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양간 옆 옛이야기 /김정식
외갓집 외양간 옆 쇠죽간 아궁이 볏짚에서 피어오르
는 군불 내음, 외할아버지 거친 주름진 손에서 왕겨가
넣어지며 옛이야기 흐른다. 호랑이 울음, 삼신할매 고
함에 오금 저려가며 타닥타닥 튀는 왕겨, 가마솥 소죽
내음 돌고, 풍구 돌아가는 필름 끊이지 않는 시네마
천국이 상영된다. 드르륵드르륵 영상은 낡고 오래되었
지만, 내 눈에 삼신할매는 서낭당 우물 옆에 분명 살
아 있었고 참기름 발린 썩은 동아줄 아래 호랑이 검은
눈물 굽어보며 별순이와 달순이는 밤하늘에 떠 있었
다.
왕겨가 뒤척여지면,
사그라진 한 줌의 재는
아궁이의 반짝이는
별 밭 속에 다시 피어오르고,
잃어버린 내 영혼의 불씨는
외할아버지 옛이야기 줄에 엮어져
풍구는 차가운 도시 밤하늘을 감싸며 돌아가고 있다
-시집 『먼 산』(교보문고 퍼플,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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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 시인
1968년 경북 문경에서 출생
서울교대 초등수학교육 및 동 대학원 졸업
2020년 월간《우리詩》신인상으로 등단
제 20회 공무원문예대전 은상 외 공모전 4회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