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둔촌정보광장 과 둔촌주공 재건축 입주예정자 모임 에 함께 게재됩니다.]
며칠전 (2019.6.6.),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의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안 발표 이후 둔촌동은 혼란에 빠져있습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 도대체 이 변경안 내용이 사업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이 와중에 사업성을 보호하는 방안이 있기는 한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HUG 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포기하고 후분양을 포함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패닉에 빠질 정도의 상황은 전혀 아니고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선 우리보다는 시공사가 새로운 분양가 심사기준에 더 민감하게 대응할 것입니다. HUG 의 정책변화는 둔촌주공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수주를 추진할 대상 재건축/재개발 시공사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주기에 시공사의 사업 방향을 새로 설정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즉,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선분양의 문제점에 대한 해법으로 정부가 거론해왔던 후분양 방식을 건설사들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시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아니어도 건설사들이 앞다투어 분양 방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입니다.
우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 입장에서 HUG 의 새로운 분양가 심사기준의 의미를 살펴봅시다.
새로운 심사기준은 아래의 표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표 출처: 경향신문 2019.6.6.)
우선 위 내용에서 '해당 지역’ 은 표의 아래부분에 명기되어 있듯이 둔촌주공이 속한 강동구로 직선 거리로 반경 1km 이내의 지역인 성내3동 전부와 성내1동, 성내2동, 둔촌2동 일부 지역을 원칙으로 합니다. 역시 표의 아래부분에 명기되어 있듯이 이 지역 내에 비교 사업장을 (a. 분양 1년 이내인 단지, b. 분양 1년 초과이지만 준공하기 이전인 단지, c. 준공한 단지) 순서로 찾고 비교 사업장이 없을 경우 반경 2km, 3km 등으로 검색 범위를 확대하여 비교 사업장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우리가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세 가지 입니다.
첫째,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겉보기에 철두철미해 보이는 위의 기준이 실상은 많이 어설프다는 것입니다. 비교 사업장 기준 (선정 기준이 아닌) 이 모호합니다. 즉, 둔촌주공과 비슷한 규모, 비슷한 시공사, 비슷한 공시지가, 등등의 내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인데, 이 것은 HUG 가 협상의 여지를 일부러 남겨 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째, 위의 선정 기준에 b. 분양 1년 초과이지만 준공하기 이전의 단지 를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고덕 지구의 대부분 단지가 비교 사업장으로 들어 옵니다. 아시다시피 적어도 규모면에서는 고덕 지구 전체 단지는 둔촌 재건축 단지와 비슷하여 강동구에서는 비교 사업장으로 거론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단지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둔촌주공의 입장에서는 평당 2300만원 수준의 고덕의 분양가 수준으로 제한받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하므로, 조합은 올해 후반기로 일반분양 시기를 설정해 놓았던 것입니다. HUG 의 구 심사기준에 의하면, 작년 이맘때쯤 마지막으로 분양했던 고덕주공 6단지 마저 비교 사업장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변경안의 선정 기준에 포함된 b 항목 때문에 상황은 어려워진 것입니다. 만일 규모가 아닌 다른 논리로 고덕과의 비교를 거부할 수 없으면 분양가는 평당 2400만원 수준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일반 분양 희망자의 입장에서는 이 대목에 기대를 걸고 있겠지만 최종 결정은 결국 조합원들이 하는 것입니다. 평균 2억원의 분담금의 추가를 감수하며 평당 2400만원을 받아들일 수는 없지요.)
셋째, 위의 선정 기준 c 에 준공한 지 10년 이상의 단지는 제외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올림픽 선수촌이 비교 사업장에서 제외됩니다. 위의 둘째 내용에서 거론한 고덕 단지를 어찌어찌 비교사업장에서 제외 시킬 수 있다면 강동구 관내에서는 비교 사업장이 없습니다. 당연히 반경 1km 이내의 이웃에 있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가 그 다음 비교 사업장이 될 것이고 그 곳의 평당 3940만원의 실거래가에 희망을 걸어온 우리 입장에서 신 기준에 의해 그 곳이 비교 사업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가장 뼈아픈 내용입니다. 그 다음 순서는 2019.11. 입주예정인 풍납동 잠실올림픽 아이파크가 될 수도 있겠으나 분양가 (2605만원/평) 가 너무 낮고 다행히 규모 (697세대) 가 둔촌에 비할 수준은 아니지요. 준공 10년 이내 대단지로 둔촌과 비교될 수 있는 곳은 미우나 고우나 거리 4km 이내에 있는 송파헬리오 밖에 없으며 현재 거래가는 평당 4900만원입니다.
