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로 가자. 청징한 바다와 푸른 산이 있는 동해를 보며 7번국도 위를 달리자.한반도의 등줄기를 달리는 이 도로. 길 양편으로는 바다와 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에 있다. 그 중에서도 산 깊고 물 맑은 동해와 삼척, 울진으로 여행을 떠나자. 묵호와 북평의 옛정취가 남은 동해시에서는 두타산 아래 무릉계곡의 선경을, 삼척시에서는 해안선과 나란히 놓인 7번국도 위를 달리며 한재 고개마루에서 동해의 장대한 바다와 해안을 바라보자. 울진에서는 불영계곡을 거쳐 소광리 강송림으로 가자. 거기서 늠름한 토종소나무숲을 보고 그 안에서 솔향기를 맡으며 더위를 식힌다. 가자, 동해로. 바다와 산, 그리고 계곡으로.》
◇동해시
어항(북)과 국제항인 동해항(남)이 직선거리로 4㎞ 사이를 두고 있다. 포항↔동해 카타마란호는 묵호항, 장전항↔동해 금강산유람선은 동해항에서 입출항한다.
동해안 여행의 특색이라면 산 바다를 두루 즐길 수 있다는 것. 청옥산(1404m) 두타산(1353m)이 버티고 있는 서남쪽을 보라. 무릉계곡이 두 산아래에 숨어 있다. 도연명의 무릉도원에서 따온 두 글자에 걸맞게 계곡은 선경을 방불케 한다. 조선의 명필 양사언(楊士彦·1517∼1584)에게 붓을 들어 일필휘지토록한 풍광이다. 그가 쓴 ‘무릉선경 중대천석 두타통천(武陵仙境 中臺泉石 頭陀洞天)’는 반석위에 새겨져 그대로 남아 있다. 드넓은 너럭바위를 지나면 삼화사. 계곡을 따라 산에 오르면 용추폭포와 학소대 선녀탕이 줄지어 모습을 드러낸다. 폭포 두 개가 한데 걸친 쌍폭도 있다. 어린이를 동반하고서도 세시간이면 너끈히 둘러 볼 수 있는 아담한 계곡이다.
만약 하룻밤을 동해에서 묵게 된다면 해맞이는 물어볼 것도 없이 추암해변으로 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해맞이라면 역시 촛대바위가 제격이다.
◇삼척시
추암해변을 나서 7번국도에 올라서면 곧 삼척시. 삼척교를 지난 후부터 이 도로는 해안선과 나란히 달린다. 동해안에서 횟감 좋기로는 정라진(지금의 삼척항)과 어달리(옛 묵호읍 어달리)를 따를 데 없다고 했다. 그 정라진 입구가 바로 삼척교다. 최근 삼척항∼후진 해안도로가 개통돼 멋진 해안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삼척에 왔다면 특미 가자미회를 맛보자. 삼척교에서 삼척항으로 가는 길목의 ‘향토식당’(033―573―8686)이 전문점. 새벽 3시에 배타고 나가 잡아온 싱싱한 가자미를 뼈째 썰어 초고추장양념에 버무려 먹도록 장만해 준다. 두사람이 실컷 먹고도 남을 만큼이 1만2000원.
해안도로는 경관이 좋아 자칫하면 한눈 팔다 사고내기 쉽다. 특히 초행길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동해안 7번국도는 커브가 많으니 안전운전하고 동시에 방어운전 태세도 늘 갖춰야 한다. 삼척교에서 2㎞쯤 남하하다가 넘게 되는 큰 고개 한재. 그 아래 펼쳐지는 해변풍경은 압권이다. 한재밑 승공 맹방 덕산 등 송림 우거진 금빛모래 해변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여기서 울진까지는 64㎞.
고개 아래 고려 마지막왕 공민왕과 두 왕자가 살해돼 묻혔다는 궁촌을 지나면 초곡리. 초곡마을은 바르셀로나올림픽 마라톤우승자인 황영조선수의 고향이다. 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언덕위에 마라톤 세계재패 기념관 기념탑과 함께 황영조기념공원이 있다. 좀더 남행하면 해안절벽위에 전망대가 있다. 용화 장호의 길이 8㎞ 해변이다. 갈람 신남항을 거쳐 도착한 임원항. 해변에는 수족관 대신 플라스틱물통에 활어를 담아 둔 간이횟집이 양편으로 100m나 늘어서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회 한쌈에 소주 한 잔. 운전의 피로가 싹 가신다. 남행길에 호산 나실을 지나 들르는 고포 해안마을. 삼척시 최남단이자 울진군 최북단. 마을 한가운데 흐르는 복개천이 두 시군의 경계. 민박집 바로 앞에 자그마한 해변이 있는 아담한 갯마을이다.
◇울진군
부구에서 384번 지방도로를 타면 덕구온천, 7번국도로 더 내려가면 후정해수욕장(사진)이다. 금빛 모래해변 한쪽 끝에 갯바위 해안이 있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일 만큼 맑은 물은 스노클링하기에 좋다. 봉평과 양정 두 해수욕장을 거쳐 좀 더 내려가면 울진읍이다. 망양정과 망양해수욕장은 좀 더 남쪽에 있다. 수산에서 동서횡단로인 36번국도로 바꿔탄다. 이번에는 불영계곡으로 간다. 길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장대한 바위협곡 아래를 흐르는 맑은 물 불영천은 비단한 폭을 걸어둔 듯 곱기만 하다.그 계곡 깊숙이에 소담스러운 불영사가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소광리 강송림이다.
세계 - 조용하고 깨긋한 여름 휴가지 8곳
본격적인 휴가철이다. 전국의 유명한 산과 바다에는 붐빈 인파로 원색의 물결이 수놓아지고 있다. 아직 휴가지를 결정하지 못했거나 이런 번잡함을 피해 조용히 휴가를 보내고 싶은 이라면 잘 알려지지 않은 섬과 계곡 등을 찾으면 좋을 듯 싶다. 답답한 도심을 떠나 자연과 벗하면서 더위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최근 8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조용하고 깨끗한 여름 휴가지 8곳'을 소개한다.
