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발전기(1950년대의 문학)
1. 시대 개관
⑴ 기간 : 6.25이후부터 1956년대 말까지 약 10년간의 시기를 말한다.
⑵ 배경 : 동족상잔의 비극적 전쟁으로 인하여, 우리 민족은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와 함께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상처를 받았고,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의 정립이 요구된 시기였다.
⑶ 특성
① 참여 문학과 순수 문학이 한국 문학에 커다란 두 가지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다.
② 전후 문학이 등장하여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피폐상과 인간성 상실의 문제, 분단 현실의 아픔, 절망적인 시대 상황 등을 혁신적인 기법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③ 서구의 실존주의 문학을 본격적으로 수용하면서 인간의 본질 문제, 인간 존재의 해명 등을 담은 작품들이 등장하였다.
※ 전후 문학의 개념 : 세계 제1.2차 대전 후의 문학을 말하는데 최근에는 제2차 대전 후의 문학을 특히 전후 문학이라 한다. 전후의 비참한 현실, 사회의 부조리, 불안 의식을 형상화하는 데 본질적 특색이 있다. 한국의 전후 문학은 6.25이후에 본격화되고 한국 문학의 중요한 제재와 테마가 되었다.
2. 갈래별 전개 양상
⑴ 시(詩)
① 6.25라는 전쟁의 체험을 시적으로 형상화하였고, 많은 종군 시인이 활동하였다. 유치환의 「보병과 더불어」,조지훈의 「다부원에서」,구상의「적군 묘지 앞에서」등이 있다.
② 이 시기의 시에서는 현실에 대한 지적 인식을 바탕으로 전후의 비참한 현실, 불안 의식 등을 노래하고 있다.
㈀ 모더니스트들의 활동 : 1930년대의 모더니즘을 심화, 발전시켜 시적 이미지 추구에 초점을 맞추면서 다양한 현실 의식과 문명 비판의 태도를 보였다. 박인환, 김수영 등이 대표적 시인이다.
㈁ 주지적 서정 시인들의 활동 : 김광림, 전봉건, 김종삼으로 대표되는 주지적 서정시를 표방한 시인들은 현실에 대한 지적 인식을 바탕으로 도회적 서정시를 썼다.
㈂ 문명 비판적 성향의 시인들의 활동 : 구상, 신동문, 신동엽 등은 현실 의식과 문명 비판적 성격을 보이면서도 진지하게 현실을 포용하는 자세로 지적인 면을 표현했다.
③ 서정주, 박재삼, 이성교, 정완영 등의 시인들에 의해 전통적 순수시가 계승, 발전되었다.
⑵ 소설
① 6.25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1950년대 후반 이후 많이 발표되었다. 황순원의「학」,김동리의「귀환 장정」 등이 대표작이다.
② 전쟁의 상흔, 전후의 사회상, 민족 분단의 비극성, 전후의 가치관의 변동 등을 주제화하여 인간의 삶의 문제를 파헤친 작품들이 발표되었다. 김동리의「밀다원 시대」,「실존무」,황순원의「카인의 후예」,「인간 접목」,안수길의「제3인간형」,손창섭의「비 오는날」,「혈서」,「잉여 인간」,장용학의 「요한 시집」,「비인 탄생」,김성한의 「5분간」,「방황」,오상원의「유예」,「백지의 기록」,이범선의「학마을 사람들」,「오발탄」,하근찬의「수난 이대」등이 있다.
③ 부조리한 현실을 고발하고 적극적인 참여 의식을 보인 작품들도 발표되었다. 대표작으로 김성한의「바비도」, 오상원의「모반」, 선우휘의「테러리스트」,「불꽃」, 서기원의「암사지도」,송병수의「쑈리.킴」, 박경리의「불신 시대」, 김광석의「213호 주택」, 이호철의「파열구」등이 있다.
④ 인간의 본질적인 삶의 문제를 서정적 필치로 다룬 순수 소설들이 있었다. 오영수의 「갯마을」,한무숙의「감정이 있는 심연」,전광용의「흑산도」,강신재의「절벽」등이 대표적이다.