HUG 와의 협상에 대한 결론은, 고덕 단지를 비교 사업장에서 제외하는 논리가 없으면 일반 분양가 3500만원/평 을 인정받기는 어렵기에 HUG 대출보증 이외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공사비 450만원/평을 받아들인다면 일반분양가는 3650만원/평 이 마지노선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HUG 의 중도금 대출보증을 받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생각해봅시다. 사실, 중도금 대출 규모만 살펴봐도 답은 나옵니다. 일반 분양가 3500만원/평 으로 계산해보면 25평형도 분양가는 9억원을 초과합니다. 즉, 어차피 3500만원/평 이상의 일반 분양가를 추구해야 한다면, HUG 로부터 중도금 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는 평형은 14평, 18평, 22평 뿐이고 총 2434세대에 불과합니다. 그나마1+1 신청 조합원 분을 제외하면 총 12032세대중 2000세대도 되지 않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선택은 분명해집니다. 물론, 2000세대가 타단지에서는 큰 규모이지만 둔촌동에서는 전체의 1/6도 안되는 것이고, 그나마 소형 평형이어서 공급면적으로는 거의 1/7 정도에 불과합니다. 1/7 에 대해 금융혜택을 받고자 6/7 에 대한 일반분양가를 낮춘다면 자손 만대의 웃음거리가 될 것입니다. 즉, HUG 의 대출보증을 굳이 받을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중도금 대출이 안되면 사업성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시공사 입장 에서나 조합 입장 에서나 조금 방향 수정이 필요하지만 그리 큰 영향은 없습니다.
우선, 시공사 입장을 살펴 봅시다. 중도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공사비 조달이 안되어 공사가 지연될 상황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위에서 살펴 보았듯이 어차피 HUG의 대출보증으로 들어올 중도금은 전체 중도금의 15% 이내의 소량입니다. 그리고, 25평 이상의 중도금은 HUG 대출보증과는 무관하게 들어 오므로 시공사는 소형 평형에 한해 중도금 납부를 4% 대의 낮은 연체이자로 유예해주는 등의 마케팅을 할 여력이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대우, 롯데의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지방 건설사도 아닌 도급순위 상위 건설사의 현금조달능력이 그 상황을 감당 못할까요? (실제로 도급순위와 신용등급이 비슷한 수준의 GS 건설은 방배그랑자이에서 전체 평형에 대해 이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합의 입장을 살펴 봅시다. 조합은 사업비 7000억원을 대출하고 있습니다. 대출기간은 계약금과 중도금이 들어오는 시기까지 약 30개월 정도입니다. 평당 3500만원의 분양가 기준으로 일반분양 수익은 약 4조3850억원 정도입니다. 계약금 수준을 분양가액 20% 로 하면 약 8700억원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충분히 상환할 수 있습니다. 시공사의 공사비 조달이야 25평 이상의 중도금으로 충당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는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로 계약금 일부를 공사비로 조달해야 하여, 사업비 대출기간을 부득이 준공시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해도, 그로 인한 금융비 증가액은 일반분양가를 평당 50만원 인상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둔촌은 그 규모가 매우 크기에 HUG 의 중도금 대출 없이도 충분히 일반분양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분양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현행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에 의하면 분양시기는 선분양의 경우에는 착공 신고 이후, 후분양의 경우에는 골조공사 2/3 이상 완료 이후입니다.
어느 조합원께서 제안하신 일부 선분양+일부 후분양, 소위 ‘양념반 후라드반'이 법규상 가능한지는 분명하지않기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만일 그 것이 가능하다면 거꾸로 '후라이드반 양념반’ 을 선택하는게 낫지 않을까싶습니다. 즉, 중도금 대출보증과는 무관한 25평대 이상은 선분양 하고, 어차피 중도금을 포기해야 하는 25평 미만은 후분양 하는 방식이 현금흐름을 좋게 할 것입니다. (물론 HUG 의 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기로 한 경우에 국한합니다.)
