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득꼬득한 맛이 일품인 해삼
해삼은 극피동물로 몸은 원통형이며 껍질에 석회질이 많다. 전방에는 10~20개의 촉수로 둘러싸인 입이 있고, 후방에 항문이 있다. 길이 20~30cm, 폭 5~8cm로 몸빛은 흑색에 가까운 암록색이고, 갈색 무늬가 있는 것도 있다. 수분이 90%이고, 단백질은 2%에 불과한데 거의 콜라겐이어서 소화가 잘 안 된다. 단백질의 급원이기보다는 기호식품에 가깝다.
동해안에서 많이 나고 서해나 남해의 얕은 바다에서도 산다. 초겨울이 제철이고 산란기는 늦은 봄에서 여름철이다. 이 때 떨어지는 껍질을 문질러 보면 골편이 미끈거리는데 수분이 빠져서 몸이 줄어들기 때문이며 맛이 꼬득꼬득해진다. 해삼을 좋아하는 이는 이 맛을 즐기는 것으로 날로 썰어서 초간장이나 초고추장을 찍어 먹는다.
『규합총서』에서는 “『설부』에 이르기를 ‘남해에 벌레가 있는데 뼈가 없고 물에 있으면 살고 물이 없으면 죽는다’고 하였으니 해삼을 가리키는 듯하다. 북해 것이 으뜸이요, 동해 것은 그 다음”이라고 하였다. 이 책에서는 거의 말린 해삼으로 만든 음식을 소개하였다.
『음식디미방』에서는 ‘해삼 다루는 법’으로 “마른 해삼을 노고에 넣고 삶아서 뱃속을 모두 칼로 긁어내고 씻어서 무르게 삶는다. 꿩고기, 밀가루, 석이, 표고, 참버섯, 송이를 짓두드려 후춧가루 등으로 양념하여 해삼 뱃속에 가득 넣고 실로 동여맨 다음 노고에 넣을 수 있는 그릇에 담는다. 노고에 물을 붓고 닭 찌듯 쪄내어 실을 풀어 버리고 썬다”고 하였는데 ‘해삼찜’인 듯하다.
또 ‘해삼 말리는 법’에 대한 설명도 나온다. “해삼을 칼로 따고 긁어서 깨끗하게 씻어 무르게 고아, 반은 그대로 말리고 나머지는 썰어서 말려 둔다. 급하게 음식을 만들어야 할 때에는 물에 담가 불렸다가 양념하는데 꿩 잘게 다진 것에 후추, 천초, 밀가루를 섞어 해삼 속에 넣고 실로 동여매어 닭 찌듯 쪄서 실을 풀고 썰어서 쓴다”고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해삼은 배를 갈라 대가리에 있는 하얀 모래 같은 것을 꺼내 버리고 물에 불려서 여러 번 씻는데, 마른 것은 불려서 쪼개어 모래를 꺼낸다. 큰 것이 쓰기에 좋으나 북해삼은 예부터 자양에 좋다”고 하였다.
말린 해삼으로 만든 음식에는 소를 채워 지진 전인 해삼쌈과 미쌈이 있다.『역주방문』의 ‘해삼증’은 “마른 해삼을 볏짚과 함께 푹 무르게 삶는데 볏짚으로 찔러서 들어갈 때까지 삶는다. 연한 생더덕이나 생무를 찧어서 푹 삶고 거기에 후춧가루 등 갖은 양념을 섞어서 해삼 가운데에 넣고 찹쌀가루나 밀가루 즙을 그 위에 붓는다. 후춧가루와 익혀서 썬 달걀, 거피한 잣을 즙 위에 뿌린다”고 하였다.
