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 두산 & 롯데
SK는 강하다. 하지만 4월에 보여준 무적의 모습(19승5패)은 아니다(5월 11승10패). SK의 선두 질주에 지대한 공헌을 한 팀은 삼성-LG-KIA. SK는 이들을 상대로 14승2패를 기록했다(나머지 17승14패). 반면 2,3,4위 팀인 두산(5승4패) 롯데(3승5패) 한화(3승2패)를 상대로는 11승11패에 그쳤다. 특히 5월에는 문학에서 두산과 롯데 모두에게 충격적인 3연패를 당했다. 두산전은 김광현-전병두-채병용, 롯데전은 레이번-김원형-김광현으로 선발 카드도 나쁘지 않았다.
두산 - 불펜 부담
두산 마운드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선수는 김명제(55이닝). 그 다음은 랜들(53⅓이닝)이다. 그렇다면 3위는? 놀랍게도 37⅓이닝의 임태훈이다. 설상가상으로 4위는 35⅔이닝의 이재우다. 선발등판을 한 번도 하지 않은 불펜투수들이 팀내 이닝 순위 3,4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두산을 제외하면 5위 이내에 전문 셋업맨이 들어 있는 팀은 없다. 선발로도 한 차례 나섰던 롱맨 송신영이 우리에서 5위에 올랐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임태훈과 이재우는 선발로 1경기에 나서지 않고서도 100이닝을 돌파하게 된다.
불펜을 지나치게 활용하는 것으로 초반 좋은 성적을 내는 팀은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팀들은 거의 대부분 시즌 중반부터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 결승점 가까이에 가서는 뒤쳐지거나 낙오하게 된다. 설령 시즌을 무사히 마치더라도 이듬해 큰 후유증을 겪는다. 이재우는 최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두산의 올해가 해피엔딩이 되기 위해서는 좀더 어려운 시즌이 되더라도 임태훈과 이재우에게 쏠린 부담을 덜어내야 한다.
롯데 - 대타 성공률
손민한이 이끄는 선발진은 올시즌 최강이다. 가르시아가 계속 이렇게 해준다면 타선도 큰 걱정이 없다. 최향남-임경완의 '더블 스토퍼'도 나쁘지 않은 생각으로 보인다. 하지만 롯데는 1점차에서 최하위인 4승8패에 그치고 있다. 7위였던 지난해에도 11승17패로 올해보다는 좋았다. 또한 롯데가 5회까지 뒤진 경기를 뒤집어 승리한 것은 14번 중 1번으로(.071) 8개 구단 중 가장 적다. 17경기 중 5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294) 두산과 크게 대조적이다.
1점차에서 약한 것과 역전승이 적은 것은 불펜과 타선의 공동책임이다. 실제로 롯데의 팀 타율은 .275로 SK(.286) 다음이지만, 득점권에서는 .261로 LG(.247) 다음으로 나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대타 타율이다. 롯데의 대타 타율은 9푼5리(21타수2안타). 두산(.351) SK(.269) 삼성(.263) LG(.261) 우리(.246) 한화(.242) KIA(.224) 중 1할에 미치지 못하는 팀은 없다. 이는 접전인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롯데는 실점에서 비자책점이 차지하는 비중(11.9%)이 유일한 두자릿수다(7팀 평균 7.9%, 1위 삼성 6.3%).
한화 - 테이블세터
한화 3번타자의 OPS(.941)는 8개 구단 1위다(2위 우리 .927). 장타율은 유일한 5할이다(.565). 4번타자 OPS도 두산-롯데(.977)에 이은 3위(.964). 장타율은 역시 1위다(.580). 하지만 한화가 이런 핵펀치로도 평균득점(4.76)이 롯데(5.04)-두산(4.93)-SK(4.89)보다 못한 것은 잽이 없기 때문이다. 1번타자 출루율은 최하위인 .344(1위 KIA .405). 7팀 평균(.379)과 큰 차이다. 2번 역시 3할을 겨우 넘는 수준(.301)으로, 우리(.283)에 앞선 7위다. 2번 출루율이 .415인 SK, .420인 두산과 비교하면 1할이 넘는 차이다. 결국 클락-김태균-이범호의 클린업 트리오는 홈런이 아니고서는 타점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한화 1번타자의 출루율이 낮은 것은 '이영우가 아닌 1번타자' 때문이다. 이영우의 1번타자 출루율은 .416에 달한다. 그러나 이영우는 출루율이 1~3회 .416, 4~6회 .424에서 7~9회 .319로 크게 떨어지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기동력에도 한계가 있다(0도루). 2번에서는 추승우가 살아나고 있는 중. 하지만 좌타자임에도 우투수 상대 출루율은 .313 장타율은 .297에 불과하다. 사실 한화 타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동아웃 수준의 하위타선(타율 .217)이다(7팀 평균 .251).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은 1,2번이 더 분발하는 것이다.
