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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레이라_LayRa
( Jian_LayRa@hanmail.net)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
< 매주 일요일과 목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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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춤법은 대화하는 부분에 한해서 읽어 내려가는 흐름에 약간의 거슬림이있는 것들은 실생활에서 대화하고 말할때처럼 말투에
중점을 두어 읽는것이 최대한 자연스도록 표기가 틀린 부분도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자존심. <아홉>
옅은 핑크색 문을 열자, 환자복 차림에 많이 아팠던 흔적으로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좀 더 야윈 모습의 강은이 팔에 링거를 두개나 꽂은 채
창가에 서서 뒤를 돌아본다.
이틀 전 아침, 차에서 내려 준 뒤로 휴대폰도 받지않고 연락두절이었던 강은에게 화가 날대로 났던 태영이 점심시간이 가까워 올 즈음
결국 강은의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강은일거란 기대와 달리 전화를 받은 다른 직원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들은 태영은
그대로 사무실을 나와 병원을 향해 차를 몰았다.
"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았으면?"
걱정되는 마음에 한달음에 달려왔건만 쌍수환영과 반가움의 포옹은 고사하고 이틀만에 얼굴보고 한다는 첫 마디가 어떻게 알았냐니.
예상치 못했던 쌀쌀맞은 강은의 태도에 묵직하게 올라오는 서운함을 담은 태영의 말에도 찬바람이 분다.
"핸드폰 안 받길래 잃어버린 줄 알았더니 침대에 잘 있네? 일부러 안 받았냐?"
"......"
"왜 얘기 안했어?"
"니가 뭐라고 내가 일일히 너한테 보고를 해야 되는데"
"하..."
"오버하지마. 우리가 뭐라도 돼?"
"그럼 우리가 뭔데?"
"너 번지수 잘 못 찾았다"
"무슨 말이야"
"진작 말했어야 했는데, 언니도 알고있지만 나 남자 만날생각 없어. 넌 연애상대가 필요한거 같은데 난 아니야. 그냥 친구로 지낼거면
상관없지만, 아니면 다른 여자 찾아. 시간낭비 하게 한건.."
"됐다. 그만해"
"..이런 말 뻔하지만, 니가 원하는 좋은여자 만.."
"그만하라했다?!"
"뭣하면 내가 차경언니한테 얘기해서 다른 여자 소개시켜주라 할께"
"씨x..나도 여자 필요해서 소개받은거 아니야. 누나가 혼자 있는거 보기 안좋다고 하도 닥달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간거지"
처음 보았던 그 날의 그 모습처럼 거칠고도 차갑게 굳어진 얼굴로 태영이 병실문을 나갔다. 그런 태영을 돌아보지도않고 창 밖만 보고있던
강은이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떨군다. 처음 만났던 날, 어떤 자리인지 알고 나왔냐는 물음에 모른다하였을 때 차경에게 여자소개 시켜달라고
졸랐다던 태영의 그 말을 강은은 기억하고 있다. 아마도 자신이 이런 말을 먼저 꺼낸것에 대해 그 성격에 받아들이기 힘들었을거라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끝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진작했어야 할 얘기였다고. 어차피 건물도 다르고 이 길로 다시 볼 일도 없으니 괜찮을거라고.
격렬히 뛰는 심장에 찬 물을 끼얹은 듯 시큰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걸로 됐다고, 잘 된 것이라고 강은은 애써 그렇게 생각했다.
.
.
.
그 날 저녁, 다시 병실을 찾은 차경에게 이제 말짱해졌다고 고집을 부리며 퇴원한 강은이 이튿날 아침 회사로 향했다.
들어가기 전 사무실 건물 옆 본관 1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따뜻한 음료를 살겸 줄을 서 있는데 사람들의 심상치 않은 시선이 느껴졌다.
강은이 돌아보면 시선을 피하는 사람들과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수근거리는 사람들. 정확히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
자신과 관련 된 이야기였고, 그런 현상은 강은이 가는 곳마다 일어났다. 점심시간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러간 휴게실과 그걸 피해
들어간 화장실, 작업한 것들을 전해주러 가는 곳곳의 사무실에서도 일어났으며 심지어 퇴근길 잠시 지나간 주차장까지 이어졌다.
