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사진연구소와 춘천시건축사회가 주최한 춘천의 건축유산 출판기념회 및 전시회가 지난 22일 오후 춘천문화원 전시실에서 열렸다. 지난해 12월 국립춘천박물관 홀에서 열었던 시민의 눈으로 본 건축전에 비해 작품성도 좋고 작품의 질 또한 월등히 좋았다.
책표지에 '춘천은 살아있다 01'을 명시한 걸 보면 매년 시리즈로 출판 계획을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볼 기회가 없었던 고은리 천주교 곰실공소 최재근 가옥 소양로 성당 등 건축물이 포함된, 춘천의 근대건축을 주로 모아 담은 전시회여서 나름 의미가 있다.
경춘선 구철도 가운데 춘천관내에 남아 있는 경강역 김유정역(구 신남역) 백양리역의 옛 건물사진이 돋보였다. 간이역으로 1939년 개통 당시 지은 백양리역은 원형이 가장 잘 보관된 근대철도유산 중의 하나. 역이 곡선부위에 위치해 있고 국내 유일의 '섬式 역(철로와 철로 사이에 위치해 있는 역)'이자 승강장이 콘크리트가 아닌 흙으로 돼 있다. 구강촌역 뒤편의 돌자수바위와 좌수봉 줄기가 어우러져 사진 매니아들에겐 촬영명소로 알려져 있다. 구신남역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람의 이름을 따 김유정역이라고 부른 역이다. 6.25때 화재로 불타 별돌로 다시 지은 경강역은 강원도와 경기도의 경계지점에 있어 두 도의 첫 글자를 따 강경역이라고 불렀으나 같은 역이름이 있다하여 경강역으로 바꿔 부르게 됐다. 편지 등 영화촬영명소로 알려져 있다.
강원도지사 관사였던 구 춘천문화원 건물을 사계절로 달리 찍은 사진도 돋보였다. 캐노피를 지탱하는 V자 형태의 독특한 기둥과 직사각형 창문을 단 원형 건물이 잘 매치돼 있다. 200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이 됐지만 시청사 건립얘기가 나올 때 마다 철거해야 하느니, 옮겨야 하느니 의견들이 분분하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구춘천문화원건물을 철거 또는 이전하여 춘천시민들의 기억을 모두 없애느니 이 건물을 중심에 놓고 배치하여 근대와 현대의 이미지가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게 좋겠다. 춘천중앙감리교회의 옛 건물인 춘천미술관은 강원도의 대표적인 개신교회 건물로 마땅히 등록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
소설가 오정희의 옛우물이란 소설에나 나오는 '연당집' 이규완 가옥은 친일인사의 고택이기는 하지만 춘천에서는 보기드문 고급가옥 중의 하나로 춘천 최초의 2층 건물로도 알려져 있다. 화재로 검게 그을린 목재를 사진 속에 담지는 않았지만 춘천시의 문화유산 관리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고발사진이기도 하다. 정방형 연못과 2층 누각, 그리고 뒷켠에 지은 목욕탕은 당시 상류층들의 삶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강원사진연구소는 붉은 벽돌로 만든 도향토공예관 경사로의 아름다운 곡선과 작지만 공간배치가 절묘한 창촌3리의 농가주택인 정지환 가옥, 韓式과 日式이 공존하는 박광순 가옥, 현대가옥 가운데 오롯이 서 있는 약사동 망대의 하얀 벽색까지도 잘 포착을 한 듯하다.
또한 광각렌즈로 잡은 봉의산 기슭의 강원도청사와 춘천시청사는 구한말의 춘천이궁의 이미지와 문화행정의 중심지로서의 춘천을 대변하는 이미지를 동시에 안겨 주고 있다.
명암 대비와 망원렌즈를 활용한 춘천소양 1교의 교각 클로즈업 사진은 6.25의 흔적과 근대문화유적으로서의 가치를 동시에 느끼게 해 준다.
그러나 어안렌즈로 찍은 건물사진의 경우 마치 실제로도 피사의 사탑과 같은 착각을 줘 본래의 건물 선의 아름다움을 나타내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또한 작년에 찍었던 고건축물인 조양루, 향교, 청평사 등과 소양강댐 의암댐 등 토목구조물을 건축유산 속에 함께 포함시킴으로써 당초 의도를 희석시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제1시리즈의 타이틀은 춘천의 근대건축유산으로 좁혔어도 좋았을 것이다.
이번 책자는 영문으로 번역을 하여 외국인의 여행가이드북으로 활용하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다만 방문객을 위하여 건축물이 위치한 행정주소를 명기하거나 사람이 거주하는 건축물인 경우 주인의 동의를 얻어 전화번호라도 적어 넣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주말 우리집에서 묵을 남아공 출신 산드라 부부와 그의 아들부부에게 선물하기 위해 1만원을 주고 한권을 구입했다.
첫댓글 회장님의 관람평 잘 읽었습니다. 이처럼 전시평을 생생한 느낌을 담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고 강원사진연구소에도 크게 보탬이 되리라 여깁니다. 역문회원들도 다수 개인회원으로 참여한 답사를 거쳐 나온 전시였기에 의미도 그만큼 깊었지요. 전시장에서도 둘러보며 하나하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전시도록도 디자인이나 사진인쇄가 뛰어나고 특히 설명의 말을 영어로도 함께 실어서 더욱 가치를 높였습니다. 다만 사진에 붙인 캡션(사진설명)에 대해서는 많은 지적과 보탬의 말이 있었습니다. 춘천시건축사회에서 제작했다고 하였지만 좀 더 정확성을 기하고 문화적 설명을 추가하였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춘천시건축사회의 후원은 춘천의 역사문화 뿌리찾기에 좋은 선례로 남을 만 합니다. 춘천역사문화연구회가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시민강좌와 건축전의 경우도 춘천시농협 신한은행 주피부과의원 (주)종합건축사사무소산의 자발적 후원으로 가능했지요. 특히 공기업인 한수원 한강수력본부의 협찬으로 만드는 시민강좌 CD는 자료축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업체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은 건강한 풀뿌리 시민사회를 만들고 춘천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