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촌남부터미널을 출발한 영주행 직행버스가 영강을 건너
인적 없는 텅 빈 도로위에 정차한다.
다음 정차지인 용궁역 龍宮驛을 향해 안동으로 이어진
34번 국도를 따라 버스가 이내 떠난다.
한낮인데도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적막감만 흐르는 거리..
버스가 내려주고 떠난 이곳은 경북 문경시 산양면 불암리..
면소재지가 자리한 곳이다.
인근에 내성천과 이어지는 금천이 흐르고..
이 강을 경계로 문경시와 예천군을 마주하고 있으며,
점촌-예천-안동을 잇는 34번 국도와 단양-문경-다인-선산을 잇는
59번 국도가 지나는 교통요충지이다.
녹슨 자물쇠가 세상 밖과 단절시켜버린 빛바랜 낡은 출입문에
제 역할을 잃어버린 산양정류소 푯말이 붙어있다.
정적이 흐르는 이곳에도 주민들이 발이 되어준 삼등완행열차가
머물다 떠났던 간이역 簡易驛인 慶北線 산양역 山陽驛이
잡풀들로 가득한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정거장 停車場터
흔적이 남겨져 있다.
두발을 디디고 서있기조차 부담스러울 만큼 역사 驛舍가 있던
주변과 停車場은 오래 동안 사람의 손길을 받지 못한 모습을
말해주듯 하나의 풀숲으로 변해버려 停車場터가 없었다면
이곳이 한때 簡易驛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966년 1월 영업을 시작하여 비둘기호 열차가 퇴역하여
慶北線운행을 종료한 1998년 1월 1일 여객취급 중지가 되어
4년 뒤인 2001년 7월1일 공식 폐역 되면서 44년의 철도역사
鐵道歷史를 마감하였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를 흠뻑 머금은 나락은 벌써 노란빛이
감도는 것이 머지않아 항 금빛 바다로 수놓을 준비를 시작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결에 벼들이 물결치고..
멀리서 우렁찬 기관차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용궁역 龍宮驛을 15시15분에 출발해 부산으로 떠나는
무궁화호 열차가 옥토 沃土바다를 건너 흔적만 간직된
山陽驛을 향해 달린다.
18년 전 비둘기호가 되어 달렸던 완행열차는 이렇게 옷을
바꿔 입고 다른 이름으로 달리고 있지만, 그가 가는 길과
속도는 여전히 삼등완행열차였다..
역구내에도 변화의 바람이 찾아와 여의주를 품에 안고
위풍당당한 모습의 용 한마리가 이곳의 수호신처럼 서있다.
오랜 세월 우리 역사 속 함께해온 실존 하지 않는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낸 전설 속 신화의 주인공인 용은 어쩌면 인간의 내 면 속에
존재하는 두려움, 이상의 세계와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간절함
현실에서는 이루어 질수 없는 완벽함과 무한한 힘..
그 모든 것이 담겨서 탄생 한 것이 용이 아닐까..
기차역 담장에 앙증맞고 귀여운 그림들이 벽화로 꾸며졌다.
어릴 적 한번쯤은 접했을 전래 동화 속 별주부전이 기차역에
찾아왔으니..
용궁역 龍宮驛이 소재한 경북 예천군 용궁면 龍宮面은
지명부터가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용궁역 龍宮驛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시작한데는 이 독특한 지명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면 벽화 속에 그려진 토끼와 별주부가 등장하는 이야기 속
배경인 용왕님이 계시는 龍宮용궁과 용궁면 龍宮面은 관련이 있을까?
아니면 우연히 일치한 지명에 억지 龍宮용궁을 넣은 것일까..
龍용 룡 宮집 궁 바다 속에 있다는 하는 용앙의 궁전을 표현한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용궁면 龍宮面지명에 쓰이는 한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쓰고 있다.
