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계약한 게펜(Geffen) 레이블에서의 야심작 [Done with Mirrors]가 참패한 이후, 에어로스미스는 과감한 변화를 모색한다. 정통의 하드 록 노선을 벗어나 당시의 트렌드인 소프트 메탈로의 방향전환을 꾀했는데, 본 조비의 [Slippery When Wet]로 명성을 높인 브루스 페어번(Bruce Fairbairn)을 프로듀서로 기용하여 완성한 [Permanent Vacation]이 그 첫 결과물이었다. ‘Dude (Looks Like a Lady)’와 ‘Rag Doll’도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록 발라드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오프닝 기타 솔로를 뽐내는 ‘Angel’은 빌보드 싱글 차트 3위에 랭크되면서 밴드의 성공적인 부활을 알렸다. 이것은 ‘Dream On’ 이후 최고의 성적이었다. 브루스 페어번은 이후 에어로스미스 제2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Pump]와 [Get A Grip]에도 참여했고, 밴드는 ‘Janie's Got a Gun’과 ‘What It Takes’, ‘Cryin'’과 ‘Amazing’ 등의 명품 록 발라드로 빌보드 싱글 차트 상위권을 연속해서 점령했다. ‘Angel’은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밴드 역사상 최고의 반전 싱글이었다. (이태훈
메탈 세계에 풍운아(어떤 의미로든)가 어디 한둘인가 싶지만 트레이시 건스의 ‘바람 따라 구름 따라’ 행보도 만만찮다. 굳이 건스 앤 로지스와의 관계라든가, 오랜 동료와 외따로 각자의 L.A. 건스를 이끌게 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겠다. 나중에 어찌되었든 이 때 그들의 기타와 보컬은 사소한 테크닉으로 아련한 무드를 조성하는 도입부터 끝까지 모두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냈으니. 지금도 술을 마시면 이 곡을 찾게 된다. (나도원)
048. Van Halen – ‘Love Walks In’ / [5150] (1986)
초대 보컬 데이빗 리 로스(David Lee Roth)를 쫒아내고 2대 보컬 새미 헤이거(Sammy Hagar)를 맞이해 발표했던 첫 앨범의 수록곡. 놀랍게도 밴드가 10년 동안 발표했던 곡들 가운데 ‘발라드’란 어휘를 쓸만했던 최초의 트랙이었다. [5150] 앨범 전편에서 빛난 에디 밴 헤일런의 심플하지만 곡의 중심을 잡는 키보드 연주와 기타 솔로 위에서 감정의 드라마틱한 조절을 능숙히 해내는 헤이거의 관록의 보컬은 일품이다. 2기 밴 헤일런의 대중적 감성을 상징하는 메탈 발라드. (김성환)
047. Lita Ford & Ozzy Osbourne - ‘Close My Eyes Forever’ / [Lita] (1988)
존재만으로도 검은 광기를 뿜어내던 시절의 오지와 걸죽한 목소리의 여걸 리타 포드가 발라드로 만나게 될 것이라 누가 예상했겠는가? 검은 기운이 그득한 뮤직비디오까지 더해지니 둘의 만남을 제안한 제작자 샤론 오스본(Sharon Osbourne)의 역발상 센스에 다시 한번 탄복하게 된다. 여기에 당대 최고 인기 여성 록커 팻 베나타(Pat Benatar) 밴드의 리듬 섹션이 세련된 드럼과 베이스 연주로 힘을 실어주니 1980년대 메탈 발라드의 또 다른 한 획이 완성된다. 런어웨이스(Runaways)의 기타리스트 출신답게 리타 포드가 선보이는 멜로딕한 기타 솔로도 일품이다. (조일동)
철학적인 가사와 드라마틱한 구조로 한편의 오페라를 보는듯한 크림슨 글로리의 곡으로 1982년 데뷔 후 4년간 공을 들여 만든 그들의 데뷔작에 실려 있다. 처연함마저 느껴지는 미드나이트(Midnight)의 보컬은 지금도 헤비 메탈 최강의 고음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제는 저 세상 사람이 된 미드나이트여서 한바탕 휘몰아치고 등장하는 종결부의 독백이 더욱 쓸쓸하다. (김광현)
045. Night Ranger - ‘Sister Christian’ / [Midnight Madness](1983)
이 곡에서의 크리스틴이 누군지는 몰라도, 예쁜 처자일 거라는 점만은 확실했다. 이 노래를 즐겨 들었던 메탈헤드들이라면 이런 생각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사실 크리스틴은 드러머 켈리 키기(Kelly Keagy)의 여동생이다. 어느새 아름다운 숙녀로 성장한 동생을 보고 감격해 이 곡을 썼다고 한다. 방금 그녀의 사진을 처음으로 찾아봤다. 과연, 오빠로서 노래를 바칠만하다. 각설하고, 음악적인 완성도 면에서 이 곡은 ‘메탈 발라드 톱 텐’에 충분히 들어간다고 확신한다. 특히 곡을 전개하는 라인이 예술이다. 마치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처럼. (배순탁)