△국화도(경기 화성)=충남 당진 앞바다에 있으면서도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화성군이다. 당진의 장고항에서 배로 20분 거리이지만 화성땅 매향리 포구에서 18㎞ 거리로 한시간 남짓 걸린다. 장고항리나 왜목마을 바다에서 바라보면 국화도와 토끼섬이 나란히 떠 있다. 국화도에서 토끼섬까지는 500m정도로 갯바위와 모래밭이 드러나 있어 건너갈 수 있으나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긴다. 손꼽히는 조용하고 깨끗한 섬이며, 갯벌에서 고동줍기 등을 즐길 수 있다.
△법수치계곡(강원 양양)=오대산 북쪽자락에서 발원하며, 양양을 남북으로 길게 굽이쳐 동해안으로 흘러드는 남대천 최상류를 따라가면 법수치계곡을 만난다. 계곡물이 마치 불가의 법수처럼 뿜어져 나온다고 해서 법수치라는 이름이 생겼다. 은어가 살고 연어가 회귀하는 심심산골 청정하천이다. 외지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는 피서지로 바위절벽 아래 강물속에서 다슬기를 주울 수 있다. 민박집에서 비린내 제거를 위해 조피(향신료)를 넣어 끓이는 민물매운탕은 맛이 기가 막히다.
△원산도(충남 보령시)=대천항에서 배로 40분 거리로 충남에서 안면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멧돼지 형상을 닮은 이 섬을 배로 일주하면 모래밭의 흰색 띠가 섬 전체를 휘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띠의 길이는 무려 70리나 된다. 이곳엔 오봉산해수욕장, 원산도해수욕장, 저두해수욕장 등이 서쪽에서부터 동쪽으로 열지어 뻗어있다. 해수욕장은 모두 완만하며 모래의 질이 매우 곱고 몸에 잘 달라붙지 않는다. 해수욕장의 갯바위에서는 낚시를 즐길 수 있다.
△덕동계곡(충북 제천시)=월악산 용하구곡이나 송계계곡에 비해 규모가 작고 유명하지 않지만 제천시민들이 숨겨놓고 찾는 비경지다. 중앙고속도로 신림IC를 나와 제천 방면으로 국도를 타고 가다 이정표 '백운'에서 오른쪽길로 들어가면 된다. 백운산(1087m)의 울창한 산림속에서 맑고 시원한 냇물이 흐른다. 약 5㎞ 길이로 암반미는 뛰어나진 않지만 주민들의 오염방지 활동으로 수질이 깨끗하다. 낮엔 물가에서, 밤엔 민박집에서 삶은 옥수수를 나눠먹으며 산골마을의 정취를 한껏 느껴볼 수 있다.
△월성계곡(경남 거창군)=남덕유산(1507m) 동쪽 자락의 월성천을 따라 형성된 길이 5.5㎞의 계곡이다. 거창의 피서지로 수승대와 금원산 일대가 손꼽히지만 호젓하기로는 월성계곡이 더 낫다. 계곡의 폭은 그렇게 넓지 않지만 주변 산세가 워낙 거대해 수량이 풍부하다. 계곡 물놀이와 더불어 젖은 옷과 몸을 말리기에 좋은 바위들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상류엔 장군바위쉼터 등이 있고 계곡욕을 즐기기에 좋은 장소들이 많다.
△소광리계곡(경북 울진)=울창한 울진소나무 숲에서부터 소광리 일대 약 17㎞를 흘러내려가며 이뤄진 빼어난 계곡. 불영계곡의 발원이 되는 이곳은 여름날에 울진 사람들이 찾는 숨겨진 피서지다. 산을 넘진 않지만 구비구비 이어진 비포장길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북 봉화에서 울진 방면 국도상에 있는 통고산 자연휴양림을 지나 5㎞쯤 가면 '소광' 이정표가 보인다. 멀리 천연림을 바라보며 맑고 깨끗한 계곡가에서 조용한 피서를 즐길 수 있다.
△소록도(전남 고흥)=섬 모양이 어린 사슴과 비슷하다고 하여 소록도라고 불린다. 전남 고흥 녹동항에서 배로 5분 거리. 과거 나환자들의 애절한 사연이 있는 곳이지만 최근 중앙공원과 해수욕장 등이 말끔히 단장돼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다. 아름다운 섬에서 더위에 지친 몸을 투명한 바닷물에 담가보면서 한적한 피서를 즐길 수 있다. 섬은 여의도 면적의 1.5배인 150만평 정도로 깨끗한 자연환경과 해안절경, 역사적인 기념물 등을 자랑한다.
△절물자연휴양림(제주도)=제주시 봉개동 절물오름(650m) 언저리에 조성된 자연휴양림. 30년생 이상의 울창한 삼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고, 바다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으로 여름에도 시원한 한기를 느낄 수 있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며 산책로를 따라 오름 정상의 '말발굽'형 분화구 전망대에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망망대해, 웅대한 한라산의 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성판악에서 한라산 등산을 겸할 수 있다.
경향 - 바다 향해 뻗어나간 뭍, 무안 해제반도
무안의 해제반도는 겨우 섬을 면한 형국이다. 바다를 향해 뻗어나간 뭍은 가늘고 긴 사슴뿔 모양을 하고 있다. 너른 구릉이 나타났다가도 고개를 넘으면 들판을 깊숙하게 파고든 바다와 맞닥뜨린다. 서남해안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해안선. 나지막한 구릉지대에 황토들판이 펼쳐져 온통 붉은 빛이다. 어느 곳 하나 평범한 지형이 없는 땅.
“바다가 쪼까 더 파고들어부렀으면 해제가 섬이 돼부렀을 것이요. 양쪽에 바다를 끼고 있는 마을도 여러개 있지라. 금방 파도가 길을 덮을 것 같다가도 썰물 때는 4~5㎞는 족히 빠져부러요” 농투성이 촌로의 말대로 해제반도에는 폭 100m 안팎의 작은 해협이 많다. 물이 빠지면 해협은 수십만평의 개펄로 변한다. 밀물과 썰물 때의 모습이 딴판이다.
* 바다
해제반도 들머리 현경면. 때마침 밀물이었다. 20여m 밖의 논둑길 앞까지 바닷물이 넘실댄다. 서쪽은 나지막한 구릉. 그 너머에 역시 파란 바다가 보인다. 폭이 좁은 곳은 500m쯤 될까. 높은 산이 없어선지 바닷가에는 언제나 바람이 분다. 바람 잘 날 없는 바닷가의 무논. 파도보다 더 푸른 벼가 이리저리 휩쓸리는 모습이 마치 고흐의 그림을 연상시킨다. 역동적이고 환해서 어지럼증이 난다. 논둑길엔 수백년 풍상을 겪었음직한 허리 굽은 노송 한그루가 가지 하나 끄떡이지 않고 서 있다.
