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9
인도네시아 여행을 시작하는 날이다. 비행기표는 인천 - 자카르타 왕복으로 저렴하게 (인당 56만원) 끊어 두었고, 두 달 동안 자바 섬과 발리 섬 롬복 섬 등을 구경하고 다시 자카르타를 거쳐 돌아오는 일정.
작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공항버스가 적어서 고생했는데 이번에는 많이 복구가 되었다. 없어졌던 동서울 노선도 생겼고, 오후에만 출발하던 춘천에서도 한 시간에 한 대씩 출발한다고 . 이번에 처음으로 춘천 - 인천 코스를 이용해 봤는데 비용이나 시간이나 동서울 코스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홍천 - 춘천 간에는 버스가 자주 있을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시간표도 알아보지 않고 있다가 하마터면 예약한 공항버스(10시 출발)를 놓칠 뻔했다. 어제서야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 봤더니, 어이쿠! 홍천에서 춘천 가는 버스가 이렇게 드물었어? 9시쯤 출발하는 차가 없어서 10시까지 춘천에 도착하려면 8시 반 차를 타야 할 상황이다. 그러면 춘천에서 한 시간 가까이 시간이 남잖아? 차라리 공항버스를 11시 출발로 바꾸고 홍천에서10시 차를 타는 게 낫겠다.
그래서 9시 반에 집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했고, 순조롭게 공항까지 가서 3시 40분 비행기를 잘 탔다. 비행 시간은 7시간 정도, 2시간의 시차가 있으니 현지 도착 시간은 밤 9시 무렵이다. 비자든 세관신고서든 미리미리 잘 준배해 두었으니 문제없이 잘 입국했는데 짐이 늦게 니오는 바람에 좀 지침.
공항철도나 공항버스를 열심히 알아보고 갔지만, 도착해 보니 너무 피곤하다. 공항 나오자마자 호객하는 고젝 직원에게 잡혀서 못이기는 척 택시를 탔다. 얼마나 친절하던지 ^^ 자기 핸드폰의 핫스팟을 공유해 주고는 (고젝 앱은 미리 설치해 갔지만 우린 아직 현지 유심이 없고, 데이터 로밍은 너무 비싸고) 내 전화기를 직접 조작해서 택시를 불러준다. 편하긴 했지만 (고젝이든 그랩이든 시내에서는 매우 저렴한데) 공항 택시들은 제법 비싸다.예약해 둔 숙소(수디르만 역 근처, 레드도어즈 플러스 앳 탐린)까지 (톨비 주차비 포함) 280리부 루피아, 2만5천원쯤 주었다. (고젝 앱에서 트래블월렛 등록이 안 되어 이날은 현금으로 주었고, 이후에는 편의점에서 고페이를 충전해서 사용함)
레드도어즈(RedDoorz)는 오요(OYO)와 함께 인도네시아의 저렴한 숙소 체인인데, 직영이 아니라 기존의 소규모 숙소들을 인증하고 공동 영업을 하는 방식인 것 같다. 교통 편의성을 고려해서 찾아낸 RedDoorz Plus @ Thamrin에는 Plus 란 인증(?)까지 붙어 있었고 구글 평점도 높은 편이었지만 (2박에 5만 3천원이라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특별히 비쌌던 모양이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평소에는 하루 만원 조금 넘는 수준이다)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 보니 방이 작고 시설이 너무 낡았다. 미닫이식 화장실 문이 내려앉아서 움직이지 않았고 .방과 화장실 여기저기 깨끗하지 않은 느낌이 났다. 다행히 일하는 사람들은 친절했고, 아침마다 방으로 가져다 준 단촐한 도시락도 먹을 만했지만, 이후 레드도어즈나 오요는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2023.12.20
오늘 첫 일정은 유심을 사는 것이다.. 호텔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젊은 직원이 당연히 알겠지 생각했지만) 유심 사는 곳을 모른단다. usim으로 검색을 해봐도 Telkomsel(제일 큰 모바일 통신회사)로 검색을 해봐도 가까운 데에는 나오는 게 없다. 여기는 대도시 자카르타고 이 동네도 대형 쇼핑몰들이 늘어서 있는 나름 중심가인데 유심 파는 데가 없다고?
