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 반, 보아와 도서관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도서관에 갔더니, 보아가 만화방에서 책 읽고 있었습니다. 2층 소파에 앉아, 오늘과 내일 일정을 나누었습니다.
보아는 참 계획적입니다. 보아 옆에 있으면, 저도 저절로 계획적이고 부지런히 행동하게 됩니다.
보아가 저에게 주는 선한 영향력이 참 좋습니다.
보아와 계획한 시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14:30 ~ 15:00 피아노 치고 싶은 곡 골라서 악보 찾기
15:00 ~ 16:00 쿡쿡방에서 피아노 연습
16:00 ~ 17:30 쿡쿡방에서 라이스페이퍼 떡볶이 만들어 먹기
17:30 ~ 18:00 피내골 산책
18:10 ~ 18:40 목욕탕에서 목욕
19:00 ~ 20:55 루팡3세 vs 코난 영화 보기
20:55 ~ 김강현 선생님 마중하고, 영화 마저 보고, 연탄불에서 치즈, 쫀드기, 마시멜로우 구워 먹기
10:30분 취침.
일정을 촘촘하고 빼곡이 정했더니 보아가, “지금 좀 더 빨리 하면 조금 더 여유롭겠다!” 하면서 몸을 빨리 움직입니다.
광활을 하면서 보면, 보아가 가장 바쁩니다. 다음 카페에 ‘보아’ 검색하면 1000건 이상의 글이 나옵니다.
보아, 보아, 보아.
보아가 여기 철암도서관에서 가장 바쁜 것 같습니다.
보아와 소파에 꼭 붙어 앉아서 어떤 곡을 연주해볼지 골랐습니다.
먼저 제가 생각해 본 곡들을 보아에게 소개했습니다.
학교가는 길, 인생의 회전목마, 빈 행진곡, 젓가락 행진곡 중 보아가 하나를 고르기로 했습니다.
“코카콜라 맛있다~ 맛있으면 또먹어~”
보아가 손가락으로 딩동댕동 하며 곡을 골랐습니다.
보아의 손이 고를 곡은 바로 ‘인생의 회전목마’!
악보를 다운받고, 함께 피아노 앞에 앉았습니다.
연탄곡은, 한 악보에 두 명이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악보를 함께 보며 보아에게 악보 보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아~ 선생님 그런데 자꾸 이쪽 거를 치게 돼요.”
보아가 악보 보는 게 아직 헷갈리나 봅니다. 그래서 보아가 치는 부분은 보아가 보기 쉽게 악보에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자 그럼 10분동안 개인 연습 해보는거야!”
보아가 틈틈이 시계를 보며, 주어진 시간동안 자기 파트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보아가 헷갈려 하는 부분들, 리듬, 음악 기호 등을 설명했습니다.
옥타브 표시를 설명했더니, “우와~~ 오오..~ 아, 그렇구나” 하며 이해했습니다.
보아가 하나하나 신기해하는 것을 보니, 덩달아 그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개인 연습이 끝나고, 함께 맞춰보았습니다.
안되는 부분은 부분적으로 연습하고, 천천히 해보고, 또 보아 부분을 같이 동시에 해보며 연습했습니다.
헷갈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유튜브로 원곡 연주를 찾아보며 익혔습니다.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 손 열심히 움직이며 오래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연습 하다가, 예헌이와 은지언니가 쿡쿡방에 샌드위치 준비하러 놀러왔을 때 영상을 찍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선생님~ 찍고 있는 걸 알아서 그런지 자꾸 틀려요. 아까는 잘 했었는데!”
보아가 거의 한시간을 꼬박 초집중해서 연습했습니다.
제가 보아 나이에 피아노 연습할 때에는, 피아노 의자 옆에 숨어서 핸드폰 게임을 했었던 것 같은데. 보아는 어떻게 이렇게 집중력이 높을까요? 앞으로의 보아를 더욱 응원합니다.
쿡쿡방을 빌리기로 한 4시가 정확히 되었을 때, 재료를 준비했습니다.
보아가 집에서 구워먹는 치즈를 가져왔다며 소개했습니다. 그 외에 냉장고에 있는 재료 하나하나 꺼내 정리했습니다.
