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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단 하루뿐인 크리스마스를 위해 산타 할아버지는 나머지 364일을 분주하게 지낸다. 전 세계 어린이 모두의 마음에 쏙 들 선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물론 상상의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권의 어린이 책이 독자들의 손에 들려지기까지에는 산타처럼 순수하고 어린이를 위한 끝없는 사랑을 지닌 손길이 필요하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매만지는 출판 전문가들이다. 우수 어린이 도서 특별상은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수고도 기쁘게 여기는 분들의 고마운 마음을 기리는 상이다. 기획ㆍ편집ㆍ책 제목ㆍ표지 디자인ㆍ일러스트 등 5개 부문별 수상자들을 소개한다.
"바른 인성 심어 주고 싶었어요"
△기획 - 정우현 기획자(31)
"어린이 마음에 바른 인성이라는 작은 씨앗을 심어 주고 싶었어요."
'누리과정 인성 동화' 시리즈의 '화가 나!'(소담주니어)로 기획 부문 상을 받은 정우현 기획자는,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익살스럽고 재미있는 그림을 그려 준 강경수 작가에게 감사하단 말과 함께 인터뷰를 시작했다.
정 기획자는 특히 글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등장인물의 표정이 과장될 만큼 생생하게 드러나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강조했다.
"주인공 솔이가 선생님에게 대들 때는 눈이 커다래지고 눈썹이 삐뚤어지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요. 친구의 반찬을 뺏어 먹을 때는 입술이 올라가고 눈엔 장난기가 가득하지요."
이를 위해 그는 어린 쌍둥이 조카와 거리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의 눈짓이나 몸짓 하나도 유심히 살핀 뒤, 작가와 함께 고민했다고. 감정이 잘 드러난 얼굴 표정과 자신을 닮은 주인공의 이야기에 '와, 나랑 똑같다. 나는 이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을 자연스레 할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아이가 이 책을 읽고 고집을 덜 부리고, 화도 잘 안 내게 됐답니다."라는 학부모의 격려와 칭찬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는 정 기획자는, "어린 시절 화를 참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는 법을 배우면 어른이 되어서도 분노나 슬픔을 잘 다스리게 될 거예요."라며 활짝 웃었다.
앞으로도 어린이들에게 좋은 생각과 고운 마음을 선물할 이 시리즈는, 친구 사귀기ㆍ정리 정돈ㆍ자아 존중 등 어린 시절 꼭 알고 지켜야 할 인성을 주제로 20권까지 나올 예정이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 싹트길
△편집-다섯수레 편집부
"곽영미 작가의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이거다!' 싶었어요.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부족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지요."
다섯수레 편집부 김경회 주간은 이번 상을 계기로 그림책 '두 섬 이야기'(다섯수레)가 더 많은 어린이에게 널리 읽혀지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기획부터 같이 땀 흘린 정헌경ㆍ전은희 편집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이 그림책은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절대 어울리지 않았던 두 섬의 아이들이 폭풍우를 계기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면서 소통하는 이야기다. 뾰족뾰족 파랑섬ㆍ동글동글 빨강섬의 대비와 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상화 기법의 삽화에 효과적으로 담아내 심사 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 주간은 실제로도 세모와 동그라미ㆍ빨강과 파랑처럼 상반되는 대상을 한 화면에 조화롭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삽화가를 섭외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또 글을 그림에 어울리게 앉히는 데에도 한지혜 디자이너(사진 오른쪽)가 남모를 공을 쏟았다고 덧붙였다. 글자도 그림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에, 두 섬의 사람들이 편을 갈라 서로 등지는 장면에선 글도 책 양쪽 끝에 뚝 떨어지게 배치했단다.
마무리 작업을 맡은 이진아 편집자(왼쪽)는 "요즘은 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친구와 못하는 친구, 잘 사는 집 아이와 못 사는 집 아이로 나뉜다면서요? 우리 책을 보며 어린이들 마음속에 나와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배려의 씨앗이 싹트길 바라요."라고 말했다.
어색한 조합이 호기심 불러 일으켜
△책 제목-신원미 작가(46)
발레와 할아버지만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말이 있을까? 그림 동화 '발레 하는 할아버지'(머스트비)를 쓴 신원미 작가는 "그런 어색한 조합이 무궁무진한 호기심을 일으키잖아요."라며, 제목을 붙인 이유를 들려줬다.
"초등학교에 강연을 간 적이 있는데, 어린이들이 "할아버지가 왜 발레를 해요?"라며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그때 '제목 잘 지었구나' 라고 생각했죠."
이 그림 동화는 작가의 첫 작품이다. 팔순이 넘은 외국 할아버지가 발레를 배우는 사연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올 1월 재미있게 보고, 꼭 이야기로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왜 할아버지가 발레를 배운다고 할까?'란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해 한 달 가까이 속을 끓였다.