촌로의 말을 좇아 바다에 둘러싸인 포구를 찾아갔다. 마치 초승달 모양이라서 이름도 달머리라는 뜻의 월두. 동에서 보나 서에서 보나 반달같이 생겼다는 뜻. 군청 직원도 잘 모르는 평범한 어촌이다. 포구는 작지만 도회지 뭍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일 만큼 아름답다. 바로 앞 무인도 도당도까지 이어진 길은 폭이 불과 10여m. 바다가 길을 덮칠 듯 넘실댄다. 길 끄트머리엔 ‘마을 주민들의 양식장이니 조개를 함부로 캐지 말라’는 낡은 안내판만 붙어있다. 빨간 지붕을 씌운 통통배 6~7척만 바다에 떠있을 뿐 바다는 조용하다. 한창 북적거려야 할 중복더위. 정작 물놀이를 온 사람은 불과 10명이 안됐다. 그나마도 근동 사람들이다. 워낙 조용해서일까. 건너편 해안에는 망둥어가 모래밭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다. 발자국 소리에 새끼 손가락만한 작은 망둥어들이 파도 속으로 첨벙첨벙 뛰어든다.
“앗따 여그는 운저리(망둥어)가 선탠을 해부러야”
새까맣게 그을린 아이들이 망둥어를 쫓으며 쏟아내는 질펀한 사투리도 정겹다. 해제반도에는 월두같은 작은 반도(半島)가 많다. 홀통은 월두에 비해 백사장이 잘 발달돼 있다. 월두와는 반대쪽인 서쪽으로 송림이 쭉 뻗어있다. 길쭉하게 이어진 바닷가 주변은 유원지 같지 않게 조용하다.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기분도 그만이다. 도리포 역시 바다를 향해 뻗은 포구. 일출·일몰 명소로 연인들이나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다.
* 뭍
바다를 벗어나 마을로 들면 황토들판이 눈에 박힌다. 아래는 붉은 땅, 위로는 시퍼런 하늘. 하늘과 맞닿은 구릉지대의 모습이 깊게 파인 판화처럼 선명하다. 사실 해제엔 산다운 산이 없다. 가장 높다는 봉대산이 겨우 192m. 어디를 가나 언덕이 하늘을 이고 있다. 6월에 나는 양파는 생산량에서 전국 최고. 해제와 무안의 양파는 전국 생산량의 20%가 넘는다. 희한하게 밭벼도 있다. 황토가 물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물을 가두지 않아도 벼가 잘 자란다고 한다. 길바닥엔 이제 막 수확을 해놓은 양파가 가득하다.
“양파를 심은 것도 한 20년 정도뿐이 안되지라. 구릉밭도 십수년 전부터 개간한 것이어요. 어업도 무지 많이 했어요. 그전엔 구릉이 모두 유채밭과 고구마 밭이었당께요”
토박이 강현규씨(52)는 들과 바다는 기름졌지만 살림은 넉넉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나마 간석지를 개간한 후 쌀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살림살이가 펴졌다고 한다. 아낙네들이 매운 양파껍질을 까며 눈물깨나 쏟아서일까. 황토들이 눈이 아리도록 붉다.
* 반도
뭍이 끊어질 듯 이어진 해안선. 해제반도는 항쟁의 역사가 숨쉬는 군사요충지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수군들의 군영이었던 임치진. 남쪽으로는 큰 항구 목포, 동쪽으로는 함평만, 북쪽으로는 영광 칠산 앞바다를 끼고 있는 천혜의 요새다. 조선초까지 임치진과 수군기고 등이 있었다. 해제에서 봉수를 올리면 함평의 옹산봉수, 영광 차음봉수와 연결된다고 한다.
물길도 중요한 교역로였다. 도리포는 원래 중국과 가장 가까웠던 포구. 1995년 14세기 강진청자 560여점이 발굴된 것도 바로 도리포 앞바다였다. 그래서인지 해제 출신중엔 문인보다 무인이 많다. 임진왜란때 광주권에서 명성을 떨쳤던 의병장 김덕령, 일제때 항일운동을 벌였던 김익수. 윤성민 전 국방장관도 해제 출신이다.
제각각 다른 바다를 끼고 있는 해제반도. 뭍도 다르고, 바다도 다르다. 새악시 볼처럼 붉은 황토밭과 맞물린 푸른 바다가 마음을 저밀 정도로 아름답다.
▲여행길잡이
호남고속도로 광산IC에서 빠진다. 송정리를 지나면 나주를 거쳐 목포방향 1번 국도. 무안읍 바로 못미쳐 현경·해제로 이어지는 60번 국도를 탄다. 24번 도로와 마주치는 3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해제반도 입구. 현경면 농협 앞길에서 우회전해 양정초등학교를 지나면 용정 3리 월두마을. 진입로는 대부분 논길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홀통유원지는 24번 국도변에서 왼쪽으로 팻말이 보인다. 도리포는 어은동을 지나 3거리에서 우회전한다. 안내표지판이 잘돼 있다. 임자도는 24번 국도를 끝까지 따라가야 한다. 해제3거리에서 지도쪽으로 좌회전하면 된다. 지도를 지나 끝까지 달리면 점암부두. 8월15일까지는 오전 8시부터 하루 10차례 이상 배가 다닌다. 25분 거리. 1인당 700원(편도). 차를 싣고 갈 수도 있다. 차량 도선료는 임자도에서 나올 때 지불한다. 승용차(1,300鎌? 1만1천원부터 지프 1만4천7백원까지. 임자도 선착장에서 대광해수욕장까지는 7㎞. 버스가 다닌다. 갤로퍼 택시는 5,000원을 받는다. 올해부터 2002년까지 대광해수욕장 입장료는 받지 않는다. 주차료 4,000원.
무안읍내에는 대림장(061-453-1122), 동남호텔(453-5511), 백제장(453-8080) 등이 있다. 임자도에는 대광장(275-3466)과 성원장(275-2774) 등 자그마한 여관이 있다. 해수욕장 내에는 대광민박(279-6510), 광주민박(279-6493), 보라민박(279-0566), 해당화(278-6595), 털보네(279-6483), 쉼터(279-0400), 은혜(278-6494), 광산(279-8527), 신안(279-7711), 중앙(278-7725), 그린(279-9956) 등이 있다. 민박집에서 식사를 해준다.