“선생님 라이스페이퍼는 찬물에 해야한대요. 저는 찬물에 이렇게 하는 건 처음봐요”
보아가 라이스페이퍼(월남쌈) 떡볶이를 만들고 싶은 이유를 말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예전에 민아가 짝꿍 활동 때 만들어 먹었었는데, 그거 조금 얻어 먹은게 너무 맛있었다며 자기도 꼭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만드는 건지 꼼꼼히 찾아보고 외워 왔습니다. 대단합니다.
떡은 어느 정도 할지, 누구누구 나눠 먹을지 생각하며 만들었습니다.
일단 엄마아빠 드리고, 예헌이와 은지언니랑 나눠먹는다 합니다.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넉넉히 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라이스페이퍼를 물에 적셔 돌돌 말 때, 어려웠습니다.
미끌미끌하고 잘 안접히기도 해서 모양을 예쁘게 만들기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것을 보더니, “선생님 너무 잘해요! 저는 자꾸 이상해져요.” 합니다.
“선생님이 그거 잘하니까 라이스페이퍼 떡볶이 만들고, 저는 치즈 넣어서 만들어볼게요”
잘 안된다고 속상해하기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는 보아.
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열심히 노력하고 시도하는 보아.
하나하나 만들때마다, “도전~!” 외쳤습니다.
그런 보아가 사랑스럽습니다.
이후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고추장 두 숟갈, 고춧가루 한 숟갈!”
보아와 제가 보고 온 레시피가 같았나 봅니다. 보아가 개량하여 소스 넣었습니다.
제가 재료를 꺼내고 설거지 잠시 하는 사이에, 보아가 양배추와 파 다 썰어 준비했습니다.
물 양 맞추어 넣고, 소스와 재료 넣고. 라이스페이퍼 떡을 하나하나 넣었습니다.
보아가 잠시 간을 보더니,
“윽. 선생님 너무 단 것 같은데..!”
아무래도 설탕을 좀 많이 넣었나봅니다.
간장 한숟갈 넣어볼까? 해서 보아가 한숟가락 넣었습니다.
다시 먹어보니, 음... 아직도 그 맛이 안납니다.
결국 마법의 라면스프를 넣었습니다. 하하.
그랬더니 너무너무 맛있게 완성되었습니다.
보아가 완성되자마자 “엄마 아빠 불러올까요?!” 하며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빠르게 후라이팬 옮기고, 접시와 젓가락 놓고, 혹시 매울까 싶어 우유 꺼내어 두고 부모님 모시러 갔습니다.
엄마와 언니들 거 통에 직접 담아 가져다드리고, 아빠는 직접 모시고 와서 함께 먹었습니다.
어떻게 만들었나 설명하고, 쿡쿡방에 놀러온 사람들 입에 하나씩 쏙 넣어주었습니다.
정답고, 즐겁고, 무엇보다 맛있었습니다.
맛있는 메뉴 제안하고 함께 만든 보아야, 고마워.
이후 목욕탕 가기 위해 목욕 도구 챙겨두고, 피내골 산책 갔습니다.
사실 원래 산책이 계획에 있지는 않았는데, “보아가 엄마가 꼭 산책 다녀오라고 했으니까~” 하며 산책시간을 추가했습니다.
생각보다 날씨가 추워서 둘이 꼭 붙어서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걸었습니다.
보아와 함께 걸으니, 보아가 제 쪽으로 몸을 기대서 점점 옆으로 기울어졌습니다.
비스듬히 걸은 길이 참 오붓합니다.
걸으면서 무인도에 물건 세가지를 가져간다면, 어떤 것을 가져가면 좋을지 이야기했습니다.
먼저 정수 필터, 침낭, 칼을 생각했습니다.
보아는 정수 필터, 칼, 불 피울 수 있는 부싯돌을 챙겨가고 나뭇잎 덮고 잔다고 합니다.
하하호호 이야기 나누며 산책을 후딱 끝냈습니다.
이후 목욕 갔습니다. 따뜻한 물을 즐기며 목욕 순서 이야기하고, ‘앗 맞다 칫솔 안챙겼다’ 하며 웃었습니다. 수건으로 머리 돌돌 감고 다시 도서관으로 빠르게 왔습니다.
쿡쿡방에서 머리 말리고, 같이 로션 발랐습니다.
보아는 원래 안바른다고 했지만, 제 로션 하나하나 소개하며 골라 발랐습니다.
제가 머리 말리는 동안 보아가 피아노 책 뒤적거리며 피아노 쳤습니다.