그러다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때문에 어릴 적 자신을 키운 외할머니의 사랑이 떠올랐단다. 그리고 일하러 가는 엄마 대신 손자를 발레 교실에 데려다 주는 할아버지를 생각해 냈다. 집에 돌아와서도 손자가 연습할 수 있도록 뒤뚱대며 곁눈질로 발레 동작을 배우는 동화 속 할아버지의 모습은 이 세상 모든 할머니ㆍ할아버지의 자화상이라고.
이야기를 다 쓴 뒤에는 제목 때문에 다시 고민에 빠졌다. 콩콩 뛰는 아이들과 쿵쿵거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비유한 '콩과 쿵' 등 여러 후보가 나왔지만 모두 신 작가의 선택을 받진 못했다. 그러다 꾸밈없이 소재 그 자체를 알려 주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생각에 '발레 하는 할아버지'를 낙점했다.
신 작가는 "글을 쓰고 제목을 짓는 데 많은 조언을 해 준 성배순 시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꼭 전하고 싶어요."라며 밝게 웃었다.
압축된 내용 보여 주려 노력
△표지 디자인-달리 크리에이티브 고선아 실장(51)
"표지는 책이라는 하나의 세계로 들어가고 나오는 문이에요."
고선아 실장은 수상작인 그림책 '칠머리당 영등굿'(웅진주니어)을 들어 보이며 '표지'에 대한 자신만의 새로운 정의를 내리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칠거칠한 두 손을 모으고 바람의 신 영등할마님께 기도하는 할머니의 모습이 간절해 보이지 않나요?"
고 실장은 책 표지의 키워드는 바로 이 '간절함'이라고 설명했다. 책을 펴내기 전 작가ㆍ화가와 제주도에서 영등굿 현장을 직접 살폈고, 당시 해녀들의 모습에서 느낀 감정을 표지에 되살리는 데 공을 들였다고 했다.
"작가가 처음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것과 무채색 바탕에 거센 바람의 질감을 강조한 두 가지를 그려 왔어요."
고 실장은 그중 책 속 중심 인물을 강조하기 위해 거칠고 투박한 느낌을 주는 무채색의 그림을 선택했다. 그리고 손과 얼굴에 약간의 색을 덧입혔다. 이렇게 태어난 표지 그림은 여느 책과 달리 본문 속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책 기획 단계에서부터 표지의 디자인을 고민한다는 고 실장은, 채색 직전까지는 콘셉트 등을 확정짓는 것을 제1원칙으로 삼는다고. 작가가 삽화를 그릴 때 표지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같은 느낌의 그림이 탄생하기 때문이란다. 고선아 실장은 "표지는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책 내용을 압축해 보여 줄 수 있어야 해요. 앞으로도 그런 표지를 만들기 위해 정진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라산 느낌 담으려 수차례 등반
△일러스트-김중석 화가(47)
'한라산'(웅진주니어)은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된 한라산의 풍경과 생태가 골고루 버무려진 창작 그림책이다. 이 책의 일러스트 작업을 한 김중석 화가는 "그동안 많은 어린이 책의 삽화를 그려 왔지만, 잘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어요. 이번 수상을 통해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김 작가는 이 책의 삽화를 완성하기 위해 한라산을 수차례 오르는 등 1년 넘게 정성을 쏟았다. 또 백록담까지 향하는 다섯 개의 탐방로를 둘러보며 코스별로 꼭 봐야 할 명소, 그곳에서 자라는 나무와 꽃 등도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겼다.
"어린이들이 실제 한라산을 등반하는 듯한 기분이 들도록 그림을 그렸어요."
김 화가는 이 자료집이 생생한 한라산의 풍경을 담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독자들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삼촌과 조카 진우의 한라산 여행에 동행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삼촌과 진우의 발, 구름떡쑥ㆍ바늘엉겅퀴ㆍ제주달구지풀 등 다양한 식물이 그려진 18ㆍ19쪽을 가장 아끼는 페이지로 꼽았다. 그러면서 "산을 오를 때 대부분의 어린이가 앞만 보고 가는데, 발 밑에는 이처럼 여러 생명체가 어우러져 살고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어요."라고 덧붙였다.
'가족'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펴내는 게 목표라고 밝힌 김 화가는 좋은 그림에 대한 남다른 정의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림을 잘 그린다는 건 섬세하고 전문적인 기술을 지닌 걸 말하는 게 아니에요. 작가의 느낌이 독자들에게 오롯이 전달되는 그림이 진짜 좋은 작품이에요."
첫댓글 뒤늦게 축하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많이 쓰세요
밑줄 쫘악~~~영향력있는 샘에게 저희가 배우고 있었네요!!!