용궁면 龍宮面은 용궁현(龍宮縣)의 중심지였던 곳으로
신라시대에는 축산(竺山) 또는 원산(圓山)으로 불렀으며,
고려 때에는 자사(刺史)를 둔 용주(龍州), 1005년(목종 8)
용주군(龍州郡)이 되었다가
1012년(현종 3) 다시 용궁군으로 고을을 고쳐 상주목에 속하고,
1172년(명종 2) 감무(監務)를 두어 다스렸다.
고려시대에 처음 쓰이기 시작한 용궁면 龍宮面의 지명 유래는
용담소 龍膽沼와 용두소 龍頭沼의 두 소룡 沼龍이 이루어 놓은
수중 水中 용궁 龍宮과 같이 지상낙원 地上樂園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에서 지었다 한다.
회룡포가 있는 대은리를 거쳐 용궁역 龍宮驛에 도착하여 다시
예천읍으로 들어가는 시내버스가 잠시 정차하고 있다.
7년 전 국내에 마지막 남은 냉방도 없는 재래식 버스가 다녔던
노선에 이제는 전혀 다른 모습의 도시형 시내버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용궁역 龍宮驛앞과 50여 미터 떨어진 면소재지 거리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먹 거리 중 하나인 막창순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역 전 앞에 자리한 식당 중 한곳인 이곳은 4년 전 방송사
예능프로그램과 최근 한국의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도
소개되어 유명 맛 집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그 이전부터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찾고 있었다.
그 당시에도 오후에 접어든 시간인데 식당 안 빈자리가 없었다.
龍宮을 찾으면 반드시 맛보아야 하는 용궁순대는
소창과 대창을 쓰는 흔히 알려진 일반 순대와 다르게
막창순대인 용궁순대는 이름그대로 돼지막창으로 만들어 식감이
쫄깃하고 찹쌀과 야채 당면이 어우러진 순대 피가 어우러져
한번 맛본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용궁순대가 탄생 하게 된 계기도 이곳이 자리한 지형적인 영향이
한몫했다.
용궁면 龍宮面은 7km 거리에 내성천 삼강나루터가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은 영남대로와 연결한 물류, 사람이 이동하는
교통 물류의 요충지였다.
이 때문에 주변에는 경제상권이 형성되면서 도축장이
들어섰을 것이고 순대가 나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침을 거르고 땡볕아래 걷고 서있기를 반복하다보니 시장기가
하늘을 질러 순대국밥과 막창순대를 주문해서, 7년 만에
용궁의 맛과 마주했다.
한 접시 8000원인 용궁순대의 쫄깃하게 씹히는 맛은 용궁여행의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순대를 소금에 찍어 먹지 않고, 그냥 먹어도 부족함이 없다.
필자는 특정 한 식당만을 추천하고 싶지는 않고, 역전에 이곳
식당 외에도 건너편에 용궁순대 식당이 있으며, 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자리한 면사무소가 있는 중심가 식당도 추천한다.
차후 다른 용궁순대를 취급하는 식당에서 맛보고 음식을
사진에 담아서 올릴 예정이다.
용궁면 龍宮面 어느 식당을 가도 그곳만의 용궁순대 별미를 즐길 수 있다.
용궁면 龍宮面중심가에 들어서니 불과 200m 거리에 떨어진
용궁역 龍宮驛 주변의 한적한 거리와 달리 줄지어선 상점들과
오가는 차들과 사람들로 활기를 띈다.
25분마다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김천으로 향하며 열차의 빈자리를 채운다.
인접한 점촌 시가지와는 차로 10분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시내버스 편은 1시간 이상으로 뜸하게 다니는 편이어서
용궁-산양-점촌 구간은 시외버스가 사실상 시내버스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시내버스는 산양, 점촌 교통카드 1100원
시외버스는 산양, 점촌 현금승차 1300원이다.
(용궁역,산양면,점촌북부/점촌역, 점촌남부정류장정차)
가게 앞에 야용이 한마리가 카메라를 보며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도 도시 길 냥이 처 럼 내빼지는 않고 느긋하게 길가를 지나
녀석은 제 갈 길을 간다.
