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나의 관심사와
주로 내가 돌아다니는 곳과 지역의 반경을 알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아니 저 노인네가 거기는 뭐하러 가지?..
딸 찾으러 다니나?.
지금은 안 그렇지만 십여년전 피시방을 들어가면 좀 띨한 애들은 멍한 눈으로 쳐다보곤 했다
누구 찾으러 왔나?..
하긴 지금 내가 골프장에 다닐 재력도 없고
잔디를 깎을 집도 없고
집이 넓어 끼고 살 40인치 UHD TV 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아직 병원에 출퇴근 듯 오가는 나이도 아니다.
나는 그냥 홍대 부근이 좋다
합정동 연남동 서교동 동교동의 커피 거리가 좋고
때로는 당인동 뒷골목까지 훑어가며 카페 탐사를 다닌다
밤이 되면 아이들은 점차 달아오르고 불타는 밤으로 보낼 준비를 하건만
나는 이런 젊은이들의 모습까지도 사랑스럽다
다만 너무 일탈은 피했으면..
그저 젊음의 불을 주체하지 못하는 시절의 통과의례로 여기고
냉엄한 자본주의 세상의 인식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자주 가는 마포나루의 냉면도 맛있고
새로 알게된 극동 방송 뒷골목의 조그만 카페에서 보는 타로도 좋아한다..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폭탄같은 임대료에 질식하는 자영업자들과 소수의 예술가들의 신음소리를 들으며
마치 내가 무슨 세상의 선각자들과 함께한다는 자부심도 나쁘진않다
개뿔 도와주는 것 하나없고 목소리 하나 더 얹어주지 못하지만
( 나 먹고 살기 바쁜 형편..ㅠㅠ..)
이런 현실을 모르는 사람보다 알아준다는 것이 어디야?. 이렇게 자위하며..
이 골목 저 골목 닥치는대로 아무 생각없는 순해 빠진 마누라 손을 잡고 잘도 싸돌아다닌다...
일단 상수역에 내려 바로 상상마당으로 흘러 들어가거나
지금은 없어진 청기와 주유소 뒷길의 골목을 다니며 새로 생겨난 공간들의 유니크한 생각들을 엿본다..
미장원.. 출판사.. 자전거포..악세사리..가죽 공..건담 3D 제작소..도무지 뭘 하는지 모를 무슨 게스트 하우스인지..드로윙 학원인지..옷가게..또 예측할 수 없는 골목 모퉁이에 예측 할 수없는 업종들..가끔 그들의 느긋하게 펼쳐진 전들을 보며 알 수없는 부아가 치밀면..애꿎은 길 모퉁이 전붓대 밑의 리어카의 3개 천원짜리 붕어빵이나 씹는다..4개일 때는 둘이 눈치 안보고 먹었는 데 요즘엔 마지막 남은 것 한개 때문에 처음 한개를 집어드는 순간부터 신경이 보통 쓰이는 것이 아니다..
마누라 주자니 내 입이 좀 서운하고 내 입에 탁 털어넣자니 마누라가 안쓰럽고
배를 가르자니 좀 없어보이고..이래 저래 요즘 붕어빵 낙시는 시큰둥해졌다..
몇년전 성산동 뒷길에서 나름대로 씨알이 굵었던 붕어빵을 천원에 10개씩에 팔던( 좋은 일하시던)
아저씨는 내게 감명깊은 명언 하나를 남겨주셨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 붕어빵이 도대체 얼마나 폭리를 취하려고 4개에 천원 받는지 알 수가 없다..
10개씩 팔아도 많이만 팔면 거ㅡ이 다 남는다..]
이 어록은 안중근 의사의 견위원명이나 견리사의 만큼이나 내 가슴에 울림을 주고 있다..
저런 사람이 되야해..
사회에는 저런 사람이 필요하지...
스티브 잡스 정도는 아니지만 나의 롤모델이 될 뻔했다..
그 아저씨 제발 로또라도 맞아서 부자가 되기를 빌어본다..아니면 황소만한 운석이라도 앞마당에 떨어지든지..
(요즘 붕어빵이 되게 많이 올랐다..여의도는 두개 천원이다..나 작년 추운 겨울에 붕어빵 먹으려다가 아줌마 말듣고 기절할 뻔했다..미리 물어보고 손을 안 댔기에 망정이지 안물어보고 4개 낼름 먹은 후에 천원짜리 한장 내밀었다가는 아마 경찰서에 잡혀갔을 거다..휴~~)
만일 내가 붕어빵 장사를하면 천원에 몇개를 팔 생각이냐고 궁금해 할 분이 있을 것같다
나는 아마 1개 천원 받을 것같다..
그 대신 이름을 붕어빵이 아닌 상어빵으로 바꿀 것같다
눈깔도 좀 무섭게 그려서..ㅋㅋㅋ..
그래 나도 안다
망할 거라고
그래서 안하는 거다..
[골목에 이런 저런 가게를 차린 젊은이들도 다들 먹고는 살고 있겠지?..]
화장실이 급하면 상상 마당으로 간다
좀 추우면 지하 4층의 라이브 홀로 간다...
거기는 예전 강허달림님과 연말 콘서트의 추억의 냄새가 아직 배어있어서 좋다 (킁킁..)
주말이면 아내를 데리고 홍대 부근을 다닌다
이 오지랍이 하루아침에 없어지기는 힘들다..
가끔은 연남동 동진시장 뒷골목의 리브레나 이심 카페 뒷골목의 작은 서점에서
내가 가져간 핸드드립 도구로 커피를 내려주기도 한다..
아무한테나..공짜로..맛있게..
주로 뒷골목을 간다
큰길은 너무 잘 나가는 사람들이 화려한 가게로 눈이 부시고
원래 자연의 이끼같은 창조는 뒷골목에 피어나는 것이니까...
금요일이 되니까
마음이 조금 들뜬다..
내일은 한 사람이 커피 배우러 온다
그 사람은 로또 맞은 거다
12명까지 한번에 가르쳐 본 나다.
이번 주 사람이 안 모여
완죤히 개인지도이니 얼마나 잘 배울 것인가?..
내 소원이 있다면
강허달림님 회원들 다 불러서 마포나루에서 거하게 쏘는 것이다..
그 대신 여성 회원들에게
오빠!!~~ 소리를 들으면서..
그 소리 안하면 걍 자기가 먹은거 자기가 계산해야하는 거다..큭큭...
첫댓글 ㅎㅎㅎㅎ 반전이네요...
마포마루...
문득글을 읽으며 자유로운 영혼 일것 같은 (??)상어님을 떠올려봅니다
게스트 하우스란 단어를 보니 울 아들때문에 혼자 심각했던 때가...
이 녀석이 작년 회사에 취직 하고 나서 부터 늦은 밤 전화를 하면 아주 조용한 곳에서 통화를 하는것이어요..
전 물어보지도 못하고 여자가 생겨 이상한곳을 다니는줄 알았죠...
나중에 무슨 말끝에 술 적당히 마시고 다니라했드만 그러더군요..
회사동기들은 술이나 음식을 사가지고 게스트 하우스에 모여 논다고 하데요...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내가 눈으로 확인 못했으니..
여하튼 그때 물어보지 못하고 혼자 고민 고민했던것이 떠오릅니다..
곧 상어의 눈 님 오빠부대가 생길듯합니다.
카페에 올리시는 글 보려고 말입니다.
커피준비 많이 하셔야겠습니다.
상상마당 공연후에 달림씨를 알게되어서 그 추억을 모르지만 그 때를 이야기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마포에서 쏘시는 그때를 기다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