삼성 - 2번과 3번
평균자책점 7위(5.29)의 선발진은 올해 삼성이 고전하고 있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이다(8위 LG 5.65). 하지만 이에 못지 않은 문제는 심정수와 양준혁이 이탈하고 크루즈마저 떠나게 된 중심타선이다. 올시즌 삼성 클린업 트리오의 장타율은 .381로, LG(.367) 다음으로 낮다. 지난해(.480)에 비하면 무려 1할이 떨어졌다. 삼성 3번타자의 OPS는 .660. 6할대인 팀은 삼성이 유일하며, 다른 7팀의 평균은 .810이다. 특히 .333의 장타율은 상대를 위협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삼성은 이종열(.252-311-313)이나 이현곤(.250-330-301)이 3번을 치고 있는 셈이다.
4번은 박석민(4번 성적 .333-413-524)의 등장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는 중. 하지만 2번이 또 구멍이다. 삼성 2번 타자의 성적은 .220-311-262로 우리(.222-283-299)와 함께 참담한 수준이며, 특히 장타력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은 크루즈를 대신할 외국인선수로 선발투수를 고려하고 있다. 물론 선발진 역시 심각하지만, 중심타자를 데려오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선발진은 막강 불펜이 도와주면 되지만, 심정수가 시즌아웃을 당하고 양준혁의 부활을 장담할 수 없는 타선에는 구원군이 없기 때문이다.
KIA - 좌완 공포
16승16패. KIA가 올시즌 우완선발을 상대한 경기에서 거둔 성적이다. 하지만 좌완선발과 맞선 경기에서의 성적은 24일 이승호를 상대한 경기에서의 15-13 승리를 포함하더라도 4승12패에 불과하다. 반면 상대 좌완선발들은 KIA를 상대로 11승1패를 기록하고 있다. 올시즌 고전은 좌투수를 공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KIA의 우투수 상대 타율은 .283로, 롯데(.288)에 이은 2위이지만, 좌투수 상대 타율은 .227로 최하위다.
이용규-이종범-김원섭에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현곤 김선빈 차일목 김종국 발데스 등 하위타선에 있는 타자들은 대부분 좌투수에 약하다. 특히 김종국(우 .259, 좌 .045) 김선빈(우 .275, 좌 .143) 차일목(우 .318, 좌 .150)의 편차가 상당히 크다. 하지만 KIA 타선은 분위기 전환의 기회를 잡았다. 좌투수에 강한 좌타자 장성호가 부상 회복에서 돌아온 것. 여기에 이재주(좌 .389-560-833)가 계속 불타오른다면 앞으로 KIA를 상대하는 좌투수들은 긴장 좀 해야 할 것이다.
우리 - 火펜
황두성은 좋은 소방수다. 하지만 우리 불펜에 붙은 불은 황두성 혼자서는 끌 수 없는 규모다. 우리 불펜진의 평균자책점은 4.70. LG(4.56)보다도 더 나쁜 최하위다. 이닝별 평균자책점 역시 1~3회 3.89에서 4~6회 4.49, 7~9회 4.79로 점점 올라간다. 두산-삼성-LG가 갈수록 내려가고, SK-롯데-한화-KIA가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갈수록 올라가는 팀은 우리가 유일하다.
이는 성적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1점차에서 승률(7승11패 .389)은 롯데(4승8패 .333) 다음으로 낮다. 또한 우리는 연장전에서 가장 많은 패배(1승4패)를 당한 팀이다. 1점차에서 8승2패, 연장전에서 5승1패인 SK와 정반대의 야구를 하고 있다. 5회까지 앞선 경기에서의 승률도 .652(15승8패)에 불과하다. 우리를 제외하면 8할 이하인 팀은 아무도 없다. 16전 전승인 삼성, 22승1패인 SK와 크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선발진에서 빼낼 선수가 더 이상 없다는 것이다.
LG - 안방 고양이
LG의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SK의 문제를 찾아내는 데 애를 먹었다면, LG는 문제가 너무 많아 고민이었다. 올시즌의 LG는 스틱스 강에 한쪽 발만 넣었다 뺀 아킬레스와 같다. LG는 경기당 4점대 득점이 위협받고 있는 평균득점 최하위(4.02) 팀이자, 유일한 5점대 평균자책점(5.16) 팀이다. 1~3회 .276, 4~6회 .271인 팀 타율은 7~9회 .225로 급격히 떨어진다. 팀 타율 .258는 한화(.252)와 삼성(.254)을 앞선 6위이지만, 득점권 타율(.247)은 최하위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믿고 싶지 않은 홈경기 7승20패다(원정 12승11패). 물론 홈 7승15패의 우리가 있긴 하지만(원정 12승13패) 우리는 목동구장이 첫 시즌인 팀이다. 홈경기 승률이 .259라는 것은 '팬들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라는 프로야구단의 1차적인 임무에 완벽히 실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LG는 경기시간도 가장 길다(3시간24분). 2위 SK(3시간23분)의 관중들이 이기는 과정을 길게 보고 있는 것이라면, LG는 그 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