어릴 적 시장에선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참기름 짜는
제유소가 도시에선 거의 자취를 감추어 가는데
이곳 용궁면 龍宮面에는 재 레 식 방법으로 운영하는
옛 제유소가 몇 곳 자리하고 있는데, 사진 속 가게는
4년 전 유명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해서 현재는 지역의
관광 명소 중 한곳이 되었다.
근처만 지나는데도 벌써 코끝에는 참깨 볶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온다.
벽화에는 찌그러진 양철주전자를 든 아이들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보기에는 웃음이 먼저 나오는 재밌는 모습이지 모르지만
그림 속에는 1950~60년대 보릿고개 시절 부모님 세대 분들의
슬픈 자화상이다.
먹을 것이 없던 그 시절 엄한 아버지의 막걸리 심부름을 위해
양철주전자를 들고 마을 안 양조장을 오가던 당시의 아이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주전자속 찰랑거리는 막걸리를 조금씩
마시며 허기를 달래다 집에 도착할 무렵에 어느새 주전자속
막걸리는 바닥을 드러내고..
주전자를 든 아이의 얼굴은 서산에 저무는 햇살과 함께
벌겋게 달아오르고 취기가 올라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며 대문 안으로 들어서다 아버지한테 들켜서
몽둥이 타작을 당해야 했던 추억을 그 시절을 지내온
어른들은 한번은 가지고 있다.
재래식 방식으로 술을 담그는 양조장도 보기가 어려워졌다.
전후세재들에게는 아련한 배고픔의 아픈 추억이 간직된 양조장이
이곳에 남아있었다.
마을마다 하나씩 자리한 양조장 앞에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서
쭈그리고 앉아 담 너머 출입구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해가 중천을 지나 서산으로 향할 무렵 아이들이 바라보던
출입문에 바가지를 들고 양조장 주인이 나타난다.
그러자 아이들은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벌떡 일어나
주인 앞에 줄지어 서고, 주인은 그 아이들의 고사리 같은 손에
무언가를 나누어준다.
곡물로 술을 빚은 후 술을 짜내고 난 남은 술 찌꺼기를
술지게미라고 하는데 이 술지게미는 보릿고개 시절 아이들의
유일한 간식 거리자 배고픔을 달래준 음식이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허기를 달래며 기다려서 양조장 주인에게
얻은 것이 바로 술지게미였다.
하지만 기다리는 아이들 모두에게 술지게미가 돌아가지는 않았다
나오는 양은 한정되어있고, 그것을 찾는 아이들의 수는 많았기에..
그 때문에 양조장 앞에는 술지게미가 다 떨어져 빈손으로
돌아가게 된 아이들의 서러운 울음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고,
이런아이를 어르고 달래서 다음날 꼭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집으로
돌려보내야 했던 양조장 주인의 진땀 내는 모습도 양조장의 하루
일과 중 하나였다.
그렇게 보릿고개시절 마을의 양조장은 어른들을 위한 술만 빚는 것이 아니라 배고픈 아이들을 먹이는데도 기여를 했다.
그 시절의 건물은 넝쿨나무가 자라 빛바랜 외벽을 덮어버리고..
갖가지 다양한 술들이 나오고 수입산 술까지 들어오는 지금의 현실에
양조장은 저만치 추억의 뒤편으로 밀려나 버렸지만
여전히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술을 빚어낸다.
술지게미를 애타게 기다리던 아이들이 있던 정문 앞은 이젠
예쁜 벽화가 그려진 관광명소지로 탈바꿈하였다.
잊고 있던 1950~1980년대 시절의 다양한 모습들이 거리마다
숨은 그림 찾듯이 나오는 재미가 이곳 용궁면 龍宮面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이었다.
양조장을 지나 10여 미터 더 올라가면 龍宮面의 또 다른
교통의 중심인 용궁버스정류장이 나온다.
