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없는 2층 버스에서 “원더풀 부산” 외치다
부산 하늘이 열렸다. 이삼일 달아서 내리던 비 그치고 더욱 높고 더욱 맑은 부산 하늘이 열렸다. 부산 하늘을 연 주인공은 지붕 없는 버스, 일명 오픈 탑 2층 시티투어 버스다. 지붕 없는 버스를 타고 다릿길을 내달리고 해안길을 내달리는 기분. 기분마저 더욱 높고 더욱 맑다.
오픈 탑 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28일. 2층 버스도 신기하게 보이는 판국에 지붕마저 없는 버스! 부산시민에게 선보인 건 이제 두 달 남짓밖에 안 되었지만 입소문에 입소문을 타서 부산의 관광명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거리 하나가 되고 있다. 지붕 없는 버스에서 부산 하늘을 우러러보는 기분을 가늠해 보시라. 버스 2층에서 부산 곳곳을 내려다보는 기분을 가늠해 보시라. 구석에 처박아 둔 멋쟁이 선글라스 챙겨서 한껏 멋을 내어 봐도 좋으리. ‘저기 보라! 저거 보라!’ 같은 곳을 함께 가리키며 함께 보며 연인끼리 가족끼리 눈빛도 깊어지리.
부산 제대로 즐기는 코스
출발지는 부산역 아리랑호텔 건너편. 태종대 쪽으로도 가고 해운대 쪽으로도 가고 시내를 한 바퀴 돌기도 한다. 각각 하루에 두 번 가는데 중간중간에 내려 쇼핑을 하고 관광을 하다가 수시로 다니는 지붕 있는 2층 버스를 환승하는 재미가 그저 그만이다. 내리지 않고 출발지인 부산역으로 돌아와서 다른 쪽으로 가도 좋다.
오픈 탑 버스 출발시간은 태종대 방향이 오전 9시 20분과 오후 1시20분, 해운대 방향이 오전 11시 20분과 오후 3시 20분. 태종대를 다녀온 버스가 20분 휴식 후 해운대로 출발하는 식이다. 내리지 않고 앉아 있으면 태종대 가는 곳곳을 구경하고 해운대 가는 곳곳을 구경하게 되는 셈이다. 시내 구경은 시내로 가는 버스를 환승하면 된다.
“아침 첫차를 타면 제일 좋습니다. 일찍 타면 한 곳이라도 더 보게 되니까요.” 시티투어 버스 임성진 기사는 이왕 탈 생각이면 한 시간이라도 일찍 탈 것을 권장한다. 시간이 넉넉하면 구경거리도 넉넉하다는 얘기다. 지붕 있는 버스와 지붕 없는 버스를 합쳐 배차시간은 40분 간격. 이 버스도 타 보고 저 버스도 타 보면서 부산을 즐기는 게 시티투어 버스의 묘미다.
버스가 서는 곳은 해운대 방향이 부산시립박물관(UN기념공원), 광안리 해수욕장, 누리마루, 해운대해수욕장(아쿠아리움), 해운대역, 신세계·롯데백화점, 시립미술관(벡스코). 그리고 광안대교를 지나 부산역으로 돌아온다. 태종대 방향은 연안여객터미널, 75광장, 태종대, 국제크루즈터미널. 그리고 영도와 송도를 잇는 남항대교를 지나 송도해수욕장과 PIFF광장·자갈치를 거쳐 부산역으로 돌아온다.
친절한 안내, 만원이면 부산 곳곳 구경
서는 곳 면면이 부산을 부산답게 하는 곳. 부산을 모르는 외지인에겐 해양도시 부산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곳이고 부산을 아는 부산사람에겐 부산을 더욱 깊숙이 각인시키는 곳이다. 시간이 좀 지나면 시티투어 버스를 타 보지 않고선 부산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부산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것도 좋겠다.
요금은 어른이 만원, 아이가 5천원(4세 이하는 무료다), 단체가 8천원. KTX 당일 탑승권 소지자는 할인 혜택이 있다. 버스를 타 보면 알겠지만 하루 종일 부산 곳곳을 누비는 기분이 꼭 택시를 대절한 기분이다. 하루 종일 택시를 대절하고도 만원! 공짜도 이런 공짜가 없다는 기분이다.
버스 기사들은 친절하다. 대부분 처음 타 보는 승객이라서 “어디서 환승하면 되느냐, 환승버스는 언제 오느냐” 이것저것 궁금한 것도 많고 이것저것 꼬치꼬치 물어보는 것도 많다. 그럴 때마다 안내 팜플렛 시간표에 동그라미를 쳐 가면서 하나하나 일러준다. 버스마다에 팜플렛이 있어 조금만 들여다보면 시티투어 하루 일정은 누구나 무난하게 짤 듯. 잘만 짜면 암남공원과 다대포 몰운대를 거쳐 을숙도까지도 다녀올 수 있다.
승차권은 예약하거나 버스를 타면서 구입하면 된다. 예약은 인터넷 예약과 전화예약 모두 가능하다. 인터넷은 www.citytourbusan.com, 전화는 051-464-9898이나 ARS1688-0098. 음식물을 갖고 타지 못한다는 게 좀 아쉽다. 마음 같아서는 준비한 음식을 연인끼리 가족끼리 같이 나누고 싶지만 다른 승객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어야 할 듯. 간단한 요깃거리야 뭐 어떠랴 싶기도 하다.
2층 버스 위에서 감상하는 원더풀 부산!
2층 버스는 높이가 얼마나 될까. 권정오 부산시 관광진흥과장의 말이다. “버스에 앉아 4m 높이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태종대와 해운대 천혜의 절경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칼을 휘날리면서 풍광 수려한 해안길을 달리는 장면이 이젠 외국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 한 풍경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부산의 한 장면 한 장면이 세계화되어 가고 있다는 얘기다.
앞자리에 앉은 승객은 연인인지 부부인지 피부가 하얀 이방인 남녀. 말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감탄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연방 ‘원더풀 원더풀’이다. 남자가 가리키면 여자가 쳐다보고 여자가 가리키면 남자가 쳐다본다. 남자가 가리키고 여자가 가리키는 곳에 다리가 있고 바다가 있다. 남자가 쳐다보고 여자가 쳐다보는 곳에 부산이 있다.
지금은 여름. 곧 방학이고 휴가철이다. 누구는 전원풍경을 찾아 시골로 가고 누구는 낯선 풍경을 찾아 이국으로 가겠지만 굳이 멀리 간다고 좋으랴. 지갑이 얇아도 하루를 ‘넉넉하게 보낼 수 있는 시티투어’. 한국엔 최초로 들어왔다는 지붕 없는 2층 버스를 타고 부산을 돌아보는 것도 좋으리. 부산과 눈 맞추며 부산에 대한 사랑을 키워보는 것도 또 좋으리.
첫댓글 우리 아들 어릴때 2층버스 타고 부산시티투어 했는데 너무 좋아했어요.. 지붕없는버스는 더 좋아하겠는걸요.. 좋은정보 감사드려요
꼭 타보고 싶었어요...정보고맙습니다.^^
날 좀 시원해지면 한번 타봐야 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