어쨌든 그 이상한 아침과 점심시간이 지나고 식곤증으로 몸이 나른해질 즈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이 건물에선 볼 일이 없는 태영의
갑작스런 등장에, 강은의 옆에서 시안의 수정을 지켜보던 차경이 헛것을 본듯한 표정으로 눈을 찌푸리다가 점점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는
태영에게 심통부리듯 말했다.
"니가 여긴 왠일이냐아?"
"마누라 보러 왔지"
"저 미친놈"
"뭘 새삼스럽게. 어이 마누라, 서방님 왔는데 모른척 하기야?"
혁주의 어시스트 중이던 강은이 바로 옆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태영을 아랑곳 않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렇게
냉정한 얼굴을하고 돌아서서 이제 끝이라 생각한지 하루도 지나지않아 이렇게 다시 태영을 본다는 것에 어떤 얼굴을 하고, 어떻게 대해야
할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너무나도 당당하게 '마누라' 라며 자신을 불러대는데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쪽팔렸다.
너무 창피해서 책상 밑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을 뿐이었다. 오, 주여... 저 돌아이를 감당하기엔 제 그릇이 너무 작나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무실 사람들의 수근거림 속에서 강은은 그저 마음속으로 그렇게 기도 할 뿐이었다.
"사람들 앞이라고 또 쑥쓰러워 하기는. 누나. 내 마누라 5분만 빌린다"
"야, 너 왜 이래. 이거 놔. 야아~"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속삭이듯 외치는 강은. 자신을 꼬옥 잡고 놓지않는 태영의 손을 찰싹찰싹 때리며 끌려나가는 강은의 모습이 정말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도진과 - 저 미친놈- 을 연발하며 혀를 차는 차경. 그리고 혁주의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시선.
"너 진짜 미쳤냐?"
사무실의 문이 닫히자마자 난처함에 어찌할바를 몰라 잔뜩 뿔이난 강은을 태연하게 받아치는 태영.
"한 두 번 말하냐"
"내가 진짜 너때매 미치겠다"
"왜, 너무 좋아서? 사랑하면 닮는다더라"
"여기 회사야. 남 일하는데 와서 뭐하는 짓이야 이게"
"나도 이 회사 다니거든?"
"사람들 앞에서 쪽팔리게 진짜..."
"사내연애금지도 아니고 뭐,문제 될거 있어?"
"내가 지금 너랑 연애하니?"
"할 거잖아"
"와...너 진짜..."
"매력있지"
신이시여...!!
"침흘리지말고 입닫어라. 그 표정 바보 같애"
'이 놈 머리뚜껑 열고 지옥가겠습니다!!' 라는 말이 머리속을 맴맴도는 강은에게 태영이 뭔가를 내민다.
"뭐야 이게"
"나도 바쁜사람이야. 기껏 시간내서 왔더니... 간다!!"
"야!!!"
들은척도 않고 성큼성큼 걸어가다 신경질적으로 뒤통수를 긁는 태영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강은의 손에 작은 쇼핑백이 들려있다.
마치 어제 밤 병원에서 있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니란 마냥, 아니 아예 있지도 않았던 일처럼 태영은 그렇게 강은 앞에 나타났다. 그런
태영의 태도를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가슴 한편으로 안도하는 강은이었다. 다만 문제라면 자신이 안도했다는 사실도 제대로 눈치채지 못하고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태영의 모습에 괜시리 웃음짓고있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할 정도로 둔해져버린 이 여자의 메마른 감수성이랄까.
강은이 다시 사무실로 들어서자 사람들의 시선이 문으로 집중됐고, 어색하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간 강은에게 차경과 도진이 다가왔다.
두 사람이 강은의 손에 들린 조그마한 쇼핑백을 발견하곤 그게 뭐냐며
- 벌써부터 선물공세야? 시계? 목걸이? 귀걸이? 팔찌? 핀? 빨리 열어봐 - 등등의 소란을 피우는 탓에 강은도 내심 기대를 가지고 새침한
표정으로 쇼핑백을 열어본다.
그리고 잠시 후, 그 자리엔 넋이 나간 강은과 정신줄 놓고 웃어대는 차경과 도진이 있었다.
그 안엔...
노란 포스트잇와 함께 견디셔파워와 개포스, 비타민이 들어있는 피로회복제가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 나밖에 없지? 울지마라. 뭐 이정돌 가지고 -
.