조선조 궁중의 잔치에서도 해삼찜을 자주 차렸다. 해삼이 주재료이고, 꿩, 어린 닭, 대장, 소 안심, 곤자소니, 등골 등의 육류와 전복, 석이, 표고, 미나리, 무, 달걀, 밀가루 등과 양념이 들어간다. 궁중의 해삼찜은 닭과 꿩 또는 내장류를 무르게 삶고, 따로 불린 해삼에 고기 소를 채워서 지지고, 등골은 전으로 지지고, 미나리는 초대를 부쳐서 채소와 함께 장국에 넣어 한소끔 끓여서 밀가루즙을 풀어 넣어 익힌 후, 달걀 지단과 잣을 고명으로 얹었다.
옛날에는 해삼을 ‘
’라 하였는데, ‘미쌈’은 해삼 안에 소를 채워서 지진 음식을 말한다. 『시의전서』의 ‘해삼쌈’은 “좋은 해삼을 물에 담가 불으면 푹 삶아 내어 갈라서 속의 모래와 해감을 꺼내고 깨끗이 씻는다. 황육(쇠고기)과 숙주, 미나리를 다져서 두부와 섞어 갖은 양념을 해서 주물러 해삼 뱃속에 가득 넣고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씌워 부친다”고 하였다. 『우리음식』의 ‘미쌈(해삼전)’ 만드는 법을 보면, “생해삼이면 모래를 털고 잘 씻어 잠깐 물에 데쳐서 가운데를 가르고 두부와 고기를 다져 양념한 것을 넣는다. 겉에다 밀가루를 바르고 달걀을 묻혀 기름에 부친다”고 하였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알쌈’ 또는 ‘못소’라 하여 “자잘한 해삼을 하룻밤 불려서 배를 갈라 속의 모래를 빼고 잠깐 삶은 다음 통통하게 소를 넣고 소 부분에다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을 씌워서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익혀서 초장에 먹는다. 제사 때에는 큰 해삼으로 만들고 소에다가 실백 서너 개를 넣어 먹는다. 해삼은 데치면 도리어 단단해지므로 데치지 말고 맑은 물에 여러 번 담가 두어 저절로 물러지게 한다. 물을 자주 갈아 주지 않으면 썩는다. 바싹 마르지 않은 것은 쪼개어 흰 오장을 빼 버리고 물에 담가야 만들기가 쉽다”고 하였는데, 앞의 해삼쌈과 같은 음식인 듯하다.
궁중에서는 마른 해삼과 마른 전복을 오랫동안 고는 잡탕이나 곰탕에 넣어 무르게 삶아서 많이 썼다. 해삼으로 만든 찬은 별로 많지 않은데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 해삼초 만드는 법이 나온다. “해삼을 두어 날 불렸다가 쪼개어 속에 있는 모래를 다 빼고 또 한참 불려 전복초처럼 만든다. 해삼을 삶으면 오래 불리지 않아도 쓸 수 있다”고 하여 간장(진간장)에 거무스름하게 조린 찬이다.
개성의 향토 음식 중에 홍해삼이 있다. 다진 고기와 두부를 양념하여 마른 홍합과 해삼 불린 것을 주먹만하게 뭉쳐서 쪄내어 겉에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서 지져 낸 진기한 음식으로 홍합과 해삼이 각각 남녀를 상징한다고 한다. 제사 때에는 꼬치에 꿰어서 고인다.
바위에 붙어 사는 멍게
멍게의 원래 이름은 우렁쉥이이다. 원색동물의 일종으로 지름이 10cm 정도이고 길이가 15~20cm로 주먹만하다. 겉면은 두꺼우며 가죽같이 생겼는데 젖꼭지같이 생긴 돌기가 촘촘히 나 있다. 어릴 때는 바다에서 헤엄을 치지만 크면서 바위에 붙어서 사는데 아래쪽에 해초 뿌리 같은 것이 많이 달려 있어 바위에 붙어 있을 수 있다. 껍질을 갈라서 안에 들어 있는 누런 색의 살을 먹는다. 5~7월 깊은 바다에서 3년 정도 자란 것이 가장 맛있다.
