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국 산책/김성문 - 발견의 미학
문학의 효용 중의 하나는 기록이다. 기록은 당시의 시대 상황을 살펴볼 수 있고 여러 관계를 알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그런 자료나 기록은 개별적으로 작성되고 흩어져 있어서 그것들을 하나로 잇는 작업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부품들이 따로 분리 되어있는 상황이라면 하나의 완제품으로 만드는 조립이 반드시 따라야 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야만 완성된 제품으로 그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가야국은 잊힌 역사라 보아도 무방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므로 패자는 쓸쓸하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문의 『가야국 산책』은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흩어진 고대 가야국의 자료를 생성과 소멸에 이르기까지 집대성한 완성품이라 하겠다. 김성문이라는 작가가 없다면 491년간 존속한 왕권 국가인 가야국이라는 나라는 단품으로 존재하며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의 새로운 발견은 가야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세우게 하는 발굴 과정일뿐만 아니라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찾아낸 문학적 완성이라 하겠다.
사실 건국 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 神話여서 그 내용의 진위를 따지고 들면 곤란하다. 그러나 신화는 나라에서 나라로 민족에서 민족으로 전승되어서 역사의 정통성으로 연결되는 과정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에 전 세계의 모든 나라나 민족은 놀라운 탄생 설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단군신화는 매우 극적인 형식을 보여준다. 천지인 天地人 사상을 살펴보자면, 하늘(天)에서 내려오신 환웅과 지하(地) 동굴에서 나온 곰이 결합하여 인간(人間)을 만들어 내는 형국이니 단군신화는 하늘과 땅과 인간을 모두 아우르는 넓고도 넓은 우주적 마음이 모여 만들어 낸 결과라 하겠다.
박혁거세 왕과 수로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고구려의 시조 고주몽(추모왕)과 신라왕 석탈해는 인간의 몸을 거친 알에서 태어났다. (15쪽)
가야국의 신화는 난생신화(卵生神話)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두고 아직도 그 결론이 나지 않은 것은 사람들은 믿음보다는 합리적이며 이성적 대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화를 두고 맞느냐, 맞지 않느냐를 따지는 일은 전혀 문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처사다. 신화는 그냥 신화일 뿐이다. 그러므로 옛 문헌을 조사하고 직접 답사하고 찾아보며 연결 고리를 찾아서 하나의 역사적 기록으로, 이야기를 가진 수필 문학으로 만들어 내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수로왕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 혼인이고, 다문화가족의 시작이었다. (34쪽)
지금은 다문화 가정이 매우 흔한 일반적 현상이 되었다. 더군다나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는 인구소멸 국가 가운데서도 거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희한한 결과를 내는 중이다. 수로왕이 들으면 얼른 국제결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라고 위정자들에게 질책할 일이다. 그러나 오천 년의 역사 동안 단일민족이라는 어떤 당위성에 의해서 우리 민족이 똘똘 뭉쳐져 있는 것을 바라볼 때 그 일이 결코 쉬운 일만은 아니다. 어쨌든 우리는 김성문 작가의 끈질긴 노력과 집중으로 인해 새로운 사실을 너무 쉽게 알게 된 셈이다. 그런데, 수로왕의 왕비가 되는 허왕후가 저 멀리 인도에서 왔다고 하니 가야국의 경계가 얼마나 넓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각종 드라마나 영화에 드러나는 역사적 사건의 전개는 사실은 매우 단순한 기록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 기록이 문학이 되고 문학은 곧 영상매체로 발전하고 스토리텔링이 되며 관광문화 유적지가 된 사실을 안다면 이러한 발견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다. 그의 이러한 기록유산은 앞으로 여러 매체에서 활용되겠다.
그의 발견의 과정을 유심히 짚어 볼 일이다. 깊이가 얼마나 깊은가 하면 『삼국유사』는 물론이고, 『삼국지』, 『동국여지승람』, 『산청현읍지』, 『편년가락국기』, 『조선왕조실록』, 『화랑세기』, 『육가야국 사실록』, 『양직공도』,『무릉잡고』, 『환단고기』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일본서기』, 『임나고고』를 아우르고 ,<문화재청> 이나 <매일신문> 등의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게다가 고대 가야국 일대의 각종 비(碑)에 적힌 내용과 여러 사찰을 돌며 연구하고 수집한 자료를 통해 이 책을 적었으니, 우리는 그의 몰입의 정도를 겨우 겉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군가의 열정과 수고로 이루어진 이러한 주제 수필집은 역사학자들도 인용할 수 있는 자료가 되고 우리 역사 중에서도 <가야사>와 같은 잊혀 가는 역사를 되살리며 특히나 지역의 고대 흔적을 찾아가는 중요한 발자취가 되므로 그 의미는 한층 더 짙어진다.
선생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가야국에 관한 새로운 재미난 역사적 사실과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간 자료를 모으시고 그것들을 엮으시는 작업이 쉽지 않았겠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문학의 역할이 이렇게 지식전달에 그 소용이 있고 보면 선생님의 글 하나 하나가 진귀한 기록으로 남지 싶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