쇼핑몰에서는 팔지 않겠냐고 했더니 자신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에라, 찾아보면 있겠지. 일단 근처에서 제일 커 보이는 그랜드 인도네시아 몰을 찾아 갔다. 엄청 큰 쇼핑몰(인도네시아 대도시에는 큰 쇼핑몰들이 많다.)에 줄을 서서 들어갔더니 아뿔싸, 아직 개점 전이란다. 줄 서서 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몰이나 매장의 직원들이네. 10시가 되어야 연다고 해서 이 사람들 너무 게으르다고 생각하며 검색을 해 봤더니 ㅎㅎㅎ. 우리나라 백화점은 더 늦게 연단다. 백화점을 가 봤어야 알지 ㅎㅎ. 3층에 유심 매장이 있다는 몰 직원의 말을 믿고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되어 들어갔는데 눈을 크게 뜨고 봐도 통신사 매장이나 핸드폰 매장 같은 게 보이지 않는다. 매장 직원들에게 여러 번 물어봤지만 하나같이 여기서는 유심 안 판다고 한다.
그럼 어디서 사냐? 물어봐도 알려주는 사람이 없더니 드디어 몰 입구에서 근무하는 경비원이 투구 타니 근처에 텔콤셀이 있다며 거길 가보라고 있다. 검색해 보니 걸어가기에는 너무 멀다. 40분 정도? 그랩을 불러야 하나, 생각하는 찰나에 마침 툭툭 한 대가 나타나 우리에게 들이댄다. 텔콤셀까지 50리부를 달란다. 조금 비싼 듯했지만 깎아봐야 거기서 (4,300원) 얼마를 깎겠나 싶어서 그냥 탔다. 10여 분을 달린 끝에 텔콤셀 간판이 보이는 곳에 세워주고 툭툭은 더났다. 뜨리마까시. 그런데 간판이 보이는 건물로 들어가려니 입구를 찾을 수가 없다. 옆 건물 쪽으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경비원이 제지하며 텔콤셀은 입구가 반대편이란다. 그런데 저쪽 길과 이쪽 길 사이에 골목이 없어서 멀리 투구 타니 로터리까지 갔다가 와야 한다고. 아, 툭툭 아저씨! 지리 공부 좀 더 하고 다니세요!! 그래서 5분은 걸었을까? 10분? 텔콤셀 간판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서 28기가 데이터 플랜이 포함된 심카드를 190리부를 주고 샀다. 공항 구입에 비하면 반값 정도 되려나? (이번 여행을 대비해서 KT 유심을 이심으로 바꾸어 두었다. 한국 전화나 문자도 받고 데이터는 저렴한 현지 유심으로 쓰고)
투구 타니는 농민 조형물이 설치된 로터리인데 나도 농민이라 관심 갖고 구경은 했지만 그밖에 특별히 볼 것은 없더라.
근처를 검색해서 남부 술라웨시 음식을 한다는 Kendai Pelangi (무지개 식당?)을 찾아가서 소갈비 구이와 붉은 나시고랭 깡꿍 등을 시켰는데 기대 이상으로 맛이 있있다. 음료와 서비스료 포함해서 255리부였으니 가격도 괜찮고.
유심도 샀고 점심도 먹었으니 (그리고 여독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편이다.) 어딘가 구경을 가야지.
자카르타는 구경할 게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주로 잘란잘란 카페에서) 그래도 열심히 검색을 해 본 결과 가볼 만한 곳을 몇 군데 추려 놨었다.
