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1일) 성대하게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은 올해 한국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하는 자리였다. 사상 최초로 인터넷 투표방식을 채용한 것은 '시대의 흐름'을 ‘늦게나마’ 반영해서 의미있었고, 일반팬들을 시상식장에 초대한 것 또한 전에 없던 ‘보기 아름다운’ 장면임에 틀림없다.
‘순돌이 아빠’ 탤런트 임현식 씨와 소설가 은희경 씨,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심권호 씨등이 바쁜 중에도 짬을 내서 참석, 올해 프로야구를 이끈 스타들에게 ‘황금장갑’을 건넨 것도 TV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좋은 볼거리였을 것이다.
‘모든 게 좋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시상식 자체는 ‘꽤 괜찮았다’고 평가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개운치가 않았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왜 하필‘골든글러브’인가?"하는 마뜩찮은 마음이 그것이다.
‘이왕이면 올바른 영어인 골드글러브로 부르지’하고 딴지 걸려는 게 아니다. 골든글러브도 좋다. '왜색 언어'의 잔재를 씻어내는 건 어짜피 하루이틀 걸릴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건 당분간 미뤄두자는 얘기다.
그러면 얘기는 철저히 야구적인 것으로 돌아간다.
'미국이나 일본 것'을 잘도 따라한다던 우리 프로야구는 왜 아직도 ‘베스트9’식으로 골든글러브를 나눠주는가?
'골든글러브의 참뜻'이 퇴색돼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는 소리다. 지명타자가 수비하는가? 왜 지명타자에게 황금장갑을 주는가? 그러면 이름이 잘못됐다. 그럴려면 일본의 경우처럼 ‘베스트10’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일반적으로 굳어진 관행이라고 하기엔 그 이름 자체가 허점이 많다는 얘기다.
그러면 바꿀 이름으로 무엇이 좋겠는가? ‘골든배트’는 어떤가? 아니면 정통영어로 '골드배트'라고 하던지…아무래도 좋다.
이름 바꾸기가 만약 싫다면 '황금장갑'의 진정한 주인을 뽑을 일이다. '방망이질'보다도 '글러브질'이 뛰어난 선수들을 뽑아야 한다. 다이빙 캐치로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는 선수, 빨랫줄 같은 송구로 선행주자를 잡아내는 선수들이 황금장갑의 '주인 후보'다. 물론 건실한 수비로 실책을 ‘가뭄에 콩 나듯’ 저지르는 선수들도 마찬가지.
올해 일본프로야구의 경우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괴물타자' 마쓰이가 프로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그의 소감은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 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받게 돼서 말할 수 없이 기쁘다”는 것이었다.
일본이 우리 나라와 같은 방식이었다면 마쓰이가 지금까지 골든글러브 몇 개를 차지했을지 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방망이 무게로 1차 심사를 거친 뒤 수비 능력은 참조하는 정도이고 결국 방망이 무게로 수상자를 뽑는다. 이러한 '본말전도'된 선정 기준으로 인해 적극적인 수비, 곧, ‘그림 좋은’ 수비는 줄어들 것 같아 안타깝다. 팬들의 탄성을 자아내는 '메이저리그급 수비'로의 발전은 더욱 더뎌질 것 같아 두렵다.
한마디 더. 연말에 치러지는 ‘논공행상’식의 시상식에 지금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와서 상을 받고 기뻐했으면 좋겠다. 잔치엔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는 얘기. 하지만 우리네 잔치는 맨 똑같은 사람들만 모이니 그것마다 참석하려는 사람들도 곤욕이고 그 자리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은 쓸쓸하기 마련이다.
빼어난 수비수들도 상을 줘야 한다. 그래야 프로야구 수준이 높아지고 재미도 살 게 된다. 펑펑 터지는 홈런 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그래도 이 방식을 못 바꾼다면 차라리 이름을 바꿔라, '골든배트'로….
SPORTS2i 오영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