임자도와 해제반도 주변에는 별다른 맛집이 없다. 사창식당의 짚불돼지구이가 유명하다. 짚으로 구워낸 삼겹살에 양파김치와 게 내장젓을 함께 찍어 상추에 싸먹는다. 돼지고기의 느끼한 맛을 전혀 느낄 수 없고 담백하다. 1회 남도음식축제에 무안 대표로 참석했던 집. 석쇠구이 한판(300g)에 6,000원으로 푸짐하다. 누룽지도 별미. 1,000원. 무안읍에서 무안종합병원 쪽 811번 지방도를 탄다. 20분쯤 달리면 3거리. 왼쪽 비행기전시장 쪽으로 접어들면 무안 기차역이 보인다. 기차역을 지나 900m 정도 더 가야 식당이 보인다. 453-7778
회산 연꽃방죽이 유명하다. 10만평의 넓이에 연꽃이 가득하다. 일제때 정수동씨가 12뿌리를 심은 것이 방죽을 가득 메울 정도로 번식했다고 한다. 해마다 8월에 연꽃축제를 개최한다
한경 - 땅끝기행, 더 나아갈데 없어 숱한 사연 남은 곳
보길도행 배에 오르지 못하게 된게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난생 처음 야생의 해달을 볼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이른 아침, 전남 해남 땅끝마을의 방파제길 초입. 성난 바닷바람을 등지고 무작정 출항허락이 떨어지길 기다리는데 난데없이 "와"하는 탄성이 터졌다. 거의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 바로 아래 갯가로 시선을 던졌다. 새끼 목덜미를 문 여린 몸집의 암갈색 물짐승이 방파제길의 사각바위 틈새로 사라졌다.
누군가 수달이라고 했고, 아무도 그 말에 토를 달지 않았지만 사실은 해달이었다. 그 해달은 인기척이 낯설지 않을 터인데도 무슨 까닭인지 새끼를 선착장쪽 다른 바위틈새로 옮기고 있었다. 어미를 부르는 새끼와 그 새끼를 달래려는 어미 해달의 끽끽대는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어미는 경계의 눈빛을 풀지 않고 서너걸음 폭의 물을 건너 또 한마리 새끼를 데리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새끼는 하나 더 남아 있었다. 그놈은 가까이 지켜보던 아이를 어미로 알았는지 아이가 내민 손을 따라 기어가기도 했다. 남태평양 이스터섬의 거대석상 모아이를 닮은 "얼굴바위", 단단히 뿌리박은 해송이 잘 어울리는 "덩치(?)바위", 그 사이 호리병 모양으로 흘러드는 얕은 바닷물과 방파제에 의지해 사는 해달. 땅끝마을은 남녘 작은 포구의 한적함과 자연의 싱싱한 생명력의 절묘한 조화로 한여름 아침을 열고 있었다.
보길도는 포기해야 했다. 바람과 파도로 인해 모든 배의 발이 묶여 버렸다. 전망대가 있는 사자봉에 올랐다. 사자봉 주차장까지는 잘 닦인 포장길이 나 있다. 주차장에서 전망대까지의 2백50m 오르막길은 뜻밖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나무, 밉지 않게 놓인 인조나무 계단이 걸음을 가볍게 했다.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철학자의 길보다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친 바람을 받아내는 전망대 오른쪽 아래는 사자포. 사자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불교의 해로유입설을 뒷받침하는 달마산 미황사의 창건설화가 시작되는 곳이다. 조선 숙종때 병조판서를 지낸 민암이 지은 "미황사 사적기"는 이렇게 전하고 있다. 돌(석)배가 정박하지 않고 포구에서 머뭇거렸다. 의조라는 스님이 합장하자 뭍에 닿은 돌배에는 경전, 금으로 된 사람과 불상, 절을 지을 재목 등이 실려 있었다.
깨뜨린 검은바위에서는 황소가 튀어 나왔다. 황소는 경전과 불상을 짊어졌다. 황소는 지금의 미황사터에서 울음을 토하더니 숨을 다했다. 그 황소의 아름다운(미) 울음소리, 금으로된 사람이 발했던 빛(황)을 상징하는 미황사는 그렇게 그곳에 세워졌다. 달마의 얼굴 처럼 우락부락한 달마산의 미황사는 아주 수수했다. 화장끼 없는 여인의 맨얼굴을 보는 듯 담백했다. 천년풍상에 씻겼는지 단청의 흔적 조차 찾을수 없다.
진입로는 동백의 두터운 잎으로 뒤덮였다. 동백이 한꺼번에 꽃망울을 틔울 때면 그 진홍빛 울음이 단아한 사찰분위기와 기막힌 대조를 이룰것 같았다. 보길도에서 보려던 고산 윤선도의 자취는 연동리의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곳에는 해남 윤씨 종가의 고택과 녹우당, 공재 윤두서상(국보 240호), 해남윤씨 가전고화첩(보물 481호), 윤고산 수적관계문서(보물482호), 지정 14년(고려공민왕3년) 노비문서 등이 보존되어 있다.
뒷산의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241호)도 좋았다. 두륜산 대흥사(대둔사)는 규모가 느껴졌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다. 이 지역 8개 시군의 말사를 관할하는 대찰이다. 깊지 않은 계곡이 경내를 가로지르고 있다. 심직이란 글자가 새겨진 돌다리가 그 계곡을 잇고 있다. 조선 정조때의 명필 원교 이광사와 추사 김정희에 얽힌 글씨얘기가 전하는 대웅보전의 현액, 가사를 입은 천불이 안치된 천불전, 서산대사의 제사를 모시는 표충사, 초의선사의 다도유물 그리고 56기에 달하는 부도 등 하나하나가 새로웠다.
입구에서 시작되는 나무숲길은 천천히 걷기에 그만이다. 흐린 날이면 앞이 캄캄해질 정도로 울창한 나무터널을 이루고 있는 이 길은 짧지 않은 여정의 피로를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내변산 내소사의 전나무길,화순 운주사의 상서로운 탑길 등 많지 않은 여행길에서 꼽아두었던 좋은 사찰길에 못지 않았다.