식료품을 다루는 마트가 매표소 겸 대합실을 같이 겸하고 있고,
옆에는 다방도 자리하고 있다.
영주,안동,김천 동서울.. 각지역을 출발하여 점촌, 예천을 경유하는
모든 시외, 시내버스가 이곳에 정차한다.
용궁버스정류장 건너편에는 이지역의 주 노선버스인
예천-점촌-상주-김천 3번 국도를 운행하는 시외버스가
승객을 태우고 다음 정차지인 용궁역 龍宮驛으로 떠난다.
앞서 지나온 양조장이 한창 전성기를 누렸을 시절
저 버스는 누런 흙먼지를 날리며 덜컹덜컹 면내를
지나는 비포장 길을 달려 먼 길을 재촉 했을 것이다..
그때는 곡선 길을 돌고 돌아가던 경북선 慶北線 철길이
버스가 사라진 자갈길의 34번국도 보다 앞선 기동성과
정시성을 앞세워 나갔던 아날로그의 최 정 점을 찍었던 그때..
한 시대를 풍미한 사연 많은 단선철길이 굽어 곡선 길을 돌아
내성천을 향해 뻗어있다.
뜨거운 열기가 이글거리며 달궈진 철길의 몸부림처럼
기적이 울리고, 소백산 사과가 익어가는 영주역 榮州驛을 향해
이곳 다리를 지나 내가 태어나기 전 존재하다 흔적 없이 사라진
송암역 松岩驛으로 향한다.
긴 열차가 지나고 30분이 채 안되어 알록달록 예쁜 옷을 입은
경북순환테마 열차가 바쁜 걸음을 재촉하듯 같은 길 같은
목적지를 향해 달린다.
침제기에 들어선 단선철도라고 하지만 아직 그 존재는 여전히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기에 기적소리는 멈출 수가 없다..
http://tour.ycg.kr/open.content/ko/information/traffic/urban.bus/
예천시내버스 운행시각표 안내(회룡포, 삼강나루터/주막행)
첫댓글 고향의 시골 정취가 물씬 풍겨옵니다.
몇년전 여름에 아내와 아들하고 셋이서 예천여행을 갔었습니다.
삼강주막,회룡포,석송령,용문사등등 거의 다 들러봤습니다.
물론 점심으로 저기 용궁순대집에 들렀지요...
예천은 낙동강이 흐르고 땅이 비옥해서 농사짓기 아주 최적인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경북 도청이 이전되면 많은 변화와 함께 발전이 기대됩니다.
여기 다녀가셨군요..예천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명소지요..요즘 예능프로그램 덕분인지 많은 분들이 찾고 있었답니다. 가을에 회룡포 부근이 정말 아름답지요..
저도 여기 다녀온지가 5년이 되었네요.. 그때 이방송편이 2009년도에 나갔었는데 2009년 초 겨울쯤에 갔을 떄도 저식당은 관광버스와 여러차들로 줄서서 순대를 먹었던기억이나네요.. 그야 말로 시간이 멈춰버린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발절하기를 바라면서 이런 옛추억이 있는 거리들은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도 들게 합니다.. 참 방송이라는 힘이 대단하네요.. 칠곡 신동양조장도 몇년전에 이웃카페에 이 양조장에 대한 글을 올렸는데 요즘에 1박2일로 인해서 외지에서 많이 오더군요.. 아무튼 포스팅들 다 잘 보고 갑니다..
저 식당 저도 10년전 처음 알게되어 갔을때는 인근 상주 점촌쪽에서 많이 찾아왔다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알아주는 곳이 되었죠..신동에도 재래식 양조장이 있었군요...
@파란우산 네 용궁에 있는 양조장보다는 작지만 그만큼 오래된 양조장이 지천파출소 옆에 있는데 여기는 방송나오기전에는 이상하게 대부보다 서울에서 더 유명하였지요 양조장에 술을 구입 안해도 어르신내외분께 보고싶다하시면 언제든 주조실을 오픈 하셔서 술이 익어가는 모습도 보여 주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