.
.
하루의 일과가 마무리 되고 퇴근 무렵.
"오늘 우리집에서 저녁 먹자, 누나"
"좋지~!"
"도진, 너도 괜찮지?"
"누나 가는데 당연히 가야지"
맛있는 저녁을 먹게 됐다며 좋아하는 차경과 도진의 유쾌한 대답을 들은 혁주가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강은에게 다가간다.
"우리 집에서 저녁 먹기로 했으니까 퇴근 준비해. 갈꺼지?"
"와~ 정말? 당연히 가야지~"
생긴것과 다르게 농담삼아 [엄마]라 부를 정도로 요리솜씨가 좋은 혁주의 초대에 다들 반색을 한다. 알고나면 자기 사람에게는 끔찍하고
정이 많지만, 조금은 유별난 탓에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고 그럼에도 유일하게 차경만은 잘 따랐던 혁주였다. 크게 문제를 일으
키거나 하진 않았지만 인수 된 후의 불안정한 상태 때문에 고충이 많았던 차경에게 또 하나의 걱정으로 한 몫을 하던 중 프리랜서인 강은이
들어오게 되었다.
인수가 되긴 했지만 다른 건물을 사용했고, 외부인이였기에 겉돌 수 밖에 없었던 차경의 팀이었다. 사람을 아끼는 차경의 성품으로 그
어느 곳보다 자유로운 분위기였으나 유독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했던 혁주가 왠일인지 강은에게만은 호의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런 유별난 혁주의 성격을 받아주며 맞춰준 강은 덕분에 많이 가까워진 네 사람은 자주 그의 집에서 저녁을 같이 하곤 했다.
차경의 사람으로 들어 온 부담도 한 몫 했겠지만, 강은은 프리랜서이자 어시스트로서 자신만의 프라이드를 가지고 사무실의 그 누구의
필요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은 대부분 담당자가 어시스트를 두고 1:1로 하거나 규모에 따라서는 3~5명이 그룹을 이루어 진행되는데,
혼자 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강은이었지만 이 곳에서 그녀는 어시스트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예상보다 빠른적응으로 강은은
차경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일을 도와주며 사람들과 쉽게 친해졌고, 그런 강은의 옆에서 혁주도 조금씩 그 틈에 어울리게 되면서
사무실의 분위기도 한 층 좋아진 터였다.
그것은 차경의 바램이기도했으며 강은을 무리해서 데려온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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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혁주의 집 §
"뭐 도와줄거 없어?"
담배 한 대 피우고 오겠다며 차경과 도진이 나간사이 음식재료를 손질하는 그의 옆에서 빼꼼히 고개를 들이미는 강은에게 퉁명스럽게
대꾸하는 혁주.
"그냥 앉아서 쉬어"
원채 강은에게 틱틱대던 그였지만 팔을 걷어붙이고 발랄하게 다가 온 자신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혁주의 태도에 뻘쭘해진 강은은
거실에 상을 펴고 행주를 빨아 닦는다. 그런 강은에게 - 그냥 쉬라고!- 하며 버럭 소리를 지르는 혁주 때문에 순간 얼어붙은 집 안 공기.
그 얼음을 깨고 들어온 차경과 도진의 손에 맥주와 소주가 쨍강 거리며 노래하는 검은 봉지가 들려있다.
"헤헤..밥만 먹기 아쉬우니깐 조금만~... 강은! 널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이 있지!"
"??"
"짜잔~!!!"
"와아~! 언니 최고 ♥ "
자랑스럽게 꺼내든 차경의 손엔 강은이 좋아하는 항아리모양의 바나나 우유 4개짜리 팩이 들려 있었다.
순식간에 뚝딱뚝딱 만들어 낸 푸짐한 밥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강은이 바나나우유를 세 개째 비우고,
반주로 시작한 조금만이라던 술이 한 병이 두 병이 되고 두 병이 세 병이 될 때즈음.
평소와 달리 급하게 술을 마신 혁주가 살짝 취기가 오른 상태로 입을 연다.
"왜... 하필 그 놈이냐?"
"응?"
"딴사람도 아니고 왜 하필이면 그 놈이냐고오..."
"오빠..."
"장난이지? 그 놈이...그냥 헛소리한거지? 그치..? 너... 그냥 내 옆에 있어..."