[땅끝기행] 땅끝마을, 옛 이름은 '칡머리'
해남 땅끝(토말)은 한반도 뭍에서 제일 아래쪽에 있다. 원래는 칡머리란 의미의 갈두라고 했다. 칡이 많이 자생했으며 그 칡은 진상품으로 올렸다고 한다. 땅끝관광지의 칡머리단란주점 상호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서울서 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주에서 비아방향으로 나간다. 외곽도로를 타고 광주를 빠져 나와 13번국도로 직진, 나주~영암~강진을 지나 해남 남창리에서 813번지방도로를 타면 땅끝마을에 닿는다.
요즘 아무리 외진 시골이라도 풀밭에 개구리 방아깨비 뛰놀고 옥수수들 몸 비비는 소리가 석양을 재촉하던 시절에 비할까? 휘영청 눈부신 달빛에 찰옥 수수 한알 한알 뜯어먹던 여름밤은 우리네 곁을 떠난 지 오래.각박한 일상에 여유가 없어졌고,공기좋고 물맑다 싶으면 으레 살겹살 굽거나 ‘견공에 된 장 바르려는’ 심보들 때문에 방방곡곡에 오염이 말이 아니다.도시인의 시름 을 잠시라도 덜어줄 원시적 물빛은 없을까. 서울에서 3시간이면 닿는 강원도 평창의 금당계곡은 그런 소박한 갈망을 풀어줄 숨은 여행지다.
영동고속도로 장평IC에서 봉평 방면으로 나오자마자 삼거리 왼쪽 다리(장 평교) 밑으로 왁자하게 흐르는 물줄기가 보인다.금당계곡이다.10여㎞ 내려온 흥정천물은 여기를 거쳐 평창강으로 이어지고 계곡을 따라 차 2대가 아슬아 슬 비켜갈만한 비포장도로가 장평교부터 대화면 개수리까지 나 있다.계곡의 총길이는 25㎞인데 비경의 진수는 비포장도로 15㎞구간.높이 1,173m의 금당 산을 끼고 굽이치는 계곡주변엔 기암들과 불그죽죽하고 촘촘한 노송들이 볼 만하다.
길은 험하지 않아 승용차로도 계곡을 즐길 수 있다.그러나 장평교 부근에 주차하고 걷는 것이 이 곳의 참매력.구불구불한 시골길이 높아졌다 낮아졌다 ,시야도 트였다 막혔다 해 걷는 동안 흥이 절로 난다.
밭마다 장관을 이룬 감자꽃과 어른키 뺨치는 옥수수들,깎아지른듯한 바위 에 기대 한세월을 보낸 소나무와 그들을 다 싸안은 원시계곡의 푸르른 물빛. 발길에 채이는 풀벌레와 방아깨비도 정겹기 그지없다.가끔 나타나는 다리 모 양도 제각각 재미있다.또 밭두렁이고 강 둔치이고 노란꽃이 화사한 원추리와 화장 안한 촌색시를 닮은 망초,보라색꽃잎이 우아한 큰꼬리풀,명아주 등 기 화요초도 가지가지.
계곡물에 첨벙 발을 담그면 발등이 시리다.요리조리 재주좋게 돌들을 피해 흐르는 물과,좁아졌다 넓어졌다 폭을 달리하는 강의 변신에 누구나 무위자 연 무념무상의 세계에 접어들게 마련.이것이 바로 금당계곡의 참멋이다.
가족 혹은 친구와 더불어 내내 흙길을 걸어도 좋고 쉬리 꺽지 어물치 등 1 급수 물고기들과 노닐어도 그만인 금당계곡.부근에 깨끗한 잠자리와 진미까 지 넉넉하니 이만한 여행지가 또 있을까.
(숙박)▲국립평창청소년수련원(333-8830.이하 모든 지역번호 033):장평I C에서 1㎞.일반인 숙박가능.호텔급 시설.2인용 방 3만원,4인용 4만원.넓은 산중턱에 운동장,인공암벽 등 야외시설과 실내수영장,체험학습장도 갖췄다. 밭엔 메밀꽃이 활짝.새울음,솔내음이 가득한 산책로도 있다.▲재래버덩(332 -4784) 등 민박집이 금당계곡 주변에 10여개.1박 3만원선.재래버덩은 버너 식사 가능.고추 상추는 덤.▲장평장모텔(333-7100) 등 장급숙박업소 버스 터미널부근에 다수.
(가볼만한 곳)▲효석문화마을:봉평읍에 가산공원과 이효석 생가,디딜방 아가 있는 물레방앗간이 있다.평범한 시골집인 생가는 최근 메밀국수집 오픈 .8월말 이효석기념관이 부근에 건립된다.▲산채시험장(335-4617):흥정계곡 상류의 산나물 우량품종 개발 육성지.누룩치 산마늘 등 야생산채와 외국종 인 허브 등 197종이 볼만하다.▲허브나라(335-2902):서울부부가 7년 땀방 울로 일군 대규모 허브농원.산속에 파묻혀 아늑하며 정원과 밭이 약용식물, 향식물 천지다.허브상품도 판매.
(음식):▲허생원과 동이(335-7999):평창은 동식물 생장에 최적인 해발 7 00m.현지 최상등급 쇠고기 꽃등심,갈비를 숯불에 구워낸 맛이 천하일미.직접 담근 더덕주,머루주는 공짜.▲방아다리막국수(334-0593):장평터미널 옆. 현지산 메밀로 직접 면을 뽑아 메밀국수를 만든다.‘개운하다’는 단어를 맛 으로 증명하는 특미.▲화가마을(333-5928):용평면 재산리.젊은 화가가 화 실 겸 동호인쉼터로 꾸며놓은 찻집 음식점 민박집.앞강과 뒷산 소나무숲이 운치 만점이고 실내장식도 예술이다.
(교통):동서울터미널에서 장평행 버스가 많지만 자가용 여행이 제격.경부 고속도로 신갈IC나 중부 호법IC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원주를 거쳐 장평I C로 나온다.호법IC에서 1시간 30분.
매경 - 칠갑산 장곡사
공주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칠갑산을 지나다 보면 산이 참 깊다는 느낌 이 든다. 눈앞에 꽉 차오르는 우거진 녹음, 산을 휘감고 들어가는 구불 구불한 도로 그래서 칠갑산 정상이 고작 561m라는 말을 들의면 설마하 는 의구심까지 생긴다. 다른 지역의 산에 비하면 높지는 않지만 칠갑산은 '충남의 알프스' 라 는 애칭에 걸맞게 사방 50리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380여종의 초목이 우거진 곳이기도 하다.