1. 모나스와 국립박물관이 있는 감비르 역 근처 2. 파타힐라 광장과 구시가지가 있는 코타 역 근처 3. 안쫄 유원지와 PIK가 있는 북부 해안 4. 따만 미니 인도네시아 인다와 근처 라구난 동물원 5. (좀 멀지만) 보고르 식물원과 근처의 따만 사파리
그래서 자카르타는 공항만 들러간다는 단기 여행자들과는 달리, 여행 시작에 2박을 잡고 말미에 3박 정도를 할애하기로 했다. (나중에 3박을 하면서는 호텔 안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었지만) 저 중에서 오늘 찾아갈 첫 여행지는 인도네시아 여러 민족의 문화를 볼 수 있다는 따만 미니 인도네시아 인다다.
'아름다운 인도네시아 미니 공원'? 이름이 길다보니 현지인들도 '따만 미니' 혹은 '떼엠이이TMII'라고 줄여 부른다. 넓은 호수 위에 인도네시아 국토를 축소한 모양으로 섬들이 있고 주위에 지역별 혹은 민족별 박물관들이 배치된 (미니라는 이름과는 달리) 매우 큰 공원이다. 코모도 공원에는 코모도도 있다지.
우리나라에도 민속촌이 있지만 다민족 국가인 캄보디아(시엠립)와 중국(쿤밍)에서 보았던 민속촌(민족촌)은 다양한 소수민족의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옛날 것을 모아 놓은 민속촌을 넘어서는 곳이었다. 그래서 여행자들의 추천이 많지 않음에도 첫 일정으로 넣었는데...
케이블카(인당 60리부)를 타고 하늘에서 둘러볼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호수와 주변의 건물들이 겉보기에도 예뻤고 건물들이 각 지역 문화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라니까 기대가 컸다. 그런데 순환 셔틀(인당 35리부)을 타고 가다가 정류장마다 내려서 구경을 하려니 날이 너무 더워서 걸어다니기가 두려울 정도다. 새 공원은 멀리서 멀뚱멀뚱 보다가 다음 버스를 탔고, 그 다음 정류장은 패스하고, 또 패스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인 데가 있어서 저긴 뭔가 하며 따라 내렸다가도 더워서 못 돌아다니고, 결국 반도 못 가서 (반의 반도 못 가서) 반대편 버스를 탔다. (나중에 생각하니 셔틀에서 내리지 않고 죽 같은 방향으로 갔으면 뭐라도 더 구경했을텐데... 당시에는 너무 더워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다.)
셔틀이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 보니 바로 옆에 에어컨 나오는 건물이 있다. 현대 미술 갤러리라고도 써 있고 커피숍과 기념품 매장도 있는 건물로 들어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밍기적거리며 시갼을 보내고 있는데 밖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난다.
얼른 나가 보니 화려한 퍼레이드다. 이런 건 놓칠 수 없지. 사진을 찍으며 따라가 보니 힌두 사원 앞에서 공연이 길게 이어진다. 저게 발리 댄스인가?
어린 아이들을 포함한 여러 그룹의 공연이 이어졌다. 땀을 훔치며 구경을 하다 보니 한낮의 34도의 열기는 조금 수그러들었다. 그렇지만 넓은 공원을 돌아다닐 용기는 나지 않아서 힌두 사원 근처를 조금 구경하다가 출구를 향해 발길을 돌렸다. 아쉽다. 이렇게 더운 날만 아니었으면, 더 많은 걸 구경하고 더 즐거웠을텐데...
출구 근처까지 왔는데 히잡 쓴 아줌마가 다가오며 포또 포또를 외친다. 사진 찍어 달라고? 그게 아니었다. 우리가 인사를 하자 일행들을 불러 모으더니 같이 사진을 찍자는 것이다. 그래요, 같이 찍어요. 우리도 즐겁긴 한데, 근데 이 사람들 왜 이렇게 좋아하지? 우리가 한국 사람인 줄을 모르고 접근했으니 한류의 영향은 아닐테고, 이 사람들은 외국인을 무작정 좋아하는 걸까?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더 좋아하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