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용(왼쪽)-강욱 형제는 초,중,고 시절 함께 축구하다가 헤어진 뒤 11년 만에 거제시민축구단에서 다시 만났다.
K4리그 거제시민축구단(이하 거제시민)은 올해 창단 3년 만에 처음 승격에 도전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거제의 돌풍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 쌍둥이 형제의 활약도 있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주인공은 1994년생 이상용-강욱이다. 두 형제는 전주삼천남초, 완주중, 전주공고를 거칠 때까지 같은 팀에서 함께 발을 맞췄다. 이후 각각 전주대와 대구대로 진학하여 다른 팀에 몸담고 있다가 올해 1월 동생 이강욱이 먼저 군 복무를 위해 거제시민축구단으로 향한 후 같은 해 8월, 형 이상용도 군 복무를 위해 같은 팀으로 향했다.
먼저 입대한 동생 이강욱은 ‘저니맨’이다. 대구대 졸업 후 일본프로축구(J리그2 더스파구사쓰 군마)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천안시축구단, 부산교통공사, 창원시청 등을 거친 후 입대하며 거제시민에서 활약하게 됐다. 반면 형 이상용은 K리그2 FC안양의 ‘원클럽맨’이다. 그는 2017년 안양에 입단해 꾸준히 활약했으며 올해 초 재계약을 마친 뒤 입대해 거제시민에 합류했다.
거제시민은 올해 K4리그 3위에 올라 K3ㆍK4 승강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진주시민축구단을 상대로 아쉽게 패배하며, 승격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창단한 지 3년 만에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수비수 이상용과 공격수 이강욱이 팀의 주축으로서 거제시민의 팀 최다득점 1위(30경기 64득점), 최소실점 2위(37실점)에 앞장섰다.
이에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당찬 포부를 전한 거제시민축구단 쌍둥이 형제 이상용-이강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이상용 (이하 상용) “거제시민축구단에서 수비를 맡고 있는 이상용입니다.”
이강욱 (이하 강욱) “거제시민축구단에서 공격을 맡고 있는 이강욱입니다. 1분 차이로 동생입니다.”
- 시즌이 끝났는데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상용 “똑같은 일상의 반복입니다. 상근예비역으로 근무하고, 퇴근해서 육아하는 일상이 계속 됩니다.”
강욱 ”시즌 끝나고 바로 훈련소로 들어가게 돼서 훈련하다가 최근에 나와서 이제야 시즌 끝난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 두 분은 축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강욱 ”저희가 초등학교 때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축구를 하고 곧바로 등교를 하곤 했어요. 그 모습을 전주삼천남초등학교 감독님이 보시고 저희 어머니를 1년간 설득해서 축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둘의 포지션이 다른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강욱 ”지금은 제가 공격수지만 축구를 시작할 때는 수비수였어요. 상용이 형은 처음에 공격수였다가 지금은 수비수가 됐죠. 완주중학교 때 저희 포지션이 바뀌게 되었어요. 제가 공격을 너무 맡고 싶어서 감독님께 부탁드려 공격을 보게 되었고, (이)상용이 형은 선생님께서 시켜서 수비수를 맡게 되었죠.“
상용 ”오히려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게 저한테 잘 맞다고 느꼈어요. 수비수로서 상대 공격을 막아내고 우리 팀의 승리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에 더 큰 희열을 느낍니다.“
-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경기를 계속해서 해오셨는데 같은 팀에서 뛰는 것이 어땠나요?
상용ㆍ강욱 ”계속 한 팀에서 뛰면서 서로의 축구 스타일을 잘 알다 보니까 팀 조직력 측면에서 장점으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 같은 팀에서 뛰며 좋은 점도 있지만 안 좋은 점도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상용 ”아무래도 쌍둥이다보니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단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군가 한 명이 실수를 했을 때 같은 팀으로서도, 가족으로서도 마음이 좋지는 않아요.“
강욱 ”저한테는 장점만 있고 안 좋은 점은 딱히 없어요.“
이상용(오른쪽)과 이강욱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건투를 기원했다.
- 대학 시절 상대팀으로 만난 적이 있었나요?
강욱 ”상용이 형은 전주대학교를 들어가고, 저는 대구대학교를 들어갔어요. 그러다가 대학축구연맹전 경기에서 상대 팀으로 만난 적이 있어요. 저희가 형제지만 서로에게 지는 걸 싫어하거든요. 축구든 뭐든(웃음). 승부욕이 강해서 ‘이겨야겠다, 이겨서 놀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다행히도 대학축구에서 맞붙은 날은 비겼어요.
상용 : 상대 팀이지만 쌍둥이다 보니 서로에 대해 아는 게 많아서 (이)강욱이가 뭘 잘하는지 알고 동료들한테 다 알려줘요. ‘이렇게 하면 강욱이가 아무 것도 못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 11년 만에 한 팀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감회가 새로웠을 것 같은데 어떠셨나요?
강욱 “사실 제가 먼저 거제시민에 들어오고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서 (이)상용이 형한테 추천했어요. 감독님도 설득하고 해서 같이 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같이 운동장에 서 있는 게 10여 년 만인데 별다른 감정이 사실 딱히 없어요(웃음).”
상용 “(별다른 감정이 없는 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초, 중, 고를 같이 나와서 매일 붙어 있다 보니 그냥 ‘강욱이구나’ 싶은 정도였죠.”
- 쌍둥이가 한 경기장 안에서 경기를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강욱 “올해 (이)상용이 형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형이 경기장 밖으로 나갔는데 심판이 저에게 오셔서 왜 안 나갔냐고 하시더라고요. 우리는 다르게 생겼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보기에는 헷갈려서 이런 일들이 많아요.”
상용 “상대 팀이 우리가 쌍둥이인지를 경기를 뛰면서 알게 되는데 다들 놀라곤 해요. ‘분명히 얘가 공격 쪽에 있었는데 왜 수비 쪽에 와 있지?’ 싶은 표정들을 많이 봤죠.
강욱 ”에피소드가 또 있어요. 우리가 대학 리그에서 맞붙었을 때 부모님께서 경기를 보러 오셔서 어느 팀 응원석에 앉아야 하는지 고민하시더라. 결국 어느 팀에도 앉지 못하시고 하프라인 근처에 서서 응원하셨어요.“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상용 ”일단 부상 당하지 않는 거예요. 최근에 근육을 다친 적이 있는데 다치니 팀한테도 미안하고, 개인적으로도 아쉬워서 안 다치고 마무리하면 좋겠어요. 장기적인 목표는 제가 적은 나이는 아니니 축구를 오래 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과 FC안양에서 꾸준히 축구하며 원클럽맨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바람이에요."
강욱 “내년에는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달릴 예정입니다. 승격하는 것이 먼저고,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그 다음이죠. 앞으로는 한국의 프로를 경험해보고 싶어요. J리그 무대를 경험한 적이 있으니까 한국의 프로도 경험하며 최대한 오래 선수 생활하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강욱 “FC안양에서 원클럽맨으로 아직까지 있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느 팀이건 한 팀에 계속해서 있다는 게 너무 존경스러워요.”
상용 “강욱이는 한국 프로에 가서도 잘 해낼 거예요. 매번 경기를 빠지지 않고 뛰면서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상용ㆍ강욱 “모든 축구인 분들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저희 쌍둥이를 주목해 주세요!”
글 = 이세정 KFA 인턴기자
사진 = 이세정, 이상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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