044. Aerosmith – ‘What It Takes’ / [Pump] (1989)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는 탁월한 보컬리스트이고 그의 발성과 창법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게 분명하지만, 발라드에 대한 보편적 기대치에 관해서라면 그의 능력과 개성은 그다지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너덜너덜하게 닳고닳은 소가죽으로 채찍을 만들어 제멋대로 휘두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노래는 낭만과 애상과 정서를 표현하기에는 지나치게 거칠고 투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거기에 역설이 있다. 서정시로서의 발라드가 끓어오르는 감정과 불타오르는 심리를 표현하기 위함이라면 결국 중요한 요인은 진정성과 절박함의 감정이입일 테고, 그런 측면에서 스티븐 타일러를 능가할 보컬리스트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What It Takes’는 그런 그의 강점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드러난 에어로스미스 스타일의 발라드로, 초기작 ‘Dream On’과 후기작 ‘Amazing’의 장점을 하나로 응축시킨듯한 궁극의 슬로우 넘버다. (박은석)
043. Bad English – ‘When I See You Smile’ / [Bad English] (1989)
두 장의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배드 잉글리시. 사실 그들은 메탈이라기엔 전반적으로 말랑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말랑했던 노래는 역시 ‘When I See You Smile’. 하지만 그 말랑함 때문에 이 노래는 그들의 사실상 유일한 히트곡이 될 수 있었다. 메탈 발라드, 아니 록 발라드, 아니 아니 팝 발라드라 해도 좋을 달달한 멜로디와 한 방이 있는 제목. 그래서 당시의 록 키드들은 여자를 꼬시기 위해 이 노래를 녹음 테이프에 담곤 했다. (김작가)
042. L.A. Guns - 'The Ballad Of Jayne' / [Cocked & Loaded] (1989)
건즈 앤 로지스의 '총'이었던 남자, 트레이시 건스에게 'The Ballad Of Jayne'이 주요한 히트곡이라는 사실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역사상 이 정도는 억울한 축에도 못 들어간다. 누군가를 잃은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흔한 주제이지만, 특별히 이 노래의 제인은 제인 맨스필드(Jayne Mansfield)다. 그녀는 마릴린 먼로에 비견되던 50~60년대 섹시 스타였고, 34살에 자동차 사고로 죽었다. 당연히 뮤직비디오의 여자 모델은 그녀와 상관이 없다. 심지어 머리 색도 다르다. (서성덕)
041. Bon Jovi - ‘Never Say Goodbye’ / [Slippery When Wet] (1986)
‘Never Say Goodbye’는 본국 미국에서는 싱글 커트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외면받은 곡이지만, 한국에서 만큼은 본 조비 최고의 록 발라드로 손꼽히며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곡이다. 그것은 이 곡이 영어 토박이들이 듣기에는 소위 손발이 오그라들만한 유치하면서도 작위적인 가사를 지녔기 때문인데, 반대로는 그 부분이 어떤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환상을 지닌 청자들에게 쉽게 공감하고 따라부를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결과였다. 좀 더 의미를 부여하자면, 1980년대 중반에 사춘기 시절을 거친 이들에게 첫사랑과의 이별에 가슴 아파했던 기억과도 결부되는, 영원한 추억의 매개체로 자리하는 곡이다. 지금은 즐겨 듣지 않아도, 이 곡을 순위권에 올릴 수밖에 없었던 선정작업 참여자들의 본능이 거기에서 비롯된다. (이태훈)
040. Winger - ‘Miles Away’ / [In the Heart of the Young] (1990)
나날이 세련되어가던 1980년대 글램/헤비 메탈의 종결자로 혜성같이 나타난 밴드가 바로 윙어다. 첫 앨범 [Winger] (1988)는 63주간 빌보드 앨범 차트에 머물며 전세계적으로 2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Miles Away’는 오랜 세션 활동으로 잔뼈가 굵은 멤버들이 뭉친 이 밴드의 모든 것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곡으로 두 번째 앨범 [In The Heart Of The Young] 에 수록되어 있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신디사이저와 시원시원한 보컬, 곳곳에 화려한 솔로를 수놓는 기타, 폭발과 절제를 겸비한 드럼까지, 완성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980년대 메탈 발라드의 모범답안 같은 수작이다. (조일동)