진한 붉은색이 나는 것도 있고 더 밝은색도 있으나 맛에는 큰 차이가 없다. 손으로 잡았을 때 바로 팽팽하게 되살아나는 것이 신선한 것으로 향이 독특하고 씹히는 감이 아주 좋다. 싱싱한 것은 회로 먹는데 대개는 살을 먹기 좋게 썰어서 배추 채나 상춧잎 위에 얹고 멍게 꼭지도 곁들여 담는다. 초고추장이나 겨자초장, 고추냉이(와사비) 간장(진간장)에 찍어 먹는다.
멍게의 사촌 미더덕
서울을 비롯한 내륙에 사는 사람은 미더덕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서 실습을 하려고 미더덕을 주문하였더니 산에서 나는 더덕을 갖다 준 적도 있었다. 미더덕은 멍게의 사촌쯤 되는 해물인데 아기 고추처럼 생겼고 황갈색이며 껍질이 단단하다.
그나마 전국적으로 알려진 음식으로 마산의 미더덕찜이 있는데 맛이 원래와는 많이 달라졌다. 본고장의 미더덕찜에는 조갯살과 고추, 방앗잎이 꼭 들어가는데 요즘에는 콩나물만 잔뜩 넣고 맵게 만든다. 미더덕찜에 넣는 채소로는 도라지, 고사리, 원추리, 취, 두릅, 미나리, 콩나물, 표고버섯, 풋마늘, 풋고추, 다홍고추 등이 있는데 대여섯 가지만 넣으면 된다. 방앗잎과 들깻가루는 꼭 들어가야 맛있다. 미더덕을 깨끗이 씻고 조갯살은 다지고 나물은 다듬어서 데쳐 놓는다. 물에 된장을 슴슴하게 풀고 들깻가루와 녹말을 넣어 고루 저어서 국물을 만든다. 커다란 냄비에 조갯살과 채소를 섞어서 불에 올리고 앞의 국물을 부어서 익으면 굵은 고춧가루를 뿌리고 청장(재래식 간장(국간장))으로 간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미더덕과 방앗잎을 넣고 고루 섞어서 익힌다. 미더덕과 방앗잎은 나중에 넣어 잠깐만 익혀야 독특한 향과 맛이 살아난다.
찌개나 전골에 미더덕을 몇 개씩 넣어서 끓이면 짭조름하면서 시원하다. 양식한 것은 껍질이 연하고 자잘하여 껍질째 먹지만 자연산은 껍질이 울퉁불퉁하고 단단하여 살만 발라서 먹는다.
‘바다의 호르몬’ 성게
성게는 공처럼 생겼으며 껍질에 싸여 있다. 보통 알이라고 부르는 진한 보라색이나 적갈색 생식소는 담백하고 달며 향기도 아주 좋다. 주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질이며 비타민 A·B1·B2와 철이 풍부하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것으로는 남방계에 속하는 말똥성게, 분홍성게, 보라성게 등이고 북방계로는 북쪽말똥성게가 있다. 제주도 및 삼면의 얕은 해안에서 산다. 경북 영일군 구만리에서 많이 잡힌다. 이곳에서는 잠수하여 잡아 올리는데 색깔이 샛노랗고 단맛이 많아 일본에 많이 수출한다.
깐 성게를 구입할 때에는 알이 풀어지지 않고 윤기가 나는 것으로 고른다. 성게는 날로 간장(진간장)을 찍어 먹어야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염장품으로 병조림을 하거나 고루 으깨어서 절인 것도 있다.
먹는 부분이 생식소여서 “바다의 호르몬”이라 하여 강장제로도 인기가 좋으며, 효소 성분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역할을 하여 술안주로도 즐긴다. 예전에 흔할 때는 제주도 어촌에서 미역국 끓일 때 별미로 성게를 넣어 먹었다고 한다.
