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마당을 쓸면서...
2021년 7월 24일
음력 辛丑年 유월 보름날
앞마당을 새로 꾸며 놓았더니 좋은 점이 꽤나 많다.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저 마당에만 나가도 기분이
좋다. 이른 아침에 야외탁자에 앉아 일기를 쓰기도
하고 아내가 만들어주는 아침 주스를 마시곤 한다.
때론 아내와 함께 커피잔을 들고 둘이 서성거리며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를 마시기도 한다. 진작 이런
여유를 즐길 수가 있게 마당을 정비해었야 했는데
하는 반성도 하게 된다. 그래도 더 늦지않게 정리를
하고 좋은 공간을 마련했으니까 다행이라고 여긴다.
얼마전부터 빗자루를 들고 마당의 낙엽을 쓸어내는
여유를 즐기고 있다. 벌써 팥배나무에서 잎파리가
제법 많이 떨어져 마당을 채우고 있는 것이다. 아직
가을이 되려면 한참 멀었지만 나뭇잎은 꼭 가을에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느라
에너지를 소비하였고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제철도 아닌 지금 먼저 떨어지는 잎파리들은 처음에
용을 썼던 것들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촌부 생각...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그냥 두고보면 나름의 운치는
있다. 도시와 달리 산골이라서 오히려 그것이 더 잘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잠시 떨어진 낙엽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이내 빗자루를 들게 된다.
빗자루질을 하다말고 문득 아주 오래전 생각이 났다.
아마 그때가 20대 중반쯤 되었지 싶다. 그때는 산을
무척이나 좋아하여 이 산 저 산 찾아 등산을 다녔다.
특이했던 것은 혼자 등산을 다녔다는 것이다. 그때
처음 등산을 시작한 것이 회사 산악회였고 한달에
한번씩 꽤나 많은 인원이 버스 서너 대에 나눠타고
등산을 다니는 단체 산행이었다. 산악회 진행요원을
하느라 단체 산행에 싫증을 느꼈고 성격상 떼지어
몰려 다니는 산행이 싫었던 것, 그래서 시작한 것이
바로 홀로 산행이었다. 맨처음 홀로 산행을 시작한
곳이 원주 치악산 등반이고 전국 명산을 두루 섭렵
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그 이후 상당 기간 혼자
수많은 산을 다녔다. 아마 그때 산을 좋아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 산골살이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느해 초가을에 혼자서 등산을 갔는데 날이 저물어
텐트 칠 곳을 찾다가 나와 비슷한 젊은 분을 만났다.
주변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인근 암자에 가서 잠자리를 부탁하자고 했다. 날이
저물어가는 시간이라 하산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라
어쩔 수가 없었다. 암자에는 노스님 한 분이 계셨다.
우리의 간곡한 청을 들어주셔서 편히 쉴 수 있었다.
다음날 새벽 동이 트기 전인데 밖에 인기척이 있어
내다봤더니 노스님께서 마당을 쓸고 계셨다. 보고만
있기가 그래서 주섬주섬 챙겨입고 나갔다. 다가가서
"스님! 제가 쓸겠습니다. 빗자루 이리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노스님께서는 웃으시기만 하시면서
"여보시게, 젊은이! 나는 지금 낙엽을 쓸고 있는 게
아니야! 내 마음을 쓸고 있는게야! 내 마음 쓸고있는
것인데 어찌 젊은이에게 빗자루를 주겠는가?"
라고 하셨다. 수행자이신 스님이시라서 다르시구나
싶었다. 그 말씀을 듣고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스님께서 빗자루질을 멈추시더니 이렇게 말하셨다.
"정히 그렇다면 젊은이도 마음 한번 쓸어보시겠소?"
그러시더니 빗자루 하나를 챙겨주시면서 뒷마당을
쓸어보라고 하셨다. 두 손 모아 합장을 하고 마당을
쓸었다. 기억컨데 그날은 마음이 너무나 가벼웠다.
빗자루로 세파에 시달린 마음을 다 쓸어서 그런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빗자루로 마당을 쓸다보니
그때 그 노스님의 말씀이 귓전에 맴돈다. 그동안에
말은 늘 '마음을 내려놓자, 마음을 비우자'하면서도
그게 그렇게 잘 실천할 수 없었다. 나름 노력을 하긴
하는데 말이다. 오늘도 이른 아침에 마당을 쓸었다.
아니 온갖 욕심으로 가득한 내 마음을 쓸었다.
첫댓글 마음쓸기라는 말에
잠시 발걸음 멈추고 나를 돌아 봅니다.
오늘의 교훈 :마음 비우기: 입니다.
오늘도 상큼하게 즐겁고 행복 하세요
근정님!
제가 감사하지요.
그 옛날 노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을 4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듯이 촌부의 글로 인해 조금이나마 삶에 도움이 되고 어느 한 글귀가 다른 사람의 기억에 남는다면 더 없는 보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촌부님의 산촌생활에서
늘 배우는 것이 삶의 자세입니다.
오늘 아침에 용산 전쟁기념관을 다녀왔습니다만
그곳에서 과거와 현재 그중에서 현재의 낭만만을
즐기고 왔는데 저역시 오늘은 마음을 잘 쓸어야 겠습니다.
66년을 살아오면서 나름 바른 길을 걷자고 다짐하곤 합니다. 수행자는 못되지만 채우려는 마음은 쓸어내고 내려놓고 비우는 삶을 추구하려고 노력합니다. 마당쓸기가 이런 마음을 다지기에 딱 좋더군요.
요즘 날씨가 무척 무더워 고생이 많으시죠? 늘 건강부터 챙기세요. 감사합니다.^^
쉽지않은 마음쓸기.
비우고 버리고 또 주워담고
그렇게 사느라 또 마음 다치고
그래도 노력 해야겠죠.
살아있는한
누구를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서
좋은말씀 늘 감사드려요~
그럼요.
마음쓸기,
마음을 비운다는 것은 쉽지않지요.
그래도 이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에 배려하며 더불어 산다면 그것이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촌부는 마당쓸기를 하며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날씨가 무척 무덥습니다. 늘 건강부터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