039. Gary Moore - 'Empty Rooms' / [Victims of the Future] (1984)
게리 무어가 지닌 탁월한 하드 록 기타리스트로서의 재능은 이 앨범에서 확연히 빛났다. 그리고 서정적 감성의 결정만을 담은 듯한 애절한 발라드 'Empty Rooms'에 의해 앨범은 더욱 찬란한 빛을 발한다. 더할 수 없이 아름다운 멜로디에 실려 애잔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섬세한 기타의 울림과 게리 무어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이 곡을 오래도록 사랑 받는 명곡으로 자리하게 했다. (김경진)
속주 기타리스트의 대명사인 잉베이 맘스틴에게도 이런 아름다운 발라드가 있다. 잉베이의 서정적인 기타와 레인보우 출신 보컬리스트 조 린 터너의 감미로운 목청은 유기적인 화학작용을 일으켜 커다란 감동을 주조해낸다. 정규앨범의 원곡보다 1989년 옛 소련 레닌그라드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 [Trial By Fire : Live In Leningrad]에 담긴 버전을 먼저 접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훨씬 더 좋아한다. 두 버전을 꼭 비교해 들어보시라. (서정민)
037. TNT - 'Eddie' / [Knights of the New Thunder] (1984)
노르웨이 출신의 멜로딕 하드 록/메탈 밴드다. 북유럽 출신들은 '멜로디'라는 유전자를 따로 갖고 태어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빼어난 멜로디와 경쾌한 사운드를 앞세워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많은 인기를 끌었다. 세계시장을 겨냥해 영입한 미국인 보컬리스트 토니 하넬(Tony Harnell)은 4옥타브를 넘나든다는 '80년대스러운' 평가를 받았는데, 그 평가에 부응하려는 듯 'Eddie'에서 뜬금포 같은 고음을 수시로 들려주며 진정한 '락통령'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학선)
이상야릇 심오한 가사, 그리고 당시 R.E.M.의 ‘Rosing My Religion’만큼 역시 이상 야릇 뭔가 있어 보이는 뮤직비디오로 밴드의 인기를 정점으로 이끌었던 노래. 하지만 이딴 얘기 다 필요 없고 곡 시작 후 40초쯤 기타의 그 선율과 드럼이 합해져 빵 터지는 순간 게임은 끝나버린다. 아멘! 당시 교회의 중고등부 회장이었던 나는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앨범의 이 노래를 듣고 메탈 신으로부터 구원 받고 용서받았다. (윤호준)
헤비 메탈 밴드로서는 처음으로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앨범으로 기록된 [Metal Health]은 두 명의 스트라이커가 있는 축구팀과 같았다. 뭐니뭐니해도 콰이어트 라이어트의 대표곡으로 남아있는 'Cum on Feel the Noize'가 원톱이요, ‘Thunderbird'는 투톱이었다. 말그대로 천둥처럼 거대한 케빈 듀브로의 보컬이 울려퍼지고, 거대한 괴조의 웅비처럼 장엄한 사운드가 울려퍼질 때, 메탈 발라드의 역사는 이 노래를 위해 한 자리를 비워둘 수 밖에 없었다. (김작가)
034. Motley Crue – ‘You're All I Need’ / [Girls, Girls, Girls] (1987)
아무리 좋게 봐도 빈스 닐(Vince Neil)을 일류 보컬리스트로 꼽긴 힘들다. 그의 목소리는 아주 가볍고 너무 얕아서 머틀리 크루의 ‘양아치 로큰롤’을 부르는 게 아니라면 어디를 가든지 코러스의 끝자리조차 맡기도 버거워 보인다. 그러나, 적어도, 여기 ‘You're All I Need’에 관해서라면 얘기가 다르다. 그가 아닌 다른 누가 이 노래를 더 적확하게 해석한다는 것은 애초에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신경질적인 김장감이 잔뜩 고조된 빈스 닐의 오버-더-톱(over-the-top) 보컬은 “사랑하기 때문에 죽여야 했다”는 살인자의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전개되는 이 노래의 내러티브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고, 그것이 만들어낸 범죄현장의 생생한 이미지는 청자의 뇌리에 지울 수 없을 만큼 깊숙한 각인을 남기기 때문이다. ‘You're All I Need’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구성된 TNT의 ‘Eddie’와 나란히, 머더 발라드(murder ballad)의 전통과 헤비 메탈의 형식을 결합시켜 처절한 그랑 귀뇰(grand guignol)의 사운드트랙을 완성해냈다. 이 노래에 비하자면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던 나훈아와 김지미 커플의 변은 상식적이다 못해 신파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박은석)