⑶ 희곡과 시나리오 : 이 시대에는 서구적인 표현 기법이 다양하게 도입되고, 전쟁을 포함한 극심한 사회적 변화가 소재를 많이 제공함으로써, 많은 작가가 등장하여 희곡과 시나리오 문학도 현저히 발전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유치진의「나도 인간이 되련다」, 임희재의「꽃잎을 먹고사는 기관차」, 차범석의「불모지」등과 하유상의「젊은 세대의 백서」,이용찬의「가족」등이 있다.
⑷ 수필 : 이 시기의 수필 문학은 이전의 어느 때보다도 현대적 교훈을 내세운 것과,서정적이어서 예술적 향기가 풍기는 것이 많이 나왔다.
⑸ 비평 : 50년대 중반부터 60년대 초까지 중요한 문학 논쟁은 조지훈. 이형기 등의 전통 계승론에 대해 이어령, 유종호 등이 이를 부정한 논의와 김우종. 김병걸 등이 이형기 등의 순수 문학론에 맞서 현실 참여를 내세운 논의이다.
⑹ 주요 발표지
① 문학 예술 : 1954년 4월에 창간되어 33호까지 발간. 주간 오영진. 외국의 작품과 평론을 많이 실었고, 박희진, 성찬경, 신경림 등의 시인과 이호철, 선우휘 등의 소설가, 유종호, 이어령 등 평론가들을 신인으로 배출하였다.
② 현대 문학 : 1955년 1월에 창간되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우리 문학사상 최장수 문예지. 주간은 조연현이었고, 오영수 등이 편집에 참가.1980년대까지 300여 명의 문인들을 배출, 현대 문학 발달에 크게 기여.「현대 문학상」제도를 두고 있다.
③ 자유 문학 : 1956년 6월 「한국 자유 문학자」기관지로 창간됨. 김광섭, 김용호, 김송, 김종문 등 71호로 종간 되었고, 최인훈 등의 신인을 배출하였다.
3. 주요 작가와 작품
⑴ 시(詩)
① 구상(具常,1919∼) : 시인. 본명은 상준(常浚).원산에서 시집「응향」동인으로 활약.「길」,「여명도」등의 작품으로 등단하였다. 이 작품들로 반동 작가로 규정되기도 하였다. 그의 시는 현실 고발이 작품의 주조를 이루고 시의 생명을 기법보다 사상에 두고 있다. 시 작품에 「폐허에서」,「적군 묘지」와 시집으로 「초토의 시」,평론집「민주 고발」등이 있다.
② 김광림(金光林,1929∼) : 시인. 본명은 충남.195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1957년 전봉건, 김종삼과 함께 연대 시집「전쟁과 음악과 희망과」를 내면서 유명해졌다. 전통적 서정주의를 거부하고 저항 의식을 형상화한 시를 발표하여 주지적 서정파라 불린다. 시집에 「상심하는 접목」,「삼상의 밝은 그림자」,「오전의 투망」,「학의 추락」,「갈등」등이 있다.
③ 전봉건(全鳳健,1928∼1988) : 시인.1950년 이후 시작 활동. 월간지 「현대 시학」을 간행한 바 있다. 시집으로 「사랑을 위한 되풀이」(1957),「춘향연가」(1967) 등이 있다.
④ 김현승(金顯承,1913∼1975) : 시인. 호는 다형.1930년대에 민족적 감상주의, 낭만주의로 출발했고, 이후 모더니즘 경향을 띠기도 했다. 인간의 내면세계에 관심을 기울여기독교적인 고독의 세계 추구. 작품에 「김현승시초」,「견고한 고독」등이 있다.
⑤ 정한모(鄭漢模,1923∼) : 시인. 국문학자. 그의 시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질적 순수 서정을 노래하고 있다. 시집으로「카오스의 사족」,「아가의 방」등이 있다.
⑥ 신동집(申瞳集,1924∼) : 시인.「대낮」으로 등단. 시집에 「모순의 물」(1963)이 있고,「들끓는 모음」(1965)에 내면 의식의 추구로 사물의 즉물적 발견의 경향을 보였다.
⑦ 문덕수(文德守,1927∼) : 시인. 호는 청태. 유치환의 추천으로 문단에 등장. 1960년대에 발표한 연작시 「선(線)에 관한 모셔」,「새벽 바다」등을 고비로 순수 심리주의의 경향 추구. 현실 상황을 상징적으로 반영한 내면세계의 미학을 개척하였다.
