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천도다리로
십일월 첫째 월요일이다. 일과 후 와실로 들어 간편복으로 갈아입고 나섰다. 해가 짧아져 산행은 어렵고 시내버스로 얼마간 이동해 산책을 다녀올 참이다. 거제대로 횡단보도를 건너 연사 정류소로 나갔다. 저녁 공부를 않고 일찍 귀가하는 학생들과 같이 버스를 기다렸다. 옥포 방면으로 다니는 학생들이 다수고 일부는 하청이나 장목도 있었다. 하청에 딸린 칠천도로 갈 요량이었다.
창원에는 어디로 나서든 곳곳에 공원이 잘 조성되어 밤이면 가로등이 켜져 웬만큼 산책을 다녀도 불편함이 전혀 없었다. 거기 비해 고현에는 공원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내가 주중 머무는 연초는 공원이 아예 없다. 고작 연초천 천변 산책로가 있는데 아침마다 거길 지나쳐 지형지물이 너무 낯익었다. 밤바다를 바라보며 방파제를 걸을 수 있는 곳을 택했더니 칠천도다리 밑이 생각났다.
35번은 두 시간 간격으로 운행되는 칠천도 일주 버스였다. 여름 방학 들기 전 그 버스를 타고 대곡에서 내려 황덕도로 건너가 작은 섬을 답사한 적 있었다. 섬에서 섬으로 놓인 연도교를 건넜더랬다. 물안마을에서 옆개해수욕장을 찾은 날도 있었다. 방학 이후 송포마을에서 무인도인 수야방도로 건너갔다. 그림 같은 아치형 산책 교량을 건너 전망대에서 붉게 물든 저녁놀을 바라봤다.
이제는 해가 짧아져 산책이 제한되어 가로등이나 외등 불빛이 있는 곳만 찾아간다. 버스는 연초삼거리에서 덕치고개를 넘어 하청으로 갔다. 면소재지에서 와항마을 지나 실전삼거리에서 칠천도다리를 건너 장안교회 앞에서 내렸다. 정류소 이름이 ‘장안교회’지 그곳은 장곶마을이었다. 다리목에 형성된 식당이 몇 개 있었다. 일주도로에서 옥계마을 방면에서 해안선 방파제로 내려갔다.
다리 밑 포구엔 작은 어선이 몇 척 묶어 있었다. 칠천량은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였다. 정유재란 때 원균 휘하 조선 수군이 왜군에게 참패했던 뼈아픈 해전의 현장이었다. 판옥선 백 여 척이 불타 가라앉고 이만여 명 조선 수군이 수장 당했다. 인근 옥계마을엔 당시 해전을 잊지 않으려는 기념관이 있다. 지금이라도 원혼을 달래는 빗돌이 세워져져야 하고 그 앞에 고개를 숙이고 싶다.
칠천도로 건너온 교각엔 청홍의 조명이 들어와 야간에 지나는 배들의 안전 운항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상판에는 가로등이 켜졌다. 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으로 하늘보다 더 검은빛이었다. 방파제 가까이 작은 바위섬 등대에선 파란 불빛이 반짝거렸다. 바다 건너 하청에는 조명탑에 불이 환했다. 면소재지 가까이 야구 훈련장이 있더니만 선수들이 밤에도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다.
방파제에서 서성이다 해안선 따라 교각 밑으로 다가갔다. 펜션과 레스토랑이 보였고 횟집도 당연히 있었다. 교각과 바짝 붙은 선착장엔 특이한 종교시설이 있었다. 동남아시아 어디쯤 분위기였다. 칠천도 용궁사였다. 해상에 배를 띄워 불상을 안치해 불을 훤히 밝혀두었다. 갑판으로 건너가 보고 싶었는데 문이 닫혀 바라만 봤다. 선상 지붕에도 불상을 앉혀 야간엔 조명을 비추었다.
용궁사 곁에는 칠천도 유람선이 정박해 있었다. 거제 남부 여러 포구에선 외도와 해금강과 장사도로 가는 유람선을 띄웠다. 장승포에는 지심도로 가는 유람선이 떴다. 칠천에도선 거가대교와 저도를 둘러오는 유람선이 뜨는 모양이었다. 저도는 시범 개방 기간을 거쳐 전면 개방한다는 소리가 들렸다. 역대 대통령들 하계 휴양지가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는데 내 관심사는 아니었다.
장곶항 방파제엔 낚싯대를 드리운 두 사내가 있었다. 이제 막 찾아온 듯했다. 무슨 어종이 낚이느냐 물었더니 갑오징어를 겨냥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방파제 바닥에 먹물 얼룩이 더러 보였다. 교각 아래서 마을로 올라 칠천도 다리를 건넜다. 왼쪽으론 바다 저편 아스라이 진해 시가지 불빛이 가물거렸다. 실전삼거리로 나갔더니 능포에서 옥포와 외포를 둘러오는 버스가 왔다. 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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