한국 메탈키드들은 라우드니스에게 질투와 동경을 동시에 투과하는 극단적인 양상을 보였다. 부활의 데뷔 앨범 뒷면에 경복고 3학년 이호석이 쓴 글(라우드니스 팬클럽 회장에게 부활이 라우드니스를 지옥으로 보낼 것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단다)을 기억해보라.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뜨거운 민족주의적 해프닝은 라우드니스가 멋진 밴드였다는 사실의 반증이라고 느껴진다. ‘Like Hell’에 등장하는 아키라 타카사키(Akira Takasaki)의 양손 태핑 주법은 1980년대를 상징하는 테크닉이었다. ‘Crazy Night’의 둔중한 미들 템포 리프로 헤비메탈의 진짜배기 매력에 빠져든 아이들을 당장 스무 명은 댈 수 있다. 이제 아이 둘쯤 가진 부모가 된 그 아이들 중 일부는 라우드니스를 헤어메탈(hair metal)로 분류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LA를 중심으로 한 팝 메탈이 로큰롤 파티와 맥이 닿아 있던 반면 라우드니스는 영국의 NWOHM같은 좀 더 육중한 쪽에 가까웠다. 1987년 발표된 [Hurricane Eyes]같은 앨범은 적극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하느라 라우드니스의 음악색이 조금 애매해진 경우라고 할 수 있지만 한국의 메탈키드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 앨범에 ‘In My Dreams’와 ‘So Lonely’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우수 어린 버스와 후렴구를 지나 조를 바꿔 상승하는 ‘So Lonely’의 두 번째 절은 닳고닳은 메탈 발라드 중에서도 높은 수준의 쾌감을 선사했다. 모르긴 몰라도 마흔 넷이 된 이호석씨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최지호)
032. Scorpions - ‘Wind of Change’ / [Crazy World] (1990)
1989년 스콜피언스는 옛 소련 모스크바에서 공연을 했다. 얼마 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이에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가 “모스크바 고르키 공원을 따라 걷는다”로 시작하는 ‘Wind of Change’다. ‘변화의 바람’을 상징하는 휘파람 소리는 인상적인 테마를 만들어냈다. “당신의 발랄라이카(기타와 비슷한 러시아 민속악기)가, 내 기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노래하게 하라”는 노랫말이 의미심장하다. 1991년 옛 소련은 해체됐고, 오랜 냉전구도는 종식됐다. 한반도만 빼고 말이다. (서정민)
[Master of Puppets]와 [...And Justice for All]을 거치며 교향곡을 방불케하는 스래시 메탈을 들려주었던 메탈리카는 이전의 복잡함과 스피드 메탈 시대의 잔재를 벗어 던지고 1990년대식 메탈 사운드로의 방향전환을 분명히 선언했는데, 그 시작이 메탈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앨범 중 하나로 평가받는 [Metallica]이다. 메탈리카가 쌓아올린 거대한 커리어의 분기점이 된 [Metallica]는 머틀리 크루의 프로듀서였던 밥 록(Bob Rock)이 참여한 첫 번째 앨범으로서 미드 템포의 묵직한 연주와 오직 메탈의 핵심만을 모아놓은 듯 한 정교한 사운드로 아직까지 클래식 메탈 앨범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메탈리카의 새로운 사운드를 잘 요약해주고 있는 곡이 관조적인 보컬과 서사적인 스트링 연주가 결합된 ‘Nothing Else Matters’이다. (권범준)
030. Cinderella – ‘Don't Know What You Got (Till It's Gone)’ / [Long Cold Winter] (1988)