⑧ 송욱(宋稶,1925∼) : 시인. 영문학자. 영.미 주지주의의 영향을 받은 시「하여지향」을 발표하였다. 시집에 「하여지향」,「월정가」 등이 있고, 동서 문학 사상과 작품을 비교 연구한 「시학 평전」을 냈다.
⑨ 김종삼(金宗三,1921∼1987) : 시인.황해도 은율 출생.초현실주의 경향의 특이한 소재와 표현 기법의 단절및 비약으로 주목을 끌었다. 시집에「12음계」가 있고, 대표적인 작품으로「음악」,「배음」,「민간인」등이 있다.
⑩ 신동문(辛東門,1928∼) : 시인. 신춘 문예에 시「풍선기」가 차석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등장하였다. 반골 정신이 강한 이 시인의 작품은 현실 참여적이며 「비닐 우산」,「내 노동으로」등이 있다.
⑪ 신동엽(申東曄,1930∼1969) : 시인.1959년 이후 주로 장시(長詩)에 주력했다.「이야기하는 쟁이꾼의 대지」,「아사녀」,「금강」,「껍데기는 가라」등이 대표적인 시이다.
⑫ 박재삼(朴在森,1933∼) : 시인. 처음에 시조로 출발. 1953년에 「강물에서」로 등단. 시집에 「춘향이 마음」(1962),「햇빛 속에서」(1970)가 있고, 대표작으로는 「구름 곁에」(1956),「춘향이 마음」(1962) 등이 있다.
⑬ 이성교(李姓敎,1932∼) : 시인.「현대 문학」에 「윤회」,「혼사」,「노을」로 서정주의 추천을 받아 등단. 시집에 「산음가」,「겨울 바다」등이 있다.
⑭ 박성룡(朴成龍,1932∼) : 시인. 호는 남우. 시집에 「가을에 잃어버린 것들」,「춘하추동」등이 있다.
⑵ 소설(小說)
① 카인의 후예 : 1953년 황순원의 장편. 8.15광복 직후 북한의 살벌한 테러리즘을 배경으로 한 작품.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주인공 박훈은 공산 압제 하에서 모든 것을 빼앗기고, 20년이나 마름이었던 도섭 영감마저 등을 돌리자 도섭 영감의 딸인 오작녀와 월남할 것을 결심한다. 훈은 사촌 동생 혁의 아버지를 죽인 도섭 영감을 찌르려다 실패하고 도섭 영감은 인민 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을 훈의 탓으로 돌려 그를 죽이려다 오작녀의 동생인 상득이의 만류로 뜻을 이루지 못하다.
② 장용학(張龍鶴,1921∼) : 소설가. 1950년 단편「지동설」이 「문예」지에 추천되어 등단하였다. 그의 작품은 순수한 관념 세계를 설정하여 상징과 우화, 유동적 문체로 그린 것이 특징이다. 대표작에「요한 시집」,「지동설」,중편「비인 탄생」,장편에「원형의 전설」등이 있다.
※ 요한 시집 : 장용학의 단편으로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의 소설「구토」를 읽고 영향을 받아 쓴 작품. 전쟁 포로 누혜가 철조망에 목을 매고 죽기까지의 생애를 다룬 작품으로 사건보다 등장인물의 의식 추구에 치중하였다. 작품의 주제는 현대에 있어서의 자유문제. 재목에 「요한」이 들어간 것은 자유의 예언자 요한에 비유하기 위한 것이다.
③ 손창섭(孫昌涉,1922∼) : 소설가.1953년「문예」에 단편「공휴일」이 추천되어 작가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김성한, 장용학 등과 더불어 1950년대의 문학사를 빛냈다. 사실적 필치로 이상 인격의 인간형을 그려내어 1950년대의 불안한 시대 상황을 잘 묘사했다. 작품으로 「비오는 날」,「혈의 서」,「미해결의 장」,「잉여 인간」,「부부」등이 있다.
