 박애의 이념을 전파했고,
가까이는 기독교민주당의 이념적 기초가 된 바 있는 자크 마리탱이란 사상
가를 배출한 프랑스였다. 미국 중심의 시대에도 중남미인들에게 프랑스적인
것은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알리앙스 프랑세즈는 1880년대부터 대륙의
각 도시에 세워지기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에는 이 어학원이 100개가 넘는다
고 한다. 프랑스는 그만큼 문화적 유산도 풍부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전문
가 양성과 제도 유지에 많은 돈을 쓰고 있다. 물론 이 분야의 중복 투자에
148 『국가전략』2010년 제16권 2호
대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또 다른 G-8 국가들의 문화외교와 달리 외교부
의 통제가 강한“관리된 공식문화”로 자리를 잡아서 오늘날 효율성이 떨어
진다는 비판(Lawrence 2008: 22)도 있다. 하지만 선진적 문화외교의 전범으
로서 벤치마킹을 할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지역전문가와 문화 연구자들을 많이 길러야 한다. 문화홍보를
담당하는 사람은 문화예술 종사자로서 언어를 훈련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중남미에서 노벨상을 받은 옥타비오 파스, 네루다 모두 문화외교의 첨병에
있었다. 멕시코의 파스는 인도 대사를 지냈고,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는
직업외교관으로 프랑스 대사까지 지냈다. 멕시코 외교부는 뛰어난 작가와
시인을 문화담당관으로 고용한다. 클링조르를 찾아서 의 작가 호르헤 볼피
(Jorge Volpi)는 프랑스 대사관의 문정관으로, 저명한 시인 아우렐리오 아시
아인(Aurelio Asiain)은 일본 대사관 문정관으로 근무했다. 멕시코 작가들이
국제무대에서 문학상을 잘 받는 배경에는 작품성도 있지만, 탁월한 문화외
교의 역량도 무시하지 못한다. 국가는 유능한 문화예술인 일수록 외국에 많
이 보내 경험을 쌓게 하고 그들이 국가에 더 큰 기여를 하게끔 만들어야 한
다.
Ⅵ. 결론
앞에서 필자는 한국의 문화외교와 교류외교의 현황을 중남미 지역을 중심
으로 살펴보았다. 국력이 빠르게 신장되면서 문화외교에 대한 관심도 나날
이 커져 가고 있다. 하지만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 전통, 문화로 인해 두 지
역의 만남에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
음과 같다.
첫째, 혼종성의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우리로서는 지역전문가와 문
화연구자의 양성이 대단히 중요하다. 단일한 언어, 단일한 혈통의 우리 국민
들은 애국주의에 불탄다. 하지만 이런 국가적 정체성의 포로가 되면 혼종성
이나, 타 문화에 대한 이해나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불이익도 있다는 점을 명
심해야 한다. 그래서 문화교류에는 훈련을 받은 전문가의 역할이 대단히 중
요하고, 프랑스의 문화외교 경험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 라틴아메리카 공공외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149
둘째, 오늘날 문화외교는 일방적 발신으로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 한국의
문학작품 번역, 한국학 프로그램, 예술공연 등의 예를 통해 일방적 발신의
한계와 조정자적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셋째, 스페인어권 문화외교의 거점, 즉 한국문화센터의 입지 선정도 시너
지 효과가 큰 쪽으로 조정되거나, 확대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에
따라 차후에 추가적으로 센터를 개설한다면, 스페인의 마드리드보다는 멕시
코시티, 그리고 브라질의 상파울루 쪽에 개설하는 것이 장기적인 한국의 국
익과 부합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넷째, 문화외교의 선진국의 경험을 잘 반추하고, 그것의 장단점을 이해하
면서 장기적으로 한국적 문화외교의 모형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의 다양한
기관에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조정자적 역할을 하면
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기구는 없다. 또 전문가는 턱없이 모자란다. 문화예
술인들의 국제화를 도모하여, 장기적으로 문화외교의 중추로 내세우는 것이
바람직한 전략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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