"오빠 취했나보다. 그만 마셔"
"그래. 혁주야 너 취한거 같다. 도진아, 우리가 치울테니까 얘 방에 들여보내"
"내가 이럴라고 참은 줄 알아??!!! 너 회사에서 곤란해 질까봐....후우..그래서 내가 참은건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내가.."
"도진아, 뭐해. 빨리 데리고 들어가"
"들어가자 혁주야. 나중에 맨 정신에 얘기해"
"놔 봐! 나 안 취했거든? 강은아. 나 니가 원하는거 다 해줄 수 있어. 그냥 너는 내 옆에 있으면 된다니까?"
"알아, 오빠. 나한테 잘 해준거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거기까지야. 처음부터 좋은 오빠였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어.
그냥 지금까지 그랬던거처럼 친한 오빠 동생하면 안될까..?"
"그건 너나 그랬지!! 내 옆에 있어. 나 꽤 괜찮은 놈이다? 누나.. 말 좀 해줘. 나 괜찮은 놈이라고... 도진아 얘기 좀 해주라..."
그동안 참았던 것이 터져버린 듯 막무가내인 혁주의 모습을 보며 차경과 도진은 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첫 출근을 했을때부터 유난히
강은을 챙겼던 혁주였다. 차경을 잘 따르던 혁주였기에 강은에 대한 친절도 그에 따른 것이라 생각했던 세 사람에겐 의외의 일이었다.
일을 할 때 꼭 강은과 함께하려 했지만 강은이 어시스트였던만큼 혁주처럼 같이 일을 해야했던 사람도, 하고자 했던 사람도 많았기에 함께
작업을 하는것이 쉽지 않아 투정을 하기도 했었다. 어쩌다 한 번 기회가 되어 같이 일 할 때에도 괜한 심술을 부리거나 꼭 데리고 다니면서
못한다고 타박하며 틱틱대던 혁주. 다시 생각해보니 여자에게 서툴렀던 혁주의 초등학생이나 할 법한 관심의 표현이었다.
좋아하니까, 또 그만큼 편했으니까, 그런 그의 성격을 받아주는 강은이었기에 항상 같이 하고싶었던 혁주의 마음. 그러나 일이기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드는 서운함과 나 좀 봐달라는 투정이 담긴 니가 좋다는 그 관심의 표현들이 정작 강은을 힘들게하고 있었다는 것을
혁주는 알지 못했다.
"말해봐 강은아. 아니지? 진짜 사귀는 거 아니지..?"
"그게......"
"거봐. 대답 못하잖아. 그냥 그 놈이 혼자 그러는거지?"
"오빠. 난 정말 오빠를 남자로 생각 해 본 적이 없어. 앞으로도 그럴거고"
"난 너 포기 안한다... 사귀는 거 아니란 걸 안 이상 더더욱"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졌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혁주의 마음을 알게 된것보다 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기에 이렇게 덤덤히
상처를 줘야 한다는 사실이 강은에겐 더 큰 부담이었다. 다른 누구에게 어떨진 몰라도 자신에겐 좋은오빠이자 고마운 사람을 이렇게 잃게
되는가싶어 안타까움이 더 했다.
사랑에 있어 서로 바라 볼 수 없다면 그 어떤 방법이든 거절은 거절이며 더 가벼운 상처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은은 혁주가
인정 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어색해지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 때, 모두의 긴장을 끊어내며 강은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뭐하냐?]
"잠깐만..."
태영이었다. 휴대폰을 들고 일어서는 강은의 팔을 혁주가 붙잡는다.
"어디가"
"전화 좀..."
"누군데"
"......"
"여기서 받어"
"잠깐 나갔다 올게"
도진의 도움에 그의 손을 벗어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강은의 뒤로 혁주가 쓴 잔을 기울인다.
불편하고 숨 막혔던 그 공간에서 밖으로 나온 강은의 목소리에 맥이 풀렸다. 늦은 밤,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한층 싸늘해진 바깥 공기가
강은의 몸을 휘돌았다.
[갑자기 왜 이렇게 조용해]
"밖으로 나왔어"
[어디야? 남자 목소리 들린다?]
"같이 일하는 오빠네 집"
[오빠..?]