칠갑산 이란 이름에 대한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천지만물이 생성한다는 철원성군 의 칠과 전체 운행의 원리인 육십갑자 의 으뜸인 갑을 따서 칠갑산이라 이름지었다는설과 일곱 장수가 나오는 명당 자리라는 뜻에서 칠갑이라 이름지었다는 설이 있다. 칠갑산 허리께에 있는 장곡사를 찾아가다 보면 600여 년 된 아름드리 느 티나무가 흐드러진 가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작은 쉼터가 보인다.
그 쉼터 옆을 흐르는 예쁜 개울물은 칠갑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인데 이런 개울들이 지천으로 흘러들어 모여 금강을 이루게 된다. 지천과 작천 계곡은 치마처럼 펄친 칠갑산의 아랫단에 위치하는데 드세 지 않은 산세만큼 계곡 또한 완만하고 아름다워 가족단위의 피서에 좋 다. 특히 그 중심인 까치내는 자연보호중앙협의회 에서 '한국의 명수'로 지 정한 바 있는 맑고 깨끗한 물을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까치내에 발을 담그면 조그만 물고기들이 발가락을 간질이며 재빠르게 도망 다닌다. 아이들과 야무진 꼬리를 가진 올챙이도 잡고 다슬기도 잡 으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 보기도 하고, 개구쟁이처럼 텀벙거리며 물 속 을 뛰어다니기도 해본다. 해가 기울어 출출해지면 투망을 던져 얼큰한 매운탕 거리를 마련하는 것도 계곡 피서의 맛일 것이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삼림욕장을 갖춘 칠갑산휴양림과 천장호라는 소문 난 낚시터가 있어 다양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칠갑산에는 고 려시대의 유물이 풍부한 아담한 사찰 장곡사와 가지각색의 장승이 많 아 칠갑산 한 곳에서 여러 가지 테마가 가능한 알찬 휴가를 보낼 수 있 다.
“이보게, 밥 먹고 가.” 정오가 가까울 무렵 장곡사 상대웅전을 둘러보던 작가에게 스님이 건 네신 말씀이다. 자취를 오래 했던 친구 하나는 고향집에 가면 밥 먹고 가라는 어머니 말씀이 그리 정겹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고 보면 밥 먹으라는 말은 참 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 말에는 낯선 이도 한 밥상에 숟가락 얹고 나면 가까와질 수 있다는 사랑이 담겨 있는 것 같다.
빙그레 웃 으시는 스님께 목례를 올리고 계단을 올랐다. 장곡사는 신라시대에 지어졌으나 고려시대 유물이 더 많다. 이 절은 대웅전이 두 개인데 그 정확한 연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축대 아래위 로 두 개의 대웅전이 서로 방향까지 달리 하면서 지어진 것이 특이하 다. 僅?않은 산비탈에 지어진 탓에 웅장하지는 않으나 법당 안을 들여다보면 불상의 표정이 파격적이다.
인간의 고뇌하는 모습이 담긴 불상이랄까. 운학루 앞의 어 른 몸통 만한 통나무 밥통을 보면 옛날 이 절의 규모가 짐작된다. 절을 나서는 내게 수더분한 공양주 보살 아주머니가 말씀을 던지신다. “ 이봐요. 밥 먹고 가지…” 참 인심도 좋은 곳이다. 장곡사 주차장 부근에는 장승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나름대 로의 자랑이 엿보인다. 36번 도로의 주변에도 곳곳에 장승이 남아 있 고, 지금도 정월 보름에는 장승제가 열리는 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공원의 장승들은 ‘좋을시고’, ‘날 좀 보이소‘, ‘옹녀’, ‘변강쇠 ’ 등의 이름을 가진 현대판 장승들인데 이색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한 절 입구에는 100여 개가 넘는 큼직한 항아리에 재래식 된장, 간 장, 고추장 등을 담가 파는 집이 있으니 조금 사가면 야영할 때 맛있 는 먹거리가 될 것이다.
◆ 이용요금: 주차료 소형 당일주차 2,000원, 숙박주차 4,000원
중앙 - 조용한 산사의 청량감 내원사계곡
불보 종찰로, 삼보 대찰에 드는 통도사 일주문에는 '불지종가 국지대찰'이란 글자가 큼직하게 새겨져 있다. 통도사의 유서깊은 내력을 말해주는 더도 덜도 없는 적절한 글귀같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5년(636년) 자장율사가 석가여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와 왕명으로 지은 절이고, 내력만큼 절의 특성도 여느 절과는 다른 데가 있다.
큰 법당은 편액이 대웅보전, 적멸보궁 등 면마다 다르고 법당 안에도 불단은 있으되 부처가 없다. 대신 벽 한쪽을 열어 금강계단을 내다보며 직접 진신사리를 받들어 불공을 올리도록 한 장면이 또한 이채롭다. 이밖에 40여 동에 달하는 각종 건축물들은 마치 불교건축 미술품들의 전시장 같다. 석등, 석탑 등 석물들도 수세기를 걸쳐오며 각양각색의 형태를 드러내고 있어, 불교 문화의 미술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현장인 셈이다.
내원사는 통도사와 경부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이는 천성산과 원효산 줄기에 들어 있다. 내원사는 안목이 섬세했던 원효가 지은 절이다. 그래서 통도사가 장엄하고 계곡 역시 방대한데 비해 내원사는 조용한 산사의 청량감이 깃들어 있고, 오르는 계곡도 깊숙히 가려 있으면서 아기자기한 모습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무엇보다 4km이상 오르는 계곡은 한여름 계곡 피서지로 전국에서 손꼽을 만큼 빼어나다. 두 곳은 이처럼 서로 다른 대조를 이루면서 어느 쪽이나 그 특성이 미적 극치감을 맛보게 해준다.
접근하는 길도 같은 통도사 ic를 빠져나오면서 직진 또는 우회전하면 통도사로 가고, 좌회전하여 5.2km내려가면 용연마을 앞에서 내원사로 들어간다. 내원사계곡은 계곡의 구성도 재미있다. 초입은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육교가 관문처럼 되어있고, 육교를 건너서면서 하늘이 열린 넓은 계곡이 2km가깝게 이어진다. 하천물도 비교적 넉넉해 물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는 하천 수영장으로 알맞다.