후분양은 시공사에게 부담이 되는 방식입니다만 궁극적으로 한국의 분양문화는 이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습니다. 수 억원이 넘는 물건을 보지도 않고 구매 하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공갈이지요. 그래서 정부도 지속적으로 그 쪽으로 유도 하고 있는 것이구요.
후분양의 경우, 시공사는 사업보증 방식으로 당장의 공사비를 조달해야 합니다. 사업보증 과정에는 사업성이 제일 중요하겠지만 시공사의 신용등급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당연히 시공사는 공사비 추가인상을 통해 그 현금조달 부담의 일부를 사업자인 조합과 나누고자 할 것입니다. 따라서, 조합 입장에서는 후분양을 결정한다면 공사비 추가 인상 뿐만 아니라 사업비 상환의 연기를 감수해야 하고, 결국 분양가 추가 인상을 통해 부담을 해소해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저평형 비중이 많은 단지는 선분양 하여 분양가를 낮추게 되고, 고평형 비중이 많은 단지는 후분양 하여 분양가를 높히게 되어 주택시장은 양분화 될 것입니다. 둔촌은 지금 그 선택의 기로에 있는 첫 번째 단지인 것입니다. (결국 이 것은 선택의 문제이지 정부를 욕할 문제는 전혀 아닙니다.)
둔촌의 경우, 후분양을 한다면 그 시기는 2021년 말 정도가 될 것입니다. 이 시기의 주택시장이 어찌 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한 것은, 후분양을 선택한다면 높은 분양가를 함께 선택한 것입니다.
싸지도 않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3시간씩 줄서서 기다리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무엇일까요? 그 시간과 돈을 능가하는 매력이 있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후분양의 경우 평당 4000만원 가량의 아파트를 미분양 없이 완판 시킬 전략을 세우는 것이 그 선택의 전제 조건인 것입니다. (공사비 450만원/평 + 추가 인상일 경우, 평당 470만원, 혹은 490만원이 거론될 것입니다. 그 경우 일반분양가의 마지노선은 시뮬레이터를 사용하여 추산해볼 수 있습니다. 그 값은 각각 평당 3747만원, 3850만원 입니다. 여기에 사업비 상환연기로 인한 금융비를 충당하기 위해 평당 50만원의 추가 인상이 필요합니다. 결국, 평당 3800만원~3900만원이 일반분양가의 마지노선입니다.)
둔촌에 '그저 그런’ 이 아닌 ‘끌릴 수 밖에 없는’ 요소를 만들 묘책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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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언: '분양 보증'과 '중도금 대출 보증’ 의 차이에 대해 여러 이견이 있어 제가 이해하는 바를 덧붙입니다. (물론 제가 이해하는 범위는 넓지 않습니다.)
분양 보증은 사업체의 부도에 대비하여 은행에 계약금 및 중도금을 납부할 일반 분양자를 보호하는 보증이고, 중도금 대출 보증은 일반 분양자에게 중도금을 집단 대출해주는 은행을 보호하는 보증입니다.
중도금 대출 보증에 대해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혹은 주택금융공사 (HF) 로부터 보증받아야 합니다.
분양 보증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법규는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이며, 적어도 저는 그 외의 법령을 보지 못했습니다. 주택 분양의 경우와 건축물 분양의 경우를 달리 생각해야 하고 주택 분양보증은 주택도시보증공사 (HUG) 에서만 취급한다고 설명하시는 분도 계십니다만, ‘주택법'이나 ‘건축법' 어디에도 분양보증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위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에서 언급하는 ‘건축물’ 에 대해서는 ‘건축법' 제2조 제1항 제2호에서 ‘토지에 정착하는 공작물 중 지붕과 기둥, 또는 벽이 있는 것과 이에 딸린 부속물’ 등으로 규정하고 있어 주택도 포함합니다. 물론 HUG 에서 분양보증을 받은 경우 여러 행정적 조항 적용에 제외되는 혜택이 있어 HUG 로부터 분양보증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기는 합니다.
위 내용은 저의 천박한 지식과 독해력으로 이해하는 수준이고 법 식견을 가진 분의 의견은 다를 수 있습니다.
첫댓글 좋은 글입니다. 현 상황을 이해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후분양을 하면 시공사도 고급화, 차별화를 할수밖에 없을거 같네요.
최악의 경우는 낮은 분양가로 선분양하고, 시공사는 공사비를 열심히 아끼고 조합원은 분담금 더 내고...겠죠
이런 기사도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rainup/1711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