※ 잉여 인간 : 1958년 「사상계」에 발표된 손창섭의 단편 소설. 인간 모멸의 특이한 주제를 구축해 나간 작품으로 비교적 휴머니티가 풍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정한 사회 현실로부터 추방당한 선의의 인간군을 남아 돌아가는 쓸모없는 인간으로 규정함으로써,그 들을 소외시킨 사회를 역설적으로 고발하고 그에 대한 저항 의식을 보인 소설이다.
④ 이범선(李範宣,1920∼) : 소설가.1955년에 등단. 1957년에「학마을 사람들」,1959년에「오발탄」을 발표하여 유명해졌다. 이후,「자살 당한 개」,「춤추는 선인장」,「청대문집의 개」등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 오발탄(誤發彈):1959년 「현대 문학」에 발표한 이범선의 단편 소설. 6.25후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양심적으로 성실하게 살아가야 한다고 믿는 한 가정의 가장을 등장시켜 주인공의 절망적인 삶을 사실적으로 그림으로써 정신적 지주를 잃은 불행한 인간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이 무리 없이 그려진 작품이다.
⑤ 오상원(吳尙源,1930∼) : 소설가. 평북 선천 출생. 1955년 「한국 일보」에 단편 소설 「유예」가 당선되어 등단. 사회의식과 현실 감각이 뛰어나며, 시대에 대한 증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의식이 강했다. 대표작으로「모반」,「백지의 기록」,「황선 지대」등이 있다.
⑥ 김성한(金聲翰,1919∼) : 소설가. 장용학, 손창섭과 함께 한국 소설의 체질적 현대화에 기여했다. 대표작으로 「암야행」,「오분간」,「바비도」,「이성계」등이 있다.
⑦ 선우휘(鮮于煇,1922∼1986) : 소설가, 언론인. 1956년 「불꽃」이 「문학 예술」에 당선됨으로써 문단의 주목을 받아 동인 문학상을 수상함. 1965년을 전후하여 초기의 행동적 의지와 참여주의적 자세에서 기성 체계에 대한 보수적 입장으로 전환하였다. 그의 작품은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행동과 휴머니즘을 강조하고 있다.
※ 불꽃 : 선우휘의 단편 소설로 시간적 배경은 3.1운동부터 6.25까지의 30여 년에 걸친 역사적 격동기. 현실 참여적인 부모와 현실에 대해 무관심하고 비판적인 조부와 소심하고 방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고현이라는 두 개의 인간형 속에서 방황하는 과도기적 인간을 묘사한 작품이다.
⑧ 서기원(徐基源,1930∼) : 소설가. 언론인. 1956년 등단. 장편「전야제」,「혁명」등과 단편「안락사론」,「사육」등을 썼다.
⑨ 이호철(李浩哲,1932∼) : 소설가.「탈향」(1955)이「문학 예술」에 추천되어 등단. 초기 작품은 서정적 리얼리즘의 추구였으며,「판문점」,「닳아지는 살들」등을 발표하면서, 서정적 차원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를 포용하는 객관적 리얼리스트로서의 면모를 나타냈다. 작품으로「만조」,「소묘」,「나상」등이 있다.
⑩ 오영수(吳永壽,1914∼1979) : 소설가.1948년 등단. 작품으로 「머루」(1954),「갯마을」(1956),「명암」(1958) 등이 있다.
⑪ 한무숙(韓戊淑,1918∼) : 여류 소설가.1942년 등단. 단편에 「월훈」,「감정이 있는 심연」등을 썼으며, 장편에 「빛의 계단」,「석류나무집 이야기」(1964)등을 발표했다.
⑫ 강신재(康信哉,1924∼) : 여류 소설가. 1949년 등단. 「희화」등의 단편과 「임진강의 민들레」등의 장편을 발표했다.
⑶ 희곡
① 임희재(任熙宰,1922∼1970) : 극작가.1955년 이후 단막 「기항지」,「고래」,장막「꽃잎을 먹고 사는 기관차」및 다수의 시나리오와 방송극을 발표했다.
② 차범석(車凡錫,1924∼) : 극작가.1955년 등단.「귀행」,「불모지」,「껍질이 깨지는 아픔이 없이는」등의 희곡과 방송극들을 썼다.
[출처] 현대문학 발전기|작성자 자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