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흙작품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를 찾을 때면 빼놓지 않고 가는 여행 코스가 바로 미술관이다. ‘가야의 고도’ 김해에도 꼭 가봐야 할 미술관이 하나 있다.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다. 김해는 가야국의 본거지였던 고대부터 도요지로 유명세를 떨쳤다. 흙과 물이 좋아 조선시대부터 분청사기로 유명했다. 지금도 도예공방이 200여 곳에 달한다고 하니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김해에 들어선 것도 당연해 보인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55%2F1546955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입구
외관 자체가 하나의 작품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지난 2006년에 개관했다. 지금은 해마다 평균 1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인기 여행지가 됐다. ‘클레이아크’는 ‘흙(clay)’과 ‘건축(architecture)’의 합성어로 ‘건축도자’라는 뜻. ‘건축도자’는 흙으로 된 건축 재료뿐 아니라 건축의 요소를 지니고 있는 다양한 예술작품을 일컫는 말이다.
미술관 정문에 들어서면 독특한 외관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원통형으로 생긴 전시관은 수작업으로 구워낸 5,036장의 타일로 장식돼 있다. 아프리칸 무늬에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타일로 뒤덮인 건물 자체가 바로 세라믹이며 건축이자 회화인 것이다. 미술관의 ‘제1호 소장품’이랄 수 있는 이 타일은 ‘파이어드 페인팅(fired painting)’ 작품으로, 흙과 건축의 만남이라는 클레이아크 미술관의 성격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타일을 접착식으로 벽에 붙인 게 아니라 알루미늄 틀에 끼웠다는 것. 탈부착이 가능하기 때문에 타일을 알루미늄 틀에 맞춰 바꿔 끼우면 전혀 다른 외관으로 변신한다. 그래서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별명이 ‘옷 갈아입는 미술관’이다.
내부로 들어서면 유리로 덮인 넓은 중앙 홀이 나온다. 미술품 전시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각종 음악회와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1층에는 갤러리1과 체험 코너 및 아트숍, 2층에는 갤러리2, 지하에는 갤러리3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전시는 ‘집을 생각하다’ 기획전. 2012년 2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공간인 집에 대한 생각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기획됐다. 국내 건축가와 사진작가, 조각가, 현대도예가, 설치미술가 16명이 참여해 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건축 언어로 담아낸 작품 50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집을 짓다’, ‘삶을 상상하다’, ‘정원을 꿈꾸다’라는 세 가지 소주제로 나뉜다. 하얀 밥공기를 엮어 전통적인 문을 형상화한 이해정 작가의 <웰컴>을 비롯해 일상의 소리를 수집해 화분 형태의 오브제와 함께 연출한 김영섭의 <Awash-소리를 키우자>, 김해에서 수집한 돌멩이와 목화솜덩이로 이뤄진 김순임의 <더 스페이스 17-김해> 등이 눈길을 끈다. 이밖에도 건축가 고(故) 정기용의 대표 흙건축인 흙다짐벽, 황두진 작가의 투시형 벽돌쌓기 등도 만날 수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57%2F1546957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왼쪽부터]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전시실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중앙홀
느긋한 산책을 즐기기에도 좋아
전시장에 설치된 미술작품들을 감상한 후에는 클레이아크 타워가 우뚝 솟은 미술관 뒤편으로 가보자. 야외산책로를 따라가면 다양한 체험활동을 즐길 수 있는 체험관과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하는 연수관, 오벨리스크를 닮은 클레이아크 타워 등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미술관에서 체험관에 이르는 산책로에 깔린 직사각형의 판석(板石)은 고대 중국의 궁이나 성과 같은 건축물에 사용됐던 것이라고 한다.
산책로를 계속 따라가면 미술관으로 오는 내내 멀리서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던 20m 높이의 클레이아크 타워를 만날 수 있다. 이 탑도 외벽이 1,000여 장의 ‘파이어드 페인팅’ 타일로 덮여 있다. 유약을 발라 매끈하게 구운 이 타일들은 같은 크기를 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어느 것 하나 같은 무늬가 없다.