오후에 그렇게 많이 쳤는데도 또 피아노 앞에 앉는 모습을 보니 신기합니다.
보아와 악보를 살펴보며, 코드와 음악 기호 뜻을 고민했습니다.
이미 보아가 C, D, E, F, G, B 등의 코드를 알고 있었기에, 마이너 코드를 공부했습니다.
Cm, Am를 손가락으로 찍어보며, 어떤 공통점이 있나 찾았습니다. 원리를 알고 나니 이후 Bm 등 다른 코드도 척척 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Bm/F는 어떻게 치라는 표시일까?”
“C7는 어떤 의미일까?”
코드의 원리를 배우니, 보아가 “아~! 우와~... 우와~... 너무 신기해요” 했습니다.
코다와 세뇨를 설명하며 악보를 순서대로 보는 방법도 얘기했습니다.
보아가 갑자기 엄청난 지식을 습득하게 되어 너무 신기하다고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악보 뒤적거리고,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정리하고 내려왔습니다.
보아와 밑에 내려와 영화 봤습니다. 보아네 아버지께서 빔프로젝터 준비해주시고, 보아가 인터넷으로 영화 찾았습니다. 보아와 보아 가족이 준비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중간중간 보아가 속닥속닥 이야기 했습니다.
내용과 캐릭터에 대해서, 또 좋아하는 순간에 대해서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보아.
도서관에서 활동 할 때에는 보아가 어른스럽게 느껴졌지만, 여전히 이렇게 보니 아이같은 활발함과 발랄함을 갖고 있는 듯 합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다다랐을 때 쯤, 강현 선생님 배웅하러 가야 했습니다.
영화 조금 더 보고 싶어서 머뭇거리다 보니, 시간이 부족해서 종이 포스터를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보아가 스스로 보면서도 웃긴지 만들며 쿡쿡 웃었습니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저도 웃음이 쿡쿡 납니다.
강현 선생님 배웅하고, 선생님들 만나서 이따가 연탄불에 간식 구워먹자고 이야기했습니다.
배웅을 마치고 돌아와 영화 마저 보고, 저녁 파티 준비했습니다.
광활 선생님들 사이에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 보내는 보아.
보아가 선생님들의 비밀도 몇가지 알게 되고, 맘껏 노래부르고 웃었던 저녁이 벌써 그립습니다.
간식 먹고 들어가 양치하고,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선생님 아빠가 있을 땐 바닥이 분명 후끈후끈 따뜻했는데, 아빠가 가니까 약간 추워진 것 같아요.”
“우와. 아빠가 보아를 지켜주는 불이었나보다. 따뜻한 불.”
“그러게요”
눕자마자 했던 보아와의 대화가 기억에 남습니다.
“엄마가 빨리 자라고 했는데..” 하면서도 계속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박미애 선생님께는 비밀로 해주세요.)
보아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보아가 참 ‘깊이’ 생각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간식 먹으며, ‘강현 오빠 설악산에 같이 가면 좋겠다!’ 얘기했는데,
보아는 ‘우리 차에 자리 없는데 그럼 어떻게 가야하지?’ 너무 고민되었다고 합니다.
해결방법을 몇가지 생각해내고 나니, ‘오오~ 그럼 되겠다’ 하며 “됐다 됐다!” 하고 안심합니다. 그런 보아의 모습이 참 귀엽습니다.
서로 엄마한테 혼났던 이야기,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 이야기 하다가..
새근새근 보아가 잠들었습니다.
쿨쿨 보아. 아침에 일어날 수 있을지 긴장하고 알람 맞춰두고 기도하고 자는 보아.
사랑스럽습니다.
아침에 알람소리는 못들었지만, 제가 깨우는 소리에는 번쩍 일어났습니다.
서로 비몽사몽한데도, 함께 이불 갰습니다.
정리하고 밥 차렸습니다.
보아가 밥 짓고, 제가 반찬 꺼냈습니다. 아, 보아가 계란후라이도 해줬습니다. 그걸로 간장 넣어 계란밥 해먹었습니다. 근사하고 든든한 아침이었습니다.
그렇게 밥먹고 보아 버스 배웅해주었습니다.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노래부르며 버스 기다리다가 보아가 갔습니다.
아. 보아와의 짝꿍활동 참 즐거웠습니다.
보아와의 하룻밤이 꿈같습니다. 잊지 못할 추억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