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신론 강설 32>
세상은 모두 진여(眞如) 하나의 모습이다.
지관문(止觀門)의 수행은 결국 진여(眞如)에 들어가기 위한 것이다.
지관(止觀)을 성취하면 진여삼매(眞如三昧)를 얻는다.
본문에서는 이 진여삼매에 의해 법계가 하나의 모습임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이 말은 모든 존재의 세계가 그 근본이 하나라는 사실을 삼매에 의해서 비로소 안다는 말이다.
이른바 부처님들의 법신이 중생들의 몸과 평등하여 둘이 아니므로 이를 일행삼매(一行三昧)라 한다 하였다.
일행삼매란 진여법계의 평등한 모습을 진실 그대로 하나로 관상하는 삼매이다.
이 삼매의 근본이 바로 진여이다.
만약 누구라도 이 진여를 닦으면 차츰차츰 한량없는 삼매가 생기게 된다.
모든 중생들이 누구나 그냥그대로 깨달은 자의 진리의 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있다.
그런데 본론에서는 이 삼매의 경지를 얻을 때의 주의할 점을 설명하고 있다. 마(魔)의 경계가 나타나 장애를 받는 경우다.
“혹 어떤 중생이 선근(善根)의 힘이 없으면 온갖 마군과 외도, 귀신들로부터 어지럽힘을 당하게 된다. 앉아 있는 가운데 모습을 나타내어 공포를 느끼게 하거나 단정한 남녀 등의 모습을 나타내는 수가 있는데 이때 오직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라 생각하면 경계가 곧 사라져, 마침내 괴롭히지 못하게 된다.
혹은 천인의 모습이나 보살의 모습을 나타내며 혹은 여래의 모습으로 상호가 갖춰진 채 나타나 다라니를 설하며, 혹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를 설하며 혹은 평등, 공(空), 무상(無相), 무원(無願), 무원(無怨), 무친(無親), 무인(無因), 무과(無果) 이어 필경에 공적(空寂)한 것이 진실한 열반이라 설하며, 혹은 사람들로 하여금 과거 숙명을 알게 하며, 또한 미래의 일도 알게 하며, 남의 마음을 아는 지혜를 얻게 하며, 말하는 솜씨가 걸림이 없게 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세간의 명예나 이익이 되는 일에 욕심을 부리게 하며, 또 사람들로 하여금 자주 화를 내다가 자주 기뻐하게 하는 등 성격이 항상 안정됨이 없게 하며, 혹은 자애로운 마음이 많게 하며, 잠과 병이 많아서 그 마음이 게을러지게 하며, 혹은 갑자기 정진심을 일으켰다가 문득 그만 두게 하며, 불신의 마음을 내어 의심과 걱정이 많게 하며, 혹은 본래의 수승한 행을 버리고 잡된 일을 닦게 하며, 혹은 세상사에 집착하여 갖가지로 끌려 얽매이게 하며, 또 사람들로 하여금 삼매를 얻어 그럴듯하게 하게도 하나니 모두가 외도들이 얻은 바라 참된 삼매는 아니니라.”
선정을 닦는 중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마경(魔境)을 설해 놓은 대목이다.
『능엄경』 10권 가운데 9~10권이 전부 변마장(辨魔章)이듯이 『기신론』에서도 마경을 매우 구체적으로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마(魔)는 원래 마라(魔羅:Mara)를 줄인 말로 살자(殺者), 탈명(奪命), 장애(障碍) 등으로 한역했는데 악마라는 뜻이다.
이 마(魔)가 특히 선정수행을 방해한다고 한다.
부처님이 보드가야의 보리수 아래서 정각을 이룰 때에도 이 마가 방해를 했다 한다.
팔상도(八相圖)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정각을 이룬 것을 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이라 말했다.
이 마(魔)가 나타나 천신의 모습이나 보살의 모습, 심지어는 부처님의 거룩한 모습으로도 나타나는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들로 나타나 그럴듯한 법을 설한다.
육바라밀을 설하고 혹은 평등하고 텅 비고, 겉으로 나타나는 모양도 없으며, 원할 것도 없고 원망할 것도 없으며, 인과의 이치마저 벗어나 절대적으로 비워 고요하기만 한 것, 그것이 바로 참된 열반이라 설하는 진짜 같은 그를듯한 사이비성 장면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고 한다.
또 지나간 옛일이나 미래의 일을 알며, 남의 마음을 알기도 하며, 변재가 자유자재하고 그러한 것으로 세상의 명예나 이익을 얻으려 하며, 사람들을 화를 내다가 금방 웃게 하는 등 성격이 괴팍스러우며, 무절제한 생활을 마구잡이식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인정이 너무 많거나 잠이 많으며, 병이 자주 나며 그 마음이 게으르고, 혹은 갑자기 정진을 시작하다가 이내 그만 두고 신심을 잃어버려 의심과 걱정에 빠지는 수가 있다.
또 수행을 잘 해 오다가 그것을 버리고 잡된 일을 시작하여 세속적인 일에 집착하게 되어 여러 가지 일에 얽매여 삼매를 잃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모두 참된 삼매가 아니라는 것이다.
- 지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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