하천이 끝나는 지점에서 천불산 내원사라 쓴 일주문을 들어서면, 이곳부터는 숲그늘로 숨어드는 맑은 물줄기가 경사진 계곡을 따라 오르면 오를수록 깊은 맛을 안겨준다. 계곡의 형태도 물줄기와 나란히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오르며 집채같은 괴암 절벽이 그늘을 드리우고, 너럭바위가 하천 바닥까지 뻗어있어 어디든 자리를 잡고 앉으면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지경이다.
절까지 5km나 오르는 계곡이 숲은 원시림 같고, 쏟아져 내리는 물은 곳곳에 폭포를 이룬다. 또한 올려다보이는 원효산은 922m에 이르는 만만치 않은 산세로 부산지역 산악인들의 아낌을 받는 산행로이기도 하다. 특이하게도 계곡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는데,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산과 영남지역 나들이객들이다. 계곡 안에서 취사까지 하고 있지만 촘촘히 줄을 이은 피서객들은 위쪽에 별로 신경 쓰는 기색이 없을 정도로 깨끗하다.
공원 관리인들의 말을 들어보아도 깨끗한 분위기 탓인지 이용객들이 스스로 깨끗하게 잘 관리 해주고 있어 어느 계곡에서도 볼 수 없는 좋은 환경이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내원사는 계곡 상류쯤에 자리잡고 있다. 통도사의 말사로 규모는 통도사에 비할 수 없지만 원효대사가 창건하여 오래 머물던 곳인 만큼 자연경관 만큼은 빼어나다. 지금은 여승들의 선원이어서 분위기가 더욱 맑고 청랑하게 느껴진다. ■
○ 별미집 안내나들이길의 먹을거리는 통도사 절 앞 상가에 산채정식집들이 몇 집 있다. 절을 찾아가는 길에는 역시 산채정식이 가장 무난하다. 그 중 구부산식당과 통도식당이 나란히 있으면서 맛을 겨룬다. 영취산 주변 나물과 버섯, 죽순, 더덕무침과 생선구이 등 골고루 나온다. 1인분 6천원, 통도사계곡 물맛이 음식맛을 뒷받침한다고 한다. 계곡 안의 내원사 휴게소 식당:(0523)84-8762도 간단한 식사가 가능하다. 통도사 주차장과 내원사계곡 입구에 호텔과 장급 여관들은 예약없이 가도 방 구하기에 어렵지 않다.
○ 교통 안내 대구와 부산은 94km, 31km 1시간과 30분대. 통도사 ic-통도사 2km, 내원사 계곡은 5km로 가깝게 이어진다.
동아 - 주전골-용소골-미천골 "여름은 없다"
산에 가면 바다가 그립고 바다에 가면 계곡이 생각나는 여름 휴가길. 뜨거운 태양 아래서 즐기는 해수욕, 숲그늘 산바람에 물 흐르는 소리 정겨운 심산유곡, 그리고 맑고 깨끗한 호수. 여기에 입맛 돋우는 토속맛집까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춘천∼양구는 소양호 뱃길로, 양구∼인제∼양양은 자동차로 달린다. 한계령 너머 주전골(오색리)과 용소골, 미천골에서 계곡트레킹 혹은 오토캠핑을 즐긴 뒤 동해로 가는 코스다. 시골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광치령토속음식점’(인제)과 떡메로 떡쌀을 쳐 인절미를 손으로 빚는 ‘송천떡마을’(양양)도 있다. 2박3일 혹은 3박4일로 다녀올 만한 강원도 산바다 여행코스를 안내한다.
◆소양호 뱃길
‘해저∼어문 소∼오양강에 황혼이 지이이∼면….’ ‘소양강처녀’의 노랫말에 등장하는 소양강. 소양댐 건설후 호수에 편입되는 바람에 ‘외로운 갈대밭’이니 ‘슬피우는 두견새’니 하는 노랫말속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래도 물들어찬 계곡 주변의 거대한 호수 풍경은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인상적이다.
호수로 바뀐 소양호 풍경감상에는 쾌룡호가 제격이다. 소양강댐∼양구(27㎞)의 호수 뱃길을 시속 60㎞로 운항하는 공기부양 쾌속선을 타자. 소요시간은 30분. 산허리까지 물에 잠긴 숲 울창한 주변 산은 별장 수상스키장이 즐비한 청평호와 달리 어떤 인공시설도 찾아 볼 수 없는 자연 그대로다. 그래서 호수에는 적막감조차 감돈다. 소양호의 잔잔한 수면위를 날아가듯 지치는 공기부양선 여행. 대한민국 땅 어디에도 없는 소양호만의 독특한 뱃길답사다.
쾌룡호선장 염보선씨(38)는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 초겨울에는 안개, 한겨울에는 설경, 봄 가을에는 안개낀 호수와 산이 볼거리”라며 “수질악화의 원인이었던 가두리양식장도 철거돼 수질도 1급수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현재 공기부양선 2척(75, 45인승)이 수시 운행중. 가족여행의 경우 운전자는 46번국도로 양구로 가서 양구선착장에서 동행을 태운다. 거리는 51㎞, 소요시간 1시간.
△쾌룡호〓승선료 4400원(편도), 문의 033―242―4833(강원흥업)
◆주전골
양구에서 인제 원통을 거쳐 44번국도로 한계령(해발 917m)을 넘는다. 주전골은 한계령 오른편 남설악 점봉산(해발 1424m)의 한 계곡. 입구는 한계령 양양쪽 도로에 두 개가 있다. 오색약수의 ‘약수터매표소’(설악산국립공원관리소)와 고갯마루와 오색약수 사이의 해발 550m 즈음 중턱의 ‘용소폭포 매표소’. 주전골은 두 매표소 사이 계곡으로 거리는 3.5㎞. 어린이를 데리고도 두시간 내외면 트레킹 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코스다.
오색약수 식당가를 지나니 계곡이 펼쳐진다. 약수교 아래 커다란 너럭바위 한중간에 사람들이 모여서 물을 뜬다. 오색약수다. 계곡 중턱쯤에도 약수(제2)가 있는데 두 개 모두 이렇게 암반에서 솟는다. 설탕 뺀 녹물사이다 맛. 매표소부터는 내내 계곡 가장자리로 오른다. 철제난간과 다리가 곳곳에 설치돼 아이 노인 모두 편안히 트레킹 할 수 있다.