이 노래는 메탈 발라드라기보다는 차라리 ‘발라드 메탈’이라고 부르는 편이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신데렐라의 송라이터이자 보컬리스트인 톰 키퍼(Tom Keifer)는 자신이 만들고 부른 ‘Don't Know What You Got (Till It's Gone)’의 악보와 음반 어디에도 나직하고 나긋한 악절 따위는 새겨 넣지 않았다. 애잔한 인트로에 이어지는 일성부터 긴장된 음색과 고조된 음역으로 단도직입하여 6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시종일관하는 이 노래의 방식은 분명히 여타의 1980년대식 메탈 발라드와는 다른 면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차이는 근본적으로 블루스에 대한 키퍼와 밴드의 애정에서 비롯했다. 데뷔 앨범 [Night Songs]의 성공에 힘입어 문자 그대로 신레렐라가 된 그들은 당대의 경향 안에 머무르지 않고 근원으로 회귀하는 여정을 선택했고 [Long Cold Winter]는 바로 그 전환점이었다. ‘Don't Know What You Got (Till It's Gone)’의 특별함은 그렇게, 팝 메탈의 방법론과 블루스 록의 원형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박은석
1980년대 내내 L.A. 선셋 스트립의 클럽들은 수많은 밴드들로 복잡했다. 풍성한 머리와 짙은 화장, 가죽바지를 입은 밴드들이 하루에도 수십 개가 생기고 수십 개가 사라졌다. 평론가들은 심드렁 했어도 누가 뭐래도 80년대는 그들의 시대였다. 그 다양한 밴드들 중에서도 뭔가 정통성 있는 계보를 꾸려보자면 머틀리 크루와 포이즌(Poison), 그리고 워런트이지 않을까. 섹시한 여자와의 즐거운 한때를 찬양하는 절대적인 로큰롤 헤븐 말이다. 워런트는 그 중 끝물이었다. 1984년 만들어져서 클럽에서 단련되었지만 ‘Down Boys’로 청중을 흔들기 시작한 게 1988년이었다. 워런트에겐 L.A. 메탈의 마지막 영화를 그리는 욕망이 투영되었던 것 같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메탈 발라드라고 할 ‘Heaven’을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깨끗한 메이저 코드 진행, 어쿠스틱 기타 인트로에 이어 밴드가 한꺼번에 들어 오는 파워 코러스까지. 로맨틱한 발라드는 성적 매력을 어필하는 헤어 메탈계에 중요한 요소였다. 데뷔 앨범엔 ‘Sometimes She Cries’같은 또 다른 발라드도 있었지만 앨범을 통틀어, 아니 워런트의 캐리어를 통틀어 가장 높은 차트에 오른 곡은 ‘Heaven’이었다. 이미 L.A. 메탈은 더 이상 메탈이 아닌 팝이라는 상위 집합에 포함되었다는 증거로서 들린다. 그것이 선셋 스트립을 배회하던 군상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천국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최지호
027. Firehouse - ‘Love of a Lifetime’ / [Firehouse] (1991)
빌보드 차트 5위까지 오른 파이어하우스 최고의 히트곡. ‘1991년’에 발표되었다. 즉, 그런지의 시작점에서 마지막 불꽃을 완전 연소한, 메탈 발라드 계 최후의 보루 중 하나였다는 뜻이다. 보컬리스트 C.J. 스네어(C.J. Snare)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시 ‘Love of a Lifetime’과 결혼했다”라며 얘기한 바 있다. 당시의 나도 이 곡과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였는데, 그렇다면 이 곡은 바람둥이였던 것인가. (배순탁)
026. Europe – ‘Carrie’ / [The Final Countdown] (1986)
록 밴드라면 머리가 치렁치렁 길고 지저분한 얼굴만 생각했는데 웬걸 유럽을 보고 나서부터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했다. 보컬을 맡은 조이 템페스트(Joey Tempest)가 상당한 훈남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The Final Countdown'를 잇는 히트곡이었던 ’Carrie' 덕분에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유럽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애절하게 부르는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노래를 만들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의 이름을 부르게 될지도 모르면서. (서정민갑)
025. Kix - ‘Don't Close Your Eyes’ / [Blow My Fuse] (1988)
1주일에 5일씩 3년간 쉼 없이 무대에 오른 근성의 밴드, AC/DC같은 강렬한 하드 록 연주와 스티븐 타일러의 진국 보컬을 합친 것 같은 열혈 록 밴드 최대 히트곡이 발라드가 되리라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초고압 하드 록 밴드 킥스의 희대의 발라드는 의외로 처연하기 이를 데 없는 악곡과 반-자살의 건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어쨌건 시대를 풍미한 이 발라드 한 곡 덕분에 밴드는 자신들의 우상인 AC/DC, 에어로스미스, 데이비드 리 로스(David Lee Roth) 밴드와 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으니 음악 못지 않은 감동이다. (조일동)
