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 돌아왔다..아직 한기가 싸하게 전신을 감싸고 도는 듯하다..
오늘..아 이제 어제지.. 오후 2시 서울역..촛불시민 대국민 선전..오후 5시 10분 상영 '워낭소리' 그리고 이어서 7시 청계광장 촛불집회..빠듯한 일정이다.
1시의 서울역 벌써 많은 시민들이 나와 20만장이나 되는 대국민 홍보 전단지를 배부받아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 그리고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으로 속속 떠나고 있다..한눈에 봐도 엄청난 양이다. 작년 5월부터 눈에 익은 구면의 촛불시민..그러나 묵시적인 배려로 통성명은 하지 않는 분들끼리 이심전심으로 눈인사를 건네며 친구들끼리 또는 카페들끼리..아니면 각 지역촛불 회원들끼리..그렇게 한아름씩 전단지를 안고..지하철로 사라진다..
오랜 촛불집회와 가투의 경험으로..포근하고 따스해 보이는 날이라도 밤이면 한기가 살속을 사무치게 파고 든다는 것을 체화한 까닭에 얇은 옷을 몇개씩 끼어 입고 그 위에 두꺼운 외투를 걸쳐입는다. 신발은 아주 가볍게 스니커즈로..하지만 양말은 속은 면양말 겉은 등산용양 말로 두개를 착용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거기다 목토시의 유용성은 보온효과 뿐만이 아니라 가투시에 견찰들의 채증에 대비한 아주 훌륭한 마스크 대용이다..
그렇게..무장을 하고..서울역에서 1호선을 전단지 배포 구역으로 잡고 동대문까지 간다..설핏해도 거의 천장이 넘는 듯 한데..어느새 동대문쯤 오니 4분지 1은 없어진다..가끔 경로석에 앉으신..어르신들께서 인상을 쓰시지만 그런 분들께는 대응않는게 좋다..오히려 촛불 홍익노인회같은 어르신들은 그런 어르신들의 태도에 촛불 역성을 들어 주신다. '시방 나라가 어떤 놈 하나 때문에 이모냥인데 젊은 사람들이 나서서 그거 구해보자고 하는데 격려는 못할 망정 인상은 왜 쓰냐고..'그러면..그런 어르신들은 걍 버로우타신다..
동대문에서 나와 두타 앞에서 한 4분지 2쯤 돌리고 다시 서울역으로 돌아 오는 왕복의 노선에 또 나머지 4분지 3을 돌렸다..그리고 나머지는 서울역에서 나와서 남대문시장에서 모조리 돌렸다..시민들은..격려한다..그들의 눈빛은 과거 막무가내로..권력을 추수하거나 권력의 프로파간다에 맹종하던 눈빛이 아니다..울컥...쨍한 겨울 공간에 안에서 치미는 뭔가가 있다..전단지가..바닥에 찌라시 전단지처럼 흩날리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스산하게 날리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눈빛과 더불어..또 다른 진화양상이다.
5시 10분 상영시간에 맞춰 광화문 5호선 5번출구 앞으로 간다..광화문 사거리만 오면...짠하게...북받치는게 있다..지난 5월 광화문 돌파, 효자동 진출 이후부터 6월 말까지..거긴 시민들의 열린 촛불광장이며 아고라의 재현이었다. 일이 끝나고 6시면 퇴근처는 바로 이순신 장군이 내려다 보는 광화문 사거리였다. 장대비가 쏟아져도 불볕같은 무더위가 식을 줄 몰라도..거긴 사람들의 노스탤지어이며 피정처인 shelter였다..
그래서 광화문 사거리에서 종각까지와 서대문 경희궁까지의 길은 내 눈물과 니눈물과 우리들의 눈물이..꿈처럼 스멀대는 공간이다..그래서 그곳에 서면 언제든...서럽기도 하고 기쁘기도하고 공권력의 벽 앞에 분노도 했지만 결국..희망의 그림자를 본다..거기서 시민들은 지난 해방이후 수구언론들이 시민들을 짓눌러 왔던 레드컴플렉스의 정체와 비폭력이라는 명분하에 매트릭스같은 친일수구세력의 시민길들이기라는 본질을 본다.