심지어 화장실도 놓치기 아까운 구경거리다. 도자로 된 변기와 세면대, 타일이 감각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빨강과 파랑, 흰색의 조명과 어우러져 독특한 공간을 연출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59%2F1546959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전경
흙을 직접 느끼며 나만의 작품을 만든다
클레이아크 타워 옆으로 체험관이 있다. 흙의 감촉을 손으로 직접 느끼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공간이다. 부드러운 흙을 만지며 자연의 심성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이 만든 컵이나 접시를 직접 가져갈 수 있는 게 큰 매력이다.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은 물론 일반인도 전문가의 지도에 따라 재미있게 생활도자기를 만들 수 있다. 체험실에는 최대 50명이 들어갈 수 있고 3명의 강사가 상주하여 누구든지 도자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직접 흙을 굴리고 쌓아 컵이나 접시, 각종 소품을 만들다 보면 1시간 30분이 금방 지나간다. 체험교실은 하루 4회(오전 10시 30분, 오후 1시, 오후 2시 40분, 오후 4시 20분) 열린다. 작품을 불에 굽는 소성 코스를 선택하면 가마에서 구운 뒤 집으로 작품을 보내준다. 참가비는 무소성의 경우 5,000원, 소성의 경우 1만 원이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옆에는 김해분청도자관이 있다. 전국 최초의 분청도자기 전시관으로 가야시대부터 조선시대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김해 도자기의 정신을 보여준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리는 도자기 공개 경매 행사를 통해 김해 지역 도예인들의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65%2F1546965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왼쪽부터]클레이아크 만들기 체험 /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들기 체험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68%2F1546968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흙 체험중인 아이들
찬란한 가야문화를 엿보다
김해는 금관가야가 찬란한 왕국을 이루었던 오랜 역사의 땅이다. 풍부하게 생산되는 철을 바탕으로 전기 가야연맹 시대를 주도하기도 했다.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왕의 탄생설화가 얽힌 구지봉과 김수로왕릉,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에서 수로왕의 비가 된 허황옥의 무덤인 수로왕비릉, 금관가야 왕족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대성동 고분군 등이 김해에서 만날 수 있는 가야의 유적들이다.
나선 김에 가야문화권의 유물을 집대성하고 있는 국립김해박물관도 꼭 둘러보자. 낙동강 유역의 선사문화를 비롯해 초기가야,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비화가야 등의 유물과 유적을 만나볼 수 있다. 검은색 벽돌로 된 외벽은 철광석과 숯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것으로 철의 왕국 가야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1전시실은 낙동강 유역의 선사문화, 가야제국의 발전, 제2전시실은 가야인의 생활, 철의 왕국 가야, 가야 토기의 아름다움, 가야의 대외교류 등을 전시하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 옆에 자리한 대성동고분박물관은 대성동 고분군에서 발굴한 자료들과 금관가야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본관에서 조금 떨어진 노출전시관에서는 목곽묘의 구조와 유물의 부장 상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84%2F1546984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왼쪽부터]국립김해박물관 전경 / 김해박물관에 전시된 가야시대의 토기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89%2F1546989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왼쪽부터]대성동 고분군 /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고대 고분 모형
고즈넉한 산사 여행
신어산 자락에 자리한 은하사는 1900여 년 전 장유화상이 인도로부터 불교를 들여와 지었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뒤에 선 바위들이 마치 나한이 둘러선 듯한 데다 16나한을 모신 나한전이 있어 나한도량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신라와 고려의 많은 승려들이 수학한 유서 깊은 절로 일명 서림사라고 한다. 박신양, 정진영, 박상면 등이 출연한 영화 <달마야 놀자>의 일부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은하사 입구 주차장에서 바위 계단을 오른 후, 연못을 지나 다시 바위 계단을 오르면 일주문을 지난다. 경내로 들어서면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스님들이 족구를 하던 경내 마당이 낯익은 모습을 드러낸다. 은하사 대웅전은 일반 사찰의 대웅전과 달리 정면과 측면이 모두 3칸인 정사각형을 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금관을 쓴 부처가 온화한 표정을 짓고 있다. 대웅전을 나오면 왼쪽에 명부전이 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화사하면서도 화려한 연꽃 문양이 가득한 정면 3칸의 문이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분성산 꼭대기에 있는 시민 천문대인 김해천문대는 김해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천체 관측도 가능해 가족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전시실, 천체투영실 외에 3개의 관측실을 보유하고 있다. 전시실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개방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tong.visitkorea.or.kr%2Fcms%2Fresource%2F92%2F1546992_image2_1.jpg%3F%26name%3Dimage2%26index%3D1)
[왼쪽부터]장유화상이 창건한 고찰 은하사 / 은하사 명부전 연꽃살 문
여행정보
김해시청 관광과 055-330-3241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055-340-7000
국립김해박물관 055-325-9332
대성동고분박물관 055-330-6881
김해분청도자관 055-345-6037
* 가는길
① 대중교통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김해까지 고속버스 하루 23회 운행
② 자가용
대구부산고속도로 남밀양IC에서 25번 국도 진영・수산 방면으로 간다. 14번 국도로 바꿔 타고 진영・부산 방면으로 달리다 1042번 지방도를 이용해 진례까지 간다.
* 미술관 이용안내
관람시간 :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은 오후 7시까지/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추석은 휴관)
요금 :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
문의 : 055-340-7000, www.clayarch.org
글, 사진 최갑수(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