024. 블랙홀 - ‘깊은 밤의 서정곡’ / [Miracle] (1989)
전 세계적으로 헤비 메탈이 황금기를 누리던 1980년대 후반, 우리에게도 세계적 수준에 뒤지지 않는 메탈 발라드가 있다는 자부심을 안겨준 곡. 그래서 국내 곡으로선 최고 순위인 24위에 올랐다. 도입부 기타 솔로는 얼마나 구슬픈지. 고음으로 치솟는 후렴구는 얼마나 애절한지. 얼마나 많은 수컷들이 알코올에 절어 이 노래를 울부짖었는지. 절절한 사랑 노래로 아는 이들이 많은데, 사실은 리더 주상균이 당시 암울한 시대상에 대한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던 시절을 노래한 것이라고. (서정민)
023. Skid Row - 'Wasted Time' / [Slave to the Grind] (1991)
새삼스럽게 당시 스키드 로우(Skid Row)의 인기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이들은 최고였다. 그리고 그에 걸맞게 [Slave to the Grind]의 음악 역시 최고였다. 본 조비의 후광 덕분에 떴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로 하고 이 앨범으로 팝 메탈과 결별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완성했다. 'Wasted Time' 역시 발라드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여느 헤비 메탈 못지않게 분위기는 어둡고 무겁고 진지하다. 드라마틱한 곡 구조에 더해진 세바스찬 바하(Sebastian Bach)의 호소력 짙은 보컬은 '상업적(?) 헤비메탈'이 어떻게 예술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김학선)
퀸스라이크에게 빌보드 싱글 차트 9위라는 과분한(?) 업적을 안겨준 ‘Silent Lucidity’는 굳이 록 음악에 취향을 두지 않는 청자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범국민적인 요소가 부각되는 곡이다. 그것은 제목에서 짐작하듯, CCM적인 가사와 멜로디로부터 기인한다. 초반부의 어쿠스틱 기타 인트로와 중반부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이 주를 이루는 전개는 경건하고 진지한 CCM 음악의 공식을 따른다. 그래서 크리스 드가모(Chris DeGarmo)의 일렉트릭 기타 솔로가 비로소 출몰하기 시작하면서, 전형적인 록 발라드의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순간의 감동은 배가 된다. 혹자들은 이 곡을 퀸스라이크의 상업적인 변절과 결부시키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절대 공감할 수 없는 견해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Silent Lucidity’ 만큼 치밀한 기승전결을 갖춘 완벽한 록 발라드는 그 이전에도 드물었고, 그 이후로는 결코 발견할 수 없었다. (이태훈)
021. Bon Jovi - ‘I'll Be There for You’ / [New Jersey] (1988)
1980년대 메탈계의 얼굴마담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생긴 보컬리스트 존 본 조비의 외모만으로 밴드 본 조비의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본 조비는 데프 레파드와 함께 헤비메탈 음악이 전 세계 차트를 누비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일등공신이자 팝화된 메탈 사운드의 선구자였다. [New Jersey] 앨범은 [Slippery When Wet]과 함께 본 조비의 양대 명반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발라드 ‘I'll Be There for You’는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본 조비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곡은 메탈 밴드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사운드와 로맨틱함을 들려주는 파워 발라드로 그야말로 대중의 밴드라고 할 수 있는 본 조비의 매력을 잘 느낄 수 있는 곡이다. (권범준)
얘기가 점~~점 처음 취지를 잃어가고 단순히 곡 설명에 그치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처음 내세웠던 구호...
'음악은 추억과 결합했을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의미를 이미 안드로메다로 던져 버린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