그곳에서 시민들은 격렬한 토론을 통하여..촛불을 든 시민 자신이 서민이며 노동자라는 복합적 지위와 정체성을 찾는데..성공한다..그런 희열을 이야기하며..사람들은 끝내 절망하지 않았다..
오늘은 그 꿈같은 공간의 베이스캠프같은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가 무신 공사인지 포장으로 빙 둘러져있다..난 시청에서 걸어서 거슬러 왔고 친구는 건너편 출구에서 5번출구쪽으로 왔다..
광화문 시네큐브는 일종의 다큐상영전문관이라 해도 좋을만큼..좋은 작품들을 엄선해서 상영한다. 예의 그 5번 출구에서 한 5분쯤 신촌쪽으로 걸으면 경희궁을 건너편에 대각선 언덕으로 두고 흥국생명 빌딩이 있다. 그 지하 2층이다.
어릴적만 해도 지하철역이나 관공서나 공익에 필요한 건물들은 바로 눈에 띄였다. 그런데 지금은 어디에 역사가 있는지 어디에 개찰구가 있는지 어디가 출구인지..알 수가 없다. 우리가 가는 행선지는 자본의 공세와 자본의 호객으로 가득찼다..
자본은 이제 이봉주가 광고로 나왔던 닥종이같은 모습으로 잘 포장하고 우리 곁에 누이처럼 엄마처럼 속살댄다..그런데 정작 우리가 찾아야할 목적지는 그 속살대는..자본으로 도배된 숲을 헤쳐가야만 만날 수 있다. 우리는 그 속살대는 자본에 순치되어..또 그게 당연한지 알고 인상조차 찌푸리지 못한다.
시네큐브도 그런 자본의 삐끼질을 헤치고 헤쳐 가야만 찾아 갈 수 있다..커피샵, 체인식 중국집, LG편의점, 등등...수십개의 점포의 끝에 아주 작은 매표소가 있고..그리고 극장 출입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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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지팡이를 의지한 버거운 다리로..까까비알같은 나무계단을 힘겹게 올라 불탑앞에 서셨다..그 옆에 할머니가 공손하게 같이 서신다..하늘과 탑이 멀리 롱 테이크 풀샷으로 잡히고..두분은 부처님처럼 탑에 절을 하신다...부복하고..두 손을 바닥으로 하늘을 향하신 채...
그리고 장면은 바뀌어...2005년 4월...경북 봉화..라는 자막이 나오고...워낭 소리가 들린다...'딸랑...딸랑..' '음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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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 켜지지 않은 채 엔딩크레딧이 오르고...작은 영화관 전체가..침묵하며...훌쩍이는 소리로 깊다...C열 12번 13번이라..앞에서 두번째 줄 가장 좌측 편에 있는 좌석이라 불편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런 낌새조차 못 느낄 정도로..화면은..시종 긴박하고..여유롭고 해학과..페이소스가 물안개처럼 번진다..한 아가씨는 무릎에 머리를 박고 늙은 소와 그 워낭소리를 아직 못 보내고 있다...
워낭소리는....환청처럼 길다...
그리고..청계광장..워낭소리 속 봉화 한우축산농가의 미국산 소고기수입반대의 피케팅과 외침이..워낭소리의 환청과 더불어..촛불로 환생한다..한기는 사무치다...집회 후 거의 500이 되는 대오가 종로가투를 떴다..
독재 타도...! MB퇴진..!
그 와중에도..워낭소리는 환청처럼 나를 좇는다...
◎데빌달
첫댓글 날도 차가운데 수고 많았네요.
아..심려가 많으시겠습니다..아드님의 빠른 치유 같이 기원합니다..그리구 '모야모야'의 어원은 일본어 어원추적 22편에 답글로 달아 놓았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화팅하세욤
수고많으십니다.
다들 고생 많이 하시네요.....
존경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모두들~
참... 수고하십니다. 님이 자랑스럽습니다.
멋집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조금만 더 고생하세요..얼마 안 남은 것 같습니다..^^
다들 수고가 많으시네요.
추으신데 정말 수고 많으세요 데빌달님 수고많으시네요 정말로 ㅠ ㅠ
꽃이피는 봄이오면.... 영화 제목처럼 올 봄에 좋은 소식이 들려올까요? 고생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