계곡을 뒤덮은 화강암은 모두가 노란빛이 감도는 연한 주황색. 억겁 세월 그 위를 흐른 물에 닦여 표면이 수면처럼 매끄럽고 보드랍다. 유리같이 투명한 물에서 아이들이 멱을 감는다. 한켠의 물속에는 참외 수박이 담겨 있다. 건 듯 부는 바람에 실려온 계류의 한기에 콧잔등의 땅방울이 쏙 들어간다. 고개를 들어 계곡 위를 본다. 점봉산의 기암 기봉이 여기 불쑥 저기 불쑥 계곡위로 빼곡히 열린 파란 하늘을 장식한다.
계곡에는 유적도 폭포도 있다. 오색석사(성주사지)에 들르면 통일신라의 삼층석탑(보물 제497호)과 절마당의 비오고 햇빛 내리쬐는 노천제단위에 모셔진 아미타불도 만난다. 물맛 좋고 여러 병에 효험이 있다는 오색석약수도 콸콸 흘러내린다. 선녀탕, 용소폭포는 주전골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곳.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 한중간에서 걸음을 멈춘다. 그리고 계곡 위와 아래를 둘러 본다. 산의 아름다움과 고마움, 신비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라는 산길에서도 이렇듯 잠시 쉬며 앞뒤 살펴 볼 수 있는 계곡 하나 쯤은 남겨 두어야 하는데…. 쓰러진 나무 한 그루에서 원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주전(鑄錢)골’이라는 이름에는 유래가 있다. 조선시대에 한 도적떼가 여기서 놋그릇을 녹여 동전을 위조하다가 들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런 ‘은밀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양양의 계곡
양양과 홍천 두 군의 경계인 구룡령을 넘는 56번국도. 이 길은 오대산(양양쪽)과 설악산(인제쪽) 사이를 흘러 양양에서 남대천과 합류, 동해로 흘러드는 후천과 나란히 놓여 있다. 양양 산중에서도 수려함이 뛰어난 미천골(서면 미천리) 용소골(서면 공수전리) 두 계곡은 바로 이 국도에서 연결된다.
△미천골〓8㎞나 이어지는 좁고 긴 계곡으로 그 끝에는 폭포의 절벽 한중간에서 샘솟는 불바라기약수가 있다. 후천의 최상류이며 오대천의 발원지 중 하나. 미천골자연휴양림(033―673―1806)과 불바라기산장(033―673―4589)도 이 계곡의 명소. 계곡 위부터 아래까지 휴양림의 산막과 야영장이 두루 설치돼 있다. 계곡 맨위쪽 방문자안내소 옆에는 오토캠핑장도 있다. 산막도 통나무집과 돌집 두가지 형태다. 계곡 중간의 불바라기산장은 이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건물(3동)과 조경으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꽃밭과 잔디가 깔린 정원에는 바비큐시설도 있고 샤워실 주방시설을 갖춘 원룸형 방도 있다. 1층 카페에는 피아노를 갖춘 라이브무대가 있다. 여기서 주인 엄연진씨는 피아노로 재즈를 연주하는 라이브콘서트도 갖는다. 남편 이씨는 계곡 상류의 토봉집에서 태어난 계곡토박이. 계곡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300원.
△용소골〓공수전리의 용소골은 미천골에서 발원한 후천의 하류가 지나는 계곡. 그래도 물은 미천골에 못지 않게 맑고 깨끗하다. 작은 강이라 해도 좋을 만큼 폭이 넓어 물흐름이 느리고 물가에는 공간도 넓다. 덕분에 유아를 동반한 사람이나 오토캠핑 휴가객에게 좋다. 마을관리관광지여서 주차장 방갈로 매점 야영장등도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국도변에 세워진 안내판을 보고 공수전리로 들어가면 마을 입구에 매표소(033―673―5900)가 있다. 입장료는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며 야영장 이용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여행상품
서울을 출발, 남설악의 주전골(계곡트레킹)과 소양호 뱃길(쾌룡호탑승)을 여행하고 광치령토속음식점(인제)을 들르는 답사상품이 있다. 귀로(춘천→서울)에는 북한강변을 달리는 경춘선 열차를 탄다(무박2일만) . 승우여행사. 02―720―8311
◆맛있는 집
▽광치령토속음식점(인제군 인제읍 가아리)〓양구와 인제 두 군의 경계인 광치령터널 인제쪽 입구 바로 앞 해발 560m 고지의 강원도 토속음식점. 인제토박이 우성옥씨가 3년전 문을 열었다. 대암산기슭의 울창한 숲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광치령 고개 중턱에 소나무와 황토로 지은 운치있는 건물. 안에 들어서면 창문밖으로 고추 오이 등 갖가지 채소를 기르는 텃밭과 주변 경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 집의 특징은 인제 양구 등 현지에서 구입해 토속적이고 싱싱한 재료만 쓴다는 것. 산채비빔밥(5000원)에 넣는 취나물도 봄에 따서 식당옆 공터의 대형냉동냉장창고에 보관했다가 꺼내어 쓴다. 옥수수도 토종 찰옥수수 종자를 구해 농가에 나눠주고 수확때 사들여 냉동시켰다가 쓴다고. 두부도 직접 만든다. 033―463―2967
▽송천떡마을(서면 송천리)〓한계령 너머 양양쪽으로 내려와 만나는 논화리삼거리에서 우회전, 56번국도로 접어들어 홍천방향으로 가다 보‘면 ‘송천떡마을’ 안내판을 보게 된다. 이곳은 송천리마을 부녀회원 11명이 공동출자 공동작업 공동배분 방식으로 운영하는 민속떡집. 인공색소 및 방부제, 기계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만드는데 수수한 모양과 깊은 맛이 특징. 인절미는 찐 찹쌀을 떡판에 놓고 떡메로 내려치는 ‘떡치기’작업으로 만든다. 미리 주문하고 가면 내가 가져갈 떡쌀을 직접 떡치기할 수도 있다. 고산에서 채취하는 수리취(취나물 일종)를 넣은 인절미가 송천민속떡의 ‘대표작’(18㎏에 9만원). 전화주문에 전국택배. 033―673―8977, 8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