"응"
[니가 거길 왜 가]
"저녁 먹으러 왔다가 술 마시고 있어"
[혼자??]
"언니랑 형부도 같이 왔어"
[아아.. 그래. 너도 마셨어?]
"아니. 다들 못 마시게 하네"
[당연하지! 마시지마. 또 술병나서 병원 실려가지 말고]
"야.. 그건..!!"
[그건 뭐]
"알았다고"
술병아니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말 할 수도 없던 탓에 말을 얼버무리고만 강은.
[목소리 들었으니까 됐다. 들어가 얼른. 춥다]
"응.."
[끊는다]
"야!!..."
[왜]
"아..아니야..."
[뭐야. 찬바람 쐐지 말고 빨리 들어가. 그러다 또 열 난다]
"응..."
그 순간에 걸려온 태영의 전화가 왜 이렇게 반갑고 안심이 됐을까. 전화를 끊은지 오래였지만 강은은 다시 드리운 무거운 마음에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 앞을 서성였다. 갑작스런 혁주의 고백으로 생각이 많아진 강은이었다. 막상 내일부턴 혁주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색할까. 그 성격에 태영에게 해코지라도 하는 건 아닐런지... 만약 태영에게 혁주의 이야기를 한다면 뭐라고 할까. 화를 낼까..?
아니면 -그럼 그 놈이랑 사귀든가- 라고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별일 아닌 듯 넘길까...
만나고 알게 된지 고작 일주일도 채 안됐으면서, 혁주의 말처럼 사귀냐는 질문에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우리는 도대체 뭘까.
태영의 마음은, 또 내 마음은... 그리고......
◀ 띠리링 ▶
-양반못될호랭이-
정말 양반은 못된다는 생각에 피식 웃으며 강은이 문자메세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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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저녁이나 같
이 먹자. 산낙지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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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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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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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리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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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먹고싶은거
생각해놔. 그리고
빨리 집에가!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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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못될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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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집에 가라는 말 뒤에 있는 이모티콘이 꼭 태영을 닮아서, 마치 태영이 눈 앞에서 말하고 있는것처럼 생생히 표정이 보이는 것만 같아
웃음이 난 강은은 태영에게 [랍스타!!] (강은에게 랍스타는 그 진실에 상관없이 제일 비싸다, 제일 맛있다 등등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판타지아 음식이다. 정작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라는 답을 보내고 한 껏 미소를 지은 채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다.
모든 것이 꼬여버릴것만 같아 막막했던 순간.
구세주와 같이 걸려온 전화의 유혹적인 반가움에, 하마터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던 위험한 그 한마디를 문 밖에 두고......
첫댓글 강은 ...얼릉,,맘의 상처를 다잡고 이제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해야지...혼자 넘 아파하잖아,,,,태영 좋은 남자 같은데,,,
안녕하세요 둥기님 ^^ 그러게요. 강은이가 얼른 벗어나야 할텐데 말이에요.. 태영이도 끝까지 좋은 남자가 되어주어야 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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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바퀘벌레님 ^^ 언제나 맥을 짚으시는 바퀘벌레님의 평가에 매번 깜짝 깜짝 놀란답니다 ㅎㅎ 옛사랑때문에 [못]하는 것도 있지만 제목을 연관짓자면..그것을 지키는것이 강은의 그것이 될 수도 있다는 힌트를 살짝... 목요일에서 일요일은 금방인데 일요일에서 목요일은 한참인거 같으니 참 아이러니해요. 이번에도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영이가 편하게 대해줘서 다행이긴 한데.. 태영군.. 몬가 또다른 꿍꿍이 속이?!!! ㅋㅋㅋ 태영이 사이토킫한 성격 반젼 반했다는 넘 귀여워요 ㅋㅋㅋ 그게 반응하는 강은이의 표정까지 ㅋㅋ 이 두사람 넘 볼만한데여? 지금도 볼만한데 나주엥 커플되면 ㅋㅋㅋ 레이라님 담편고 고고싱~이용
안녕하세요 영e님님..^^ 태영이의 속을 알수가 없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그 속을 발라당~ 까보고 싶어요. 태영이 맘에 드시나요+_+.. 앞으로도 맘에 드셔야할텐데 큰일;;.. 다음편엔 무슨일이 벌어져도 벌어질 거 같네요~ 일요일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