조리법
해삼·멍게회
멍게의 원래 이름은 우렁쉥이이다. 깊은 바다에서 자란 5~7월 것이 맛있다.
해삼·멍게회
재료(4인분)
생해삼 3개(200g), 멍게 3개(500g)
(가) 고추장 4큰술, 간장(진간장) ½큰술, 청주 ½큰술, 식초 2큰술, 설탕 2작은술, 마늘즙 2작은술, 생강즙 1작은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해삼은 단단한 것으로 골라서 배를 갈라 내장을 빼고 얇게 저민다.
2. 멍게는 우둘투둘한 꼭지 부분을 도려내고 갈라서 살만 꺼내어 내장을 떼어내고 서너 조각을 낸다.
3. (가)의 다른 조미료로 합하여 초고추장을 만든다.
4. 접시에 쑥갓을 깔고 멍게와 해삼을 담고 초고추장은 따로 작은 그릇에 담아 낸다.
해삼전
마른 해삼을 연하게 불려서 소를 채워서 노릇하게 지진 전이다.
해삼전
재료(4인분)
불린 해삼(소) 12개, 쇠고기(우둔) 100g, 두부 100g, 밀가루 적량, 달걀 2개, 지짐기름 적량
(가) 간장(진간장) 1큰술, 설탕 ½큰술, 다진 파 2작은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나) 간장(진간장) 2큰술, 물 1큰술, 식초 1큰술, 잣가루 ½작은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불린 해삼은 배를 갈라서 내장을 꺼내고 깨끗이 씻는다. 마른 해삼일 경우에는 되도록 작은 것으로 골라 냄비에 담고 물을 넉넉히 부어 약한 불에 올려놓는다.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그대로 두어서 완전히 식으면 다시 불에 올려 데웠다가 다시 식힌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하여 원래 크기의 5배 이상 되게 불린다.
2. 쇠고기는 살로 곱게 다지고, 두부는 깨끗한 행주로 싸서 도마 등 무거운 것으로 눌러 물기를 빼고 곱게 으깬다.
3. 다진 쇠고기와 으깬 두부를 합하여 (가)로 양념하여 소를 만든다. 해삼의 안쪽에 밀가루를 고루 묻힌 다음에 소를 꼭꼭 눌러 펴서 채운다.
4. ③의 해삼의 소를 넣은 면에만 밀가루를 얇게 묻히고 달걀에 푼 것에 담갔다가 뜨겁게 달군 번철에 노릇하게 지진다.
5. (나)의 양념을 합하여 초장을 만들어 곁들여 낸다.
홍해삼
홍합과 해삼 불린 것을 쇠고기, 두부와 함께 찜으로 만든 개성의 향토 음식이다.
홍해삼
재료(4인분)
불린 해삼 200g, 불린 홍합 200g, 쇠고기(우둔) 300g, 두부 ½모(200g), 밀가루 ½컵, 달걀 3개, 지짐기름 2큰술
(가) 간장(진간장) 1큰술, 소금 1작은술, 설탕 1큰술, 다진 파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나) 간장(진간장) 2큰술, 물 1큰술, 식초 1큰술, 잣가루 ½작은술
* 계량 단위
1작은술 - 5ml(cc) / 1큰술 - 15ml(cc) / 1컵 - 200ml(cc) / 1되 - 5컵(1,000ml)
만드는 법
1. 쇠고기는 곱게 다지고 두부는 으깨어 합하여 (가)로 양념하여 고루 치댄다.
2. ①을 반으로 나눠 불린 홍합과 해삼을 각각 넣고 주먹만하게 타원형으로 뭉쳐서 밀가루를 고루 묻혀 찜통에 쪄낸다.
3. 쪄낸 것을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서 지지는데, 홍합이 들어간 것에는 노른자, 해삼이 들어간 것에는 흰자를 입혀서 지진다.
4. 식으면 도톰하게 썰어서 그릇에 담고 (나)로 초장을 만들어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