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의 참회 / 호로고루에서
지난여름은 무던히도 뜨거웠다
들판의 사금파리 반짝이다 깨져
생살을 베어대고
웅덩이의 물조차 말라버려
타는 목 축일 한 모금 생명수 앞에 쩔쩔맸느니
들풀 모두 누워버린 죽은 날들이었다.
그러나 몰랐다
그게 역사의 채찍이었음을..
일어서는 자 걷고
걷는 자 뛰고
뛰는 자 새 세상을 만나는 것
그걸 모르고 탄식만 하지 않았던가
고구려 신라 백제
삼국 쟁패와
남북한 한민족 상잔(相殘)이 치열했던 곳
이 가을, 임진강변 호로고루에 서서
두 팔 늘어뜨린 채 읍(揖)하고 있는
해바라기 군상들을 바라보며
나는 참회하노라
여름에 이은 가을이다
여름은 여름만이 아니요
겨울에 이어 봄도 있다
여름은 올해만의 여름이 아니요
우리 생애에 여름이 있고
역사에도 여름이 있다
어제도 갔고
오늘도 가야 할 길
신들메 조여 매고 우린 다시 가야 한다
호로고루 다녀오는 길
차창엔 가끔 빗물도 스치더이
가을비는 노인의 수염 밑에서도 피한다지만
우린 두 눈 부릅뜨고
사위를 둘러보아야 한다.
첫댓글 프리덤선배님의 글 쓰심에 늘 감탄 합니다
훌륭하신 문장력 제가 배우려 노력합니다
아부는 절대 아닙니다 늘 평강하십시요 ᆢ
아이구우 부끄 부끄.
해바라기가 다 고개를 숙였네요.
그래서 이런 시를 써봤다네요.
감사 합니다. 해바라기가 꽃다운 청춘을 뒤로 하였군요. 이젠 결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